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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에반젤린 공주와 로버트 왕자의 재회
작성일 : 18-04-14 18:00     조회 : 490     추천 : 0     분량 : 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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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를 보자 깜짝 놀라 외쳤다.

 

  "공주님!"

 

  이제까지 연못가에 있던 레이디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고 지금 눈앞에 있는 에반젤린 공주는 언제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리처드는 혹시 눈에 물이 들어가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눈가에 있는 물기를 소매로 닦아낸 후 바라보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에반젤린 공주 뿐이었다.

 

  "리처드 경, 오랜만이군요."

 

  에반젤린 공주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리처드는 인사하는 것조차 깜빡 잊고 물었다.

 

  "공주님, 방금 전까지 여기에 계시던 레이디는 어디로 가셨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연못 바로 옆에 있는 숲속을 가리켰다.

 

  "내 친구는 숲속으로 갔어요."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가 가리키는 숲속을 근심어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레이디께서 혼자 저 숲속으로 가셨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내 친구는 나를 여기까지 바래다 준 사람들과 함께 숲속으로 들어간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서야 안심이 된 리처드는 아직 에반젤린 공주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자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공주님의 호위기사 리처드가 실로 오랜만에 공주님을 뵙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나는 잘 지냈어요. 그간 리처드 경이 행방불명된 나로 인해 걱정을 많이 했을 텐데, 참으로 미안하군요."

 

  에반젤린 공주가 행방불명된 한달 동안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리처드는 이제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가 그간 잘 지냈다는 말을 듣자 감격스러웠다.

 

  "공주님께서 그간 잘 지내셨다니, 저로선 말할 수 없이 기쁠 뿐입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를 빨리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별장을 가리켰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요. 위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별장으로 인도해 주세요."

 

  "지금 당장 공주님을 별장으로 모시겠습니다."

 

  마치 천상의 천사처럼 지극히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가 리처드와 함께 나타나자 스코틀랜드 호위병들은 대번에 그녀가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임을 알아보고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외쳤다.

 

  "만세! 잉글랜드 공주시다!"

 

  호위병들의 외침에 소란해지자 에반젤린 공주가 손가락을 들어 입에 댔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당부하듯 호위병들에게 말했다.

 

  "스코틀랜드 병사님들! 여러분들이 저를 환영해 주어 감사하지만, 제가 스코틀랜드에 있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싶으니, 병사님들은 오늘 저를 본 사실을 비밀로 해주셨으면 고맙겠어요."

 

  호위병들은 잉글랜드 공주인 그녀가 자신들에게 경어를 쓰자 존경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경례를 붙였다.

 

  "잉글랜드 공주님께 경례!"

 

  호위병들이 일제히 에반젤린 공주를 향해 경례를 붙인 가운데, 호위병들의 책임자가 말했다.

 

  "잉글랜드 공주님은 우리나라의 왕세자비가 되실 분이시니, 저희들은 공주님께서 무슨 명령을 내리시든 복종할 것입니다!"

 

  호위병들 모두 이심전심으로 에반젤린 공주가 로버트 왕자와 결혼해 스코틀랜드 왕세자비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미 로버트 왕자에게 마음이 기울어졌지만, 아직은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라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제가 스코틀랜드 왕자님과의 혼인 여부에 대해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라 병사님들께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호위병들에게 더는 할 말이 없어 리처드에게 눈짓했다.

 

  별장으로 들어가자는 뜻이었다.

 

  리처드가 호위병들의 책임자에게 말했다.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공주님께서 별장에 왕림하셨음을 알려주시오."

 

  호위병들의 책임자는 호위병 하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최대한 빨리 왕자님께 잉글랜드 공주님께서 별장에 왕림한 사실을 전해드리게."

 

  호위병 하나가 말을 몰고 떠나자 리처드는 별장을 가리켰다.

 

  "공주님을 별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리처드와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오자 위니는 스코틀랜드 궁전에서 배운 예절대로 치마 끝을 들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제 이름은 위니입니다. 저의 우상이신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위니는 어찌나 긴장이 되었는지 목소리만 떨리는 것이 아니라 손까지 떨렸다.

 

  "위니, 만나서 몹시 반가워요."

 

  반가움의 표시로 악수를 하기 위해 위니의 손을 잡은 에반젤린 공주는 미소를 지었다.

 

  "어머, 위니의 손이 떨리고 있군요. 난 위니의 친구이니, 마음을 편히 하세요."

 

  위니는 감격하면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지였던 자신더러 친구라니!

 

  위니는 거지였던 자신이 잉글랜드 공주의 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주님! 공주님께서 하찮은 저를 친구라 불러주시니 저로선 더없는 영광이지만, 저는 공주님의 친구가 될 자격이 없는 몸이예요. 저는 불과 한달전만 해도 먹을 것을 동냥하러 다니던 거지였는데, 어찌 공주님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겠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잉글랜드 시민이라면 모두 내 친구가 될 자격이 있어요. 더욱이 위니는 나의 분신같은 친구의 절친한 친구이니, 말할 필요가 없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공주의 신분이면서도 잉글랜드 시민들을 모두 자신의 친구로 여길 정도로 겸손한 성격이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잉글랜드 왕조가 탄생한 이래 그 어떤 공주보다 잉글랜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러한 에반젤린 공주의 성격을 아는 리처드가 한마디 거들었다.

 

  "공주님께서는 원래 잉글랜드 시민들을 모두 친구로 여기시지만, 위니 아가씨는 특별히 공주님의 친구이신 레이디의 절친한 친구이시니, 그 어떤 자격지심도 갖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리처드는 위니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주기 바라는 마음에 이 말을 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지금이야말로 위니가 리처드의 청혼을 받아줄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리처드에게 말했다.

 

  "내가 레이디에게 듣기론 리처드 경이 위니에게 청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리처드 경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위니에게 다시 청혼하지 않겠어요?"

 

  리처드는 조금도 주저없이 말했다.

 

  "진실로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리처드는 위니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이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리처드의 말에 화답하듯 위니는 감격어린 얼굴로 리처드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위니는 리처드가 자신을 정말 사랑해서 청혼한 것이라기 보다는 리처드가 레이디를 자신보다 더 사랑하면서도 레이디와의 짝사랑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청혼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위니의 귓전에는 리처드의 한마디가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진실로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리처드의 한마디에 위니는 리처드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니가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리처드가 왼쪽 무릎을 꿇고 청혼했다.

 

  "위니 아가씨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위니 아가씨께서 제가 부족하다 여기지 않으신다면, 저의 청혼을 받아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입니다."

 

  위니는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레이디가 리처드를 자신에게 양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었다.

 

  이렇게 잘생기고 멋진 리처드의 청혼을 싫어서 거절할 여인은 세상에 없으리라!

 

  위니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리처드 경께서 아가씨께 호감이 있으신 것 같던데, 혹시 아가씨께서 리처드 경을 사랑하시면서 내게 양보하신 것이 아닐까? 리처드 경도 아가씨께 호감이 있을지 모르니 아가씨의 마음을 정확히 확인해 본 후에 리처드 경의 청혼을 받을지 결정하는 것이 좋겠어.'

 

  결심을 굳힌 위니는 솔직히 말하기 시작했다.

 

  "저의 마음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더없이 잘생기신 리처드 경의 청혼을 싫어서 거절할 여인은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 다만, 제가 보기엔 리처드 경께서 아가씨께 호감이 있으신 것 같았고, 또한 아가씨께서도 리처드 경을 사랑하시면서 제게 양보한 것일지 모른다는 의문이 있어 지금으로선 리처드 경의 청혼에 답변 드릴 수 없군요. 리처드 경에 대한 아가씨의 마음을 확인한 후에 청혼에 답변드리고 싶은데, 그때까지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위니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를 힐끗 바라보았다.

 

  에반젤린 공주가 이전에 리처드에게 레이디와의 결혼을 권했던 일을 위니에게 말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가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리처드가 말하기 시작했다.

 

  "위니 아가씨께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은 공주님께서 이전에 제게 레이디와 결혼할 것을 권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저는 생각이 짧아 공주님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었습니다. 이후 저는 레이디의 고귀하신 품행에 마음이 사로잡혔었고, 레이디께 간곡히 청혼했지만, 레이디께선 너무 늦었다고 하시며 저와의 결혼 이야기는 이미 끝난 이야기니 다시는 거론하지 말라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레이디의 뜻을 존중해 앞으로도 레이디께 청혼할 일은 없을 것이며, 위니 아가씨께서 저의 청혼을 받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니, 아무쪼록 저의 청혼을 받아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리처드의 말을 듣고 모든 전말을 알게 된 위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것이로군요. 모든 것을 숨김없이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때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의 귀에 속삭였다.

 

  "위니, 리처드 경의 청혼을 받아들이세요. 내 친구의 마음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아니, 부디, 내 말을 들으세요."

 

  에반젤린 공주가 부탁조로 말했지만, 위니는 고개를 저은 후 속삭였다.

 

  "공주님의 뜻은 잘 알겠지만, 아가씨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에는 리처드 경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가 리처드의 청혼을 받아주기를 바랬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위니가 리처드의 청혼을 받아주어야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텐데......'

 

  에반젤린 공주의 마음속 한편에는 아직까지도 리처드에 대한 호감이 남아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에반젤린 공주!"

 

  별장 문이 덜컥 열리면서 로버트 왕자가 들어왔다.

 

  로버트 왕자는 한시라도 빨리 에반젤린 공주를 보고 싶은 마음에 인기척을 넣는 것조차 깜빡 잊고 별장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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