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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가면을 벗은 에반젤린 공주
작성일 : 18-04-13 10:00     조회 : 470     추천 : 0     분량 : 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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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왕자는 샬롯 공주를 나무라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며 물었다.

 

  "그만 하라니, 무엇을 그만 하라는 말이냐?"

 

  샬롯 공주는 막상 딱히 할 말이 없어 얼버무렸다.

 

  "잉글랜드 공주를 찾는 일이 급선무가 아닌가요? 리처드의 청혼은 위니가 언제 받아도 상관없는 일이 아니겠어요?"

 

  로버트 왕자는 샬롯 공주가 엿듣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로버트 왕자가 샬롯 공주에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리처드 경이 위니에게 청혼한 것은 어찌 알았느냐? 혹시 우리가 나눈 말을 엿들은 것이 아니냐?"

 

  샬롯 공주는 고개를 저으며 시치미를 뗐다.

 

  "엿들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들은 것이예요."

 

  로버트 왕자는 샬롯 공주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조용히 타일렀다.

 

  "레이디와 위니는 나의 소중한 손님이니, 앞으로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유의하거라."

 

  "알겠어요."

 

  로버트 왕자가 에반젤린 공주, 위니, 리처드를 가리키며 샬롯 공주에게 말했다.

 

  "나는 이들과 함께 잉글랜드 공주를 접견할 별장으로 갈 것이니, 따라올 생각하지 말거라."

 

  샬롯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자신을 데려가지 않아 토라진 듯 볼멘 소리로 말했다.

 

  "저도 잉글랜드 공주를 만나고 싶지만, 오라버니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처소로 돌아가겠습니다."

 

  고집불통인 샬롯 공주가 순순히 자신의 말을 듣자 로버트 왕자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잉글랜드 공주를 접견하면 네게 이야기해주겠다."

 

  샬롯 공주는 무슨 생각인지 로버트 왕자에게 말했다.

 

  "오라버니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 돌아오시는 대로 제 처소에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샬롯 공주가 떠나자 로버트 왕자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양해를 구했다.

 

  "내 누이가 철이 없어 그런 것이니, 부디 양해해 주시기 바라겠소."

 

  에반젤린 공주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니예요. 샬롯 공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공주님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고, 리처드의 청혼은 위니가 언제 받아도 상관이 없으니, 여기서 지체할 것이 아니라 별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하고서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손을 꼭 잡았다.

 

  갑자기 리처드의 청혼을 받아 마음이 혼란해진 위니를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에반젤린 공주는 눈빛으로 위니에게 말하고 있었다.

 

  '위니, 용기를 내요. 위니는 더없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우니까요. 리처드의 청혼은 꼭 받아야 해요!'

 

  에반젤린 공주의 마음을 느낀 위니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 제게 용기를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리처드 경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청혼을 꼭 받겠어요.'

 

  로버트 왕자는 위니가 지금 당장 리처드의 청혼을 받을 것 같지 않아 말했다.

 

  "별장으로 갑시다."

 

  로버트 왕자는 병사들을 인솔하여 에반젤린 공주, 위니, 리처드와 함께 별장으로 향했다.

 

  에든버러 외곽에 위치한 별장에 당도하자 로버트 왕자가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별장은 스코틀랜드 왕가의 별장으로 지금은 내 소유인데, 무기한으로 빌려드리겠으니 편히 쓰시도록 하시오."

 

  주변에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별장은 중세 시대에 벽돌로 지은 아름다운 별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별장 바로 옆에 아름다운 연못까지 있어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의 마음에 쏙 들었다.

 

  에반젤린 공주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어머! 참 아름다운 별장이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별장을 무기한으로 빌려주시겠다니, 말할 수 없이 감사드립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왕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이 별장에서 위니와 함께 살도록 하겠습니다."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 로버트 왕자는 병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별장은 외곽에 있으니, 호위병들에게 레이디와 위니를 호위하도록 하겠소."

 

  그러고는 리처드에게 말했다.

 

  "리처드 경, 그대에게 레이디와 위니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길 테니,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게."

 

  로버트 왕자가 명령을 내리자 리처드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제 목숨을 걸고 레이디와 위니 아가씨를 호위하겠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를 가리키며 호위병들에게 말했다.

 

  "그대들 모두에게 잉글랜드 공주의 친구인 레이디와 위니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길 것이니, 잉글랜드 공주의 호위기사인 리처드 경의 명을 따르도록 하라."

 

  로버트 왕자가 명령을 내리자 호위병들은 경례를 붙이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왕자님의 명령에 따라 저희들의 목숨을 걸고 레이디와 위니 아가씨를 호위하겠습니다."

 

  로버트 왕자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잉글랜드 공주께서 별장에 당도하시는 대로 호위병을 보내 알려주시면 고맙겠소."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공주님께서 별장에 당도하시는 대로 왕자님께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로버트 왕자가 떠나자 에반젤린 공주가 리처드에게 말했다.

 

  "리처드 경, 이곳에는 스코틀랜드 왕자님의 호위병들이 있으니, 리처드 경은 궁전으로 돌아가셔도 되어요."

 

  "왕자님께서 제게 레이디와 위니 아가씨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기셨을 뿐만 아니라 또한 제가 궁전에서 거처하는 것이 불편할 것 같으니, 초소에서 호위병들과 지내면서 레이디와 위니 아가씨를 호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리처드 경께서 좋으실 대로 하세요."

 

  위니와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간 에반젤린 공주는 가면을 벗을 생각으로 위니에게 말했다.

 

  "위니, 제가 혼자 있어야 공주님께서 들어오실 테니, 잠시만 거실에서 기다려주겠어요?"

 

  위니는 이제 곧 에반젤린 공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쁨에 들떠 만세를 외쳤다.

 

  "만세! 이제 곧 공주님을 뵐 수 있겠군요. 그럼, 전 거실에서 기다릴게요."

 

  위니를 거실에 남겨두고 방으로 들어간 에반젤린 공주는 품속에서 깨어진 손거울을 꺼내 보며 얼굴에서 밀가루 가면을 떼어냈다.

 

  밀가루 가면을 떼어낸 에반젤린 공주는 깨어진 손거울에 비친 티하나 없이 깨끗해진 얼굴을 바라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제야 내 얼굴을 찾았군."

 

  에반젤린 공주는 근 한달 만에 자신의 얼굴을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에반젤린 공주는 깨어진 손거울을 덮어 품속에 도로 집어넣은 후 면사포를 꺼내 얼굴을 가렸다.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채 거실로 나간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에게 양해를 구했다.

 

  "위니, 아무래도 제가 공주님을 모시고 와야할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제가 공주님을 모시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시겠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위니는 오히려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아, 좋아라! 이제 곧 공주님을 뵐 수 있는 것이죠?"

 

  위니가 확인하듯 묻는 말에 에반젤린 공주가 대답했다.

 

  "네, 곧 공주님을 뵐 수 있을 거예요."

 

  위니는 좋아서 깡총깡총 뛰었다.

 

  "야, 곧 공주님을 뵐 수 있다니! 얼마든지 기다리겠어요.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어서 다녀오세요."

 

  "그럼, 다녀올게요."

 

  별장을 나온 에반젤린 공주는 곧장 별장 바로 옆의 연못으로 향했다.

 

  바로 이때였다.

 

  "레이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호위해 드리겠습니다!"

 

  별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처드가 연못으로 향하는 에반젤린 공주를 뒤쫓아오며 외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면사포를 잡은 채 고개를 돌려 리처드를 바라보았다.

 

  "연못에 세수하러 가는 것이니, 따라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가 걱정된 듯 말했다.

 

  "레이디를 호위하는 것이 저의 임무이니, 레이디께서 어디를 가시던간에 제가 안전하게 호위해 드리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의 호위를 거절할 수 없었다.

 

  "좋아요. 그러면, 제가 세수를 끝낼 때까지 고개를 돌리고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연못가로 다가가자 리처드는 숙녀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고개를 돌린 채 기다렸다.

 

  리처드가 고개를 돌리자 마음놓고 면사포를 벗은 에반젤린 공주는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올리고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7일 만에 세수를 하는 에반젤린 공주는 얼굴에 붙은 밀가루를 씻느라 철퍽 철퍽 소리를 내며 세수를 했다.

 

  세수를 끝내자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은 에반젤린 공주는 손수건만 품속에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면사포까지 품속에 집어넣었다.

 

  자신의 얼굴을 되찾은 에반젤린 공주는 이제 더 이상 면사포로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돌린 채 기다리고 있는 리처드를 불렀다.

 

  "리처드 경, 그대도 지난 일주일 동안 세수를 하지 못했을 테니, 세수를 하지 않겠어요?"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가 세수를 끝낸 줄 모르고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대답했다.

 

  "레이디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세수를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아직도 자신을 레이디라 부르는 것이 우스웠지만,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먼지 투성이 얼굴로 나를 접견할 생각인가요?"

 

  접견이란 말은 원래 신분이 높은 사람을 만난다는 말로 에반젤린 공주는 이 한마디로 자신이 공주인 사실을 밝힌 셈이었지만, 고개를 돌린 리처드는 눈치채지 못한 채 대답했다.

 

  "레이디께서 원하신다면 저도 세수를 하겠습니다."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급히 세수를 했다.

 

  세수를 끝낸 리처드가 무심코 연못 쪽을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연못에 비치는 여인은 다름 아닌 에반젤린 공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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