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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샬롯 공주
작성일 : 18-04-10 19:00     조회 : 486     추천 : 0     분량 : 5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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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왕자가 스코틀랜드 기사단 일행을 이끌고 에든버러 성에 당도했을 무렵, 수십여 명의 기사단이 성문 앞에 마중나와 있었다.

 

  로버트 왕자가 말을 몰아 성문 앞으로 다가오자 보석이 잔뜩 박힌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 하나가 말을 몰고 마중나와 외쳤다.

 

  "오라버니!"

 

  로버트 왕자의 여동생 샬롯 공주였다.

 

  올해 열여덟 살로 에반젤린 공주와 동갑인 샬롯 공주는 잉글랜드 최고의 미남이라는 리처드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마중나온 것이다.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한 차림으로 마중나온 샬롯 공주를 보자 로버트 왕자가 미소를 지었다.

 

  "샬롯, 마중나와 주어 고맙구나."

 

  샬롯 공주는 마차를 모는 리처드를 보자 로버트 왕자에게 대뜸 물었다.

 

  "이 분이 리처드 경인가요?"

 

  샬롯 공주는 초면인 리처드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리처드를 처음 본 순간부터 반한 샬롯 공주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로버트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리처드 경이다."

 

  그러고는 에반젤린 공주를 가리켰다.

 

  "인사를 나누거라. 이 분은 잉글랜드 공주의 친구이신 레이디시다."

 

  에반젤린 공주가 예의상 먼저 인사했다.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샬롯 공주는 못생긴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으며 인사했다.

 

  "난 샬롯 공주예요."

 

  샬롯 공주는 에반젤린 공주의 옆에 앉은 위니를 가리켰다.

 

  "이 소녀는 그대의 시녀인가요?"

 

  샬롯 공주는 위니가 못생긴데다 평민 차림인 것을 보자 그녀의 시녀일 것이라 단정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더니 위니의 손을 잡았다.

 

  "시녀가 아니라 제 친구예요."

 

  이때 리처드가 위니를 가리키며 끼어들었다.

 

  "이 분은 레이디와 절친한 친구로 위니 아가씨라 합니다."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가 했던 것처럼 샬롯 공주에게 먼저 인사했다.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위니, 만나서 반가워."

 

  정말 반가워서 반갑다고 인사한 것이 아니었다.

 

  살롯 공주는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리처드가 위니를 위니 아가씨라 부르자 형식적으로 인사한 것이다.

 

  '리처드 경의 호감을 사려면 이 두 아가씨에게 친절히 대해야겠는 걸.'

 

  이런 생각이 든 샬롯 공주가 로버트 왕자에게 말했다.

 

  "제 처소 옆에 빈 처소 두 개가 있으니, 레이디와 위니가 쓰면 될 것 같군요."

 

  로버트 왕자가 잘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레이디와 위니 모두 내 누이의 옆 처소에서 지내면 되겠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샬롯 공주의 처소 옆은 불편할 것 같았지만,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왕자님과 공주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일행들과 함께 에든버러 궁전으로 돌아온 로버트 왕자는 곧바로 자신의 아버지이자 스코틀랜드 국왕인 앨버트 왕을 접견했다.

 

  "잉글랜드 공주의 친구인 레이디와 그의 친구를 샬롯의 처소 옆에서 지내도록 하였습니다."

 

  로버트 왕자의 보고를 듣자 앨버트 왕이 대뜸 물었다.

 

  "그럼, 행방불명되었다는 잉글랜드 공주의 소식은 어찌된 것이냐?"

 

  "잉글랜드 공주도 곧 에든버러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앨버트 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뭔가를 결심한 듯 말했다.

 

  "잉글랜드 공주와의 결혼 추진을 중단하고 프랑스 마리 공주와의 결혼을 추진해 볼 생각이다. 마리 공주는 프랑스 최고의 미녀라 소문이 났을 정도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네 어머니의 조카이니, 네게 잘 해줄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행방불명된 잉글랜드 공주에 대한 마음을 접고 마리 공주와 결혼하는 것을 고려해보지 않겠느냐?"

 

  앨버트 왕은 3년 후에 청혼 수락 여부를 밝히겠다는 에반젤린 공주의 말을 믿지 못해 로버트 왕자의 어머니 루이즈 왕비의 조카인 마리 공주를 로버트 왕자의 신부감으로 낙점한 것이다.

 

  로버트 왕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저는 이미 잉글랜드 공주에게 삼년 후에 다시 청혼하기로 약속한 바가 있습니다. 공주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앨버트 왕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약속의 당사자인 잉글랜드 공주가 행방불명되었는데, 약속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냐?"

 

  로버트 왕자는 앨버트 왕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잉글랜드 공주의 친구인 레이디의 말로는, 잉글랜드 공주도 곧 에든버러에 올 것이라 하였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로버트 왕자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하자 앨버트 왕도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잉글랜드 공주가 빠른 시일내에 에든버러에 오지 않는다면, 너와 결혼할 의사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니, 마리 공주와의 결혼도 한번 고려해 보거라."

 

  "잉글랜드 공주는 반드시 빠른 시일내에 에든버러에 올 것이니, 다른 공주와의 결혼은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에반젤린 공주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마음을 말한 것이다.

 

  엘버트 왕이 설명했다.

 

  "나는 애초부터 너와 잉글랜드 공주와의 혼담이 잘 풀리지 않으면, 마리 공주와 맺어주려 했었다. 너도 알다시피, 에반젤린 공주는 유럽 최고의 미녀라 하니, 작은 섬나라에 불과한 스코틀랜드 왕비 자리가 탐탁하지 않을 게다. 삼년 후에 네 청혼의 수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타국의 왕자들과 너를 비교한 후에 수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을 모르겠느냐? 그러니, 한달 이내에 잉글랜드 공주가 에든버러에 오지 않는다면, 마리 공주와의 결혼을 고려해 보거라."

 

  앨버트 왕은 권유하듯 말했지만, 사실은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로버트 왕자는 생각했다.

 

  '아버님의 뜻을 꺾으려면, 잉글랜드 공주가 하루 빨리 에든버러에 와야겠구나.'

 

  이런 생각에 로버트 왕자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틀림없이 잉글랜드 공주가 한달 이내에 올 것이니, 한달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럼, 한달만 두고 보자꾸나."

 

  이때 샬롯 공주는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를 자신의 처소가 있는 쪽으로 안내했다.

 

  생전 처음 궁전을 구경하는 위니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혹시 특별히 필요한 것이 없나요?"

 

  "밀가루 마사지를 하고 싶으니, 밀가루 팩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대답하자 샬롯 공주는 미소를 지었다.

 

  "밀가루 마사지는 피부에 좋지요. 밀가루 팩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그러고는 시녀들에게 말했다.

 

  "밀가루 팩을 넉넉히 가져오너라."

 

  시녀들은 여러 개의 밀가루 팩을 가져왔다.

 

  샬롯 공주가 떠나자 에반젤린 공주는 곧바로 밀가루 팩으로 가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만든지 일주일이 지난 가면이 딱딱하게 굳어 새 가면을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때 로버트 왕자가 처소 밖에서 인기척을 넣었다.

 

  "레이디께 급히 의논할 것이 있는데, 들어가도 괜찮겠소?"

 

  에반젤린 공주는 만들고 있던 가면을 치운 후에 대답했다.

 

  "네, 왕자님, 어서 들어오세요."

 

  로버트 왕자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처소에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한달 안에 잉글랜드 공주를 만나야 할 사정이 생겼는데, 가능하겠소?"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께서 쓰실 수 있는 별장을 마련해 주시면, 만나실 수 있도록 주선해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듣자 로버트 왕자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야호! 잉글랜드 공주를 곧 만날 수 있겠구나!"

 

  그러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별장을 마련해 주겠으니, 잉글랜드 공주께 내가 한시라도 빨리 뵙고 싶어 한다고 전해주시오."

 

  "공주님을 뵙는대로 왕자님의 뜻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문득 언제쯤 에반젤린 공주를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내가 공주를 언제쯤 만날 수 있을 것 같소?"

 

  에반젤린 공주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대답했다.

 

  "공주님과 연락만 닿는다면 오늘이라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 로버트 왕자는 왕자의 체통도 잊은 듯 두 팔을 번쩍 들며 다시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야호! 오늘이라도 만날 수 있다니!"

 

  에반젤린 공주는 이러한 로버트 왕자의 모습이 우스운 듯 웃음을 참느라 입을 가린 채 미소를 지었다.

 

  에반젤린 공주의 미소를 보자 로버트 왕자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너무 기쁜 나머지 체통을 지키지 않은 것 같소. 아무쪼록 레이디께서는 양해해 주시오."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공주님께서도 왕자님을 한시라도 빨리 뵙고 싶어 하실 것입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오늘이라도 공주님과의 연락이 닿는다면 곧바로 왕자님을 접견하시도록 주선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가능하다면 오늘이라도 공주를 접견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시겠소?"

 

  이 일은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였지만, 에반젤린 공주는 혹시라도 가면을 벗을 장소가 마땅치 않을 것에 대비해 말했다.

 

  "장담드릴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별장을 마련해 주시는대로 공주님과의 연락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500마일이나 되는 먼길을 온 에반젤린 공주가 피로할 것 같아 말했다.

 

  "런던에서 에든버러까지 먼길을 오셔서 피곤하실 것이니 일단 휴식을 취하도록 하시오. 레이디께서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별장으로 인도해 드리겠소."

 

  에반젤린 공주는 궁전을 떠난 지난 한달 동안 피로가 누적되어 몹시 피곤했지만, 빨리 가면을 벗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

 

  "저는 피곤하지 않으니 지금 당장 별장으로 인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저도 빨리 공주님을 뵙고 싶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잘 되었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소. 그럼, 따라오시오."

 

  로버트 왕자를 따라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떠나기 전에 위니의 처소에 노크했다.

 

  "위니, 저는 지금 공주님께 연락하러 잠시 궁전 밖으로 나가는데, 제가 돌아올 때까지 편히 쉬도록 하세요."

 

  "저도 같이 가요!"

 

  이 한마디를 외치는 동시에 방문을 열어젖히고 나온 위니가 에반젤린 공주의 손을 잡았다.

 

  "저는 궁전에 혼자 남고 싶지 않으니, 아가씨를 따라가겠어요."

 

  방문을 열어젖히고 나온 위니를 보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오고 말았다.

 

  "어머나! 위니!"

 

  샬롯 공주가 내어준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은 위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혀 딴 사람같았다.

 

  비록 얼굴은 못생겨도 몸매는 날씬한 위니는 샬롯 공주가 내어준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자 마치 귀족 여인처럼 우아하고 품위있어 보였다.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를 바라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위니! 정말 예쁘군요."

 

  위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못생긴 제가 예쁠리가 있나요? 제가 입은 옷이 예쁜 것이겠지요."

 

  그러고는 자신의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샬롯 공주님께서 주신 옷인데, 못생긴 제가 이렇게 예쁜 옷을 입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손을 내저었다.

 

  "위니가 못생겼다니요! 제가 보기엔 오히려 예쁜걸요."

 

  로버트 왕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내가 보기에도 위니는 예쁜 것 같은데......"

 

  위니는 생전 처음으로 남자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자 기분이 좋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왕자님, 저는 못생겼지만, 아무튼 칭찬의 말씀을 해주시니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바로 이때였다.

 

  "제가 보기엔 왕자님께서 칭찬의 말씀으로 하신 것이 아닌 것 같군요. 위니 아가씨는 정말 예쁘십니다."

 

  다름 아닌 리처드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리처드로부터 정말 예쁘다는 말을 들은 위니는 하늘을 날아갈 듯 행복했다.

 

  '못생긴 내가 정말 예쁘다니! 리처드 경은 얼굴만 잘생기신 것이 아니라 더없이 친절하신 분이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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