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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받다
작성일 : 18-04-07 12:00     조회 : 495     추천 : 0     분량 : 7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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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왕자는 레이디 제인의 인도를 받아 마이클 왕을 접견했다.

 

  "잉글랜드 국왕 폐하께 독대를 청합니다."

 

  레이디 제인이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자 로버트 왕자가 독대를 청한 것이다.

 

  "왕자의 독대를 받아들이겠네."

 

  레이디 제인은 어쩔 수 없이 마이클 왕에게 인사를 올리고 처소 밖으로 나갔다.

 

  마이클 왕과 단둘이 남게 되자 로버트 왕자가 작심한 듯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국왕 폐하께 다시 한번 레이디를 방면해 주실 것을 간청하는 바입니다. 레이디의 말씀으론, 공주께서 스코틀랜드에서 레이디를 만나기로 약속하셨다 하니, 레이디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저의 명예를 걸고 공주를 찾아낼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마이클 왕은 고심에 잠겼다.

 

  '그 아이도 공주가 국경 근처에 있다는 사실 밖에는 모른다고 하였으니, 차라리 로버트 왕자가 스코틀랜드로 데려가도록 허락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마이클 왕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간파한 로버트 왕자는 이전보다 더욱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만약 제가 레이디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고도 공주를 찾지 못한다면, 국왕 폐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죄를 받겠으니, 저의 간청을 받아들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알겠네. 그대가 레이디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도록 허락하겠네."

 

  너무도 믿음직스러운 로버트 왕자의 간청에 마이클 왕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저의 간청을 들어주신 국왕 폐하께 무한히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바로 이때 처소 밖에서 레이디 제인이 분한 듯 주먹을 불끈 쥔 채 엿듣고 있었으니, 공주의 친구인 레이디를 억류해 공주의 행방을 알아내려 했던 레이디 제인으로선 로버트 왕자가 원망스러웠다.

 

  레이디 제인은 마음 같아서는 마이클 왕의 처소로 들어가 레이디를 방면하면 공주의 행방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그동안 쌓아왔던 마이클 왕의 신뢰를 하루아침에 잃을까봐 참고 있었다.

 

  로버트 왕자가 처소 밖으로 나오자 레이디 제인은 마치 아무 것도 엿듣지 않은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국왕 폐하께 하시고 싶은 말씀은 다 하셨습니까?"

 

  로버트 왕자는 레이디 제인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말했다.

 

  "나는 잉글랜드 국왕 폐하께 드릴 말씀을 다 드렸소만......"

 

  이 말을 하고 나서 마이클 왕이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말했다.

 

  "혹시 그대가 이번에도 내가 하는 말을 엿듣지 않았소?"

 

  레이디 제인은 속으로 움찔했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

 

  로버트 왕자는 마이클 왕이 또렷이 들을 수 있도록 계속 큰소리로 말했다.

 

  "그대가 방금 전에도 내가 레이디와 나누는 말을 엿들었으니, 내가 국왕 폐하와 나누는 말도 엿들었나 싶어 물은 것인데, 이번에도 엿듣지 않았소?"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할 법도 했지만, 거짓말이 입에 붙은 레이디 제인은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저는 왕자님께서 레이디와의 접견을 마치시고 나오시기를 기다리는 중에 왕자님께서 갑자기 방문을 여시는 바람에 부딪친 것인데, 왕자님께서 오해하셨군요."

 

  그 따위 거짓말에 누가 속겠냐는 생각에 속으로 콧방귀를 뀐 로버트 왕자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내가 오해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대가 방문 바로 앞에 있었던 것은 누가 봐도 오해할만한 일이었으니, 다음부터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레이디 제인이 이어 로버트 왕자에게 말했다.

 

  "왕자님께서 국왕 폐하께 드릴 말씀을 다 하셨다면, 왕자님을 객실로 모시겠습니다."

 

  로버트 왕자가 에반젤린 공주의 처소 쪽을 가리켰다.

 

  "국왕 폐하께서 내가 레이디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도록 허락하셨으니, 레이디가 있는 공주의 처소로 인도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국왕 폐하께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처소 안으로 들어간 레이디 제인은 마치 아무 것도 엿듣지 않았던 것처럼 마이클 왕에게 물었다.

 

  "폐하께서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레이디를 데려가도록 허락하신 것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네."

 

  레이디 제인이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셨겠지만, 레이디를 스코틀랜드 왕자님께서 데려가도록 허락하신다면, 행방불명된 공주님의 행방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군요."

 

  레이디 제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이클 왕의 마음을 떠본 것이다.

 

  마이클 왕은 에반젤린 공주가 걱정되었는지 한숨을 내쉬더니 로버트 왕자를 믿어보자는 생각으로 손을 내저었다.

 

  "스코틀랜드 왕자가 레이디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면 자신의 명예를 걸고 공주를 찾아내겠다고 약속했으니, 일단은 왕자가 공주를 찾도록 기다릴 수 밖에......"

 

  레이디 제인이 찔러보듯 말했다.

 

  "하지만, 만약 스코틀랜드 왕자님께서 약속한대로 공주님을 찾지 못한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레이디 제인의 물음에 마이클 왕이 근심어린 얼굴로 대답했다.

 

  "지금으로선 스코틀랜드 왕자를 믿어보는 것이 최선일 것 같네."

 

  레이디 제인은 더 말해봤자 마이클 왕의 마음을 바꿀 수 없을 것 같아 말했다.

 

  "일단 스코틀랜드 왕자님을 믿어보는 수 밖에 없겠군요."

 

  처소를 나온 레이디 제인이 로버트 왕자에게 말했다.

 

  "폐하의 뜻을 확인하였으니, 공주님의 처소로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레이디 제인의 인도를 받아 처소 안으로 들어온 로버트 왕자를 보자 에반젤린 공주가 대뜸 물었다.

 

  "좋은 소식이 있나요?"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의 얼굴이 밝은 것과 불만스러운 레이디 제인의 얼굴을 보자 자신이 방면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로버트 왕자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소. 폐하께서 그대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도록 허락하셨소."

 

  에반젤린 공주는 자유의 몸이 되자 너무도 기뻐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저를 방면시켜 주신 왕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내가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오."

 

  그러고는 로버트 왕자가 레이디 제인에게 말했다.

 

  "레이디와 조용히 나눌 말이 있으니, 그대는 나가보도록 하시오."

 

  레이디 제인이 처소 밖으로 나가자 로버트 왕자가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속삭였다.

 

  "내가 국왕 폐하께 공주를 찾지 못한다면 죄를 받겠다고 약속드렸는데, 그대는 정말 공주를 찾을 자신이 있소?"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있게 말했다.

 

  "만약 공주님을 찾지 못한다면, 제 목숨을 걸지요."

 

  그녀가 에반젤린 공주였으니 이토록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마이클 왕에게 자신을 찾아내지 못하면 죄를 받겠다고 약속한 것이 감격스러워 말했다.

 

  "왕자님께서 저를 데리고 스코틀랜드로 가시면, 곧 공주님을 뵐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공주님을 뵈면, 왕자님께서 제게 배푼 호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곧 에반젤린 공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쁨에 들떠 미소를 지었다.

 

  "고맙소."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가능한 빨리 떠날 생각이니, 레이디도 당장 떠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시오."

 

  로버트 왕자는 혹시라도 마이클 왕의 마음이 변할까봐 서둘러 떠나려 하는 것이다.

 

  마이클 왕을 못믿어서라기 보다는 레이디 제인이 또 무슨 흉계라도 꾸미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로버트 왕자가 처소를 떠나자 에반젤린 공주는 에리카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에리카, 잘 있어."

 

  에리카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는 그녀가 에반젤린 공주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부탁했다.

 

  "레이디께서 공주님을 뵈시면 꼭 저희들의 안부를 전해주시기 부탁드려요."

 

  "에리카, 내가 공주님을 뵈면 꼭 네 안부를 전해줄게."

 

  그러고는 에리카의 손을 잡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에리카, 두 번이나 레이디 제인이 엿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줘서 정말 고마웠어. 레이디 제인이 앙심을 품고 널 괴롭힐까봐 걱정되지만, 공주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잘 견뎌내기를 바래."

 

  바로 이때 방문이 덜컥 열리더니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안젤리카 왕비였다.

 

  안젤리카 왕비는 인사차 자신의 처소에 들린 로버트 왕자로부터 곧 그녀를 데리고 떠날 것이라는 말을 듣고 한달음에 온 것이다.

 

  급한 마음에 손수 방문을 열어 젖히고 들어온 안젤리카 왕비가 에반젤린 공주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에바야, 로버트 왕자로부터 네가 곧 떠난다고 들었다. 잘 가거라."

 

  에리카는 이때서야 그녀의 이름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레이디의 이름이 공주님의 애칭과 같군요. 앞으로는 레이디를 레이디 에바라 부를까요?"

 

  에반젤린 공주가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앞으로도 그냥 레이디로 부르도록해."

 

  바로 이때였다.

 

  "왕비님, 폐하께서 레이디 제인과 함께 공주님의 처소로 오시고 계십니다."

 

  안젤리카 왕비를 따라온 시녀 하나가 처소 밖에서 마이클 왕이 레이디 제인과 함께 오는 것을 보고 알려준 것이다.

 

  순간, 안젤리카 왕비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이클 왕이 레이디 제인과 함께 온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레이디 제인이 또 다시 간교한 계책이라도 꾸민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안젤리카 왕비의 귀에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폐하께서 로버트 왕자께 저를 데려가도록 허락하신 이상, 번복하시지는 않으실 거예요."

 

  이 말에 동의하듯 안젤리카 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속삭였다.

 

  "난, 레이디 제인과 마주치는 것 자체가 싫구나. 레이디 제인을 궁전 밖으로 내보낼 방법이 없겠느냐?"

 

  에반젤린 공주가 좋은 생각이 있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제가 다시 돌아오면, 폐하께 말씀드려 레이디 제인을 내쫓도록 하겠어요."

 

  마이클 왕이 레이디 제인과 함께 처소 앞에 이르자 시녀가 인사한 후 말했다.

 

  "폐하, 왕비님께서 와 계십니다."

 

  "왕비께서 그 아이와 작별인사를 나누기 위해 온 모양이군. 나도 작별인사를 나누기 위해 왔으니, 내가 왔음을 알리도록 하게."

 

  마이클 왕은 자신의 딸과 얼굴 빼곤 모든 것이 쌍둥이처럼 꼭 닮은 그녀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마이클 왕의 말을 들은 에반젤린 공주는 손수 방문을 열고 마이클 왕에게 인사했다.

 

  "폐하께서 이제 곧 떠날 저를 찾아와 주시니, 무한한 영광입니다."

 

  마이클 왕은 처소에 들어오기 전에 레이디 제인에게 말했다.

 

  "내가 레이디와 나눌 말이 있으니, 그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게."

 

  처소로 들어오자 마이클 왕이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네 이름이 공주의 애칭과 같은 에바라고 했지? 에바, 공주를 만나면 내가 걱정하고 있다고 꼭 전해주게."

 

  자신을 걱정하는 마이클 왕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뭉클해진 에반젤린 공주는 목소리가 울먹이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폐하의 말씀을 공주님께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마이클 왕은 그녀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황금빛 금발, 황금빛 눈썹, 푸른 눈동자, 코, 입술이 자신의 딸과 쌍둥이처럼 닮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듯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정말 공주와 많이 닮았구나. 네가 왕비의 친척이라 들었는데, 너를 왕비의 곁에 두고 싶으니, 설령 공주가 스코틀랜드 왕자에게 몸을 의탁하더라도 너만은 꼭 돌아와 주길 바란다."

 

  마이클 왕은 그녀가 자신의 딸과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에 벌써 정이 든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에반젤린 공주의 뇌리에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버님께서 추녀로 변장한 내게 대단히 호의적이시니, 앞으로 일인이역하여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오가며 레이디 제인이 못된 계책을 꾸미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

 

  에반젤린 공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주님만 홀로 스코틀랜드에 남으신다면 외로우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 저의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해 주신다면, 자주 잉글랜드를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이클 왕이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의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해주마. 네가 공주와 함께 스코틀랜드에 정착해도 원한다면 언제든 궁전을 찾아오도록 하게."

 

  "폐하께서 제게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때 그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안젤리카 왕비였다.

 

  딸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안젤리카 왕비가 미소를 지으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스코틀랜드에서 공주를 찾으면 곧바로 오도록 하거라."

 

  마이클 왕의 총애를 잃고 무척이나 외로워진 안젤리카 왕비는 가능한 빨리 에반젤린 공주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스코틀랜드에서 공주님을 찾으면, 공주님의 편지를 갖고 오겠습니다."

 

  마이클 왕이 좋은 생각이라는 듯 손뼉을 쳤다.

 

  "그래, 기왕이면 공주의 편지를 갖고 오면 더욱 좋겠군."

 

  바로 이때 시녀의 목소리가 처소 밖에서 들려왔다.

 

  "폐하, 스코틀랜드 기사단 대장이신 로렌스 경께서 레이디를 모셔가기 위해 오셨습니다."

 

  로버트 왕자가 보낸 로렌스가 에반젤린 공주를 데려가기 위해 온 것이다.

 

  마이클 왕은 작별해야 하는 것이 아쉬운 듯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스코틀랜드 왕자가 곧 궁전을 떠날 모양이니, 너는 이제 로렌스 경을 따라가도록 하거라."

 

  에반젤린 공주는 마이클 왕과 안젤리카 왕비에게 차례로 인사했다.

 

  "폐하, 이제 저는 떠나겠습니다."

 

  "왕비님, 안녕히 계세요."

 

  이때 처소 밖에서 마이클 왕, 에반젤린 공주, 안젤리카 왕비가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레이디 제인은 혼자 곰곰히 생각했다.

 

  '폐하께서 저 못생긴 레이디에게 큰 호의를 가지신 것 같은데, 안젤리카 왕비를 내쫓으려면 레이디를 먼저 처리해야 될 것 같구나. 레이디가 스코틀랜드와 궁전을 오갈 때 사람을 시켜 납치해야겠다.'

 

  이때 궁전 마당엔 로버트 왕자와 40여 명의 스코틀랜드 기사단이 떠날 준비를 마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면사포를 쓴 에반젤린 공주가 로렌스를 따라 궁전 마당으로 나오자 백마 한마리가 다가와 앞발을 들고 히히힝 거렸다.

 

  이를 본 에반젤린 공주가 백마를 향해 외쳤다.

 

  "란슬롯!"

 

  란슬롯은 에반젤린 공주가 면사포를 썼음에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란슬롯은 에반젤린 공주가 공주의 처소에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한듯 앞발을 들고 히히힝 거리며 그녀를 반겼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러한 란슬롯이 기특한 듯 등을 쓰다듬었다.

 

  "란슬롯, 내 걱정 많이 했니? 이제 내가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바로 이때였다.

 

  "란슬롯은 저보다 레이디를 훨씬 더 따르니, 레이디께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공주님께서 제게 선물한 말이니, 부담없이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등뒤에서 들려온 소리였지만, 너무나 귀에 익은 목소리였기에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리처드였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를 마주 대하기가 부담스러워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리처드 경의 호의를 감사히 받겠어요."

 

  그러고는 대뜸 물었다.

 

  "그런데, 리처드 경이 왜 여기에 있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의 호위기사인 리처드가 어째서 스코틀랜드 기사단과 함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물은 것이다.

 

  이때 로버트 왕자가 리처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리처드 경에게 스코틀랜드로 따라와 잉글랜드 공주를 호위해줄 것을 부탁하였소."

 

  "왕자님의 뜻이었군요. 알겠습니다."

 

  로버트 왕자가 란슬롯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출발할 것이니, 어서 말에 타시오."

 

  에반젤린 공주가 란슬롯에 올라타자 로버트 왕자가 손을 들며 명령을 내렸다.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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