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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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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06 20:03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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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안을 돌아다니며 라티안스를 찾던 지유는 라티안스를 서재에서 찾았다.

 책을 열정적으로 바라보는 라티안스를 방해하기 조금 미안했으나, 지유는 그에게 다가갔다.

 지유가 라티안스의 등을 톡톡 치자, 라티안스는 그제야 누가 왔다는 걸 눈치채고 뒤를 돌아봤다.

 

 “지유? 무슨 일이야?”

 

 “라티안스 씨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묻고 싶은 거?”

 

 “라티안스 씨는, 로드로써 살아가고 싶나요?”

 

 “…로드로써 살아가고 싶냐고?”

 

 “네. 정작 라티안스 씨의 생각을 듣지 못해서요. 라티안스 씨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건가요?”

 

 지유의 물음에 라티안스는 책을 내려놓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로드로 태어나, 로드가 되는 것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저 그렇게 태어났으니,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인 줄 알았다.

 

 “…지금은 잘 모르겠어. 난 그저 로드로 태어나 로드로 살아왔으니까.”

 

 “그렇겠네요….”

 

 “하지만…. 새롭게 그대의 말 덕분에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생각해요?”

 

 “그래. 내가 하고 싶은지, 아닌지. 그걸 중심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얻었어.”

 

 라티안스는 웃으면서 다시 책을 들었다. 지유는 그 책의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뱀파이어의 기원이라니, 뱀파이어가 읽을만한 책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 책을 읽고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집중한 라티안스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용히 서재에서 나왔다.

 라티안스는 지유가 서재에서 나가는지도 모르고 책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아무리 책을 봐도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쓰여 있을 리가 없나…….”

 

 뱀파이어의 기원이라고 쓰여 있긴 했지만 두루뭉술하고 입으로 전해져오는 소문 같은 것만 잔뜩 적혀 있었다.

 대부분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뿐이라, 라티안스가 원하는 건 쓰여 있지 않았다.

 라티안스는 잠시 책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켜며 시계를 확인했다.

 

 “이런, 벌써 잠들 시간이 훨씬 지났군.”

 

 벌써 새벽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원하는 걸 알아내기 위해 조사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도 챙겨야 했다.

 라티안스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도를 걸으며 지유가 낮에 한 말을 떠올렸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것은 자신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로드로 태어났고, 로드로 사는 것밖에 생각하지 못한 삶이었다.

 뱀파이어 로드가 아닌 자신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왜냐면 자신이 뱀파이어 로드였으니까.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뱀파이어 로드인 자신이 아닌 다른 뱀파이어가 로드가 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된다면…….”

 

 그때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은 거지?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존재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운 문제였다. 라티안스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밤은 깊었고 생각도 그에 따라 깊어졌다. 로드가 되고 싶은가, 아닌가.

 그것은 라티안스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그저 로드로 태어났기에, 로드로써 살아가기를 결심했다.

 

 ‘지금은…. 지금은 내 의지가 가장 중요해.’

 

 내가 내 뜻으로 로드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나를 따라올 뱀파이어들이 있을까?

 라티안스는 침대 위에 누웠음에도 한참이나 잠 못 들고 생각에 빠졌다.

 그렇게 날이 밝고, 라티안스는 결국 한숨도 못 잔 채로 침대 위에 앉아 밝아오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뱀파이어 로드라…….”

 

 이 세계를 사랑하는 건 여전히 변함없었다. 뱀파이어 로드가 아니어도 자신은 이 세계를 사랑했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 세계를…. 자신의 손으로 지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 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뱀파이어 로드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원하는 건 많지 않다. 그저 평화로운 뱀파이어 세계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뱀파이어 로드가 되는 이유로는 사소하고 보잘것없지만, 그걸로도 괜찮지 않을까.

 그저 내가 이 세계를 지키고 싶고, 뱀파이어 로드가 되고 싶다는 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풀어낸 것처럼 라티안스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침 해가 떠오르며 방 안이 밝아지며 상쾌한 기분이었다.

 

 “그래. 나는 로드가 되고 싶어.”

 

 

 고민한 게 무색할 정도로 확실하고 확연한 감정이었다.

 라티안스는 웃으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어느 날보다 개운한 아침이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어도 이상할 정도로 몸이 가뿐했다.

 라티안스는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한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모두에게 자기 뜻을 전해야 했다. 그래야 그들도 자신을 따라올지 아닐지 결정할 테니까.

 아침을 먹기 위해 모인 그들을 보며 라티안스는 잠시 식탁 앞에 섰다.

 

 “아침 먹기 전이지만 할 이야기가 있으니 들어줘.”

 

 “뭔가요?”

 

 “내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어. 나는 로드가 될 자격이 있나. 로드로써 어울리나.”

 

 “…….”

 

 “그런 것만 생각했는데 지유가 그러더군. 로드가 되고 싶은거냐고.”

 

 라티안스는 말하며 자연스럽게 지유를 바라봤다.

 지유는 한결 편안해진 라티안스의 표정을 보며 그가 어떠한 결론을 내렸다고 확신했다.

 그게 어떤 결론이든, 자신은 라티안스의 뜻을 따를 것이다.

 물론 여기 모인 뱀파이어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라티안스는 잠시 할 말을 생각하듯 말이 없다 다시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계속 생각해봤어. 나는 로드가 되고 싶은가, 되고 싶지 않은가를.”

 

 “결론은 뱀파이어 로드가 되고 싶으신 겁니까?”

 

 “…그래. 내 대답은 되고 싶다는 거였어. 로드가 돼서 이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고 싶다고.”

 

 “그렇다면 제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저는 로드를 따를 겁니다.”

 

 “베일리 말에 찬성. 저희는 언제나 로드의 편이라고요.”

 

 “우린 로드가 그 말을 하는 걸 기다려왔다고요.”

 

 “그럼 우리도 로드를 로드로 추천해볼까?”

 

 의욕 넘치는 그들의 모습에 라티안스는 자신의 걱정이 너무 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들은 자신이 블러드 로즈 없이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따라온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겨우 자신 하나 흔들린 것으로 무너질 일 없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라티안스는 웃으면서 자리에 앉으며 자신감에 가득 찬 이들을 둘러봤다.

 

 “나는 결격 사유가 많은 로드야. 그런 나를 로드로 추천하는 데에는 많은 힘이 들겠지만…. 잘 부탁해.”

 

 “오히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로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갑시다!”

 

 “나중에 로드하기 싫었다고 말 바꾸기 없기입니다?”

 

 장난스러운 말들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덜어내려는 그들의 모습에 지유는 작게 웃었다.

 라티안스 씨라면 분명 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헤레이스처럼 자신의 욕망이 아닌, 이 세계를 위한 마음은 분명 다른 뱀파이어들의 마음도 움직일 것이다.

 지유는 라티안스와 다른 뱀파이어들을 보며 확신했다.

 분명 로드는 라티안스가 될 것이고 라티안스를 지키는 이들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잘됐다.’

 

 반발하는 뱀파이어들도 있겠지만, 분명 라티안스를 따르는 뱀파이어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라티안스와 함께할 뱀파이어가 모이고 모이다 보면 헤레이스는 로드가 되지 못할 것이다.

 만약, 라티안스가 뱀파이어 로드가 되면 헤레이스는 어떻게 되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하던 지유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할 필요 없어. 나랑 관계없잖아.’

 

 그래, 헤레이스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라티안스만 신경 쓰기에도 벅찼다.

 이제는 적이 된 사이니 그를 걱정하기보다는 적대해야겠지.

 하지만 한 번 만난 사이여서 그런지 그렇게 쉽게 미워할 수가 없었다.

 지유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추며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라티안스가 로드가 되기로 마음을 정하자 일이 척척 진행됐다.

 베일리가 대표로 귀족들에게 가 라티안스를 로드로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헤레이스의 귀까지 들어가기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흐응─, 결국 로드가 되기로 결심했나 보네. 너무 늦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습니까? 저는 보통이라고 생각하는데…….”

 

 “늦어도 너무 늦어. 이미 귀족의 반은 내 편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모를 겁니다. 제가 그들을 입단속 시켜놨거든요.”

 

 “이미 승패는 났는데 희망을 품고 열심히 하는 모습, 꽤 재미있겠네. 안 그래?”

 

 헤레이스는 키득거리면서 소파에 기대 앉아 피로 가득 찬 와인잔을 들었다.

 햇빛에 비쳐 난반사 하는 와인잔을 보며 헤레이스는 꿈결을 걷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렌도크는 그런 헤레이스를 보다 창밖을 바라봤다.

 

 ‘희망을 품고 열심히 해봤자…. 이미 승패는 났습니다. 라티안스.’

 

 이 세계는 이제 당신의 것이 아닌 헤레이스의 것이 될 겁니다.

 절대자가 선택한 당신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뱀파이어가 로드가 될 겁니다.

 귀족들이 가장 싫어하는. 밑바닥에서 태어난 헤레이스가 이 세상을 쥐는 모습을 똑똑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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