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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로버트 왕자의 접견 요청
작성일 : 18-04-06 12:00     조회 : 467     추천 : 1     분량 : 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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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의 처소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걱정하지 않던 안젤리카 왕비의 신변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다.

 

  '레이디 제인이 왕비의 자리를 노리고 어머님과 나를 모함한 것이 틀림없어. 만약 내가 스코틀랜드로 떠나 삼년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를 빌미삼아 레이디 제인이 끊임없이 어머님을 모함할 텐데, 어쩌지?'

 

  에반젤린 공주는 마이클 왕이 자신을 보내주면 로버트 왕자에게 몸을 의탁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처럼 자신이 행방불명된 채로 장기간 궁전을 떠나 있으면 레이디 제인이 안젤리카 왕비를 계속 모함할까봐 걱정되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레이디 제인의 모함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내느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생각에 잠겼다.

 

  고심 끝에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에반젤린 공주가 손뼉을 치며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 맞아. 내가 스코틀랜드에서 일인이역을 하면 되겠구나......"

 

  일인이역이란 에반젤린 공주 자신의 역할과 자신의 친구인 레이디 역할, 두 사람의 역할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문득 레이디 제인이 엿듣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중얼거리던 것을 멈춘 후 혼자 생각했다.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에든버러 궁전 밖에 거처를 마련해 달라해서 가끔씩 공주의 역할을 한다면, 아버님께서 더 이상 걱정하시지 않으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머님의 신변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야.'

 

  바로 이때 레이디 제인이 처소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스코틀랜드에서 일인이역을 하시다니요, 레이디께선 대체 무슨 꿍꿍이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레이디 제인이 처소 밖에서 에반젤린 공주가 중얼거린 말을 엿듣고 들어와 물은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레이디 제인을 바라보았다.

 

  "레이디 제인은 남의 말을 엿듣는 취미가 있는 모양인데, 스코틀랜드에서 일인이역을 하겠다는 말이 뭐가 잘못되었죠?"

 

  "레이디께서 스코틀랜드에서 일인이역을 하시겠다는 것은 국왕 폐하를 속이시려는 것이 아닙니까?"

 

  "내가 스코틀랜드에서 일인이역을 하겠다는 말은 공주님의 친구 역할과 왕비님의 딸 역할을 하겠다는 말이었어요. 그게 무슨 잘못인가요?"

 

  조금의 지체도 없이 해명한 에반젤린 공주의 말에 레이디 제인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레이디 제인이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듯 물었다.

 

  "정말 그런 뜻으로 스코틀랜드에서 일인이역을 하시겠다 말씀하셨습니까?"

 

  "그래요."

 

  에반젤린 공주가 단호하게 말하자 레이디 제인은 할 말이 없어져 이 한마디만 덧붙였다.

 

  "여하튼 레이디께서 스코틀랜드에서 일인이역을 하시겠다고 혼잣말로 말씀하신 것을 국왕 폐하께 보고드릴 것입니다."

 

  "국왕 폐하께 그런 하찮은 일을 보고하시겠다니, 어지간히 할 일이 없으신가 보군요. 마음대로 하세요. 저도 국왕 폐하를 뵈면, 레이디 제인이 남의 말을 엿듣는 취미가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릴 생각이니까요."

 

  레이디 제인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국왕 폐하께서는 저를 가장 신임하시니, 레이디께서 저에 대해 나쁘게 말씀하셔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두고 보지요."

 

  레이디 제인은 에반젤린 공주와 더 이상 말해봤자 아무 것도 얻는 게 없을 것 같아 인사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바로 이때 에리카가 들어와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레이디께 좋은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스코틀랜드 왕자께서 국왕 폐하께 레이디를 접견할 것을 요청해 국왕 폐하께서 받아들이셨습니다. 곧 스코틀랜드 왕자께서 레이디를 접견하러 오실 것이니, 준비하소서."

 

  로버트 왕자를 접견한다니, 에반젤린 공주는 기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때 레이디 제인이 불만에 찬 얼굴로 끼어들었다.

 

  "에리카, 폐하의 처소에 있어야 할 네가 어찌 여기로 온 것이냐?"

 

  에리카가 미소를 지었다.

 

  "저는 폐하의 명령을 받고 스코틀랜드 왕자님께서 레이디를 접견하러 오신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러 온 것입니다."

 

  레이디 제인이 마이클 왕의 처소 쪽을 가리키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임무가 끝났으면 어서 폐하의 처소로 돌아가지 않고 뭣하느냐?"

 

  "폐하께서 저더러 스코틀랜드 왕자님의 시중을 드라 하셨으니, 왕자님께서 레이디를 접견하시고 떠나실 때까지 이곳에서 시중을 드는 것이 저의 임무인걸요."

 

  "흥, 내가 폐하께 다른 시녀가 스코틀랜드 왕자님의 시중을 들도록 조치할 것이니, 너는 폐하의 처소로 돌아갈 생각이나 하거라."

 

  레이디 제인이 처소를 떠나자 에리카가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속삭였다.

 

  "엿듣기 좋아하는 레이디 제인이 레이디와 스코틀랜드 왕자님의 말씀을 엿들을지 몰라, 제가 폐하의 처소로 가게 될 것에 대비해 안나와 샐리에게 레이디 제인이 엿들으면 발소리로 신호를 보내라 이야기해 놓겠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에리카의 손을 잡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좋은 생각이야. 에리카, 고마워."

 

  "아무 것도 아니예요.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를 위하는 것이 곧 공주님을 모시는 저희들의 임무인걸요."

 

  에반젤린 공주가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에리카의 충성심, 공주님께 꼭 전해드리겠어. 에리카, 건투를 빌께."

 

  에반젤린 공주는 에리카가 레이디 제인에게 시달릴까봐 건투를 빈다고 말한 것이다.

 

  "공주님을 뵈면 제 안부를 꼭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레이디께서 건투를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을 하고 에리카는 20여일째 행방불명인 에반젤린 공주가 걱정되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에반젤린 공주가 손수건으로 에리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에리카, 공주님께 네 안부를 꼭 전해줄께. 또한 공주님께선 지금 잘 계시니, 걱정하지마."

 

  에리카는 문득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녀가 에반젤린 공주와 꼭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이디께선 얼굴만 빼고 공주님과 쌍둥이처럼 꼭 닮으셨군요!"

 

  허리까지 내려오는 황금빛 금발부터 피부와 몸매는 물론이고, 얼굴 크기, 콧날, 입술, 귀, 목, 심지어 손가락까지 에반젤린 공주와 쌍둥이처럼 꼭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녀가 에반젤린 공주이니 쌍둥이처럼 꼭 닮을 수 밖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은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공주님과 닮은 점이 많아. 에리카는 정말 눈썰미가 좋은 걸."

 

  그러고는 뭔가 떠오른 듯 에리카에게 말했다.

 

  "스코틀랜드 왕자를 접견할 때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면 좋겠는데, 면사포를 구해주겠어?"

 

  "네, 지금 당장 면사포를 구해오겠습니다."

 

  에리카가 처소 밖으로 나가더니 금방 돌아왔다.

 

  그 사이 면사포를 구해온 것이다.

 

  에리카가 면사포를 건네주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가 회상에 젖은 듯 한마디 내뱉고는 말을 멈추었다.

 

  "이 면사포는......"

 

  에리카가 건네준 면사포는 에반젤린 공주가 이전에 로버트 왕자를 접견했을 때 썼던 면사포였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 면사포는 내가 이전에 로버트 왕자를 접견했을 때 썼던 것이로군'이라 말하려다 에리카를 의식해 말을 멈춘 것이다.

 

  "공주님께서 쓰시던 면사포인데, 면사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아니야, 면사포를 구해오느라 수고했어. 고마워, 에리카."

 

  바로 이때 처소 밖에서 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디, 지금 막 로버트 왕자께서 레이디께 접견을 청하셨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재빨리 면사포를 쓰고 나서 말했다.

 

  "어서 로버트 왕자를 안으로 모셔라."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에반젤린 공주 자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어느때보다도 로버트 왕자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설레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로버트 왕자가 들어와 에반젤린 공주에게 인삿말을 건넸다.

 

  "레이디, 나는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왕자요. 처음 뵙겠소."

 

  "로버트 왕자님, 저는 공주님의 친구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치마 끝을 들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서 감사를 표시했다.

 

  "저를 구해주시기 위해 이곳까지 와주신 왕자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로버트 왕자는 멍한 얼굴로 에반젤린 공주가 쓴 면사포를 바라보며 물었다.

 

  "레이디, 한가지만 묻겠소. 내가 지난 번 공주께 청혼하러 왔을 때 공주를 대신해 나를 접견했던 사람이 그대가 아니었소?"

 

  로버트 왕자는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그녀의 몸매가 에반젤린 공주와 똑같은 것을 보고 알아차린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지난 번에 제가 왕자님을 접견했을 때 공주님의 행세를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바입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당황한 로버트 왕자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오. 사과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요. 그때 내가 레이디께 무례를 범하는 말을 했으니,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바이오."

 

  로버트 왕자는 그때 그녀의 외모를 비하하는 말을 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려 진심으로 사과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 얼굴이 못생긴 것은 사실이니, 왕자님께선 더 이상 지난 일에 마음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순간 침묵이 흘렀다.

 

  로버트 왕자도 에반젤린 공주도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흐르던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로버트 왕자였다.

 

  "내가 이미 잉글랜드 국왕 폐하를 접견해 그대를 스코틀랜드로 보내줄 것을 청해봤지만, 폐하께선 잉글랜드 공주의 행방을 찾을 때까지는 그대를 보내줄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그대가 잉글랜드 공주의 행방을 안다면, 내게만 귀뜸해줄 수 없겠소?"

 

  행방불명되었다는 에반젤린 공주가 걱정된 로버트 왕자의 얼굴은 근심이 서려 있었다.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오른 에반젤린 공주가 로버트 왕자에게 속삭였다.

 

  "왕자님께서 저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 주신다면 공주님께서 저를 만나러 나타나실 테니, 일단 저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 주세요."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여 속삭였다.

 

  "국왕 폐하께 제가 공주님과 스코틀랜드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저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 공주님을 찾아내겠다 말씀하시면, 국왕 폐하께서는 틀림없이 저를 보내주실 거예요."

 

  "좋소. 레이디의 말대로 하겠소."

 

  바로 이때 처소 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에반젤린 공주가 로버트 왕자의 귀에 속삭였다.

 

  "왕자님, 방금 처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는데, 공주님의 시녀가 지금 레이디 제인이라는 시녀장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왕자님께서 문을 열어보신다면 제 말이 맞다는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로버트 왕자는 어의가 없다는 듯 흥분한 얼굴로 에반젤린 공주에게 속삭였다.

 

  "내가 확인해 보고 오겠소."

 

  흥분한 로버트 왕자가 방문을 확 열어젖히는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레이디 제인이 비명을 질렀다.

 

  "아야!"

 

  에반젤린 공주의 말대로 레이디 제인이 엿듣고 있다가 로버트 왕자가 문을 열어젖히자 이마를 부딪혀 비명을 지른 것이다.

 

  로버트 왕자는 호통을 치려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이마를 매만지는 레이디 제인을 보자 얼굴에 상처가 났는지 걱정이 되어 물었다.

 

  "괜찮으시오?"

 

  "괜찮습니다."

 

  로버트 왕자가 다짜고짜 물었다.

 

  "대체 여기서 뭣하고 계셨던 것이오? 내가 레이디와 나눈 말을 엿들은 것이 아니오?"

 

  레이디 제인이 고개를 저으며 변명했다.

 

  "시녀장인 제가 귀한 손님이신 스코틀랜드 왕자님의 말씀을 엿들을 리가 있겠습니까? 왕자님께서 레이디와의 접견을 끝내시고 나오시기를 기다리던 중이었을 뿐이니, 오해마시기......"

 

  손을 내저으며 레이디 제인의 말을 자른 로버트 왕자가 마이클 왕의 처소 쪽을 가리켰다.

 

  "그 이야기는 그만 하시오. 국왕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 접견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오."

 

  레이디 제인은 엿듣다 발각된 것이 무사히 넘어갔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님을 국왕 폐하께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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