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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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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04 19:30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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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티의 대답에 지유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새로운 뱀파이어 로드를 선택하는 건 이들이지 자신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뱀파이어들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받아드릴 수밖에 없겠지.

 

 ‘라티안스 씨도 이런 기분일까.’

 

 막막함과 동시에 이들의 선택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답함.

 자신의 의지도, 자기 생각도 없이 그저 대답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을 알기에 무력해지는…. 이 기분은 별로 좋은 것은 아녔다.

 지금 일과 아무 상관없는 자신조차도 이런데 라티안스는 더 심하겠지.

 

 ‘라티안스 씨는…. 어떤 걸까. 로드이고 싶은 걸까, 아니면 로드이고 싶지 않은 걸까.’

 

 지유는 가장 중요한 라티안스의 의지를 묻지 않았던 것을 깨닫고 아직 답을 내기엔 이르다고 생각했다.

 라티안스 씨가 로드이고 싶은가, 아니고 싶은가가 가장 중요했다.

 절대자가 정해준 로드여도, 로드이고 싶다면 뱀파이어들이 그를 뽑게 만들면 되니까.

 결정 난 건 아무것도 없다. 모두 다 내 예상뿐이며 진실을 들은 건 없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건…….

 

 “헤레이스 씨….”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지유 양?”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샤티 씨, 저 오늘은 조금 바빠서! 아침은 혼자 드세요!”

 

 “바쁘다니요. 아침부터 어디 가시는 겁니까?”

 

 “죄송해요! 돌아와서 말씀드릴게요!!”

 

 지유는 뒤에서 샤티가 부르는 것도 무시하고 정원을 향해 달려갔다.

 거짓말을 할지도 몰라. 어쩌면 나조차 보려고 들지 않을지도 몰라.

 목숨을 위협당할 수도 있어. 납치당할지도 모르지. 온갖 부정적인 가정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헤리이스 씨를 믿어보자.

 그가 보여준 것들이 전부 거짓은 아닐거야. 단 한 조각의 진심이 분명 있을 거야.

 

 ‘무모한 짓이라고 다들 그러겠지만….’

 

 그와 누군가 직접 말해본 것도 아니잖아. 언제까지고 떠도는 소문에 의지할 수 없어.

 괜찮아. 이곳은 성안이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근처에는 기사들도 있고, 안전해.

 그러니까 헤레이스의 진심을 들어보고 싶어. 내 상상만으로 억측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정원으로 뛰어온 지유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정원 안의 집으로 걸어갔다.

 헤레이스를 만나고 싶다,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이곳이었다.

 지유는 조심스럽게 집 문을 열며 아직 어두운 집 안을 살폈다.

 

 “…헤레이스 씨?”

 

 아무도 없는 걸까.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을 내딛자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지유가 빠르게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헤레이스가 서 있었다.

 헤레이스는 조금은 무뚝뚝한 얼굴로 지유를 내려다봤다.

 도대체 이 여자가 왜 여기 서 있는 거지? 헤레이스는 어이없는 얼굴을 감추며 입을 열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블러드 로즈?”

 

 “헤레이스 씨와 이야기 하고 싶어서 왔어요.”

 

 “저와 이야기를요…? 알겠습니다. 들어오시죠.”

 

 헤레이스가 문을 활짝 열며 집 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쫓아 지유가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그 때봤던 것처럼 여전히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가구들로 가득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긴장됐다. 집 안이 추워서 그런 것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집안이 기괴스럽게 보였다.

 지유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고, 헤레이스는 여느 때와 같이 차를 타서 지유 앞에 내려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마시고 앞을 바라보자 헤레이스는 비소를 지었다.

 

 “제가 차에 독이라도 탔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마시십니까?”

 

 “아…….”

 

 “거짓말입니다. 그런 치졸한 수법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나저나,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셨죠?”

 

 “이야기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블러드 로즈님께서는 소문에 둔감하신 겁니까? 저는 로드를 배신했다고 다들 알려주지 않았나요.”

 

 “…다들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헤레이스 씨에게 직접 듣지 않았잖아요.”

 

 “…….”

 

 “헤레이스 씨는, 정말로 로드가 될 건가요?”

 

 “여러가지로 아둔하신 분이군요. 당연합니다. 저는 로드가 될겁니다.”

 

 “그렇다면 저에게 이제껏 해온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던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

 

 “당신이 듣고 싶어 했던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저는 당신에게 진실을 말했던 적이 없습니다.”

 

 “헤레이스 씨…….”

 

 “단순히 당신을 이용하고 싶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

 

 “실망하셨나요? 믿었던 자에게 배신당한다는 건 그런 거죠. 그러니 함부로 누군가를 믿지 마세요.”

 

 헤레이스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지유를 바라봤다.

 지유는 처참한 기분으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는 게 아니었는데.

 단 한 순간이라도 진실했던 적이 없었던 거다.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지유는 집에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헤레이스를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어째서 로드가 되려고 하는 건가요?”

 

 지유의 질문에 헤레이스는 기가 찼다. 어째서라니, 그런 걸 묻고 싶은 기분인걸까?

 어째서 배신했냐고, 왜 거짓말을 했냐고 물어도 모자랄 판국에 그런 게 궁금한 건가?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말하려던 헤레이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궁금하다면 알려주지 못할 이유도 없지. 헤레이스는 입꼬리만 들어 웃었다.

 

 “저는 투기장에 팔려 어린 시절을 보낸 뱀파이어입니다. 그런 뱀파이어가 로드가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재미?”

 

 “그렇게 천대하고, 손가락질하던 하위계층이 자신들의 머리 꼭대기에 서는 겁니다.”

 

 “…….”

 

 “그것만큼 유쾌한 일은 없겠죠. 제 대답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만 나가세요.”

 

 나가라는 그 말에 지유는 더 반문 없이 집에서 나갔다.

 지유가 나가자 문은 닫혀버렸고 지유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아기자기한 집을 바라봤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고작 그런 이유로 로드의 자리에 앉으려는 걸까.

 그렇다면 결국, 라티안스가 지키려 애썼던 세계는 다시 엉망이 될 것이다.

 지유는 마지막으로 헤레이스에게 인사했다. 이게 마지막이 될 것이다.

 다시 당신과 만나게 되는 때는 분명 적으로 만나게 될 테니까.

 

 “잘 있어요, 헤레이스 씨. 그동안 고마웠어요.”

 

 지유는 인사를 하고 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집 안에서 지켜보던 헤레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쓸데없는 행동을 해서는 기분만 싱숭생숭해졌잖아…….

 

 “싱숭생숭하다는 표정 짓고 있습니다.”

 

 “마음대로 훔쳐보지 마.”

 

 “제가 근처에서 늘 지켜본다는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알고 있는 거랑 직접 보는 거랑 다르다는 건 네가 더 잘 알잖아.”

 

 “저는 잘 모르겠군요. 그나저나…. 꽤 여러가지 이야기 하셨습니다.”

 

 “말 못 할 것들은 아니었잖아.”

 

 “그러다가 당신이 재미로 로드의 자리에 앉으려고 한다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럴 일 없어. 아까 봤잖아? 아무 의심 안 하고 집에 들어오는 것부터 해서. 경계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거.”

 

 “흠…….”

 

 “그렇게 걱정되면 나 말고 그 여자를 감시하던가.”

 

 “…그래야겠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에 제발 쓸데없는 말 하지 마세요.”

 

 “네, 네.”

 

 렌도크가 모습을 감추자 헤레이스는 그제야 소파에 앉아 편히 쉴 수 있게 됐다.

 지유가 나타나고 나서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들키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또 썼으나, 자꾸만 벗겨지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가면을 자꾸 벗기려는 지유가 무서워서 홧김에 해도 되지 않을 말까지 해버렸다.

 

 “진심이라…….”

 

 전부다 거짓말이었다고, 너를 속인 것뿐이라고 얘기했지만. 전부 거짓말은 아녔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진실은 존재했었다. 진심으로 내뱉은 이야기도 있었다.

 칼을 부딪치며 보인 모든 말들은 전부 진심이었다. 칼은….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그것을 그녀도 느꼈기에 자신의 말을 들으러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거겠지.

 

 “하여간에…. 못 말리겠다니까.”

 

 지금 느껴지는 이 고통은 분명 며칠간 가만히 있어서 느껴지는 고통일 것이다.

 금방 사라질 고통이니까…. 별 것 아닌 아픔이니까.

 그러니까 지금만큼은 모르는 척하자. 이게 무슨 감정인지, 나는 모르는 거야.

 한편, 지유는 식당으로 돌아가 늦은 아침을 먹으며 씁쓸한 마음 역시 목 안으로 삼켰다.

 

 “그래. 언제까지고 침울하게 있을 수는 없어.”

 

 라티안스를 만나 그가 원하는 것을 듣고, 그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

 비록 내가 그를 완벽하게 할 수는 없어도, 그가 행복하게 할 수는 있으니까.

 지유는 그렇게 다짐하며 마지막 남은 빵을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게 다른 뱀파이어를 위한 일이기도 할 테니까.

 지유는 식당에서 나와 라티안스를 찾아 성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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