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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에반젤린 공주를 심문할 것을 허락하다
작성일 : 18-04-04 08:00     조회 : 480     추천 : 1     분량 : 6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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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제인이 마이클 왕의 귀에 속삭였다.

 

  "공주님의 심복 시녀인 에리카가 왕비님과 공모한 것 같으니, 일단 에리카를 폐하의 처소에서 시중들도록 하여 왕비님과 떼어놓으소서."

 

  레이디 제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마이클 왕이 에리카에게 말했다.

 

  "에리카, 너는 공주가 돌아올 때까지 내 처소로 와서 시중들도록 하거라."

 

  마이클 왕의 갑작스러운 명령을 받은 에리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찌하여 갑자기 그와 같은 명령을 내리시는 것인지요."

 

  레이디 제인이 에리카의 말을 잘랐다.

 

  "에리카, 감히 폐하의 명령을 따지려 하는 것이냐? 지금 당장 폐하의 처소로 가서 대기하고 있거라. 네가 할 일은 나중에 말해주겠다."

 

  이때 안젤리카 왕비가 처소에서 나와 마이클 왕에게 인사를 한 후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에리카는 저와 공주가 아끼는 시녀인데, 어째서 갑자기 에리카를 폐하의 처소로 이동시키려 하시는 것입니까?"

 

  흥분해 있는 마이클 왕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그 이유를 몰라서 물으시오? 공주의 심복 시녀인 에리카와 왕비께서 공모해 공주의 행방을 숨긴 사실을 내가 모를 줄 아시오?"

 

  순간 세 사람의 시선이 레이디 제인을 향했다.

 

  세 사람 모두 마이클 왕이 레이디 제인의 거짓말에 속아 이와같은 터무니 없는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것이다.

 

  안젤리카 왕비가 시선을 레이디 제인에게 향하며 말했다.

 

  "레이디 제인이 폐하께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한 모양인데, 폐하께서 레이디 제인에게 들으신 말씀을 해주시면, 레이디 제인의 말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임을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이때 에반젤린 공주도 에리카를 가리키며 말했다.

 

  "에리카는 잘못이 없습니다. 실은 방금전에 레이디 제인이 왕비님의 처소에서 엿듣다가 에리카에게 발각되어 왕비님께 혼이 났었는데, 그 일에 대한 보복으로 왕비님과 에리카를 모함한 것 같으니, 부디 왕비님의 결백을 믿어주소서."

 

  마이클 왕이 레이디 제인에게 물었다.

 

  "그대가 왕비의 처소에서 엿들은 일이 있었소?"

 

  "왕비님을 잘 모셔야할 제가 어찌 왕비님의 말씀을 엿듣겠습니까? 다만, 왕비님께서 레이디와 말씀을 나누시므로 방문 앞에서 기다릴때 왕비님께서 갑자기 방문을 열어 제 머리가 부딛친 일은 있습니다만..... 오해일 뿐입니다."

 

  레이디 제인은 이렇게 시치미를 떼고 나서 마이클 왕의 귀에 속삭였다.

 

  "왕비님께서 공주님의 행방을 말씀하시지 않으실 모양입니다. 공주님의 친구인 레이디와 왕비님께서 공모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왕비님과 레이디께서 따로 지내셔야 할 것 같은데, 일단은 레이디를 다른 곳으로 모신 후 심문해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 왕은 레이디 제인의 말만 들을 뿐, 안젤리카 왕비의 말도 에반젤린 공주의 말도 들으려하지 않았다.

 

  "내가 레이디에게 물어볼 것이 있으니, 공주의 처소로 오도록 하라."

 

  레이디 제인은 마이클 왕이 자신의 뜻대로 명령을 내리자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폐하의 명령대로 레이디를 공주님의 처소로 모실 터이니, 따라오세요."

 

  레이디 제인의 모함으로 졸지에 마이클 왕의 심문을 받을 처지가 된 에반젤린 공주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마이클 왕과 안젤리카 왕비에게 차례로 인사했다.

 

  "폐하, 저는 이만 공주님의 처소로 가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왕비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안심하라는 뜻으로 안젤리카 왕비에게 살며시 눈짓을 보냈다.

 

  '어머님, 저는 괜찮을 것이니, 안심하세요.'

 

  레이디 제인이 따라오라 손짓하며 처소를 나서자 에반젤린 공주도 따라나섰다.

 

  마이클 왕이 처소를 나선 에반젤린 공주를 가리켰다.

 

  "공주의 친구인 저 아이를 먼저 심문한 후 왕비와는 나중에 이야기하겠소."

 

  에반젤린 공주를 심문한 후 안젤리카 왕비를 심문하겠다는 말이었다.

 

  레이디 제인의 거짓말에 속은 마이클 왕은 에반젤린 공주는 물론 안젤리카 왕비까지 심문해 공주의 행방을 알아낼 작정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소."

 

  마이클 왕이 처소를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폐하, 잠깐만 기다려 주소서!"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가 마이클 왕에게 심문당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나선 것이다.

 

  안젤리카 왕비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폐하, 에바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에바에게 심문하실 것이 있으시다면, 부디, 저를 심문하소서."

 

  마이클 왕은 손을 내밀어 안젤리카 왕비를 일으켜 세운 후 말했다.

 

  "왕비께서 공주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주시오. 그럼, 그 아이를 심문하지 않겠소."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가 심문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폐하께 공주의 행방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이클 왕은 에반젤린 공주의 행방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어 안젤리카 왕비를 재촉했다.

 

  "어서 말씀해 보시오."

 

  안젤리카 왕비는 뭐라 말해야할지 생각을 정리한 후 말하기 시작했다.

 

  "공주가 궁전을 떠나기 전에 작별인사차 저를 찾아왔을 때, 제가 어디로 갈 것이냐 묻자 공주는 스코틀랜드 왕자에게 몸을 의탁할 것이란 말을 했었습니다. 그때 공주는 저에게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긴다면 저를 찾아오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여지껏 찾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지금은 스코틀랜드에 정착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폐하께 말씀드리지 않은 것은 이것 외에 저도 공주의 행방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 공주의 행방을 숨기려 했던 것은 아니니 부디, 통촉하여 주소서."

 

  "정말 왕비께서 아시는 것이 이뿐이오?"

 

  "그렇습니다."

 

  마이클 왕은 안젤리카 왕비의 말을 가만히 되새기더니 중얼거렸다.

 

  "공주가 스코틀랜드 왕자에게 몸을 의탁할 것이란 말을 했었다고? 그렇다면 공주는 지금 스코틀랜드에 있을지 모르겠군."

 

  그러고는 안젤리카 왕비를 나무랐다.

 

  "왜 내게 진작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소? 이 사실을 아시면서도 왕비께서는 공주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고 말씀하셨으니, 내게 거짓말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소?"

 

  "공주가 비밀로 해달라 신신당부했기에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폐하께 근심을 끼쳐 송구할 따름입니다."

 

  마이클 왕은 지난 일을 이제와서 따져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에 손을 내저었다.

 

  "지금은 공주의 행방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지난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소."

 

  "폐하께서 저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무사히 넘어갔다는 생각에 안젤리카 왕비가 속으로 안도하는 순간, 마이클 왕이 전혀 뜻밖의 말을 던졌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시오. 만약 공주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왕비께서 책임을 지셔야 할 것이오."

 

  책임을 지라는 말은 왕비의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말이었다.

 

  안젤리카 왕비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만약 공주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안젤리카 왕비는 울컥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결혼하기 전에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마이클 왕이 이처럼 냉정하게 말하자 말할 수 없이 서러웠지만, 오래전 왕비의 자리에 마음을 비운 터라 참을 수 있었다.

 

  "공주의 행방에 대해 더 하실 말씀이 없소?"

 

  "없습니다."

 

  "왕비께서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가보겠소."

 

  마이클 왕이 처소를 나서려는 순간, 안젤리카 왕비가 손을 들었다.

 

  "폐하! 잠깐만 기다려 주소서."

 

  처소를 나서려다 발걸음을 멈춘 마이클 왕이 물었다.

 

  "하실 말씀이 더 있소?"

 

  "폐하께서 공주의 행방에 대한 의문이 풀리셨다면, 제가 에바와 함께 있도록 허락하여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소. 곧 그 아이를 다시 왕비의 처소로 보내겠소."

 

  마이클 왕이 떠나자 안젤리카 왕비가 중얼거렸다.

 

  "에바가 곧 내 곁으로 돌아올 테니, 정말 다행이야."

 

  바로 이때 처소 밖에서 레이디 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주님의 친구이신 레이디를 공주님의 처소로 모셨습니다."

 

  레이디 제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젤리카 왕비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생각했다.

 

  '흥, 레이디 제인이 또 밖에서 엿들은 모양이군. 왕비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것이 오래지만, 에반젤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가 왕비 자리를 지켜야 하겠지.'

 

  처소 밖에서 안젤리카 왕비와 마이클 왕의 말을 엿듣던 레이디 제인은 마이클 왕이 처소 밖으로 나오자 마치 아무 것도 못들은 듯 말했다.

 

  "이제 레이디를 심문하시러 가시겠습니까?"

 

  "왕비가 공주의 행방에 대해 내게 모두 말했으니, 이제 심문할 필요는 없네."

 

  레이디 제인은 일부러 몹시 놀라는 척했다.

 

  "역시 왕비님께서는 공주님의 행방을 알고 계셨군요. 왕비님께서 어째서 공주님의 행방을 숨겨오셨을까요?"

 

  레이디 제인은 안젤리카 왕비가 공주의 행방을 숨겨왔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려고 모르는 척 물은 것이다.

 

  "왕비의 말로는 공주가 비밀로 해달라 신신당부해 내게 말하지 못했다더군. 왕비에게 공주의 행방을 말해주면, 공주의 친구인 레이디를 왕비의 곁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레이디 제인이 다시 그녀를 데려다 주도록 하시오."

 

  이 말을 듣자 레이디 제인은 새로운 거짓말을 생각해냈다.

 

  "왕비님께서 모르시는 것을 레이디께서는 아실지 모르니, 일단은 심문을 하신 후에 왕비님의 곁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레이디를 심문한다면 왕비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레이디 제인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가 폐하를 대신해 레이디를 심문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음...... 그 역시......"

 

  마이클 왕이 뭔가 말하려는 순간, 레이디 제인이 재빨리 말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주님의 행방입니다. 레이디께서 공주님의 행방을 감추고 계신 것이 있을지 모르니, 제가 예의를 갖추어 여쭈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이클 왕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레이디에게 공주의 행방을 물어본 후 왕비의 곁으로 돌려보내도록 하시오."

 

  이때 에반젤린 공주는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화장을 하지 않는 공주였지만, 새로 쓴 밀가루 가면이 피부색과 같아 보이도록 화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피부색이 흰눈처럼 하얀 공주가 하얀 밀가루 가면을 쓰니 별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피부색과 밀가루 색이 같을 수는 없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화장을 거의 마쳤을 무렵, 레이디 제인이 인기척도 없이 불쑥 들어왔다.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는 에반젤린 공주를 보자 레이디 제인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호호호...... 레이디께서도 화장을 하시는군요. 화장을 하셔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일 텐데요."

 

  화장대의 거울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린 에반젤린 공주는 레이디 제인을 가여운 듯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디 제인, 당신은 얼굴은 대단히 아름답지만, 마음은 독사처럼 냉정하군요. 난 마음을 곱게 쓰지 못하는 당신이 참 불쌍해요."

 

  전혀 예상치 못한 에반젤린 공주의 말에 레이디 제인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추녀로 변장한 에반젤린 공주를 놀리려 한 레이디 제인이 오히려 한방 먹은 셈이었다.

 

  레이디 제인은 무슨 생각인지 다시 웃었다.

 

  "호호호...... 레이디께서는 참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얼굴만 재미있게 생기신 것이 아니라 하시는 말까지 참 재미있으시니, 탄복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이 역시 추녀로 변장한 에반젤린 공주를 놀리는 말이었지만, 호락호락 당할 에반젤린 공주가 아니었다.

 

  에반젤린 공주도 웃었다.

 

  "호호호..... 난 레이디 제인이 독사처럼 냉정한 분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재미있다고 칭찬해 주시는 걸 보면, 그나마 따뜻한 구석도 있으시군요."

 

  에반젤린 공주가 재치있게 받아치는 말에 레이디 제인은 할 말이 없었다.

 

  이번에도 에반젤린 공주를 놀리려다 당한 레이디 제인은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콧방귀를 뀌었다.

 

  "흥, 제가 레이디를 칭찬한 것이 아닌데, 제 말을 잘못 알아들으신 것 같군요."

 

  에반젤린 공주가 미소를 지었다.

 

  "레이디 제인의 말은 못생긴 나를 놀리는 말이었지요. 난 다만, 레이디 제인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해본 소리였어요."

 

  말로는 에반젤린 공주를 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레이디 제인이 다시 웃었다.

 

  "호호호...... 레이디께서도 자신이 못생기셨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군요. 전 레이디께서 모르고 화장을 하시는 줄 알고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레이디 제인은 에반젤린 공주의 자존심을 건드려 기선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도 지지 않고 말했다.

 

  "내가 못생긴 것은 사실이니 충고로 받아들이지요. 하지만, 나도 한마디 말씀드리자면, 마음을 곱게 쓰지 못하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계속해서 말싸움에서 당한 레이디 제인은 화가 치밀어 신경질적으로 언성을 높였다.

 

  "누가 레이디한테 그 따위 충고를 해달라 했나요? 전 폐하의 명령을 받고 심문하러 온 것이니, 레이디께서는 지금부터 제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레이디 제인이 제풀에 화내는 꼴이 우스워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로 대답했다.

 

  "그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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