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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레이디 제인의 모함
작성일 : 18-04-03 10:00     조회 : 472     추천 : 1     분량 : 6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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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실에서 나온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안젤리카 왕비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원 세상에!"

 

  불과 한 시간 만에 이전과 똑같은 밀가루 가면을 만들어 쓰고 나온 에반젤린 공주의 완벽한 변장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젤리카 왕비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오자 마이클 왕이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왕비, 왜 그러시오?"

 

  잠시 당황한 안젤리카 왕비는 고개를 저었다.

 

  "별 것 아닙니다. 제 딸과 너무 닮아서요."

 

  그러고는 재빨리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어서 국왕 폐하께 인사올리거라."

 

  안젤리카 왕비의 말이 떨어지자 에반젤린 공주는 마이클 왕을 향해 치마 끝을 들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국왕 폐하께 인사올립니다."

 

  한 시간 만에 완벽하게 변장을 마친 에반젤린 공주가 기특하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인 안젤리카 왕비가 그녀를 가리키며 마이클 왕에게 말했다.

 

  "이 아이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소서."

 

  이때 마이클 왕은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든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와 똑같은 황금빛 금발, 똑같은 푸른눈, 똑같은 얼굴 윤곽, 똑같은 몸매......

 

  마이클 왕은 얼굴 외에는 모든 것이 에반젤린 공주와 똑같은 그녀를 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방금 안젤리카 왕비가 내뱉은 감탄사와 똑같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원 세상에! 얼굴을 빼곤 공주와 똑같군."

 

  안젤리카 왕비는 마이클 왕이 중얼거리는 말이 우스웠지만, 웃음 대신 미소를 지었다.

 

  "이 아이가 공주를 많이 닮아, 제가 친딸처럼 아끼고 있답니다."

 

  친딸처럼 아끼고 있다는 말에 딸 생각이 난 마이클 왕은 에반젤린 공주의 행방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에 대뜸 물었다.

 

  "네가 공주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데, 어서 공주의 행방을 알려다오."

 

  마이클 왕은 얼굴을 빼곤 딸과 모든 것이 똑같은 그녀에게 딸같은 친근감을 느껴 부탁조로 말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애타게 자신의 행방을 찾는 아버지가 안쓰러웠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존경하는 국왕 폐하께 참으로 송구하지만, 공주님께서는 지금 스코틀랜드 국경 근처에 계시다는 사실 밖에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마이클 왕은 그녀가 공주의 행방을 말해주지 않자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

 

  "국왕인 내 명에 불복종하겠다는 것인가?"

 

  이미 마이클 왕이 이렇게 반응하리라 예상한 에반젤린 공주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했다.

 

  "제가 공주님의 행방에 대해 아는 사실이 그것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듣자 마이클 왕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음... 그럼, 국경 근처를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 공주의 행방을 찾는 수 밖에 없겠군."

 

  얼굴을 빼곤 딸과 똑같은 모습의 그녀에게 딸같은 친근함을 느낀 마이클 왕은 에반젤린 공주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

 

  마이클 왕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자 에반젤린 공주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아버님께서 내 말을 믿어주시니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로버트 왕자가 와서 나를 데려가지 않는 한, 아버님께서 나를 쉽게 보내주시지는 않을 거야.'

 

  바로 이때 마이클 왕이 에반젤린 공주를 가리키며 안젤리카 왕비에게 말했다.

 

  "이 아이는 공주의 행방을 찾을 때까지 궁전에 있을 것이니, 왕비께서 잘 보살펴 주시오."

 

  에반젤린 공주의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로버트 왕자가 와서 나를 스코틀랜드로 데려가 주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어.'

 

  이때 안젤리카 왕비가 말했다.

 

  "이 아이도 공주가 스코틀랜드 국경 근처에 있다는 사실 밖에 아는 것이 없다 하니, 그만 보내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마이클 왕은 궁금해 물었다.

 

  "만약 내가 너를 보내준다면, 어디로 갈 생각인가?"

 

  에반젤린 공주는 이번에도 조금의 머뭇거림없이 대답했다.

 

  "스코틀랜드로 갈 생각입니다."

 

  마이클 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너를 잘 보살펴 줄 생각인데, 스코틀랜드로 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저는 공주님께서 혼인하실지 모르는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몸을 의탁할 생각입니다."

 

  마이클 왕은 여기서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어 물었다.

 

  "혹시 공주와 스코틀랜드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것은 아닌가?"

 

  에반젤린 공주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렸다.

 

  "저도 정확한 사실은 잘 모릅니다. 공주님께서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몸을 의탁하실 생각이 있으신 것은 사실이지만, 공주님과 스코틀랜드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것은 아닙니다."

 

  마이클 왕은 여기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공주가 스코틀랜드 왕자에게 몸을 의탁한다면 차라리 잘 된 일이 아닐까. 공주가 스코틀랜드 왕자에게 몸을 의탁해 살다보면, 정을 붙일 수도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자 마이클 왕이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너를 보내줄지, 데리고 있을지 생각해 보겠네."

 

  그러고는 안젤리카 왕비에게 말했다.

 

  "이 아이를 보내줄지, 데리고 있을지 생각해 본 후에 결정할 것이니, 그때까지 왕비께서 이 아이를 잘 보살펴 주시오. 그럼, 잘 계시오."

 

  마이클 왕은 안젤리카 왕비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버렸다.

 

  마이클 왕이 처소를 나가자 안젤리카 왕비가 에반젤린 공주를 얼싸안았다.

 

  "너를 내 곁에 두고 보살펴 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구나."

 

  바로 이때 에반젤린 공주가 입에 손가락을 대며 안젤리카 왕비의 귀에 속삭였다.

 

  "어머님, 누군가 밖에서 엿듣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소 밖에서 누군가 걷는 소리가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들려왔던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의 말을 들은 안젤리카 왕비가 방문을 확 열어젖히는 순간이었다.

 

  꽝!

 

  "어머나!"

 

  안젤리카 왕비가 방문을 확 열어젖히자 시녀복 차림의 여인이 방문에 머리를 받쳐 쓰러진 것이다.

 

  쓰러진 여인은 레이디 제인이었다.

 

  안젤리카 왕비가 머리가 몹시 아픈 듯 매만지는 레이디 제인에게 호통쳤다.

 

  "레이디 제인! 감히 내 처소 밖에서 엿듣다니!"

 

  레이디 제인은 마이클 왕이 이곳에서 한 시간 동안 기다리는 동안에도 몰래 엿듣고 있었다.

 

  사실, 안젤리카 왕비 처소 밖에서 걷는 소리를 낸 사람은 레이디 제인이 아니라 에리카였다.

 

  레이디 제인이 안젤리카 왕비의 처소 밖에서 엿듣고 있는 것을 본 에리카는 일부러 걷는 소리를 내 누군가 엿듣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가 궁전을 떠난 후 안젤리카 왕비의 시중을 들고 있는 에리카는 마이클 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는 레이디 제인의 눈 밖에 날 것을 각오하고 나선 것이다.

 

  레이디 제인은 발자국 소리를 낸 에리카를 노려보다 안젤리카 왕비에게 변명했다.

 

  "왕비님께 보고드릴 말씀이 있어 왔는데, 왕비님께서 아직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와 말씀을 나누고 계셔서 처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니, 오해하지 마소서."

 

  그 사이 그럴 듯한 거짓말을 지어낸 것이다.

 

  레이디 제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콧방귀를 낀 안젤리카 왕비가 노여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흥, 내가 그 따위 거짓말에 속을 것 같으냐? 어서 썩 물러가거라."

 

  "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레이디 제인은 안젤리카 왕비에게 인사를 한 후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레이디 제인은 아직도 아픈 듯 머리를 매만졌다.

 

  "에리카! 어디 두고 보자! 오늘일을 후회하게 만들고야 말겠어!"

 

  레이디 제인은 에리카의 방해로 엿듣지 못한 것이 몹시 분했다.

 

  에리카에게 복수할 방도를 생각하던 레이디 제인은 별안간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듯 손뼉을 쳤다.

 

  "바로 그거야! 국왕 폐하께 세 사람이 공모해 공주의 행방을 숨기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되겠군!"

 

  레이디 제인이 말하는 세 사람이란 안젤리카 왕비, 공주의 친구인 레이디, 에리카를 말하는 것이다.

 

  곧바로 마이클 왕의 처소로 발걸음을 한 레이디 제인은 인사를 올린 후 장황한 말로 운을 뗐다.

 

  "국왕 폐하께 제 목숨을 걸고라도 꼭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 사실을 국왕 폐하께 말씀드리면 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것이나, 제 양심상, 국왕 폐하께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어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리기 위해 왔지만, 혹여 폐하께서 제 말을 믿어주시지 않으실까봐 걱정됩니다."

 

  마이클 왕은 레이디 제인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이 결국은 공주의 행방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공주의 행방에 대해서인가?"

 

  마이클 왕은 레이디 제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마디 덧붙였다.

 

  "레이디 제인, 내가 살아있는 한, 그 누구도 그대를 해칠 수 없을 것이니, 안심하고 말해보게."

 

  레이디 제인은 일부러 말하기를 망설이는 척 말을 돌리며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폐하께서 돌아가시면 누가 저를 보호해 주겠습니까? 그때가 되면 저는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나, 저는 이미 폐하께 목숨을 바쳐 충성하기로 맹세한 몸이니, 목숨을 걸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은, 내가 공주와 혼인하는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생각인데, 누가 왕위를 물려받던지 그대를 보호해줄 것을 부탁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말해보게."

 

  마이클 왕은 레이디 제인을 안심시키려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기밀을 말해버리고 만 것이다.

 

  마이클 왕의 말을 듣자 레이디 제인은 일부러 말을 돌렸다.

 

  "폐하께서 왕위를 공주님과 혼인하신 왕자께 물려주신다면, 공주님께서 왕비님이 되시겠군요. 실은 제가 폐하께 말씀드리려는 것은 공주님의 행방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공주님의 행방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공주님께서 왕비님이 되시는 날엔 저를 죽이려 하시지 않겠습니까?"

 

  '공주님의 행방'이라는 말이 레이디 제인의 입에서 나오자 흥분한 마이클 왕이 다짜고짜 물었다.

 

  "그대가 공주의 행방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단 말인가?"

 

  레이디 제인은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말했다.

 

  "저는 모르지만, 왕비님께서는 공주님의 행방을 아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종잡을 수가 없군. 왕비가 공주의 행방을 알고 있다니, 무엇을 근거로 하는 말인지 정확히 말해보게."

 

  레이디 제인은 아주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꾸몄다.

 

  "실은 제가 방금전에 우연히 왕비님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는데, 왕비님께서는 공주님의 친구인 레이디와 에리카에게 신신당부하듯이 '공주의 행방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로 보아 왕비님께서는 공주님의 행방을 아시는 것 같습니다만, 왕비님께서 제가 들은 말을 폐하께 고한 것을 아신다면, 절대 저를 가만히 두지 않으실 것이니, 한때는 폐하께 말씀드릴 것을 망설였으나, 용기를 내어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레이디 제인의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마이클 왕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며 중얼거렸다.

 

  "왕비가 공주의 행방을 알면서 내게 거짓말을 하다니!"

 

  그러고는 레이디 제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왕비에게 공주의 행방을 숨긴 이유를 따지러 갈 테니, 따라오게."

 

  레이디 제인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제가 폐하께 고한 사실을 왕비님께서 아신다면 틀림없이 언젠가는 저를 죽이려 하실 테니, 부디, 제가 폐하께 고한 사실을 비밀에 붙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신이 총애하는 레이디 제인이 무릎 꿇고 애원하자 마이클 왕은 마음이 약해져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대가 내게 이 사실을 말했다는 것을 비밀로 하겠네."

 

  무릎 꿇은 레이디 제인을 일으킨 후 마이클 왕은 곧장 왕비의 처소를 향해 빠른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이디 제인은 마이클 왕을 뒤따라가며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 일로 왕비와 나 둘 중 한 사람은 폐하의 신뢰를 잃겠지. 폐하께서는 틀림없이 내 말을 더 신뢰할 테니, 이번에 폐하의 신뢰를 잃는 사람은 십중팔구 내가 아니라 왕비가 될 거야.'

 

  이때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의 손을 잡은 채 공주가 지난 20여일 동안 겪은 일에 대해 듣고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에 대해 말했다.

 

  "위니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저의 둘도 없는 친구예요. 어머님께서도 만나보시면 위니를 사랑하시게 될 거예요."

 

  안젤리카 왕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칭찬하니, 빨리 위니를 보고 싶구나."

 

  바로 이때 처소 밖에서 에리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비님, 폐하께서 레이디 제인과 함께 오고 계시는데, 몹시 화나신 얼굴로 걸어오시는 것을 보면, 레이디 제인이 왕비님을 모함한 것 같습니다. 제가 폐하께 왕비님의 무고함을 말씀드릴 테니, 아무쪼록 왕비님께서는 근심하시지......"

 

  여기까지 말했을 때 마이클 왕이 벌써 가까이 다가와 에리카는 말을 멈추고 마이클 왕에게 인사했다.

 

  "폐하께 인사올립니다."

 

  에리카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어 있었다.

 

  눈치빠른 에리카는 화가 난 마이클 왕의 모습만 봐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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