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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마침내 국경에 나타난 스코틀랜드 기사단
작성일 : 18-03-30 08:00     조회 : 179     추천 : 1     분량 : 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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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니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온 에반젤린 공주는 이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침대를 가리켰다.

 

  "위니, 피곤하지요? 저도 위니도 이제는 좀 쉬는 것이 좋겠어요."

 

  에반젤린 공주의 말에 동의하듯 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같이 쉬어요. 국경 울타리 앞에서 병사님들과 함께 기다리기만 한 저보다 캡틴 짐 아저씨와 함께 란슬롯을 되찾느라 애쓰신 아가씨가 더 피곤하실 거예요."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는 약속이나 한듯 거의 동시에 각자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가 짐을 캡틴 짐 아저씨라 부른 것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위니는 짐을 캡틴 짐 아저씨라 부르나요?"

 

  "병사님들이 짐 아저씨를 캡틴 짐이라 불러 저도 캡틴 짐 아저씨라 불러요."

 

  "저도 병사님들처럼 짐을 캡틴 짐이라 불러야겠군요."

 

  이 말을 하고서 에반젤린 공주는 살며시 웃었다.

 

  "호호호..."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가 웃은 이유가 궁금했다.

 

  "왜 웃으셨죠?"

 

  에반젤린 공주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캡틴 짐은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아저씨라 부르기엔 젊잖아요."

 

  위니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엿다.

 

  "아가씨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도 캡틴 짐이라 부르지요."

 

  이 말에 이어 위니의 입에서 실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캡틴 짐은 정말 멋진 분이세요. 전 캡틴 짐이 아가씨와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아가씨 생각은 어떠세요?"

 

  짐이 자신과 잘 어울릴 거라니!

 

  에반젤린 공주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손을 내저었다.

 

  "캡틴 짐은 정말 멋진 사람이지만, 저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이 말에 이어 웃으며 말했다.

 

  "제 생각엔 짐은 위니와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잘생긴 짐이 천사처럼 착한 위니와 아주 잘 어울릴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럴 리가요, 캡틴 짐처럼 멋진 사람이 저와 잘 어울릴 리가요......"

 

  손을 내저으며 당황하는 위니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가 짐에게 호감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짐만 괜찮다면 위니와 맺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손뼉을 쳤다.

 

  "제가 보기엔 짐과 위니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제가 나중에 짐의 생각을 물어볼게요."

 

  이 말에 더욱 당황한 위니가 다시 손을 내저었다.

 

  "물어볼 필요도 없을 거예요. 캡틴 짐은 아가씨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

 

  위니의 말에 에반젤린 공주가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걸 위니가 어떻게 알죠?"

 

  위니는 실언이라도 한듯 한숨을 내쉬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거 같아요. 여자에겐 직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어 한마디 덧붙였다.

 

  "설령, 캡틴 짐이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못생긴 저를 좋아할 리가 없을 거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더없이 사랑스럽게 보이는 위니가 자신을 비하하고 있다는 생각에 손을 내저었다.

 

  "위니가 못생겼다니요, 제 눈엔 위니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걸요."

 

  그러고는 위니의 침대로 옮겨 걸터앉아 위니의 손을 잡았다.

 

  "위니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자신의 매력에 자신감을 가져보세요. 그럼, 틀림없이 캡틴 짐이 위니를 좋아하게 될 거라 저는 의심치 않아요."

 

  추녀로 변장한 자신을 사랑하는 짐이라면 위니도 사랑할 수 있으리라.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의 말에 뭔가를 깨달은 듯 순간 눈빛을 반짝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못생기긴 했지만, 아가씨의 말대로 자신감을 가져볼게요."

 

  위니가 이렇게 말하자 에반젤린 공주는 기쁜 나머지 손뼉을 쳤다.

 

  "바로 그거예요! 위니가 자신감을 가지면 틀림없이 캡틴 짐이 위니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손뼉까지 치며 떠들고 나니 에반젤린 공주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더욱 피곤해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위니, 피곤하지요? 저도 피곤하지만, 위니도 아침 일찍부터 도둑맞은 란슬롯을 되찾기 위해 애써 피곤할 테니, 이럴 때는 한숨 자는게 좋겠어요."

 

  "아참, 아가씨가 저보다 피곤하실거예요."

 

  깜빡했다는 듯 손뼉을 치며 침대에서 일어난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의 손을 잡아 침대에 눕혔다.

 

  "저야 기다리기만 했지만, 아가씨는 캡틴 짐과 함께 란슬롯을 되찾아 오시느라 많이 피곤하실 테니, 어서 한숨 주무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침대에 누운 채로 말했다.

 

  "위니도 많이 피곤할 테니, 한숨 주무세요."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를 침대에 눕힌 데 이어 자신도 침대에 누웠다.

 

  "아가씨의 말씀대로 저도 한숨 잘게요. 아가씨도 한숨 주무세요."

 

  에반젤린 공주를 먼저 침대에 눕힌 위니는 정작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고 말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몹시 피곤하긴 했지만, 어쩐 일인지 잠은 오지 않아 침대에 누운 채 품속에서 손거울을 꺼내 깨어진 유리 손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깨어진 유리 손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를 내뱉으며 웃고 말았다.

 

  "어머나! 내 얼굴 좀 봐! 호호호......"

 

  밀가루 가면을 쓴 얼굴이 먼지 투성이였을 뿐만 아니라 때가 타서 군데군데 검게 변해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깨어진 유리 손거울을 보며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냈지만, 검게 변한 밀가루 가면은 어쩔 수가 없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호호호......"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를 깨울까봐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군데군데 검게 변한 얼굴이 어찌나 우스꽝스럽게 보이는지 손으로 입을 막아도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호호호......"

 

  간신히 웃음소리를 멈춘 에반젤린 공주는 짐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위니의 말을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리처드가 아니라 짐이 못생긴 얼굴로 변장한 나를 사랑한 첫번째 남자가 되겠군.'

 

  리처드는 스코틀랜드로 떠나는 자신과의 이별을 달래기 위해 추녀로 변장한 자신에게 청혼한 것이라 보고, 짐이 추녀로 변장한 자신을 사랑한 첫번째 남자가 된다고 본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이 웃는 소리에도 깨지 않고 곤하게 잠들어 있는 위니를 보며 생각했다.

 

  '짐이 못생긴 얼굴로 변장한 나를 사랑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위니도 사랑할 수 있을 거야.'

 

  에반젤린 공주에게 위니는 마냥 사랑스러운 소녀일 뿐이었다.

 

  '내가 짐에게 위니와 결혼할 것을 제안하면 짐이 받아들일까?'

 

  에반젤린 공주는 기회가 온다면 짐에게 위니와의 결혼을 제안해볼 생각이었다.

 

  이렇게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와 짐을 맺어줄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수십 마리나 되는 군마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에반젤린 공주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어머, 스코틀랜드 기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아닐까!"

 

  수십 마리 군마의 말발굽 소리가 로버트 왕자가 보낸 스코틀랜드 기사들의 말발굽 소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에반젤린 공주는 손에 들고 있던 유리 손거울을 품속에 도로 넣을 겨를도 없이 침대에 두고 재빨리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때마침 위니의 동네를 지나가는 수십 명의 말 탄 기사들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에반젤린 공주가 손을 들며 외쳤다.

 

  "이보세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파란 바탕에 하얀 대각선 십자 모양의 스코틀랜드 국기가 새겨진 기사복을 입은 그들은 다름 아닌 로버트 왕자가 보낸 스코틀랜드 기사단이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손을 들며 목청껏 외쳐댔지만, 스코틀랜드 기사들은 공주를 지나쳐 가버렸다.

 

  에반젤린 공주는 재빨리 란슬롯을 타고 스코틀랜드 기사들을 쫓아가며 외쳤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에반젤린 공주의 외침을 들은 스코틀랜드 기사 하나가 말을 돌려 공주 쪽으로 다가갔다.

 

  스코틀랜드 기사는 추녀로 변장한데다 평민 여인이 입는 스목 드레스를 입은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들이 찾는 레이디일 리가 없다고 생각해 스코틀랜드 국기가 새겨진 자신의 기사복을 가리켰다.

 

  "우리는 스코틀랜드 기사인데, 그대는 대체 왜 우리를 부른 것이오? 우린 스코틀랜드 왕자님의 명령을 받은 바쁜 몸이라오."

 

  에반젤린 공주는 국경에 온지 2주일 만에 마침내 나타난 스코틀랜드 기사들을 보자 이제는 되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님, 저는 잉글랜드 공주님의 친구예요.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전해드릴 공주님의 말씀이 있으니, 저를 왕자님께 인도해주세요."

 

  스코틀랜드 기사 하나가 말을 돌려 에반젤린 공주 쪽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본 스코틀랜드 기사단 모두가 말을 멈춘 채 그녀의 말을 들었지만, 추녀로 변장한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어 그들 중 하나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이 여인이 잉글랜드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처럼 보이는 데가 조금이라도 있는가? 그만 가세."

 

  에반젤린 공주는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존심이 상한 에반젤린 공주는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흥, 이처럼 사람의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스코틀랜드 기사들을 따라가느니 차라리 위니와 함께 이 동네에서 삼년을 보내는 것이 낫겠어!'

 

  그것도 잠시, 에반젤린 공주는 금방 생각이 바뀌었다.

 

  '토마스 경이 내가 나타나면 억류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자존심 때문에 스코틀랜드 기사들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위니까지 억류될지 모르니 통행증을 보여주고 스코틀랜드 기사들을 따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에반젤린 공주가 갈등하는 사이에 스코틀랜드 기사들이 떠나려는 순간, 누군가 외쳤다.

 

  "잠깐만 기다려보게!"

 

  에반젤린 공주가 타고 있는 란슬롯이 한눈에 봐도 천하의 명마임을 알아본 로렌스가 공주 쪽으로 말을 몰며 외친 것이다.

 

  비록 얼굴이 못생기고 평민옷을 입었지만, 천하의 명마를 타고 있는 그녀가 자신들이 찾는 레이디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로렌스가 스코틀랜드 기사들을 나무랐다.

 

  "만약 이 여인이 정말 잉글랜드 공주님의 친구 분인 레이디시라면 자네들은 공주님께 큰 결례를 범하는 것인데, 나중에 무슨 면목으로 공주님을 대할 생각인가?"

 

  로렌스는 에반젤린 공주 가까이 말을 몰아와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는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속한 기사단의 대장인 로렌스입니다. 저희들은 잉글랜드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를 모셔오라는 왕자님의 명을 받았는데, 아가씨가 잉글랜드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가 맞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에게 무례했던 스코틀랜드 기사들과는 달리 로렌스가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품속에서 통행증을 꺼내 건네주었다.

 

  "이건 잉글랜드 공주님의 인장이 찍힌 통행증이예요. 이제 제가 공주님의 친구라는 말을 믿을 수 있나요?"

 

  통행증에 찍힌 잉글랜드 공주의 인장을 보자 그녀가 바로 자신들이 찾는 레이디임을 확실히 알게 된 로렌스는 말에서 내려와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저희들이 잉글랜드 공주님의 친구분이신 레이디께 큰 결례를 범했으니, 부디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머지 스코틀랜드 기사들도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스코틀랜드 기사들이 일제히 말에서 내려 용서를 구하자 에반젤린 공주가 손을 내저었다.

 

  "용서라뇨, 스코틀랜드 왕자님께서 보내신 기사님들께서 저처럼 못생긴 여인이 잉글랜드 공주님의 친구라는 사실을 믿어주시니, 제가 오히려 감사해야지요."

 

  에반젤린 공주의 말은 누가 들어도 확실히 비꼬는 구석이 있었다.

 

  스코틀랜드 기사들이 대꾸할 겨를도 없이 에반젤린 공주가 한마디 덧붙였다.

 

  "저와 동행할 제 친구가 말을 타지 못하니, 저를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인도해주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마차를 준비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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