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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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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9 20:01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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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에 잔뜩 질려 바지를 소변으로 적신 남자를 본 헤레이스는 더러워서 혀를 한 번 차고 칼을 칼집에 넣었다.

 헤레이스가 그 자리에서 떠나고 나서 수십 분이 지나고 나서야 남자는 겨우 움직일 수가 있었다.

 남자가 정신을 차리자 멀리서 그를 지켜보던 렌도크가 남자에게 다가왔다.

 

 “약속을 잊지 마라. 라티안스를 죽이지 않으면 네가 죽는 거다.”

 

 “내, 내일이라도 당장 성에 들어가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럼 내일 너를 성으로 부르겠다. 실패하지 말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렌도크는 가만히 남자를 바라보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자 그의 벽안이 푸르게 빛나더니 남자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일어나서 어디론가 걸어갔다.

 이제 저 남자는 내일 헤레이스는 떠오르지 않고, 그저 라티안스를 죽이기 위해 내일 성안에 들어온다는 것만 기억하겠지.

 렌도크가 돌아오자 헤레이스는 그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잘 처리했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꼭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처리해야 해? 그냥 내가 라티안스를 죽이고, 네가 다른 뱀파이어들의 기억을 조작하면 되는 일 아니야?”

 

 “저보고 죽으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게 많은 뱀파이어의 기억을 어떻게 조작합니까.”

 

 “하긴. 그렇다고 이렇게 복잡하게 빙빙 돌아갈 필요까지는 없잖아.”

 

 “칼립을 잊으셨습니까? 무력을 이용하면 반발이 생길 겁니다. 이왕 가지실 세계, 온전히 가지시면 좋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래. 뭐…. 한동안 더 참아볼게.”

 

 “부디 그래 주시길 바랍니다.”

 

 렌도크의 말에 헤레이스는 장난스럽게 웃었고, 렌도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또 헤레이스의 이성이 끊어질지 모른다. 한동안은 계속 투기장에 전사들을 준비시켜놔야겠군.

 렌도크는 또 쓸만한 전사들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이 정도 희생으로 헤레이스가 이성만 유지한다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블러드 로즈는 어떻습니까. 우리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니. 완전 무리야. 어떻게 좀 해보려고 이간질했는데 오히려 더 단단해졌어.”

 

 “곤란하군요. 근데 정말 그 블러드 로즈가 그렇게 특별합니까?”

 

 “특별해. 설마 렌도크, 내 눈을 못 믿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그저 인간이기에 믿기지 않았을 뿐입니다.”

 

 “확실히 그건 보지 않으면 믿기지 않을 만도 해.”

 

 헤레이스가 눈을 빛내며 웃는 모습에 렌도크는 그 블러드 로즈를 떠올렸다.

 겉보기엔 조금 예쁘장한 게 다인 것 같은 인간 여자에 불과한데….

 헤레이스가 이토록 눈독을 들이며 탐내하는 것을 보아 확실히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혹시 포기하지 않을까 싶었던 걱정과는 다르게 헤레이스는 가벼운 투로 이야기 했다.

 

 “어쩔 수 없지. 블러드 로즈를 포기하고 가자고.”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라티안스가 죽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알지도 못하는 뱀파이어가 득실대는 세상인데. 나라도 따라오겠지.”

 

 “…그럴 수도 있겠군요.”

 

 확실히 믿고 의지하던 뱀파이어가 전부 죽으면 그 대단한 사랑도 어쩔 수 없이 끝나는 거 아니겠어.

 헤레이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편, 지유와 라티안스는 사실을 말하고 나서 마음이 홀가분해지기도 또 복잡해지기도 했다.

 이제 더 숨기는 사실이 없다는 것에 홀가분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복잡했다.

 

 “괜찮을까요?”

 

 “글쎄, 괜찮다고 확신은 못 하지만 괜찮을 거라고 믿어는 봐야지.”

 

 “…얼마큼 위험해질까요?”

 

 “그대를 노리는 자들이 많아질 거야. 그래도 걱정하지 마. 오늘부터 그대를 지킬 경비병 수를 3배로 늘렸으니까.”

 

 “라티안스 씨는 괜찮나요?”

 

 “내 쪽에도 경비병이 늘어났으니까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무슨 일이 끝났나 싶으면 또 다른 일이 터지네요.”

 

 “다 괜찮아지기 위한 열병 같은 거야. 지혜 열이라고도 하던가…?”

 

 “예시가 뭔가 다르지 않나요?”

 

 목숨이 위험한 상황을 지혜 열로 비교하는 라티안스 덕에 지유는 긴장한 것도 잊고 작게 웃었다.

 라티안스는 웃는 지유를 보며 따라 웃으며 지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언제까지고 이 웃는 얼굴을 지켜주고 싶었다. 자신의 곁에서 언제나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너무나 소중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나의 소중한 블러드 로즈.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고 조용해지면…. 그때 나와 결혼해주겠어?”

 

 라티안스의 말에 지유는 우리 둘의 결혼이 눈앞에 다가온 느낌이었다.

 지유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라티안스의 곁에서 평생 있게 된다.

 그것은 마치 꿈같은 일이여서 마치 먼 미래같이 느껴지면서도 곧 손에 잡힐 느낌이었다.

 

 “결혼하기 전에 그대의 부모님도 만나 뵙고 싶군.”

 

 “이번 일이 끝나면…. 만나러 가요.”

 

 “만나서 욕 듣는 건 아니겠지?”

 

 “글쎄요…. 들을지도 모르겠네요.”

 

 “벌써 미움 받은 기분이군.”

 

 라티안스의 진지한 반응에 지유는 웃음이 터졌다.

 이 상황에 대해서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할지도, 무슨 말을 해야 이해받을지도 고민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 남자와 평생 함께한다는 생각에 즐겁고 행복할 뿐이었다.

 

 “괜찮을 거예요.”

 

 “정말?”

 

 “정말로요. 물론 어디에서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 변명 정도는 생각해둬야 할지도 모르지만요.”

 

 둘은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웃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웃고 즐기는 둘과는 다르게 귀족들은 한곳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제 앞으로 모실 뱀파이어 로드가 인간인 블러드 로즈가 없으면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사실에 낭패한 듯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의견을 내주세요.”

 

 “저도 혼란스러울 따름입니다. 인간인 블러드 로즈가 없으면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다니…….”

 

 “인간 없이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우린 다른 로드를 모셔야 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칼립과 같은 자를 또 만들자고요?”

 

 “뱀파이어 로드가 없으면 뱀파이어들이 안식을 취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시겠죠?”

 

 “누가 죽이자는 말을 했습니까? 그저 로드를 다른 자로 모시자, 그 말입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그 말에 다들 찬물이라도 뒤집어 쓴 듯 조용해졌다.

 로드는 다른 로드를 모시고, 라티안스는 그저 존재만 해준다면 뱀파이어들도 안식을 취할 수 있다.

 그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곳에 모인 귀족들은 서로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새로운 로드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각자 추천할 뱀파이어를 찾아오죠.”

 

 “좋습니다. 다음번에 만날 때 서로 추천할 뱀파이어를 생각하고 옵시다.”

 

 다들 의견에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자리에서 다들 헤어졌다.

 그렇게 헤어진 귀족 중 한 명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어디론가 향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간 곳은 성의 정원 쪽이었다.

 정원쪽으로 간 귀족은 정원 한가운데 존재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반가운 얼굴로 귀족을 맞이하는 헤레이스의 얼굴이 보였다.

 

 “어때, 잘 하고 왔어?”

 

 “물론입니다. 다들 뱀파이어 로드를 다른 자로 모시자고 말했습니다.”

 

 “그렇지? 내 작전이 잘 통할 줄 알았다니까.”

 

 헤레이스는 마음에 든다는 듯 웃었다. 로브를 벗은 귀족은 금발에 굵은 웨이브를 가진 녹색 눈의 여성이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성은 헤레이스에게 무릎을 꿇고 그 앞에 앉았다.

 그리고 마치 신이라도 바라보듯 간절한 눈으로 헤레이스를 바라봤다.

 헤레이스는 그런 여성을 바라보다 손을 칼로 베어 피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그 피를 마치 성수를 마시 듯 받아 마셨다.

 피를 마신 녹색 눈의 여성이 몽롱하게 변하며 마치 미약이라도 마신듯 얼굴이 붉어졌다.

 

 “아아…. 이 피를 마실 수 있다니…….”

 

 “하여튼 귀족이란 것들은. 이렇게 금기를 범하는 걸 참 좋아한다니까.”

 

 헤레이스는 손바닥을 꼭 쥐었다가 폈고, 그러자 상처가 아물었다.

 피를 마신 귀족 여성은 여전히 피가 부족하다는 듯 헤레이스의 발치에 매달렸다.

 그런 여성을 보며 헤레이스는 조금 귀찮다는 듯 혀를 찼다.

 

 “헤레이스 님, 피를 더 주세요…. 제발…….”

 

 “그러면 다음 할 일을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다음번에 로드 추천은 당연히 헤레이스 님을 추천 할 겁니다.”

 

 “그래. 네 추천을 받으면 그때 다시 내 피를 주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자신의 발치에서 조아리는 귀족 여성을 보며 헤레이스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미 성안에는 자신의 뱀파이어들이 한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라티안스를 성에서 몰아내는 것도 시간문제다. 곧 이 세계는 내 것이 될 것이다.

 손상된 것 하나 없이. 완벽한 모습으로…. 그것이 무척 기대되서 헤레이스는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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