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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월비천가(㬻月庇天歌)
작가 : 불괴
작품등록일 : 2018.2.20

그 놈의 출신을 알려달라고? 그건 아무도 모를 걸세. 뿌리가 없거든. 소문으로는 가전무공만 연성했다는 데, 그 놈의 집구석이 워낙 다양해서 가전무공이라 부르는 무공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서로간에 개연성이 없어. 워낙 처세 질에 능해서 어딜 가나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놈이야. 정을 쉽게 주면서도 금세 학을 띠고 사라지는 놈이라. 어쨌든, 그 성장과정은 나도 궁금하다네 - 철공계 황천후

 
제 18화 - 수라장에서 드러나는 은거고수
작성일 : 18-03-18 18:29     조회 : 372     추천 : 0     분량 : 7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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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광서 지역을 깨부순 수라계의 행보는 점차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광동을 넘보면서 온갖 소문이 뒤섞였다.

 혹자는 이번 비무행진으로 낭만강호의 풍습이 생기고 있다 하여 칭찬을 하기 시작했고

 다른 이는 이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성향에 대하여 반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광동 지역을 훑어 내리면서 발생한 한 건의 비무(比武)는 이들에 대한 인식을 굳히게 만들어 버렸다.

 그들은 한바탕 대거리 질을 벌이는 것이 삶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흥, 이놈의 촌구석에도 무관이 있다는 게 웃기는 군. 수익은 어디서 내고 있는 거지?'

 

 광동으로 넘어와 겨울 들판을 거닐며 지나가는 중에 오추가 움직였다.

 

 어느 지역이든 군소 문파나 방회가 있겠지만, 명문가를 제외하면 보통은 작은 흑도 세력이나 시골의 작은 무관이 대부분이다. 광서 지역은 왈패 삼인조의 터전이었기에 단시간 내에 골고루 돌아다니며 치고 받고 싸웠다. 하지만 다른 성으로 넘어가니 계획을 세우기 민망해졌다. 토호로 위세를 부리는 세력이야 알음알음으로 찾는 것이 쉽지만 다른 세력들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추의 계획은 단순했다. 자신의 방파보다 작은 규모여도 개의치 않는다.

 본인이 당한 만큼, 세력의 대소여부는 살피지 않고 쓸어버릴 계획이었으니.

 

 

 "여보게! 게 사람 있는가?"

 

 

 오추가 성무관으로 다가섰다.

 

 아직 겨울의 끝자락에 다 와가건만, 아직도 가까이 다가서기 전까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불 한줄기 피워낼 수 없고 초록빛을 담은 작은 싹조차 집중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시기.

 

 성무관도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곳이다.

 

 입구의 문이 열린 틈 사이로, 여기저기서 장터에 마실 나온 사람들 마냥 웅성대고 있었다.

 전혀 무관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활짝 열린 문 상단의 편액을 보지 못했으면, 그냥 시골장원이라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는 느낌이랄까? 안쪽에 보이는 안채는 초가집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였다.

 

 뒤쪽에서 수십 명의 인사가 오추만을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성무관도들 중 한 명도 오추를 바라보지 않고 있다.

 

 나름 거경방의 방주를 역임했던 자부심이 있던 지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습격이다!"

 

 입구의 기둥 사이에 얹어진 들보에 주먹만한 돌멩이를 던졌다. 흑도 만의 거친 방식이랄까?

 조금은 소심하게...분노를 표출해버렸다. 사상자는 전무했으니 말이다.

 

 

 "머,뭐요?

 어디서 습격이 난 거요?

 당신은 또 누구고?"

 

 

 순식간에 장터구경꾼 같던 관도들이 입구로 다가와서 오추에게 질문공세를 던졌다.

 

 

 " 성무관과 일전의 치르러 온 수라계이다.

 난 누군지, 지금 상황이 어떤지 간에 일단 관주님을 모셔오도록! "

 

 

 수라계라는 단어를 듣고도 안색이 바뀌지 않는 사람들. 무관에 배우러 왔다고 보기에는 나이가 제 각각으로 보였다.

 그러다 관도 하나가 뭐 때문인지 몰라도 문제가 발생한 거 같아 허겁지겁 안채로 뛰어갔다.

 .

 .

 .

 그렇게 수라계와 붙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의 작은 무관수준으로 볼 수 있는 성무관과 시비가 걸렸고,

 성무관의 관주와 수라계원 한 명이 일대일 비무를 치르게 되었다.

 

 대산에서 내려온 수라계 패거리는 순서를 정했다.

 마냥 싸움에 미친 족속이 아니었다.

 전장에 나선 장군의 일기토(一騎討)처럼 정정당당 한 사람씩 나섰다.

 떼거리로 덤비면 할 수 없지만, 수장이 나오면 항상 차례에 맞는 구도자가 맞이했다.

 

 

 " 성무관의 관주 미도(未到, 아직 도착하지 못함) 장가화라고 하네."

 

 

 보잘것없는 곳의 관주치고는 담담하게 입을 여는 장가화.

 아니, 아무렇지 않게 별호를 말하는 것도 요상하다.

 

 

 " 에헴, 본인은 강호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역할을 하지요.

  장 관주께선 제가 아니라 제 뒤에 서 있는 분과 겨루게 될 것입니다."

 

 

 선봉으로 쳐들어 온 자 치고는 잽싸게 물러났다.

 담담한 표정으로 뒤로 돌아가는 모습이 얄밉기만 하다.

 구도자 중에 한 명이 오추를 지나쳐 장가화에게 말을 붙였다.

 구도자답게 중년을 넘긴 지 한참은 되어 보이는 얼굴이다.

 오랜 시간 수련에 열중한 끝에 풍채만 보면 천하장사처럼 보이는 자.

 대산에서 튀어나온 구도자들이 그렇듯 그 역시도 영락없는 노년기에 접어들었을 법한 용모였다.

 

 

 " 본인은 두양(杜洋)이고. 별호는...자칭 묘공(墓工, 무덤을 만드는 사람)이라 하지.

 잘 부탁하네."

 

 

 그렇다. 별호는 대개 많은 수의 타인이 인정한 것이 별호인 것이다.

 별호만 놓고 본다면 미도가 묘공보다 우위에 선다.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장가화.

 미도는 일절 표정 변화 없이 얇고 기다란 검을 꺼냈다.

 

 반대편에 선 묘공은 손잡이의 길이는 짧고 무게중심이 온전히 커다란 뇌사(耒耜, 밭을 가르는 쟁기)에 놓여 있는 기병을 꺼내고 왼발로 지반을 다지고 있었다.

 기병이었다.

 

 흙을 떠서 던지는 가래같이 생긴 병기로 어떻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을 지 두 명의 비무자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장가화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차아앗.

 

 그 동안 광서 전역을 흔들어 놓은 수라계.

 무를 단련하는 이라면 이러한 소식은 귀를 닫아도 알 수밖에 없다.

 이 괴상한 집단의 소문을 무시할 수 없었고 선수를 쳤다.

 

 검을 곧추 세워 묘공의 심장과 인중으로 찔러 들어갔다.

 희뿌연 기운이 검에 실려있었고 장가화의 몸놀림은 고수가 아니라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정도의 빠르기.

 

 채챙.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묘공은 조금은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뇌사를 앞으로 뻗으며 와선(渦旋)을 그렸다. 빙빙 돌아가며 소용돌이 치는 뇌사를 통하여 미도의 첫 수를 막아내며 동시에 뒤 발이 지면을 박차고 나아갔다.

 

 

 " 작은 무관의 주인이 보일 수 없는 기세로군. 아주 좋아. 그 동안 지난 번에 상대는 너무 싱거웠는데 말이지."

 

 

 묘공의 투기가 불이 붙듯 일어나 주변을 달궜다.

 이에 살기든 투기든 뭔가 반응이 일어날 줄 알았건만, 미도는 아무 말없이 다음 수를 펼쳐 나갔다.

 

 묘공이 돌진하며 수직으로 뇌사를 내리치는 데 그 경력이 결코 무시할 수 없어, 마주칠 엄두를 내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이며 뇌사를 피해내는 데 성공하는 가 싶었는데...

 

 묘공의 뇌사가 지면에 찍은 뇌사를 다시 원 편으로 횡으로 쳐냈다.

 겨울 한기로 얼어붙어 있던 땅이 여러 줄기로 조각나며 뒤집혔다.

 맨 얼굴을 보인 땅바닥의 부스러기들이 뇌사와 함께 미도에게로 날아갔다.

 온갖 크기의 돌무더기와 먼지가 순식간에 미도의 시야를 가리며 빗줄기처럼 쏘아졌다..

 

 퍼엉.

 

 뇌사에 담긴 위력은 가히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만한 기상)와도 같았다. 검으로 받아냈지만 가공할 공세에 미도가 공중으로 몸이 띄어지며 옆으로 이 장 가까이 날아갔다.

 

 흐름을 잡았다 싶은 묘공이 선 자리에서 뇌사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금강석도 힘껏 바수어 내듯이 강맹함이 느껴지는 뇌사는 허공에 그림을 그렸는데,

 검기가 쏘아지듯 뇌사에서 기력이 쏟아져 미도에게 날아갔다.

 

 공격을 퍼붓는 것은 자신인데.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을 인식한 묘공.

 내리치고 둘러치며 다시 사선으로 빗겨 치는 뇌사에 담긴 기력이 황색 그물을 만들어 냈다.

 미도를 포위하며 별호처럼 묏자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었다.

 

 그 기세에 맞물려 미도의 옷자락이 사방으로 팔랑거릴 정도였다.

 

 미도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았다. 한손검으로 사용하던 검을 두 손으로 붙잡더니 원을 그려나갔다. 그 원을 따라 미도의 몸도 빙글빙글 돌며 묘공에게로 나아갔다. 희멀건 한 검기의 아지랑이가 미도의 검에서 사라졌다. 원을 그리는 칼 뒤로 미도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져있고 검에선 선명한 강기가 충천하여 묘공에게로 다가갔다.

 

 

 "신검합일?"

 

 

 주위에서 대결을 구경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뇌사가 만든 그물을 파쇄하고 곧장 묘공에게로 날아갔다.

 정제된 용권풍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살짝 공중에 떠올라 누운 듯 한 형상.

 

 파하앗!

 

 묘공은 왼발을 뒤로 보내고 앞발에 최대한 무게중심을 옮기고 다가오는 미도를 향해 혼신의 일격을 가했다. 지면이 흔들리며 바닥이 갈라지고 자갈 먼지 그리고 공기의 압력과 기력을 짜내 밑에서 위로 올려 쳤다. 호랑이의 발톱이 허공에 새겨졌는데, 이번에는 앞의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로 강력한 세 줄기의 강력이 표출된 것이다.

 

 망포(網捕)와 호조흔(虎爪痕)의 연계.

 그물을 먼저 던져 부여 잡은 후 확인 사살을 위한 호랑이의 발톱으로 긁는다.

 묘공에게 있어서는 최강의 연계기라고 볼 수 있다.

 

 콰쾅, 쾅, 쾅...

 

 귀를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그런 소리가 아니었다. 폭음이 터지면서 주변 사람들이 격전지를 더욱 주시하게 되었다.

 

 수평으로 날아간 미도와 묘공의 기술이 만났고 충돌 음이 수 차례 발생했다.

 뿌연 먼지가 휘날려서 두 사람의 상태를 정확히 볼 수 없었다.

 

 

 한 사람이 쓰러져있었고 반대편사람이 병기를 상대의 목에 겨누고 있는 모습.

 뇌사가... 부러졌다. 묘공의 상의를 덮고 있던 장포가 갈기갈기 찢어져 엉망이 된 상의.

 찢겨진 상의 사이로 여기저기서 선혈이 흘러나오는데 적어도 수십 군데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

 미도의 옷에서는 흙먼지가 묻어 있지 않았다.

 

 수라계가 공식적으로 첫 패를 당한 순간이었다.

 

 성무관의 관도들은 이러한 광경을 처음 본 듯 자기들끼리 수근 대고 있었고

 오추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에서 침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

 .

 .

 들판에 모여있는 성무관도들과 구경꾼들 모두 박수갈채를 보내었다. 묘공의 눈에서 뿜어지던 투기가 사라졌고 어느 새 흥겨운 미소가 대신 자리했다.

 

 

 "미도란 별호... 생각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군. 내가 졌소."

 

 "미도란... 아직 멀었다는 의미이죠.

 승패와는 상관없이 묘공과의 비무는 저의 안계를 넓혀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도는 승부가 끝난 지금조차도 표정변화가 없었다. 비무가 끝났고 상대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자연스레 관도들을 데리고는 조용히 돌아가려고 했다.

 

 수라계가 광서지역을 돌면서 생긴 관습이 하나 있다.

 상대방이 지면 일종의 시급을 지급해야 한다. 비무를 위해 투자한 시간을 급료로 계산한 것.

 작지도 크지도 않은 금액. 다음상대를 맞이할 때까지 입에 풀칠할 정도의 금액을 받아내었다.

 

 상대방이 승리할 경우는? 별 생각이 없었을 거다.

 작은 금액(?)을 받아내는 것도 왈패 삼인방이 자기 주머니를 두툼히 만들어낼 규칙이었으니.

 

 공식적 패배는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수라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오추등이 조금씩 뜯어내는 돈 덕분에 자신들도 편하게 비무유람을 즐기고 있는 것이니...

 돈을 뱉어낼 수는 없었다. 수라계원 중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나와도 한 판 할 수 있겠나? 체력과 내력의 불균형이야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겠네."

 

 

 호기심과 왠지 모를 자부심에 사로잡힌 관도들의 표정이 식어버렸고...

 홀연히 자리를 떠나려던 미도의 안색이 바뀌었다.

 

 

 "내 비록 시골의 작은 무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그대들에 대한 소문은 들은 바가 있소.

 분명 상대편과 한 판의 비무를 마치고 떠나는 것이 관례 아니었소?

 소문으로 나도는 이야기가 그저 낭만을 꿈꾸는 이들이 포장한 이야기였단 말이오?"

 

 "물론 지금까지의 소문은 맞는다네. 단지, 그 동안은 연전연승을 하였고 상대방에 대한 평가가 확실히 갈려서 도무지 다른 계원들이 나설 필요가 없었지. 그런데 말이지. 내겐 그대가 너무 매력적이라네. 혹시나 싶어 다른 계원들보다 한 수 앞서서 이렇게 무례한 말을 꺼낸 것이네."

 

 "대답의 여부와 관련된 것이 또 있소?"

 

 "우리는 지금까지 비무자를 죽이지 않았네. 관전자들에 대한 통제도 없었지.

 자유롭게 비무를 즐기고 그걸 구경하는 자들이 있었지. 다른 계원들은 모르겠으나 대답이 내 예상과 다르다면...아마 나는 관전자들에게 살수를 펼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네..."

 

 "...."

 

 

 쉬이 대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 지금 나선 계원을 이긴다 해서 다른 계원이 나서지 않을 거란 계산이 서지 않는다. 더군다나 은거 아닌 은거생활이지만 굳이 승부에서 진다거나 꼬리를 말고 싶지도 않다.

 

 

 "사흘 후, 다시 이곳에서 승부를 보겠소."

 

 "고맙네, 고마워. 내 대산에 올라 지금까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것은 손에 꼽는 다네. "

 

 "당신과 비무 이후에도 다시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찌하겠소?"

 

 "허,허. 이미 승패는 가려졌다고 생각하나 보군. 내가 만일 지게 된다면 다른 계원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도와주겠네. 됐는가? "

 

 " 믿겠소. 그럼 이만!"

 .

 .

 .

 광동의 수많은 인원이 들판을 둘러싸고 눈망울을 반짝거리고 있다.

 미도가 사흘이란 시간을 염두에 둔 것은 수라계에서 딴 마음을 품고 다시 허튼 수작을 버릴 까 봐서였다. 이렇게 많은 관중이 모이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서 짧은 순간 기지를 발휘 한 것이다.

 

 

 "나는 초창기 우리 계파를 만든 구도자중 하나일세. 그래서 교도(矯導 잘못을 바로잡아 인도함)의 책임을 지고 있다네. 그래서 그대와 쉽게 헤어질 수 없었다네.

 위릉권(威稜拳) 허도찬이라 하네."

 

 " 성무관을 맡고 있는 미도 장가화이오. 바로 시작하겠소."

 

 

 광동 사람들도 잘 몰랐던 성무관의 존재가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위릉권의 왼손에는 회색 수투가 착용되어 있었고 오른손엔 어두운 기운으로 휩싸였다.

 앞 손은 살짝 오므리고 뒷손은 세로로 주먹을 쥔 상태에서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검은 기운이 오른 주먹에서 맴돌며 주먹의 모습을 감춰버렸고 왼 손에서는 기괴한 소리가 울려댄다..

 

 무료해 보이는 듯한 미도의 눈에서 위릉권의 오른 손에 관심이 쏠린다.

 

 

 "암명추인세? 그렇다면 암혼쇄추권(暗魂刷推拳)을 익혔다는 것.

 지난 날 황천귀의 진전을 이었구려."

 

 

 쿠쿠쿵!

 

 위릉권이 기운을 실어 다가갔다. 칼날에 베일 걱정은 안 하는 듯 상단에서 하단으로 망치질을 하듯 주먹을 내밀었고... 바닥이 두부처럼 으깨어 졌다. 사라졌던 미도의 신형은 이미 위릉권의 옆구리에 다가들었고 하단으로 검을 질렀다. 양 발을 순식간에 공중으로 내던지듯 하면서 앞으로 한 바퀴 구르며 다시 망치질을 헤댄다.

 공격와중에 위릉권의 왼손은 칼의 방향을 흔들어대며 미도의 공격이 정확하게 전개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쉽게 말해서, 인력으로 신형을 고립시키고 오른손으로 으깨려는 전략.

 

 까강!

 

 허릿춤에 칼을 붙인 미도가 팽이 돌듯이 한 바퀴 움직이며 위릉권의 공격을 피한다. 그리고 관성의 힘을 이어받아 중단으로 두터운 기운을 실어 횡단 베기를 하였다.

 미도의 칼을 왼손으로 받아낸 묘공은 오른손으로 공격 태세에 돌입하였고, 자신의 검신이 접착제에 붙은 것 마냥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미도는 검파(劍把, 검의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검결지를 이용해 묘공의 가슴을 공략했다.

 

 쩡.

 그 짧은 시간에 미도는 칼을 되찾았고 묘공은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서로의 기운이 부딪히며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리곤...

 

 한 식경의 사투 끝에 무승부로 결론이 났다.

 

 미도 장가화. 순식간에, 광동의 자랑거리로 탈바꿈하였고 수라계의 거침없는 행차를 저지한 최초의 인물. 사람발길이 닿지 않는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나 볼 줄 알았건만, 강호의 기인이사는 그 무엇도 자랄 수 없는 겨울들판에 자라나는 잡초 더미처럼 사람의 예측을 무시하고 등장한다.

 그러니, 강호를 함부로 재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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