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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캡틴 짐
작성일 : 18-03-17 20:00     조회 : 61     추천 : 0     분량 : 7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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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좀 도와주세요!"

 

  에반젤린 공주가 외치는 소리를 들은 병사들의 대장이 급히 외쳤다.

 

  "어서 누가 저 아가씨를 도와주게!"

 

  병사 한 명이 물통을 들고 달려와 탈진해 쓰러진 란슬롯의 입에 물을 흘려넣으며 말했다.

 

  "당신의 말은 명마라 이 정도로 죽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이 말에 에반젤린 공주는 가슴이 철렁해 외마디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어머나! 내가 하마터면 란슬롯을 죽게 만들 뻔 했구나!"

 

  이렇게 탈진한 상태에서 조금만 더 달렸다면 자칫 란슬롯이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란슬롯, 이제 괜찮아?"

 

  에반젤린 공주는 탈진해 쓰러진 채 잉글랜드 병사가 입에 흘려넣어주는 물을 꿀꺽꿀꺽 소리내 마시며 괜찮다는 듯 고개만 간신히 까닥까닥 끄덕이는 란슬롯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괜찮다니, 천만다행이구나."

 

  이때 말을 잘 아는 듯한 병사가 에반젤린 공주 쪽으로 다가왔다.

 

  "당신의 말이 탈진했으니, 지금이라도 푹 쉬게 하고 물과 먹이를 충분히 줘야 할 것이오."

 

  고개를 끄덕인 에반젤린 공주가 병사들을 향해 물었다.

 

  "알겠어요. 이 근처에 제 말에 물과 먹이를 충분히 줄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이번에는 병사들의 대장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캡틴 짐이라 하는데, 내가 당신을 돕겠소."

 

  캡틴이란 말은 대장이란 뜻으로 짐은 국경 잉글랜드 병사들의 대장이었다.

 

  추녀로 변장한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부터 연민의 시선을 보내던 짐이 이제서야 직접 나선 것이다.

 

  '저 여인은 공주님의 시녀인 것 같은데,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행동거지만큼은 공주님에 못지 않게 품위있구나!'

 

  이렇게 느낀 짐은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통 하나를 건네주며 울타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여관을 가리켰다.

 

  "물은 이 물통 하나면 충분할 것이오. 저 여관이 말의 먹이를 파는 곳이니, 당신의 말이 일어나는 대로 가보시오."

 

  그러고는 금전 하나를 내밀며 한마디 덧붙였다.

 

  "당신은 공주님의 시녀인 모양인데, 이 금전을 여관에 내시오."

 

  월급으로 받은 금전을 내준 것으로 평민 출신인 짐에게는 제법 큰 돈이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사양하려는 순간이었다.

 

  '어머나! 국경에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있다니!'

 

  로버트 왕자나 리처드 만큼은 아니었지만, 캡틴 모자 사이로 보이는 황금빛 금발이 매력적인 짐은 에반젤린 공주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대단히 잘생겼다.

 

  에반젤린 공주는 잘생긴 짐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끌리던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공주님께서 주신 여비를 쓰면 되니,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이미 머리핀을 모두 써버린 상태였지만, 자존심 때문에 사양한 것이다.

 

  내밀었던 금전을 도로 집어넣은 짐은 마치 그녀가 자존심 때문에 사양한 것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돈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해달라는 말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손거울을 담보로 잡혀 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물통의 물을 다 마신 란슬롯이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자 에반젤린 공주가 란슬롯을 덥석 껴안았다.

 

  "란슬롯! 일어났구나! 이제 괜찮은 거니?"

 

  란슬롯은 괜찮다고 대답하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히히힝 소리를 냈다.

 

  에반젤린 공주는 탈진해 쓰러졌던 란슬롯이 멀쩡하게 히히힝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자 감격에 벅차 땀에 젖은 란슬롯의 등을 쓰다듬으며 울먹였다.

 

  "란슬롯, 모든 것이 내 잘못이야. 절대로 다시는 너를 지쳐 쓰러지게 만들지 않을게. 배고프지?"

 

  란슬롯에게 먹이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에반젤린 공주는 병사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전 이만 여관으로 가볼 테니, 병사님들 모두 안녕히 계셔요."

 

  에반젤린 공주가 작별인사를 하자 짐도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나중에 다시 봅시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시오."

 

  짐은 란슬롯을 끌고 여관으로 향하는 에반젤린 공주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가씨군......"

 

  짐이 중얼거린 말을 듣자 병사들이 웃으며 제각각 떠들어댔다.

 

  "하하하...... 대장님, 설마 저 아가씨를 사랑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뒷모습이 정말 매력적인 아가씨이긴 하지만, 앞모습은 그렇게 사랑스럽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하하하......"

 

  "대장님이 보시기엔 잉글랜드의 모든 아가씨가 사랑스러운가 봅니다. 하하하......"

 

  "공주님을 사랑하면 공주님의 시녀까지 사랑하게 된다더니, 대장님께선 저 아가씨가 공주님의 시녀라 사랑스럽게 보이시는 것이 아닐까요? 하하하......"

 

  짐은 듣기가 거북해 손을 내저어 병사들의 말을 잘랐다.

 

  "모두 조용히 하라!"

 

  제각각 떠들어대던 병사들이 조용히 하자 짐이 에반젤린 공주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너희들은 저 아가씨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는군. 아가씨의 품행은 말 할 수 없이 사랑스러우며, 또한 아가씨의 몸매는 완벽한데다 목소리는 얼마나 여성스러우냐? 게다가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아가씨의 푸른 눈동자와 황금빛의 금발은 얼마나 아름다우냐? 내가 보기엔 저 아가씨는 잉글랜드에서 에반젤린 공주님 다음으로 매력적인 여성인 것 같은데, 너희들은 보는 눈도 없느냐?"

 

  짐의 말을 듣자 병사들이 킥킥 웃어댔다.

 

  "킥킥... 대장님은 저희들과 여자를 보는 눈이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여자의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데, 대장님은 여자의 얼굴을 가장 적게 보는 것 같은데요. 그럼 저 아가씨께 고백이라도 해보지 그러십니까? 킥킥..."

 

  짐은 병사들의 입을 막기 위해 손을 휘둘렀다.

 

  "바보 같은 소리! 저 아가씨는 나같은 캡틴 따위가 바라볼 수 있는 아가씨가 아니니, 함부로 떠들어대지 마라!"

 

  짐은 란슬롯을 끌고 여관에 거의 다다른 에반젤린 공주의 뒷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 짐이 아가씨를 지켜줄 테니, 아가씨는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 이 짐이 목숨을 걸고라도 아가씨의 안전을 지켜드릴 것이오!'

 

  란슬롯을 끌고 여관에 이른 에반젤린 공주는 란슬롯을 밖에 둔 채 여관 안으로 들어가 로비에 있는 여관 주인에게 물었다.

 

  "제 말이 굶주려 있는데, 말 먹이를 구할 수 있나요?"

 

  여관 주인은 흰 스목을 입은 에반젤린 공주의 행색을 살펴보더니 물었다.

 

  "말 먹이를 살 돈은 있으시오?"

 

  란슬롯을 타고 런던교에서 국경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에반젤린 공주의 흰 스목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옷이 온통 흙투성이인 그녀가 말 먹이를 살 수 있는 돈이나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여관 주인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에반젤린 공주는 품속에 있는 손거울을 꺼내 보였다.

 

  "이 손거울을 담보로 맡길 테니, 묵을 방과 말 먹이를 계산해 주세요."

 

  에반젤린 공주가 꺼내 보인 손거울을 받자 여관 주인은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오!"

 

  여관 주인은 손거울을 받아들자 무게로 가늠해 유리 손거울임을 알아본 것이다.

 

  손거울을 열어본 여관 주인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중얼거렸다.

 

  "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유리 손거울이란 말인가!"

 

  유리 손거울은 귀족이나 왕족 여성들이나 만져볼 수 있는 물건이라 여관 주인은 유리 손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리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정말로 선명하게 보이는구나!"

 

  여관 주인은 물이나 청동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본 적이 있어도 유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다.

 

  여관 주인이 정신나간 듯 거울만 쳐다보자 에반젤린 공주가 재촉했다.

 

  "주인 아저씨, 지금 제 말이 굶주려 있으니, 우선 말 먹이를 주실 수 있겠어요?"

 

  이때서야 정신을 차린 여관 주인이 손거울을 바라보던 시선을 에반젤린 공주 쪽으로 돌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우선 말 먹이를 주겠소."

 

  여관 주인은 양동이에 여물을 가득 담아 에반젤린 공주에게 양동이 채로 건네주었다.

 

  "이 여관은 심부름꾼이 부족하니, 당신이 직접 말에게 먹여주시오."

 

  에반젤린 공주는 여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들고 나가 란슬롯에게 먹였다.

 

  "배고프지? 실컷 먹고 어서 기운을 회복해야지."

 

  에반젤린 공주 역시 이틀간 아무 것도 먹지 않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란슬롯의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자신의 허기를 채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다.

 

  란슬롯이 양동이에 가득 담긴 여물을 모두 먹어치우자 에반젤린 공주가 란슬롯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란슬롯, 여관 주인 아저씨한테 먹이를 더 얻어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겠니?"

 

  에반젤린 공주가 텅빈 양동이를 들고 여관으로 들어가자 여관 주인은 마치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했다.

 

  "그대는 누구신데, 우리 여관의 양동이를 들고 계시는 것이오?"

 

  설마 하는 마음에 에반젤린 공주는 여관 주인이 시력이 나빠 자신의 얼굴을 못 알아본 줄 알았다.

 

  "시력이 나쁘신가 보군요. 전 방금 전에 주인 아저씨께 손거울을 담보로 맡긴 사람이예요."

 

  여관 주인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되물었다.

 

  "손거울이라니? 난 당신을 처음 보는데, 당신이 언제 나한테 손거울을 맡겼다는 것이오?"

 

  에반젤린 공주는 이때서야 깨달았다.

 

  '여관 주인이 내 손거울을 가로채기 위해 시치미를 떼고 있구나!'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의 손에 들린 양동이를 들어 보이며 따졌다.

 

  "제가 주인 아저씨한테 손거울을 담보로 맡기고, 우선 말 먹이를 달라 해서 여물이 가득 담긴 이 양동이를 건네받았잖아요!"

 

  "내가 잠깐 로비를 비운 틈에 당신이 그 양동이를 몰래 가져갔던 모양인데, 어서 돌려주고 나가시오!"

 

  여관 주인은 단숨에 에반젤린 공주의 손에서 양동이를 빼앗은 후 그녀를 여관 밖으로 쫓아내버렸다.

 

  에반젤린 공주가 여관 주인의 손에 떠밀려 여관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보자 란슬롯이 마치 항의라도 하듯 앞발을 높이들고 히히힝 소리를 내며 날뛰었다.

 

  "히히힝! 히히힝!"

 

  에반젤린 공주는 란슬롯이 이렇게 날뛰면 다시 쓰러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말고삐를 붙잡고 말했다.

 

  "란슬롯, 진정해! 난 괜찮아. 하지만, 넌 탈진한 상태라 이렇게 날뛰면 안 돼!"

 

  에반젤린 공주의 말을 알아들은 듯 앞발을 높이들고 히히힝 소리를 내며 날뛰던 란슬롯이 진정되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라던 짐의 말이 떠올라 국경 울타리를 가리켰다.

 

  "란슬롯, 내가 병사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는데, 저 울타리까지 갈 수 있겠니?"

 

  란슬롯은 빨리 가자는 듯 히히힝 소리를 냈다.

 

  확실히 란슬롯은 기력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이제서야 안심이 된 에반젤린 공주는 란슬롯의 말고삐를 잡은 채 국경 울타리로 걸어갔다.

 

  짐은 란슬롯이 에반젤린 공주의 손에 끌려 멀쩡하게 걸어오는 모습을 보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말이 벌써 회복되었군요!"

 

  "모두 병사님들 덕분이예요. 제 말한테 물을 주셔서 감사했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병사들에게 무슨 말로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자신도 모르게 땅이 꺼질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에반젤린 공주를 보자 짐이 의아해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나요?"

 

  이때서야 에반젤린 공주가 손거울을 빼앗긴 여관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 여관 주인에게 제 손거울을 빼앗겼는데,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에반젤린 공주의 말을 듣자 병사들이 저마다 분개한 목소리로 한마디씩 했다.

 

  "저 여관 주인이 도둑놈이었구나!"

 

  "세상에 저런 날도둑놈이 있나!"

 

  "연약한 여인의 손거울이나 훔치는 못된 놈!"

 

  이렇게 떠들썩해진 가운데, 짐이 분개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빨리 공주님께 말씀드려 여관 주인이 법의 처분을 받도록 하시오!"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저었다.

 

  "공주님은 런던에 계신데, 저는 지금 당장 손거울이 필요해요. 지금 당장 손거울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짐은 고개를 젓더니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빈손을 내보였다.

 

  "우리 병사들 모두 왕명이나 전령없이는 국경에서 한 발짝도 이동할 수 없으니,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주님께 도움을 청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듣자 맥이 빠진 에반젤린 공주는 털썩 주저앉은 채 중얼거렸다.

 

  "지금으로선 손거울을 되찾을 방법이 없구나."

 

  이틀에 걸쳐 아무 것도 먹지 않고 500여 마일을 달려온 에반젤린 공주는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기진맥진했다.

 

  짐이 배낭에서 빵과 물통을 꺼내 주었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빵을 드시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어 일어나 고개를 저었다.

 

  "친절은 감사하지만, 빵을 살 돈은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허기져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거절한 것이다.

 

  짐이 에반젤린 공주가 자존심 때문에 거절한 사실을 눈치챈 듯 말했다.

 

  "빵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오시오."

 

  이 말에 오히려 자존심이 상한 에반젤린 공주는 그만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병사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병사님들, 안녕히 계세요."

 

  짐은 란슬롯을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에반젤린 공주를 보며 고심하는 중이었다.

 

  '지금 내가 나서 아가씨의 손거울을 되찾아 드려야하는 것이 아닐까?'

 

  짐은 고심 끝에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아니야, 내가 나서 못된 여관 주인에게 손거울을 빼앗아 아가씨에게 돌려준다면 근무지 이탈죄로 사형당할 텐데, 내가 사랑하는 아가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가씨를 도울 수 없게 되니,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구나.'

 

  짐과 병사들과 작별한 에반젤린 공주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걸음을 멈춘 후 생각에 잠겼다.

 

  '돈이 될 만한 물건도 없는데, 어떡하지?'

 

  에반젤린 공주는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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