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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월비천가(㬻月庇天歌)
작가 : 불괴
작품등록일 : 2018.2.20

그 놈의 출신을 알려달라고? 그건 아무도 모를 걸세. 뿌리가 없거든. 소문으로는 가전무공만 연성했다는 데, 그 놈의 집구석이 워낙 다양해서 가전무공이라 부르는 무공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서로간에 개연성이 없어. 워낙 처세 질에 능해서 어딜 가나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놈이야. 정을 쉽게 주면서도 금세 학을 띠고 사라지는 놈이라. 어쨌든, 그 성장과정은 나도 궁금하다네 - 철공계 황천후

 
제 17화 - 각자의 입장
작성일 : 18-03-16 20:15     조회 : 371     추천 : 0     분량 : 8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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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익이 수염을 지속적으로 깎게 된지, 두 달째에 접어 들었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것마냥, 복슬복슬 기르고 다니던 수염이 사라지니 허전해 자꾸만 턱 주변을 쓰다듬고 있다.

 손가락크기의 작은 소도를 가지고 매일 아침 수염을 깎는 데, 점심 무렵이면 밑동까지 잘려나간 수염이 다시 기지개를 피며 얼굴을 시커멓게 만든다. 오늘 오후는 백청각의 특실로 자리를 잡아놨다. 다른 이와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와있었던가?"

 

 "예, 단천림을 보호하는 쌍익(雙翼) 중 우익(右翼)을 대면하는 데 제가 늦어서야 되겠습니까?

 헌데, 외양이 몰라보겠습니다?"

 

 "얼굴마담인 총 행수 역할을 맡고 있는데 어찌 용모를 그대로 하고 다니겠는가!

 거각도 항익의 용모는 천하가 알고 있는데. 불편하지만 항상 팔짱을 끼고 있으려고 노력도 한다네. 자금은 예담으로 전장에 예치시켜놓았으니 언제든 찾아 쓰라고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던가?"

 

 "무허대사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구도자들이 태반이 지금 중원으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림주께서는 현 상황에 대한 전망을 좋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오다가다 대충 소식을 들었네. 좌익이 곁에 있고 그 동안 단천림에 있는 아이들이 놀고만 있지 않았을 텐데. 무엇이 그리 걱정인가? 자금 줄도 확보했겠다. 회피가 능사는 아니라네.

 전대 림주와는 다르게 운영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현 림주이질 않은가?"

 

 

 "중원 전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과거에 소수의 구도자들이 파견되어 저희를 습격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삽시간에 광서에 중소 방파와 큰 세력들 모두를 쓸어 담아 세력을 일궜습니다. 또한 거기에 그치지 않고 광동으로 이제 옮겨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 음... 소수의 습격이 아니라, 대규모의 세력 전으로 옮겨갔군. 그래서 어떡하라는 말인가?

 하 군사에게 건네 받은 내 임무는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 없는 상태야. 양도할 수 있는 자리라면 애초에 나를 이곳에 파견 내리지 않았을 걸세. 이곳에 내가 데리고 온 수하들도 고작 일곱 명 뿐이지 않는가? "

 

 " 하 군사님께서 말씀하기로는 우익을 대신할 지인이라도 소개받아 오라고... "

 

 "하 군사 놈은 뻔뻔하게 대놓고 내게 도움을 바라는 구만.

 안 그래도 내가 억불을 림주께 천거하려고 마음 먹었네."

 

 "억불(抑佛) 두사모말입니까? 그 정도 인재면 저희가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스럽긴 합니다. "

 

 " 억불과는 어릴 때부터 인연이 있던 친구인데다가 구도자와 악연이 있는 것도 일치하니. 내 이름을 팔게나 그리고 현 상황에 대해 그 친구에게도 알려주고 말이야."

 

 " 그 자의 위치는 아시는 바가 있는지요?"

 

 "그 친구 별호에 맞게 놀고 있지. 사천의 악산대불(樂山大佛)로 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네.

 적어도 사흘에 한번은 대불 면상에다가 욕지거리를 날리는 미친 땡중이 있을 텐데... 그가 두사모지."

 

 "감사합니다. 하 군사가 마지막에 남긴 말은 '백리상단에서 나오는 수익이 단천림의 향후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니, 상단에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지. 현재 백리상단은 아주 잘해주고 있어. 상도(商道)를 모르는 내가 봐도 말이지. 기특할 정도야. 적대세력들이 이곳에 자리잡는 일은 절대 없을 걸세. 게다가 그 대단하신 군사님의 명을 받들어 내가 거기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 아니겠는가? 만약에 일이 틀어져도 모르는 놈들은 내 아들인 줄 알 테고, 아는 놈은 그러니깐 백리상단은 자연스럽게 우리와 공조를 하도록 말이야. 그건 그렇고, 백청각에 특실을 빌린 것도 처음인데. 술 한잔도 하지 않을 텐가?"

 

 "상황이 녹록지 못합니다. 좌익께서 내린 지령과 하 군사가 내린 지령을 완수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할 거 같습니다. 전면전이 발생하기 전까지 최대한 전력상승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어서...

 술은 다음에 항익님이 복귀하시면 그때 마시겠습니다."

 

 " 림주께 너무 걱정 말라고 하시게. 사태가 악화되면 나도 관망만 하진 않을 테니. 말이 우익이지. 내 역할은 무상아닌가! 크흠... 하다못해 용병이라도 대거 고용하여 작게나마 일조하겠네. 아차! 낭인곽에서 용병계약을 하는 중에 알게 된 것인데. 이놈들이 중개를 넘어 관리를 하고 있더군. 하 군사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게나~ ."

 

 "감사합니다. 낭인곽에 대해서는 좀더 살펴봐야겠군요.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수고하시게, 홍학(鴻學). 자네는 하 군사의 뒤를 이을 중요 인재이니, 몸뚱어리도 건사하시게나~"

 .

 .

 .

 서안으로부터 서쪽으로 팔천 리나 떨어진 곳. 고봉들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고 서에서 동으로 산세가 점차 낮아지는 명산. 감숙성의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곳은 기련산. 대상단(大商團)이라면 필히 개척해야 되는 비단길은 감숙과 청해 사이에 있는 기련산 초원을 지나간다. 자연스럽게 온갖 마적들과 강도들이 들끓고 있는 지역. 쟁자수보다 표사를 더 많이 확보해야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돈 내놔!"

 

 갑작스레 등장한 괴한들이 빌린 돈 받아내는 것 마냥 태연하게 말하고 있다.

 

 

 "통행료라면 드리겠습니다."

 

 "흐음,,, 너무 작은데?"

 

 통행료를 받아 든 괴한이 앞에 있는 표사를 보고 눈을 흘기고 있다.

 

 샤악, 퍼억,채앵!

 

 

 "으아아악!"

 

 괴한 앞의 표사가 발길질 한 방에 공중에 살짝 들렸다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 짧은 순간에 표사의 머리키락이 잘려나갔고 소지하고 있던 칼에도 상흔이 남아있었다.

 

 "보내주십시오. 통행료를 좀더 지급해드리겠습니다."

 

 행수가 짐짓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재차 말을 이어간다.

 

 "이봐! 비단길 행차는 처음인 것 같은데.

 여기는 원래 통행료가 비싸다고 지금 건넨 금액의 두 배는 더 주어야 할 것이야."

 

 "..."

 행수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쉽게 답변을 내릴 수 없었다.

 

 

 "행수님! 더 주시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일당을 받아야 할 상황이군요."

 

 표사로 보이는 놈이 갑자기 행수 앞을 가로 막았다.

 

 

 "왠 놈이냐? 감히 기련삼흉(祁連三凶)의 행차를 가로막다니."

 

 "양지! 귀찮으니 더 묻질 말거라. 바로 처벌해주마. "

 

 "셋째야. 저놈 저거, 눈빛에 정광이 가득하고 걸음걸이에서 긴장감이 묻어 있질 않아.

 목소리에도 한 점 두려운 기색이 느껴지지 않으니... 저놈 쉽사리 보면 큰 코 다칠 것 같다.

 합공으로 가되, 진신절기를 꺼낸다. 근접으론 셋째와 둘째가 각각 응혈수(鷹血手), 철각공(鐵脚功)로 상대하고 나는 회풍검(回風劍)..."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독수리가 먹이를 쪼아내듯 다섯 손가락을 새의 발톱처럼 구부려 양지의 머리를 덮쳐갔고 그와 동시에 통나무같이 굵은 다리가 양지의 하단을 돌려 친다.

 마지막으로 공중에서 내려 꽂히는 한 줄기 강맹한 검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습공격이었다.

 

 양지는 태연하게 오른 손으로 일장을 뻗었다. 암경(暗勁)이 실린 듯 왼 편으로 들어오는 손가락이 왔던 길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동시에 왼 발이 뻗어나가 각법을 펼치는 상대의 허벅지를 밟고 그 반동을 이용하여 공중으로 신형을 띄어 올렸다. 검집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두 가닥의 섬광이 부딪혀 갔다.

 

 네 사람의 격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상단의 일행.

 기련삼흉이 감숙과 청해일대를 종횡하며 많은 상인의 주머니를 털고 다닌다는 소문은 그들도 들은 적이 있다.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모습을 드러내는 지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근처 출몰한다는 마적 단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비단 길은 이번이 처음이라 상단의 준비도 미흡했다.

 산적들과 마주치면 통행세를 내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듯 서역으로 진출하는 데에 큰 걱정은 없었다. 통행세를 걷는 이들은 대체로 과시용 위협이 있을 뿐 실제로 강탈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헌데 기련삼흉이 강짜를 부린다. 무공실력도 진짜였다. 절정이라 칭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인 발경(發勁). 능수능란하게 기를 발출하는 실력자였다.

 

 엊그제 마주친 초라한 행색의 사나이. 행로 중간에 마주친 그 자가 선뜻 표사가 되겠다고 하였다.

 지나는 행로에 적습이 없으면 무료로 상행에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초라한 모습을 보니 끼니도 해결 못한 것 같아 행수의 마음속 피어난 동정심의 발로로 채용한 인물이다. 이름도 흘겨 들은 바람에 신경도 못쓰고 있었다. 그 자가 지금 절정고수 세 명의 합공을 받아내고 있다.

 

 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삼흉의 안색은 어두워 졌다. 막내의 양손은 시뻘건 적수로 바뀌었고 둘째는 다리에 공력을 모아 땅을 차면서 다음 수를 기다린다. 첫째 역시 자세를 잡고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일 합을 교환하고 공방이 잠시 중단되었다.

 

 "형님, 저놈 실력이 만만치 않네요. 근래에 단신으로 감숙에서 활동하는 마적 단(馬賊團) 씨를 말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저 놈이 형옥 아닐까요?"

 

 "음... 형옥이라는 놈은 우리 같은 고수를 만나지 못하고 애송이들이나 두들겨 뺀 거 같구나.

 개인 대 개인이면 모르겠으나, 우리 세 명이면 초 절정도 넘볼 수 있다. 걱정하지 말거라."

 

 " 단 일 합의 공방으로 기세를 읽어내지 못했단 말이더냐? 다음 공격은 반드시 피를 볼 것이니.

 투항하든지 들어오든지 결정해라!"

 

 양지는 땅에 놓인 검집을 발로 차버렸다. 항전을 불사하겠다는 행동이다.

 

 차아앗!

 

 기련삼흉의 신형이 사라졌다. 한 놈은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고 두발을 위로 뻗쳐 강렬한 공격을 뿜어냈고 또 한 놈은 앞으로 돌진하며 열 가닥의 날카로운 이빨을 연신 꽂아 댄다.

 마지막 놈은 모았던 기를 일거에 쏟아내듯 수 차례 검기를 뿌렸다.

 

 양지는 더 이상 상대방의 공력을 시험해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젠 힘으로 찍어 눌러야겠다는 생각으로 강렬한 기를 모금은 칼을 정면으로 던지면서 양손으로 쾌공(快攻)을 전개하였다. 순식간에 붉은 이빨을 꿰뚫고 심후막측(深厚莫測, 깊고도 두꺼우며 예측할 수 없는)한 장법(掌法)을 이어나간다.

 

 기련 삼흉의 막내는 자신의 손을 꿰뚫은 칼로 인하여 더 이상 공격에 가담할 수 없었다.

 단순한 투검(投劍)을 극성의 응혈수로 깨 부서든 후 후속타를 먹일 계획이었을 것이다.

 헌데, 오른 손바닥 한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버렸다. 드러나는 안색에서 두려움이 보이고 고통스러운 절규를 토해내고 있다.

 

 양지의 장세(掌勢)는 일장(一掌)마다 그 힘이 웅혼하여 성벽을 후려치는 파쇄차(破碎車)같았다.

 손바닥과 마주치며 들려오는 소리는 통쾌했다.

 

 콰앙,쾅,쾅!

 

 둘째는 다리가 풀려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양지가 하늘높이 치솟은 다리를 손으로 움켜 잡고는 땅바닥에 패대기 쳤다. 첫째는 나름의 경공을 발휘하여 소나기처럼 몰아치는 장세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입에서 선혈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걸 보아 검기와 장법의 교환으로 가볍지 않은 부상을 당한 듯 싶다.

 

 여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양지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스으윽.

 

 순식간에 첫째의 후미를 잡고 명문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잠깐!"

 

 그나마 정신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막내가 입을 열었다.

 

 " 투항 아니면 결전을 본다 하지 않았던가? "

 

 "살려주시오. 큰 형님은 저리 쉽게 가서는 안 된다오."

 

 "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겠군. 다시 한번 묻겠다. 투항하겠는가?"

 

 "항복하겠소. 어차피 명문혈을 잡힌 시점에서 나는 죽을 운명. 더 대항해봐야 무엇 하겠소?"

 

 생사의 경계지점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첫째가 답변을 했다.

 

 "...."

 

 상단의 일행들은 여전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련삼흉은 각자 지혈과 운기요상을 통해 부상을 떨쳐내려 애쓰고 있었다.

 

 

 "대협이... 근래에 협행을 펼치고 다니는 형옥이신줄 몰랐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상단의 행수가 양지에게 어쩔 줄 몰라 연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처음에 계약한대로 습격이 없으면 무료로 동행하고 아니면 소정의 수고 비를 받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표사는 구실이고 목적은 감숙지역에 악질분자를 소탕하는 것입니다."

 

 "아이고, 너무 감사합니다. 수고 비는 얼마나 드려야 할지..."

 

 " 수고 비는 저놈들에게 원래 주려던 통행세면 충분합니다. 더는 받지 않겠습니다. 대신에 주변에 소문 좀 많이 내주십시오. 형옥이 협행을 펼치고 있다고 말입니다. 감숙이 정리되면 청해를 필두로 세외지역들에 대한 악인 소탕을 하겠다고 말입니다. "

 

 " 은인께서는 진정한 협객입니다. 단신으로 거사를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 저놈들 처리문제로... 이만 상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데, 괜찮겠습니까? 이 앞으로는 마적 단이 돌아다니지 않기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네,네. 저희들 때문에 옳은 일에 방해가 되어선 안되겠죠. 지금 바로 수고 비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연이 닿는 다면 저희 상단에 한번 놀러 오십시오. 저희 상단 주는 은혜를 받으면 그 곱절로 되돌려 주려는 분이셔서. 대협이 오시면 작지 않은 지원을 해드릴 겁니다."

 

 "백리상단이라 했던가요? 알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대,대협! 허투루 들으시면 안됩니다. 저희 상단을 들어본 적 없으실 테지만... 소금전매를 하고 있는 상단이니 결코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수고 비를 받는 도중 양지는 잠시 놀란 표정으로 행수를 바라보았다. 그도 아는 것이다. 소금전매는 중원에 오직 단 하나의 상단이 가지는 독점적 권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기련삼흉의 혈도를 점하여 내공을 잠시 폐하고 함께 길을 떠났다.

 .

 .

 .

 "대협... 저기... 어디로 데려가시는 겁니까?"

 

 "내 별호를 알고 있지 않은가! 형옥(刑獄).

 지은 죄를 달게 받을 수 있는 옥으로 데려가는 거지."

 

 "관아나 수배령을 돌린 상단들에게 넘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아니, 내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옥이 하나 있지. 가면 꽤 많은 죄수를 볼 수 있을 게다."

 

 "허억. 그렇다면 최근에 사라진 여러 마적단도 그곳에 갇혀 있는지요? "

 

 "그렇지! 살생은 피하고 싶고 악인들이 설치고 다니는 꼴은 보지 못하겠단 말이야.

 악도(惡徒, 악당의 무리)를 교화시켜서 함께 올바른 일에 힘 써보려 한다.

 그 곳에 가면 결정을 하도록 해라. 누구 하나 챙겨주는 사람 없는 곳에서 징역을 살 건지 협행을 펼칠 것인지. 정의구현(正義具現)으로 돌아서면, 무공증진을 위한 도움을 주도록 하지."

 .

 .

 .

 죄암질을 하기 시작한지 달포 가량이 지난 무렵. 얼마 전에는 대한(大寒)을 맞아 눈이 엄청 내렸다. 그럼에도 오전수련은 항상 빼먹지 않고 이어간다.

 

 "운각아! 팽팽한 실에서 무엇이 느껴지느냐?"

 

 "휴우~ 이제서야 규칙이 느껴지네요. 일전에 장침수련으로 일주일 지난 후에 느꼈던 것처럼, 이번에도 주먹을 쥐는 데 순서가 느껴지네요. 이제 언제건 죄암질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다음 단계는 어떤 걸 하는 지요?"

 

 " 빠르구나, 빨라.

 원체 외문공부를 쌓아와서 그런지 단전에만 집중하여 내공을 관조하는 나쁜 버릇이 베어있지 않아. 아니면, 네 가전무공과 삼악이 공명을 일으키며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건지도 모르겠구나.

 내가 실을 통하여 운기법을 일깨워주는 일은 이제 끝났다. 앞으로는 네 스스로 죄암질을 계속 연마해보거라. 지난번과 이번 수련을 통하여, 일악(一握)의 초입과 고악(固握)을 위한 발판을 다진 것이야. 일악을 통하여 축기를 하고 고악을 통해 운기를 행한다. 이 두 가지가 일정 경지에 오르게 되면 장악(掌握)을 위한 수련에 들어가겠다."

 

 다행이었다. 당분간 운각은 오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고통의 시간이 사라져 버렸으니...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아버지. 앞으로는 살 떨리는 고통이 사라졌으니 하루 종일이라도 삼악을 단련하겠습니다. 히히힛."

 

 "너무 좋아할 것 없다. 네가 원하는 힘이 내가 달성한 수준까지 올라 오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야. 외문무공은 시간과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 당연하고 그걸 극복해야 발전할 수 있단다.

 

 맥문을 잡아보니, 단전에 축기 된 내공이 보잘것없더구나. 이건 신체의 성장에 아주 좋은 신호이다. 무작정 단전에 내력을 쌓는 것보단 신체 골고루 세맥(細脈)에 축기를 하는 것이 보다 강건한 육체를 가질 수 있지. 누차 얘기하지만 단전의 내공에 대한 조급함을 가질 필요는 없다.

 네가 보유하고 있는 무공을 기준으로, 신체 곳곳에 뿌리내린 기운들이 단전에만 처박혀 있는 기운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훨씬 낫단다."

 

 고통의 연속이던 수련이 끝났다. 신양에 온지 두 달이 돼서야 편한 마음으로 수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 예담이 가르쳐 주는 삼악이 실전에 쓰일 정도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지만 이제 여유를 갖고 하루 종일 수련에 매진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쯤이면 장원 밖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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