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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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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3 18:25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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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유의 말에 헤레이스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올뻔 했다.

 이런 식으로 당당히 인정할 줄이야….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

 내가 이 소문을 퍼트린 당사자라는 걸 몰라서 저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가? 오히려 역으로 자신이 이 소문을 퍼뜨렸는지 의심하고 확인하기 위해 떠본 거라면?

 헤레이스는 생각이 많아졌으나 그저 평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이럴 땐 단순하게 사실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어차피 라티안스 씨가 모두에게 이야기할 거니까, 먼저 알려드린 것뿐이에요.”

 

 “…로드가 이야기할 거라고요?”

 

 “네.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힘들어질 거예요. 거기다가 거짓은 언젠가 들키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지금 밝히면 오히려 더 위험해지지 않습니까?”

 

 “언제 밝히든 위험해지는 건 똑같아요. 차라리 지금 밝히는 게 나중을 위해서 더 낫잖아요.”

 

 지유의 말에 헤레이스는 라티안스와 지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훗날을 위해 지금이 위험하더라도 기꺼이 희생하려는 것이다.

 이건 어찌 보면 자신에게 유리한 일일지도 모른다. 라티안스의 비밀을 알아 실망하게 된 뱀파이어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편안하게 그를 버리고 온 뱀파이어를 받아드리기만 하면 된다.

 

 “두 분 다 용감하시네요.”

 

 “용감하다기보다는…. 숨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큰 걸지도 모르지만요.”

 

 “로드의 비밀을 알게 되면 떠나는 자들도 많을 겁니다. 마음 단단히 먹어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헤레이스 씨는요?”

 

 “네…?”

 

 “헤레이스 씨도 지금 라티안스 씨의 비밀을 들었잖아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그 약해빠진 로드를 끌어 내리고 자신이 로드가 되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눈앞의 여자를 제 것으로 만드는 것.

 하지만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헤레이스는 언제나처럼 웃는 가면을 썼다.

 

 “저야 당연히 로드의 편입니다.”

 

 “…정말로요?”

 

 “물론이죠. 이제 이야기는 끝났으니 돌아가서 훈련을 계속할까요?”

 

 “네.”

 

 지유는 확실한 대답을 들었음에도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찝찝했다.

 헤레이스는 좋은 뱀파이어고 믿을 수 있는 뱀파이어인데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들곤 했다.

 뭔가 알 수 없지만, 기분이 묘했다. 이유 없이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서 왜 이러는지 답답했다.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은데…. 자신의 감이 자꾸 저 뱀파이어는 싫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착각이겠지…?’

 

 지유는 술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헤레이스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조금 찝찝한 기분으로 훈련을 마치고 방에 들어오자 라티안스가 방 안에 있었다.

 지유는 라티안스를 보고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어쩐 일이에요?”

 

 “알려줄 게 있어서.”

 

 “뭔데요?”

 

 “내일, 뱀파이어들을 모아놓고 소문이 진실이라고 이야기할 생각이야.”

 

 “내일…….”

 

 “꽤 위험해질 거야. 그래서 당분간은 훈련도 못 할 거라고 생각해.”

 

 라티안스의 말에 지유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라티안스가 자신의 약점인 자신을 알리는 이상 자신이 위험해지는 건 알고 있었다.

 이것 또한 자신이 이겨내야 할 시련이겠지. 분명 시간이 지나면 이 선택을 한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다.

 

 “늘 그대에게는 미안하다는 마음뿐이야.”

 

 “무슨 소리세요. 제가 사실대로 말하자고 한거잖아요.”

 

 “그래도 내가 강했다면, 분명 그대가 위험해질 일도 없었을 거야.”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세요. 이건 라티안스 씨 탓이 아니에요.”

 

 지유의 말에도 라티안스는 속상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뱀파이어 로드였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지유는 어두운 라티안스의 얼굴을 보고 라티안스의 손을 붙잡았다.

 여태까지 라티안스와 지내오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말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괜찮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라티안스의 불안을 덜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괜찮다는 말로 가려지지 않을 불안이라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 서로의 짐을 나눠 가지자.

 

 “물론 이 상황이 만족스럽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거예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후회하지 않아?”

 

 “네. 솔직한 말로 라티안스 씨가 인간의 피를 마실 수 없으니까 저를 만난 거 아닌가요?”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면 마냥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당신의 약점이 우리를 만나게 한 거예요.”

 

 당신이 그렇게 나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점이, 우리를 이어준 거나 다름없어.

 분명 지금은 위험하고 아슬아슬하지만…. 우리는 분명 괜찮을 거야.

 왜냐면 우리를 이어준 것들은 아주 많으니까. 우리가 만난 이유도, 우리가 가진 감정도 전부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다칠까 봐, 상처 입을까 봐,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 약점이, 나와 그대를 이어줬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

 

 “맞는 말이잖아요.”

 

 “맞는 말이지. 그대가 생각하는 방법은 참 신기해.”

 

 “뭐가요?”

 

 “지금 이 상황이 불안하거나, 무섭다기보다는 마치 그래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라티안스가 느끼는 그대로예요. 물론 아주 안 무서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로 생각해요.”

 

 “어째서?”

 

 “나중엔 무서웠던 것도 다 잊을 만큼 행복할 테니까요.”

 

 행복해진다. 그 말에 라티안스는 가슴 한쪽이 뿌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우리는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에게 닥치는 불행과 시련들은 그 행복을 위한 디딤돌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라티안스는 그저 지유를 끌어안고 싶어졌다.

 라티안스는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대로 지유를 끌어안았다.

 

 “행복해질 거야. 아니 반드시 내가 그대를 행복하게 만들겠어.”

 

 “알고 있어요.”

 

 지유는 라티안스의 품에 안겨 미소를 지었다. 분명 라티안스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 역시 라티안스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고비를 잘 넘겨야 했다.

 

 “설령 많은 뱀파이어가 떠난다고 해도 기죽지 마세요.”

 

 지유의 말에 라티안스는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제나 지유에게 힘을 얻는다. 이번에도, 저번에도 도움받을 뿐이었다.

 정말 지유가 아니었으면 힘들 때마다 어떻게 이겨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러면…. 내일 준비가 되면 그대도 부를게.”

 

 “저도 가나요?”

 

 “그대를 보여주면 더 위험해질 것 같지만, 진실을 말하기로 했으니까.”

 

 “알았어요. 그러면 저도 갈게요.”

 

 내일 라티안스와 함께 수많은 뱀파이어 앞에 설 걸 생각하자 벌써 긴장됐다.

 라티안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지유에게 손대지 못하게 할 것이다. 위험에 처하게 내버려 두지도 않을 것이고.

 

 “괜찮을 거야. 그대의 손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할 거야.”

 

 “믿어요. 그러면 내일…. 잘 부탁해요.”

 

 라티안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에서 나갔다. 혼자 남은 지유는 침대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내일이면 라티안스가 자신이 없으면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라티안스를 반대하는 뱀파이어, 견제하는 뱀파이어가 자신을 공격해오겠지.

 

 “괜찮을 거야…. 베일리 씨나 리키나 씨도 있고, 나도 훈련했으니까.”

 

 하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여서 지유는 두 손을 꼭 붙잡았다.

 내일 해가 뜨는 것을 막고 싶을 정도로 지유는 긴장됐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지유는 오랜만에 드레스를 갖춰 입었다.

 자신이 블러드 로즈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피처럼 붉은 드레스는 허리는 얇고 밑은 풍성해서 마치 장미 꽃잎 같았다.

 거기다 드레스 밑단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서 걸을 때마다 반짝거렸다.

 화장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아하고 단정하게 해서 그녀의 외모가 더 빛나 보였다.

 모든 준비를 마친 지유는 거울 앞에 앉아 심호흡했다.

 그리고 방 안으로 정복을 입은 베일리가 들어왔다.

 

 “준비 다 되셨습니까?”

 

 “네, 다 됐어요.”

 

 “그러면 로드가 있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라티안스가 있는 방으로 가는 복도가 이렇게 길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복도를 걷는 내내 심장이 쿵쾅거려서 지유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진정하려고 애썼다.

 라티안스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이미 많은 뱀파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지유는 최대한 긴장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라티안스의 곁에 섰다.

 

 “오늘 그대들 여기에 부른 것은, 소문에 진위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소문이라면 그…?”

 

 “그럼 저 여자가 블러드 로즈라는 건가?”

 

 “모두 정숙하도록. …뱀파이어 로드는 블러드 로즈 없이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소문. 그건 소문이 아니다. 전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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