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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상속녀의 남자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4

한날 한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대일그룹 상속녀 인 유세희와 아버지를 잃은 천재 소년 도현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 딸을 지키기 위해 유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현준을 받아들이고 세희를 대신해 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세희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현준은 세희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그룹의 세력들의 노림수로 인해 강제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데......
10년후, 그녀가 돌아왔다.

 
82. 새로운 시작 (2)
작성일 : 18-03-12 01:43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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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희와 현준이 달콤한 신혼여행과 신혼 생활을 보내는 동안 검찰은 그동안 진행 중이던 조사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규민은 자신의 죄를 부정하던 첫날과는 달리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자신의 죄를 인정했기 때문에 빠르게 수사를 종결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의 몫으로 드러나 회사 횡령과 관련된 부분도 죄를 인정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규민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기로 결정을 내리자 그를 옭아매던 악몽이 멈췄다. 덕분에 규민은 훨씬 불편한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도 안색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악귀처럼 죄가 없다고 발악하는 황 이사 보다 더 큰 죄를 지었지만 반성하고 죄를 인정한 그에게 언론은 더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재판장에 가는 길이나 이동 중에 달걀이나 밀가루 세례를 받지 않았으나 아버지와 아들은 그렇질 못했다. 조금 이동을 위해 구치소를 나오는 아버지를 텔레비전으로 보던 규민은 그의 위로 내려앉은 끈적끈적한 노란 액체를 보면서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아버지도 그냥 잘못을 인정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누구보다 제 부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였다. 비록 그가 곁을 지킬 수는 없었으나 잘못을 한 게 맞으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면 좋을 텐데 자꾸 고집을 부리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더는 그의 아집에 이끌려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과 아내의 생각에 그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보다 먼저 재판이 진행되었던 둘은 재판 내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주장했고, 규호는 그의 관심을 달가워하지 않는 세희를 향해 저주를 퍼부으며 정신감정까지 받아야 했다.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누군가 말하던 것처럼 자식이 잘못하면 때려서라도 버릇을 고치고 훈계했어야 했는데 손주를 감싸고도는 황 이사의 질책이 무서워 한 번도 아들을 혼내지 못했다. 이미 아들이 커버린 뒤에는 이미 남을 때로 힘을 찍어 누르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 아들이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있던 그와 할아버지 눈치만 보면 된다는 식으로 아들을 키운 아내의 잘못이었다.

 그래서 규민은 자신보다 먼저 죄를 선고받고 교도소로 갇히는 아들과 아내의 모습을 치켜보며 피눈물 흘렸다. 이 또한 그가 감당해야 하는 죄의 무게일 터였다.

 

 

 세희는 켈리를 통해 그녀를 괴롭혀 왔던 황 씨 일가들이 각각의 죄목으로 잡혀갔다는 사실을 접했다. 규호는 그녀를 납치하고 강간하려던 죄뿐만 아니라 그동안 감춰 두었던 폭력과 과실치사 혐의가 새로이 드러나면서 그를 향한 고소장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황 이사가 힘으로 검찰과 경찰을 압박하고 있던 것이 무너져 내리면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피해자들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에게 뇌물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 규호와 황 이사가 황 이사가 교도소 안에서 힘겹게 사건을 조사받고 있다는 말에 얼굴을 굳혔다. 그들이 뿌린 씨앗이니 그들이 걷어드려야 할 일들이었다.

 

 “그럼 이제 진짜 다 끝난 건가?”

 “네, 아가씨. 고생하셨어요.”

 

 10년을 넘게 그녀를 힘들게 했던 자들에 대해 복수가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아 세희가 들고 있던 서류철을 다시 넘겨봤다.

 

 부모님의 사건, 황 이사, 그리고 그녀를 납치하려던 규호와 그의 엄마, 그리고 은아 까지. 그들 모두에 대한 처분이 파일 안에 담겨 있었다.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세희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막연히 복수가 끝나면 통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던 세희는 생각보다 찝찝하고 답답한 마음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세희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현준은 세희와 함께 퇴근하기 위해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다 어두운 표정의 그녀를 발견하고는 걱정스럽게 다가갔다.

 

 “아냐. 그냥 기분이 좀 답답하네. 일은 다 끝났어?”

 

 세희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태를 설명할 자신이 없어 가볍게 얼버무리며 질문을 돌렸다.

 

 “응. 답답하면 나가서 바람 좀 쐴까? 조금 일찍 나가도 되겠지?”

 

 현준이 걱정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소화를 돕는 부위에 꾹꾹 압력을 가하며 켈리에게 물었다. 감찰부로 발령받는 세희를 따라 감찰부로 들어온 그녀였다.

 

 “네. 은성 아주머니께서 시간 맞춰서 이바지 음식을 보내신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세희와 현준이 주말 동안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고 처음 맞는 주말이었다. 따로 챙길 시댁이 없는 대신 유 회장을 보러 간다고 하자 은성이 딸내미 시집보내는 기분이라며 이바지 음식을 준비해 챙겨 준다고 설레발을 쳤다. 현준 역시 세희를 데려갈 시댁이 없는 대신 유 회장을 만나러 가자며 민영을 통해 이것저것 준비를 돕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세희는 싸늘한 바람을 쐬자 응어리진 기분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말에 현준은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근처에 차를 세우고는 커다란 통과 당장 먹을 수 있는 작은 통을 골랐다.

 답답한 속에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들어가자 기분이 나아졌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세희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현준의 시선에 적색 신호등에 불이 들어왔다. 차가 멈춘 틈을 노려 세희의 달콤한 입술을 훔친 그는 발그레 얼굴을 붉히는 세희를 마지못해 놓아주고는 전방을 노려봤다. 갑자기 차를 돌려 신혼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살짝 인상을 썼지만 세희는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기의 로맨스를 이룬 두 주인공이 왔구나!”

 “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기자들이 너희 둘의 결합을 두고 세기의 로맨스라고 하는구나. 수백억 원의 자산을 물려받을 상속녀와 21세기 천재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니 세기의 로맨스라 할만도 하지. 안 그러냐? 허. 허.”

 

 다정하게 들어오는 손녀와 손녀사위를 맞이하기 위해 현관으로 들이닥친 유 회장의 말에 세희가 얼굴을 붉혔다. 할아버지의 주책없는 모습을 앞에 두고 어찌 대답해야 할지 곤혹스러웠다.

 다행이 요즘 들어 근엄하고 까다로운 부분이 없어진 유 회장을 보살피던 도우미들이 눈치 빠르게 끼어들어 그들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은성과 집안 식구들이 달려들어 한 상 거하게 차려낸 이바지 음식이 먹음직스럽게 식탁을 자리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근데 진짜 저희와 함께 지내기 싫으세요?”

 

 홀로 먹는 밥보다 셋이 먹는 밥이 훨씬 더 맛있었으나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신혼부부가 사는 집에 들어갈 정도로 능력 없고 눈치 없는 사람 아니다. 그리고 내가 없어야 빨리 증손주가 생길 거 아니야?”

 “할아버지!”

 “옳은 말씀입니다.”

 

 세희와 현준이 동시에 대답하자 유 회장은 그저 껄껄 웃으며 절대 안 들어갈 테니 증 손주를 빨리 안겨달라며 현준에게 당부의 당부를 거듭했고 이에 부끄러워진 세희가 또다시 얼굴을 붉히며 두 사람에게 그만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 함께 있어 즐거운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들은 유 회장의 취침시간에 맞춰 자리를 파하고 그가 마련해준 방으로 올라왔다.

 세희가 방에 딸린 욕실을 쓰는 동안 바깥 욕실에서 샤워를 마친 현준은 침대에 앉아 아이패드로 메일을 확인했다.

 

 중요한 메일을 확인하던 탓이었을까? 욕실 문이 열리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현준은 등 뒤로 전해지는 익숙한 온기와 손길에 아이패드를 내려놨다.

 

 “세희야.”

 “고마워 오빠. 내가 없는 동안 할아버지 곁에 있어 줘서, 할아버지에게 힘이 돼 줘서 정말 고마워.”

 

 저녁 내내 손녀인 자신보다 유 회장에 대해 더 잘 알고 배려해 주는 그의 모습에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꼈다. 둘의 대화에서, 주고받는 시선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친밀한 관계인지 새삼 깨달으며 그에게 고맙고 또 미안했다.

 

 “무슨 소리야. 당연한 내가 해야 했을 일이었어. 회장님은 네 할아버지면서 내 은인이기도 해. 회장님이 날 거둬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테니까.”

 

 세희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현준의 등을 가만히 끌어안았다.

 

 켈리에게 전해 받았던 보고서에는 황 이사의 일가가 받은 법적 체벌수위와 내용도 있었지만 현준과 그녀의 기사에 대한 것들도 있었다. 유 회장의 말처럼 대부분이 세기의 로맨스, 재벌가에 피어난 사랑 등 낯 뜨거운 기사와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는 현준을 여자 잘 만나 팔자 핀 제비로 표현하거나, 상속녀에게 발목 잡혀 거절도 못 한 불쌍한 남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녀로 인해 현준이 욕을 먹게 돼 속상하면서도 그를 놓아줄 순 없었다. 미안함과 고마움에 세희가 결혼 후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고마워. 내 앞에 나타나 줘서, 곁에 있어 줘서, 그리고 날 기다려 줘서. 그리고 내 남자가 되어줘서. 나 때문에 오빠가 사람들한테 오해받고 손가락질받게 된 건 정말 미안하지만 이젠 못 물려. 아니 못 놔주니까 그냥 내 옆에서 내 남자로 평생 살아. 내가 잘 할게.”

 

 길지 않은 생을 살아오면서 그녀가 욕심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도현준의 여자. 도현준의 아내.

 

 “기사 읽었구나? 바보. 너야말로 나한테 코 꿴 거야. 왜냐면 난 절대 이 손 놓을 생각이 없거든. 그리고 난 남들이 뭐라고 떠들던 신경 안 써. 상속녀의 남자? 그게 뭐 어때서? 상속녀의 남자는 아무나 하는 줄 아나? 상속녀의 마음을 잡는 게 얼마나 힘든데.”

 “오빠.”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신경 쓸 필요 없어. 난 네게 했던 언약대로 평생, 네 곁에서 함께 할 테니까.”

 

 다정하면서도 단호함이 깃든 어조로 그의 허리에 감긴 세희의 손을 푸른 현준은 몸을 돌려 세희를 그녀를 끌어안았다.

 

 “오빠 믿지?”

 “응. 오빠 믿어.”

 

 침대 위에 마주 앉아 안는 자세가 불편해 그의 무릎 위에 걸터앉아 몸을 붙였던 세희는 갑자기 몸을 부딪쳐 오는 그의 신체 반응에 당황했다.

 

 “오빠? 설마 여기서 하겠다는 건 아니지?”

 “세희야, 그게 무슨 말이야. 회장님이 하신 말씀 기억 안 나? 효도하려면 하루빨리 증 손주를 안겨드리기 위해 노력하라고 하셨잖아.”

 “그래도 어떻게 할아버지가 계신 곳에서……. 하아.”

 

 현준이 그녀의 귓가에 거친 숨을 불어 넣으며 커다란 손을 움직여 얇은 잠옷 안에 숨어 있던 그녀의 감각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봐. 회장님이 이 층을 통째로 내주신 이유를.”

 

 현준의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녀의 예민한 귓가를 파고들며 열기를 불러들였다. 그의 손길 아래 예민해진 세희의 몸은 익숙한 열기가 몰리기 시작하자 저도 모르게 달뜬 신음을 흘렸다.

 

 “하앗. 하, 하지 마. 흣.”

 “정말? 정말 하지 마?”

 

 세희의 반항을 모르는 척하며 세희의 목덜미 위에서 입술을 움직이던 그는 대답을 강요하며 여린 살결을 거세게 흡입해 붉은 망울을 만들어 냈다.

 

 “하흣!”

 

 그의 손길이 주는 황홀경에 익숙해졌던 세희는 현준이 선사하는 쾌락에 속수무책으로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남자가 선사하는 쾌락에 부끄러움도 잊고 그가 주는 황홀경에 몸을 맡기며 그녀 역시 그의 단단한 몸을 쓰다듬으며 그의 열정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고 서로에 대해 애정을 숨지 않으며 열정적으로 사람을 나누던 신혼부부는 체력이 약한 신부가 쾌락에 몸부림치다가 이성을 잃고 나서야 휴식기를 가질 수 있었다. 현준은 그의 아내를 품에 안고 사랑스러운 젖은 얼굴의 땀을 닦아주었다.

 달빛 아래 비치는 아내의 뽀얀 피부 위로 피어난 붉은 꽃잎들과 그로 인해 부푼 입술이 더욱 탐스럽게 빛이나 갈증이 났다.

 

 그의 흔적이 남지 않은 흴 살결 위로 가벼운 입맞춤을 흩뿌리면서 그의 이성을 잃게 만든 그녀의 고백을 떠올렸다.

 

 ‘상속녀의 남자라…….’

 

 그녀의 고백에 그가 한 말이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되뇔수록 더 마음에 드는 단어였다. 상속녀의 남자. 그가 그녀의 것임을 사람들이 인정하는 단어 같아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사랑을 나누는 내내 그 말이 그의 뇌리를 맴돌아 현준은 정신없이 아내를 열정으로 몰아가며 그녀 안으로 파고들어 갔던 순간을 떠올렸다.

 열정의 꼭대기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흐트러지던 사랑스러운 모습과 그를 옭아매던 그녀의 온기, 거친 숨결, 그의 등을 파고들던 열기에 그는 제 여자를 만족시켰다는 수컷의 자부심을 느끼며 그녀 안에 열정을 폭발시켰다.

 이성을 잃고 그에게 매달리던 그의 여자가 선물한 쾌락을 잊지 못하고 현준은 그녀의 살결을 탐하는 손길에 힘을 실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제 여자의 미소가 아름다워서,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 없는 그런 밤이었다.

 

 -完結-

 
작가의 말
 

 드디어 세희와 현준이의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여러번의 수정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중간중간 바뀐 내용들이 꽤 되는데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독자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꾸벅~~~~

 다음에는 더 재미난 이야기로 인사 드릴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뵐때까지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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