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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83
작성일 : 18-03-11 17:13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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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티안스의 말에 지유의 두 눈이 커질 대로 커졌다.

 어떻게 그런 소문이 날 수 있는 거지? 사실을 안 걸까, 아니면 되는대로 말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소문이 진실이라는 게 알려지면 라티안스의 최대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과 똑같았다.

 

 “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단 소문이라고 부정할 생각이야. 진실이라고 말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을 테니까.”

 

 “그렇죠…….”

 

 “그렇다고 계속 숨긴다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날지도 몰라.”

 

 “…어렵네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잃을 거야. 지금 알린다면 지금이 위험해지고 지금 숨긴다면 뒤 일이 복잡해지지.”

 

 라티안스는 말하면서도 답답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 라티안스의 심정을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기에 지유는 할 말이 없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라티안스에겐 불리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터뜨리는 게 낫지 않을까.

 

 “먼저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

 

 “나중에 말한다면 여태까지 속인 거냐고 더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확실히……. 하지만 지금 말한다면 그대와 내가 위험해질 텐데.”

 

 “뭐…. 나중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해야죠.”

 

 확실히 지유의 말이 맞았다. 지금의 상황을 넘어가기 위해 거짓말을 더 한다면 뒷일이 복잡해졌다.

 거짓에는 거짓만이 따를 뿐이었다. 거짓을 유지하려면 거짓을 계속 연기해야 했다.

 거짓을 연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었다.

 계속되는 거짓은 없다.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비밀 같은 것은 없다.

 

 “그럼 지금 말해두는 게 오히려 낫겠군.”

 

 “그렇죠. 분명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이게 맞는 길일 거예요.”

 

 분명 지금 말하면 가시밭길이 펼쳐지겠지만 우리가 선택한 것이니까 괜찮을 것이다.

 아프고 힘들고 괴로울지언정, 나 혼자만 걷는 것이 아니니까.

 옆에는 분명 라티안스 씨와 다른 뱀파이어들도 같이 있을 것이다.

 모두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이다. 서로가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돼줄 것이다.

 

 “괜찮을 거예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잖아요?”

 

 지유는 웃으면서 라티안스의 손을 꼭 잡았다. 힘들어서 쓰러지고 싶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 자신을 떠올려줬으면 한다.

 그리고 힘내줬으면, 그리고 이겨냈으면. 우리를 생각해내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었으면 했다.

 소문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래. 우리는 혼자가 아니지. 내 곁에는 많은 뱀파이어들이 있으니까.”

 

 “좋아요. 그렇게 계속 생각해주세요.”

 

 지유의 말에 라티안스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녔다. 소문을 잠식시키기 위해 거짓을 말하려고 했으나 이젠 진실을 밝힐 때였다.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게.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진실한 모습으로.

 

 “그러면 준비를 해야겠군.”

 

 “무슨 준비요?”

 

 “제대로 뱀파이어들을 모아두고 말하는 게 뒷말 없고 깔끔하겠지.”

 

 분명 수많은 질타와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겠지만 밝힐 거면 확실히 밝혀야 했다.

 라티안스는 지유에게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뱀파이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늦은 밤이었지만 모두 군말 없이 한자리에 모여 라티안스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대들에게 할 말이 있어.”

 

 “할 말이요?”

 

 “성에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건 모두 들어서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책으로 진실을 모두에게 알릴까 해.”

 

 “그게 무슨!”

 

 “말도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알아. 하지만 계속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 거짓은 거짓을 불러올 뿐이야. 언제까지 그들을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건…….”

 

 “분명 계속 속일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밝히는 건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클리프의 말처럼, 내 생각도 그래. 지금은 사실을 알려 줄 때가 아니야.”

 

 모두가 위험하다며 반대했지만 라티안스는 고개를 저었다.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라티안스가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자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로드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면 우리는 따를 뿐이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요…….”

 

 “위험한 건 사실이야. 그러니 그대들이 나를 지켜줘야겠어.”

 

 당당한 라티안스의 태도에 다들 진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래. 우리가 로드를 지켜야지 누가 로드를 지킬까.

 어떤 위험한 상황이 와도 로드를 지킨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었다.

 

 “그러면 언제 뱀파이어들을 모을까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내일은 무리일 테니 내일모레로 하자.”

 

 “알겠습니다.”

 

 다들 나가고 방에는 베일리만이 남았다. 베일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라티안스를 바라봤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불러온다. 그의 말에는 틀린 말은 없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불러올 파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어쩌면 뱀파이어 세계 전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로드, 정말 괜찮겠습니까?”

 

 “안 괜찮을 건 뭐가 있어.”

 

 “위험하다는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로드뿐만 아니라 지유 양도 위험해질 겁니다.”

 

 “알고 있어. 이 건에 대한 건 이미 지유랑 이야기하고 왔어.”

 

 “…지유 양도 허락한 겁니까?”

 

 “그래. 그녀가 허락했어.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겠지.”

 

 라티안스의 말에 베일리가 오히려 놀랐다. 그녀가 허락했구나.

 그녀는 내 생각보다 더 강한 사람이었다. 라티안스가 사실임을 인정하면 그녀도 위험해질 텐데….

 그것을 감수하고서도 그녀는 진실을 알리길 선택한 것이다. 훗날을 위해서.

 

 “굉장하군요. 생각보다 강하신 분이네요.”

 

 “당연하지. 그럼 내일모레, 잘 부탁해.”

 

 “…알겠습니다.”

 

 베일리마저 나가자 라티안스는 혼자 남았다. 혼자 남은 라티안스는 의자에 기대서 한숨을 내쉬었다.

 진실을 알리겠다고 말은 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진실을 알게 된 뱀파이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척이나 걱정됐다.

 분명 등을 돌리거나 배신감을 느끼는 뱀파이어들이 있겠지.

 어쩌면 자신을 더 믿지 못하겠다 생각해 다른 뱀파이어를 로드로 올리려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뒤 일이 걱정되는군.”

 

 하지만 혼자가 아니니 괜찮을 것이다. 떠나는 자도 있겠지만 남는 자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선택을 하고 따라오는 결과는 책임져야지….

 그것이 로드의 자리에 앉은 자신이 해야 할 도리였다.

 

 “군주학이었던가….”

 

 예전 베일리에게 배웠던 학문이 떠올랐다. 군주가 되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누군가는 그대를 배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이는 그대를 지지해줄 것이다.

 전부 그 책에 쓰여 있었던 것들 투성이였다. 라티안스는 군주학을 떠올리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래, 내가 약해지면 누군가를 지킬 수도 없었다. 내가 강해져야 누군가를 지킬 수 있었다.

 

 “일단은 나도 잠 좀 자야겠군….”

 

 내일모레 뱀파이어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일어나서 생각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라티안스는 침대 위에서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라티안스는 복잡한 마음을 다잡으며 세수를 하고 거울을 바라봤다.

 붉은 눈동자에 어둠보다 더 어두운 검은색 머리카락…. 전부 로드의 상징이었다.

 

 “그래. 난 뱀파이어 로드야. 무서워할 필요도,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날 이유도 없어.”

 

 오히려 강하게 나가야 해. 이번 일로 나를 떠날 뱀파이어는 버리고 나에게 머물 뱀파이어만 생각하자.

 한편, 지유는 훈련장에서 헤레이스와 열심히 훈련 중이었다.

 헤레이스는 지유의 얼굴을 살피며 무언가 바뀐 게 없는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어떤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소문을 냈는데 바뀐 게 없을 리가 없는데…….

 헤레이스는 들킬 위험이 있지만,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성안이 소란스럽더군요. 괜찮으셨습니까?”

 

 “아…. 헤레이스 씨도 소문을 들은 건가요?”

 

 “네. 소문이기는 했지만 조금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문…. 사실입니까?”

 

 헤레이스를 보며 지유는 자신이 이야기해도 괜찮은가 고민했다.

 어차피 라티안스가 이야기한다고 했으니 헤레이스에게는 자신이 먼저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지유는 고민 끝에 헤레이스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 이야기는 여기가 아닌 곳에서 해야 할 것 같아요.”

 

 “확실히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전에 갔던 그 집으로 갈까요?”

 

 “네, 거기면 괜찮을 것 같아요.”

 

 헤레이스와 지유는 정원에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집은 예전과 똑같이 아기자기하고 예뻤으나 이상하게 기분이 침착해지지 않았다.

 지금부터 라티안스의 약점을 스스로 이야기할 거라서 그런 걸까.

 지유가 소파에 앉자, 헤레이스가 그녀의 앞에 찻잔을 내려놨다.

 그가 타준 차를 마시자 조금 안정되는 것 같아 지유는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헤레이스 씨가 들은 소문, 전부 사실이에요. 라티안스 씨는 제가 없으면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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