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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월비천가(㬻月庇天歌)
작가 : 불괴
작품등록일 : 2018.2.20

그 놈의 출신을 알려달라고? 그건 아무도 모를 걸세. 뿌리가 없거든. 소문으로는 가전무공만 연성했다는 데, 그 놈의 집구석이 워낙 다양해서 가전무공이라 부르는 무공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서로간에 개연성이 없어. 워낙 처세 질에 능해서 어딜 가나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놈이야. 정을 쉽게 주면서도 금세 학을 띠고 사라지는 놈이라. 어쨌든, 그 성장과정은 나도 궁금하다네 - 철공계 황천후

 
제 14화 - 무허대사의 죽음
작성일 : 18-03-10 20:18     조회 : 372     추천 : 0     분량 : 7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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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허대사가 죽었다.

 그의 죽음에 무성한 얘기들이 오고 갔다. 구도자들이 모여 있는 그곳

 단장곡(斷腸谷)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고 죽었다.

 

 하나의 자리를 두 사람이 간절히 바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나의 자리를 세 사람이 간절히 바라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하나의 자리를 여러 집단이 간절히 바라면….

 너무도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을 간단한 가정으로 확충해나간다.

 결론은…. 예측할 수 없는 난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

 

 사람은 긍정을 바라고 부정은 애써 외면한다.

 불편한 소식에 귀를 닫고 성공한 미래에 대해서만 입을 연다.

 현 체제의 전복을 꾀하는 이들 모두가 일어섰다.

 그의 죽음이 난세의 시발점이라 보는 것은 진정한 원인을 은폐하는 파렴치한 짓이다.

 모든 이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었고 언제고 도래할 일이었다.

 

 그는 왜 죽었을까? 누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그의 죽음으로 인한 득은 누구에게로, 실은 누구에게로 돌아가는가?

 그걸 차분히 분석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잔치의 흥을 깨버릴까…. 외인으로 밀려날까…. 등의 이유로 말이다.

 

 

 최초의 유포자가 누군진 모른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전해 듣게 된 비보.

 모두가 쉬쉬하고 있던 문제.

 강호삼천이 한마음으로 두 달 남짓 정보유출을 통제했었다.

 

 사건 이후에 대하여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았다.

 이곳은 원체 타지사람들의 왕래가 드물었고 구도자들끼리도 모여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구도자들에 대한 내부사정을 아는 외지인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번 사고의 결과가 중원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구도자들이 흩어져 있는 십만 대산.

 봉우리와 산기슭 구석구석 사람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이 원체 많아, 구도자들이 수양을 위해 머물기 좋은 장소.

 

 다만, 단장곡에서 구도자들이 회합을 벌이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무허대사는 단장곡에서 발언권이 큰 인물이었다.

 선출된 것은 아니지만 구도자들의 무의식중에 곡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 그가 사망했다. 검붉은 피를 한 움큼 터뜨린 흔적이 무허대사의 수련 동에 남아있었다.

 바닥이 아닌 벽에 피를 토했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전달하고자 하는 게 있었을 텐데.

 분명 석연치 않은 죽음이었건만 이에 대해 의심을 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그 이후의 사태를 어찌 해결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의 온건책은 절반가량의 구도자에게는 탄압으로 다가왔고 일종의 족쇄가 되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구도자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쫓고자 하는 바를 위해서 평생을 노력해왔다.

 오십여 년 전까지는 입곡(入谷)과 출곡(出谷)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어 있었으며, 상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예전에 그 사건만 아니었더라면 지금처럼 팍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악도인의 난봉 질로 인하여, 생겨난 단장곡(斷腸谷). 이곳에 처음 도착하여 도(道)를 쫓았던 이들의 의도는 삐뚤어져 버렸다.

 구도자들 사이에도 계파가 생겼고 남겨진 구도자들의 유배 생활로 변질되어 버렸다.

 은연중에 풍기는 압박감, 폐쇄된 사회란 인식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독버섯처럼 피어올랐다. 자진해서 하는 폐관수련(閉關修鍊)은 오 년이든 십 년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타의에 의해서 그런 생활을 하게 되면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발심을 가져오게 된다.

 

 결국, 터질 것이 터진 것.

 기존에도 탈곡자가 가끔 있었지만 이처럼 우르르 몰려나와 연대한 구도자들의 모습은 생경하기 그지없다.

 어쨌든, 온건파의 수장이자 암묵적인 곡주의 역할을 했던 무허대사는 사망했다.

 단장곡 내에서 계파 간의 골은 더 깊어지게 되었고 많은 이들이 단장곡을 떠나게 되었다.

 

 단천림에 복수를 하고자 하는 이들, 바깥세상에 나가서 활개를 치고 싶은 이들, 그리고 그동안 쌓은 공부가 어느 정도까지 통할지가 궁금한 이들까지.

 족쇄가 풀렸으니 나갈 명분은 본인이 만들기 나름이었다.

 

 더는 구도자라 불리지 못할 이들.

 이미 힘과 기세가 충만해진 이 야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중원이 요동칠 것이다.

 

 동짓날, 웅크리고 있던 사나운 맹수들이 울타리 밖을 당당하게 빠져나갔다.

 

 

 즐거움을 떨치고 분노는 새기고 언행을 삼가니~

 (樂落 怒期 謹愼)

 

 - 백사 사주백(百事 社主白)

 

 .

 .

 .

 

 항익은 오늘 오전에 백리웅의 수련을 지켜보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어린놈이 저리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을 보면 대단해.

 제 아비의 뚝심을 그대로 닮은 것 같구나.

 천재는 아니건만, 사리에 밝고 욕심이 많아 버티는 것으로 보이는데 생각 외로 질기단 말이지.'

 

 아마 자신이 일전에 보여준 무위에 대한 욕심으로 버티는 거로 생각된다.

 구시렁대고는 있지만, 항익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어린 나이에 저런 인내라면 분명 자신의 무공을 수련하기에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게 뻔하다.

 

 

 백리웅에 대한 생각을 마치자, 목적지에 벌써 도달했다.

 항익은 낭인곽에서 고용한 일류 낭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백청각으로 걸어갔다.

 

 나름대로 경륜이 있고 칼 밥 꽤나 먹은 놈들이라 자신이 오기 전까지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

 술을 싫어하는 낭인들은 없으니, 아마도 눈칫밥으로 분위기 파악을 했을 거다.

 

 각자 앞섬에 낭인패를 두르고 있었는데, 엄지 여덟에 검지 스물하나였다.

 이미 한 차례 만남이 있었고 첫 번째 임무 수행 후 만나기로 했는데 그게 오늘이다.

 

 

 " 미리들 와있었구먼. 그래."

 

 "아닙니다. 총 행수님. 저희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 어찌, 일은 잘 처리했는가?"

 

 

 엄지 놈들이 앞에서 검지 놈들이 뒤에서 선 채로 멀뚱멀뚱 항익을 쳐다보고 있다.

 

 

 "..."

 

 "뭐가 얼마나 어떻게 진행된 것인가? 상단의 행수라고 이렇게 무시할 텐가?"

 

 "아, 아닙니다. 어르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임무는 완료되었습니다.

 허나, 그 과정이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결과는 좋으니 다행이군. 어디 사상자는 얼마나 나왔나?"

 

 " 엄지 셋에 검지 열이 죽었습니다."

 

 "허허, 엄지 열하나에 검지 서른하나면 웬만한 무가도 습격으로 끝낼 수 있는 전력이라 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내가 지원병력으로 보내준 아이들은 너희보다 높은 수준의 아이들이야.

 그런데 그 정도의 피해를 보았다….

 내가 믿으라는 것인가? 고작 표국 하나 작업하는 일에 말이지."

 

 

 순간 공기가 무거워졌다.

 실내에 있는데도 서릿발같이 차가운 느낌이 들었을 테고 낭인 놈들의 시야가 불분명해지고 있을 게다.

 항익이 마음 놓고 살기를 이들에게 집중시켰으니, 이들에게 엄청난 압박감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모, 몽, 몽혈루 이 단주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수하 서른 명을 거느리고 있었고 기존 표국 식구들과 합치면 육십 명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 몽혈루 일 단주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어보았지.

 그런데. 이 단주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는군.

 어떻던가? 아니, 되었다. 너희들이 파악할 수 있을 만큼의 깜냥이었다면 그만큼의 피해를 보지 않았을 터. 그래서 이 단주는 어떻게 되었나?"

 

 " 이 단주는 어르신이 지원해주신 인력을 혼자서 상대했습니다.

  단주 휘하의 부하들이 표사들과 함께 저희와 맞서 싸웠습니다."

 

 "음, 그 정도면 뜨내기라고 할 수는 없겠군.

 내가 보낸 일곱 명 중 네 명 정도만 있으면 너희 낭인들을 몰살시킬 수 있으니 말이지."

 

 "굉장했습니다. 어르신.

 몽혈루 이 단주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일곱 명을 압박하면서 중간중간 저희에게도 공격을 퍼부었으니 말이죠."

 

 "잠깐, 내가 분명 ‘어르신’이란 표현은 자제하라고 초면에 언급했을 텐데?

 총 행수라는 직책이 우스운 건지 나라는 존재가 허섭스레기로 보이는 건지.

 속에서 천 불이 일어나려 하고 있어."

 

 

 항익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돌연 낮게 깔린 저음으로 좌중의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 죄송합니다. 총 행수님. 워낙 당황하여 말이 허투루 나왔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격렬한 전투 와중에 이 단주는 표국주와 총관에게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이대로 진행되다간 몽혈단 역시 희생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에 말이죠.

 기존 임무에 더해 당장 표국을 경호하는 것으로 기존 대금 지급의 세 배를 요청했습니다. 거기서 진양이 거절을 했지요. 참으로 냉정한 이들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몽혈루의 사람들이 빠져나갔습니다.

 자기들이 빠져나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뻔히 알 텐데 말이죠.

 이후는 결판을 짓고 권리양도 서약서와 전장(錢莊,금융기관)에 수령인을 '예담'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음, 기존 임무란 것이 뭘 까나?

 그놈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져봄 직하지.

 허나, 더는 안돼. 백리상단은 양지 위에서 그리고 나는 음지에서만 수익을 누리면 돼.

 사실 백리상단에서 수익의 이 할을 먹는 것부터가 미안했는데 말이지.

 고생은 그들이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도맡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이 상황에서 백리가 빠져버리면 골치 아픈 것은 내가 될 것이야."

 

 "양도서명 이후, 하 총관은 시키신 것처럼 그 자리에서 처단하였습니다.

 표국주는 앞으로 백리상단과 관련된 이야기는 입도 뻥긋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몽혈루를 불러들인 것은 표국주가 아닌 총관의 욕심이라 단언하였고, 일을 더 이상 키우지 않기 위해 진양표국에 남겨진 이들은 살려두고 왔습니다.

 지시하신 임무를 처리하였는데, 저희를 이제 풀어주시는 겁니까?"

 

 "아니, 내가 마지막으로 지령을 하나 내리지.

 그것만 이행한다면 너희들이 앞으로 나와 부딪힐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야."

 

 "어떤 일을…."

 

 "백리 상단. 애초에 너희를 고용하고 대금을 치른 곳이다.

 거기를 지켜라.

 원래 계약대로 일 년간 업무 수행 후, 자진해서 계약을 연장하도록 기간은 백리상단이 빠지는 오 년가량이다."

 

 "아, 알겠습니다. 저희는 어르신 아니 예담 총 행수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나에 대해 발설할 경우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야.

 심지가 흔들린다 싶으면 나와 처음 대면한 날을 떠올려보게.

 엄지 '두 개' 짜리 낭인패를 가지고 와선 시건방진 짓거리를 하다가 사라진 그놈을 기억하라고. 알겠지?"

 

 "예옙!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도 주제 파악할 정도는 되니, 심려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는 상단 내에서 마주쳐도 그저 총 행수님에 걸맞은 대우만 하겠습니다. 하하핫!"

 

 "좋아. 한 번에 알아들으니 좋군. 물론 낭인곽에도 내 신상을 떠벌릴 생각은 말도록 해.

 유용각주가 이미 나에 대해 파악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엄지 백 명이든 오백 명이든 얼마나 찾아와도 전혀 두렵지 않으니 말이야.

 낭인곽이 생각 외로 거대세력이란 것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으니 나도 적당히 배려해주는 것이야.

 성질 같아선 처음 만난 그날 모두 껍데기를 벗길 수도 있었으니….

 서로간에 피곤한 일은 만들지 말자고!"

 

 "명심하겠습니다….“

 

 .

 .

 .

 

 

 "제걸인(諸杰人).

 

 말 그대로 모두가 걸출한 인재라는 뜻이다.

 그들은 백사가 태동할 무렵부터 역사를 함께 써 내려 간 인물들이지.

 조사는 이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해주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조사의 달변 실력을 넘보는 손주가 태어났고 그때부터 상황은 바뀌었다.

 오랜 시간, 맹목적으로 도움만 주던 백리세가에 은혜를 갚을 길이 생긴 것.

 

 백리세가의 삼대(三代)가주는 조사의 달변 실력과 본인이 갈고닦은 학문 그리고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제걸인으로부터 정보를 규합하였다.

 

 이것이 바로 백사의 탄생이다.

 

 분에 넘치는 이름을 받고 금전적 도움까지 받은 이들은 적극적으로 백리세가를 위해 정보를 모아 건네주었다.

 

 사실 제걸인이란 훌륭한 뜻과는 달리 이들의 신분은 초라하기 그지없었지.

 날 때부터 노비 신분을 이어받은 사람, 못나진 않았지만 잘나지도 못하고 그저 답답한 인생을 겨우겨우 버텨내던 소시민들이었다.

 자신의 운명이 지랄 맞아도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담담히 견디어내며 악한 일을 저지르지 않는 이들이었다.

 

 참으로 불쌍하고, 순박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와 굶주림의 늪을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러니 조사님에 대해서는 지극정성으로 받들어 뫼실 수 밖에.

 이때부터 조용히 혁명이 시작되었다.

 

 이들의 기반이 점점 탄탄해져 각 분야의 달인들이 탄생하게 되었고 정말로 제걸인에 걸맞은 인재가 된 것이다.

 그들은 백리세가에 정보를 전달해주었으며 정말 중요한 정보들은 직접 찾아와 전달하게 되었다.

 백리세가의 입장에서는 보는 눈이 있는지라 이를 포장할 방법을 생각해 내었으니….

 

 그게 바로 가족중심의 전통이 있는 세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제사를 지내는 횟수도 많아졌고 모여드는 친척들도 많아졌다.

 지금의 백리세가는 소수의 백리 성을 이어받은 이들과 대다수 제걸인이 한 가족으로 묶여 있는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란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무한정 팽창하는 제걸인들을 모두 백리세가 인으로 취급하기 불가능할 지경이 되었다.

 

 자연스레 제걸인들을 상단에 편입시킬 요량으로 소금전매권에 입찰하게 된 것이다.

 

 전매권을 확보하여 최초의 신양을 떠난 상단인원은 오십 명 정도였다.

 그리고 한 달 사이에 지금은 백리상단의 인원이 오백 명으로 늘어났다.

 아직도 상단으로 들어오지 못한 음지의 제걸인들이 많다. 세가의 증축과 상단의 확장 그리고 다른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이다.

 자연스럽게 제걸인들이 양지에서 '백리'의 우산 아래에 놓이고 활동할 수 있도록 말이다.

 

 상단의 총관은 제걸인 중에서도 가장 학식이 뛰어나나 높은 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낙방하게 된 여도청이 맡게 되었다.

 여도청의 경우 조상의 노비 문서는 불태워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도청의 부친이나 조부가 관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여 연줄 없는 학사로서의 삶에 우여곡절을 많이도 겪었다고 한다.

 

 결국, 실망했고 벼슬길에서 물러났다.

 지금까지 음지에서 제걸인과 백리세가의 조율을 맡고 있었다.

 현재는 양지로 올라와 한 자리를 잡게 되었지.

 뛰어난 상재와 분석력을 고루 갖춘 인재인 것은 분명하단다.

 나조차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인원인데 삐거덕대지 않고 지금까지 제걸인과 백리세가의 중간자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다.

 

 사실 네 어미 경화가 상행을 하던 것은 실상 이윤을 남기기 위한 활동이 아니었고 각지에 있는 제걸인들로부터 중간에 정보를 넘겨받는 역할이었다.

 

 한 달 전에 신양으로 떠난 이들이 실제로는 상단의 첫 단추를 끼운 이들이다.

 

 아비가 떠나는 마당까지도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대서 싫겠지만,

 설란아! 가족의 뿌리는 알고 가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떠들어댔다.

 물론, 백사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느니라!"

 

 

 "아버지, 이제 얘기는 다 끝난 거죠?"

 

 

 기껏 설명해준 아버지의 마음은 관심도 없는지, 먼 산을 바라보며 매몰차게 대화를 마치는 백리설란이었다.

 

 

 "..."

 

 "약효는 얼마나 흡수되었더냐?"

 

 "아버지가 들이신 의원님 덕분에 벌써 오 분지 이는 흡수한 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천생 무골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요."

 

 " 한동안은 가족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새주의 간택을 받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라.

 북경의 새주는 인재를 아낀다 들었다.

 새주의 직전제자가 된다면, 봉황지무는 어렵지 않게 우승할 수 있을 테니."

 

 " 알겠다니까요. 또 같은 말 반복하시네. 저 이제 갈게요."

 

 

 설란이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찌나 좋은지. 그저 빨리 마차에 오르고자 한다.

 

 

 "마충. 잘 부탁하네. 설란이가 권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돌아와 주게.

 워낙 천방지축인지라 그냥 도착했다고 내버려 두었다가는 옆길로 샐지 모르네."

 

 마부로 마충을 붙여놨으니, 큰 걱정은 없다.

 혹시 몰라 현암단도 앞뒤로 붙여두었으니 북경까지 도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북경에도 많은 제걸인이 있어 권역 안에 들어갈 때까지 설란이의 뒷바라지를 충분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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