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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병자
작가 : 자전거탄구름
작품등록일 : 2018.3.7

모든 것을 잃은 왕은 오늘도 파멸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사람 먹는 동굴 -完-
작성일 : 18-03-10 18:35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3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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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다시 들이쉬었다. 떨렸던 손가락이 차츰 멈추기 시작했다. 불안했던 기분도 조금 괜찮아졌다. 노인이 알려주었던 방법이었다. 소년은 검에 바짝 힘을 주었다. 조금 전과 달리 소년은 해야 할 일을 하나씩 되새기고 있었다.

 

 우선 귀를 기울였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불길하고 음침했던 그 절뚝거리는 소리가 멎은 것이다. 소년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발을 움직였다. 떨어졌던 횃불이 눈앞에 있었다. 소년은 횃불을 주웠다. 그러곤 가져온 횃대에 불을 이어붙였다. 두 개의 횃불이 밝게 빛났다. 소년은 횃불 하나를 잡고 미끄러지듯 재빠르게 어둠 속으로 던졌다.

 

 텅,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소년은 저 앞을 노려봤다. 아무도 없었다. 떨어진 횃불은 바위만 붉게 비출 뿐이었다.

 놈을 내가 볼 수 있는 곳까지 끌어내야 해, 소년은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승산이 없어. 소년은 조심스레 발을 움직였다. 횃불 앞까지 걸었다. 던졌던 횃불을 주웠다. 그리고 다시 어둠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준동이는 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다시 횃불을 잡았다. 그리고 던졌다. 횃불은 어둠을 밟으며 밝게 빛났다. 그리고 바닥을 때리며 텅, 하는 소리가 났을 때였다. 소년이 갑작스럽게 신음을 흘렸다.

 

 손가락에서 핏방울이 튄 것이다. 소년은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피가 질질 손목 끝에 맺혀 바닥에 떨어지는 게 보였다. 동시에 뭔가 같이 떨어져 나간 게 보였다. 손톱이었다. 손톱이 살점과 함께 떨어져 있었다.

 

 찬 공기가 벗겨진 살 틈을 훑었다. 소년은 어금니 깨물며 버텼다. 아직 검을 놓진 않았다. 소년은 뜨거운 숨을 뱉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노려봤다. 불빛 끝자락에 맨발이 어렴풋이 보였다. 새까만 발톱. 놈의 발가락이었다. 다리 한 쪽은 부러져 있었다. 놈은 도망 칠 수 없었다.

 

 식은 땀이 흘렀다. 온 몸의 털이 꼿꼿이 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분노였다. 스승님 어디 계신 겁니까, 소년은 생각했다. 저 놈이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빨리 죽여야만 합니다.

 

 피가 빠져 손이 저려왔다. 손가락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소년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단단히 검을 부여잡았다. 놈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소년은 나아갔다. 한 발짝씩 나아가 돌멩이를 밟았고, 피구더기를 밟았다. 저 너머에 놈이 있었다. 소년은 마지막 횃불을 힘차게 던졌다. 횃불이 불꽃을 튀겼다. 어둠을 밝혔다. 그리고 횃불이 바닥에 떨어질 때였다.

 

 텅.

 

 소리가 울렸다.

 

 소년은 마른 침을 삼켰다. 소년은 보았다. 놈이었다. 횃불이 놈의 발가락 근처에서 일렁였다. 놈은 헝겊을 휘감고 있었다. 검은 누더기를 뒤집어 썼었다.

 

 ……병자, 검은 병자였다.

 

 바로 그때였다. 후웅, 하고 뭔가가 검을 세게 치고 지나갔다. 소년은 가까스로 자세를 잡아 다시 검을 쥐었다. 손부터 어깨까지 저려왔다. 근육 여기저기를 잡아 찢는 것 같았다.

 

 제발, 소년은 생각했다. 제발, 하느님, 저 놈을 죽일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소년이 발을 움직였다. 최대한 놈에게 다가가야만 했다. 놈의 대가리에 검을 찔러 쑤셔넣어야 했다. 녀석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또, 뭔가 검을 때리며 무거운 힘이 내달렸다. 소년은 떨리는 팔 근육에 힘을 주며 버텼다. 검 날이 깎이며 비명을 질렀고, 그러다 무언가 요동치며 튕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이다! 소년이 뛰쳐나갔다. 힘이 약해졌어! 지금이 기회야! 소년은 검을 세로로 선을 그으며 날쌔게 뛰쳐나갔다. 병자를 향해 단숨에 육박했다. 검은 날이 마모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 날카로웠다. 놈을 죽이기엔 충분했다. 소년은 몸을 던지면서 놈의 모가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필사의 일격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검에 무거운 힘이 내달렸다. 둔중한 검이 허공에서 멈췄고, 찍어 누르려는 힘이 소년을 덮쳤다. 손가락 뼈마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소년은 버텼다. 버티고 버텨서 검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손 끝에 튕기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소년은 죽을 힘을 다해 검을 내리찍었다.

 

 “죽어라―!” 소년이 외쳤다.

 

 푸욱, 살을 잘라 찢는 느낌이 검 끝을 통해 느껴졌다. 병자의 왼쪽 가슴팍에 검을 찔러 넣은 것이다. 흔들리는 불꽃이 병자의 얼굴을 비추었다. 놈의 붉은 눈동자가 빛을 잃어갔다.

 

 ……해치웠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얼음장 같은 손이 달려 들었다. 꼼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떨어져 있던 횃불이 꺼졌다. 빛이 사라지자 어둠은 동굴을 집어삼켰다.

 

 병자의 손이 몸을 훑으며 소년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소년은 온몸에 한기가 흘렀다. 소년은 몸부림을 쳤다.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소년은 살기 위해 놈의 가슴팍에서 검을 뽑아, 녀석의 아가리를 후려쳤다. 대가리를 터트렸다. 살점을 잘랐고, 놈한테선 피가 터져 흘렀다. 하지만 병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병자는 소년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병자는 소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붉은 눈이 소년을 보았다.

 

 그 눈빛에 소년이 비명을 질렀다. 소년의 몸부림이 거세졌고, 검을 내리찍는 속도가 빨라졌다. 주변은 피가 튀어 바닥과 석순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숨이 끊어질 듯 아파왔고, 소년은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색채와 점들이 눈 앞에 빠르게 지나갔고, 아득해진 정신 속에서 환각을 보였다.

 

 ……죽는구나, 소년은 생각했다. 그리고 스르륵 검을 놓고 말았다. 소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검이 허공을 갈랐다. 허공을 가르며 바닥에 핏방울을 뿌렸다. 소년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피가 고인 웅덩이에 머리를 처박았다. 소년은 거칠게 숨을 들이쉬며 간신히 눈을 깜박였다.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았다.

 

 “괜찮느냐?”

 

 힘겹게 고개를 쳐들었다.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해치우셨나요?”

 

 “그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노인의 뒤를 바라봤다. 그곳엔 머리가 떨어진 병자가 있었다. 그 머리 없는 몸뚱이는 무언가를 가로막는 듯 팔을 벌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시야 끄트머리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봤다. 소년은 눈가를 찡그렸다.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눈을 크게 떴다.

 

 ……소녀였다. 소녀가 땅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엎드려 있었다. 그 소녀는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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