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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82
작성일 : 18-03-09 17:30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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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에서 나온 베일리는 한숨을 푹 쉬며 복도를 걸어갔다.

 라티안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확실히 해야 했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그 둘은 죗값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마음 약한 로드는 그들이 ‘선택’이라는 단어를 내뱉고 나서부터 흔들리는 것 같았다.

 

 “선택이라니 말도 안 되는….”

 

 베일리에게 그들의 말은 거의 불경에 가까운 말들뿐이었다.

 어떻게 뱀파이어 로드가 아닌 다른 뱀파이어를 선택할 수 있는가.

 뱀파이어 로드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들이 따를 유일한 존재.

 그런 뱀파이어 로드를 두고 다른 뱀파이어를 선택한다? 어불성설이었다.

 

 “어떻게 선택이라는 말을 내뱉을 수가 있는 거지.”

 

 베일리는 계속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심장이 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선택으로 뱀파이어 로드가 아닌 다른 뱀파이어를 선택한다?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조여오고, 꼭 나쁜 짓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겠지만 한편으로 희열감도 들 것 같았다.

 베일리는 자신이 하던 생각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냐, 지금 내가 생각해야 할 건 이런 게 아니지.’

 

 그래, 지금 그들의 심정 따위 자신이 알 바 아녔다.

 지금은 그저 라티안스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자기의 일이었다.

 그렇게 복도를 걸어가던 도중, 복도 어디선가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이 사실일까…? 로드가 블러드 로즈가 없으면 인간의 피를 못 마신다는 말 말이야.”

 

 “얘! 조용히 해. 그런 소문이 돌고 있긴 하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잖아!”

 

 “하지만 궁금하잖아.”

 

 “너희들, 그 내용 어디서 들었어.”

 

 “베, 베일리 님!”

 

 “죄송해요, 저희는 단지 소문으로 들어서…….”

 

 “그러니까 그 소문을 어디서 들었냐고!!”

 

 “저, 저희도 잘 몰라요…. 그냥, 나돌기 시작해서…….”

 

 “소문이 시작된 곳을 모른다?”

 

 “네…. 네, 전혀 몰라요….”

 

 베일리는 기가 차서 웃음도 나오질 않았다. 언제부터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거지?

 베일리는 라티안스에게 돌아가기 전에 다신 그런 헛소문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엄포를 두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누구지? 누가 이런 소문을 성에 퍼트린 거지? 그것도 저런 자세한 내용으로?

 이 성안에 있는 뱀파이어 중 한 명이 퍼트린 건가? 그렇다면 그게 누구든지 잡아내야 했다.

 

 “로드!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로드가 블러드 로즈 없이는 인간의 피를 마실 수 없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뭐…?”

 

 “어디서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흘린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 성에 있는 뱀파이어 중 한 명이라는 겁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이 성이 아닌 이상 그 사실을 알 곳이 없습니다. 성에는 벽에도 귀가 있다고들 하죠.”

 

 “…….”

 

 “누군가가 우리의 대화를 엿들어서 로드를 끌어내리기 위해 일부로 소문을 퍼트렸을 수도 있습니다.”

 

 베일리의 말에 라티안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찼다.

 다른 뱀파이어들이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셸리 로드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법은 없었다.

 칼립처럼 자신보다 더 유능하고 뛰어난 뱀파이어를 리더로 삼아, 자신을 죽이려 들 수도 있다.

 

 “그 소문을 퍼트린 자는 누군지 잡히지 않은 건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만 이미 하녀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습니다.”

 

 “일단 하녀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은 잠재우도록 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도 알아. 지금은 급한 불을 끄는 게 먼저니까.”

 

 라티안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베일리는 묵례를 한 후 서재에서 다시 나갔고, 라티안스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점점 더 꼬여간다. 마음도 어지럽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라티안스는 갑자기 지유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라티안스는 참지 않고 지유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지유는 아마 자신의 방에 있겠지. 라티안스는 지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라는 말이 들리자 라티안스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지유.”

 

 “라티안스 씨! 어쩐 일이에요?”

 

 “그대와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괜찮을까?”

 

 “얼마든지요.”

 

 라티안스가 소파에 앉자, 지유가 그 앞에 앉아서 라티안스를 빤히 바라봤다.

 표정이 이상할 정도로 좋지 않은 것이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걱정스러웠다. 지유는 손을 뻗어 라티안스의 손을 붙잡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오늘 지하감옥에 잡혀 온 두 뱀파이어와 이야기를 했어.”

 

 “칼립의 뱀파이어들이랑요?”

 

 “그래. 그리고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버렸어.”

 

 “충격적인 이야기요…?”

 

 “테크는 칼립을 선택했다고 하더군. 자신의 의지로 말이야.”

 

 “…….”

 

 “정해준 뱀파이어 로드와 스스로가 선택한 뱀파이어 로드. 과연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해?”

 

 “그건…. 어려운 문제네요.”

 

 “그대의 세상은 어떻지? 어떤 수단으로 지도자를 선택하지?”

 

 “저희는…. 뱀파이어 세계와는 달라서 누군가가 지도자로 태어나지 않아요. 그래서 투표로 결정해요.”

 

 “투표?”

 

 “네. 대통령이라고…. 으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지유가 설명하려고 하자 라티안스는 됐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세상에서는 투표라는 걸 해서 지도자를 선택한다는 것만 알면 됐다.

 그렇지만 역시 마음이 후련해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들은?

 우리들도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자신이 로드로 태어났다고 하지만….

 

 “이 세계와 우리 세상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 세계에는 이 세계만의 규칙이 있잖아요?”

 

 “그래도…. 그들이 뱀파이어 로드를 선택한 그 행위 자체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렇게 고민하는 건가요?”

 

 “…그래. 나 역시도 부족함이 많은 로드니까. 누군가가 다른 뱀파이어를 선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라티안스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그는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위협받는 존재였다.

 거기다 선택한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이다.

 지유는 가만히 자신이 잡고 있는 라티안스의 손을 바라봤다.

 

 “사실 저도 어떤 게 받아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택은 나쁘지 않지만 그 선택을 밀어붙이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 누군가를 선택하고, 그 사람을 밀어주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법에 테두리 안에서만 용서되는 일이었다.

 로드가 아니라 다른 뱀파이어를 선택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다른 뱀파이어를 선택하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째서지?”

 

 “그들이 라티안스 씨를 선택하게 만들면 되는 일이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지유의 얼굴에 라티안스는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어째서 내가 아닌 다른 뱀파이어를 선택하는 걸 전재로 뒀을까.

 그들이 나를 선택하게 조금 더 노력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래…. 내가 부족한 뱀파이어 로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고.

 모두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무리여도 몇 명의 마음을 돌릴 수도, 몇백 명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었다.

 

 “그렇군……. 나를 선택하게 만들면 되는 거군.”

 

 “그러기 위해선 라티안스 씨가 노력해야겠지만요.”

 

 “열심히 해야겠군.”

 

 “저도 옆에서 함께 할 테니까, 같이 나아가요.”

 

 라티안스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복잡했던 문제들이 하찮게만 느껴졌다.

 그래. 그들에게는 그들의 죄가 있다. 선택한 것은 죄가 아니지만, 누군가를 죽인 것은 죄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 역시, 그들의 죄가 되겠지. 그리고 그 죄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덕분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어.”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저…. 하나만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얼마든지.”

 

 “그 꼬마는 어쩔 생각인가요? 그 아이도…. 죽는 건가요?”

 

 “그 아이는 죽이지 않을 거야. 테크의 부탁도 있었고, 나 역시 그런 꼬마까지 죽이고 싶진 않아.”

 

 “그렇다면 그 테크…라는 뱀파이어는…….”

 

 “죽게 되겠지. 그건 어쩔 수 없어.”

 

 “그렇군요…….”

 

 그렇게 될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확인받자 입안이 써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라티안스를 죽이려고 했던 뱀파이어라지만 죽는다는 사실을 안 이상 마음이 편해질 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하기엔 그들의 죄가 있었다.

 

 “그 일이 끝나면 칼립과 관련된 일도 끝나는 건가요?”

 

 “끝난 거지…. 믿기지는 않지만.”

 

 “그러면 일단은 안심이네요.”

 

 “그게 일이 그렇게 간단하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네? 무슨 일이 또 있나요?”

 

 “성에 소문이 돌고 있어. 내가 그대가 없으면 인간의 피를 마실 수 없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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