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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월비천가(㬻月庇天歌)
작가 : 불괴
작품등록일 : 2018.2.20

그 놈의 출신을 알려달라고? 그건 아무도 모를 걸세. 뿌리가 없거든. 소문으로는 가전무공만 연성했다는 데, 그 놈의 집구석이 워낙 다양해서 가전무공이라 부르는 무공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서로간에 개연성이 없어. 워낙 처세 질에 능해서 어딜 가나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놈이야. 정을 쉽게 주면서도 금세 학을 띠고 사라지는 놈이라. 어쨌든, 그 성장과정은 나도 궁금하다네 - 철공계 황천후

 
제 11화 - 오역부지(吾亦不知, 나 또한 모르는 일)
작성일 : 18-03-07 20:22     조회 : 378     추천 : 0     분량 : 7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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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익이 실력 발휘한 이후로 여정은 순탄했다.

 상행에 참여한 이들도 그 이후로 총 행수님이라고 깍듯이 모시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백리웅은 마차를 타고 이동했기에 이곳이 어디며, 왜 이곳에 왔는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딸려온 군식구다.

 표물을 나를 근력도 없고 상행에 필요한 잡일거리도 뭘 알아야 하는데.

 백리웅은 관심이 없었다. 물론, 어린 소년에게 일거리를 던져주는 사람도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 동쪽하늘에 이어 서쪽하늘까지 잿빛구름과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화톳불을 둘러싸고 어둠을 사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백리세가에서 오신 분들 맞습니까? "

 

 

 그 중 한 명이 일어나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 냈다.

 

 

 "예. 저희는 백리상단입니다. 누구신지?"

 

 "아, 저는 주성철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오 년 마다 새로 입성하는 상단의 안내를 맡고 있습니다.

 이 낭인패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앞으로 기거하실 장원과 전각을 소개함과 아울러 이곳 신양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생기시면 언제든 물어보셔도 상관없습니다."

 

 "가주님께 전해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마중까지 나오시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백리상단의 행수를 맡고 있는 구성학이라고 합니다. "

 

 

 전날 객잔에서 확인한 낭인곽(浪人郭)의 그 낭인패였다.

 재수없게도 손가락지장과 옆으로는 두지(頭指, 검지손가락)라고 새겨져 있었다.

 

 총 행수는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화에 섞이지 않았다.

 대화의 주체는 상단의 행수 한 분이 이어가고 있는데, 백리웅도 얼굴은 몇 번 보았지만 이름은 기억하지 못 하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고 이곳이 신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내 받은 장원은 가운데에 언덕배기 공터가 있는 특이한 집이었다.

 알고 보니 그 공터 아래에 소금창고가 있다고 한다.

 창고가 장원 한가운데 있는 셈.

 

 장원은 소금 구입 및 보관. 전각은 소금 판매 및 결제.

 각기 용도가 다른 건물이라고 한다.

 시간이 늦어 전각은 내일 구경하기로 하고 오늘은 장원에서 여독을 풀고 잠자리에 들러가자고 행수가 말했다.

 백리웅의 방은 총 행수님의 옆방에 위치하여 앞으로 얼굴을 부딪히는 일이 자주 있을 것 같다.

 

 .

 .

 .

 

 다음날 이른 새벽 모란꽃향기를 맡지 않았는데도 눈이 떠졌다.

 그간 기계적으로 단련된 결과인 셈이다.

 연무장의 위치를 알지 못하여 장원의 한가운데, 언덕배기 공터로 올라갔다.

 이른 새벽공기는 차갑고 촉촉하며 숨을 들이킬 때 마다 폐부 깊숙이 자극을 준다.

 하루 일과를 시작해보자는 짜릿한 신호다.

 그 신호에 맞춰 한기를 이겨내는 것이 새벽녘을 맞이하는 나의 책무이다.

 

 

 오랜만에 연공이다.

 마지막 행공을 함께하며, 할머님은 내가 삼 성을 넘어갔다고 기뻐하셨다.

 사 성에 이르면 호흡의 단속적인 흐름을 본인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는데...

 다시 말해서, 할머니의 매질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과정이 어쨌든, 내가 무공을 익히는 데 있어서 혼자 힘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금종탈식의 시작이다. 찬 기운에 움츠러든 몸은 곧 데워질 것이다.

 

 흐흡, 후, 흐흡, 흐흡, 후우

 

 걷잡을 수 없이 호흡이 널 띠고 있다.

 팔다리를 연신 뻗어대면서 며칠 전 항익의 움직임이 떠오른다.

 

 돼지를 부위별로 분리하는, 능숙한 도살자와 같다고 할까?

 그 대상이 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충격적이었다.

 맨손으로 육신을 찢어발기는 천력(天力)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몸놀림.

 한 수로 한 명을 묵사발 내버렸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움직였고 쓸데없이 현란한 초식도 없었다.

 아니, 사람들의 안력이 따라가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흥분되고 설레는 감정이 생기는 것은 백리웅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상 속에서 꿈꾸던 그런 강자의 활약을 직접 보았다.

 피를 보았지만 별 다른 자극이 없었다.

 

 여러 번의 공격을 주고 받거나,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적이 있었다면 좀 더 공감이 갔을지 모르겠으나, 그냥 순식간에 '스윽' 움직여 '빠박' 하며 생명의 불씨가 꺼져 버렸다.

 등주(燈住, 불의 심지)를 손가락으로 잡아 불길을 잡는 것처럼 말이다.

 

 

 흐흡,흡,흡, 후우우, 흡

 

 잡생각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수련을 이어나간다.

 몸에 열기가 돌고 땀이 나기 시작한다.

 한여름에도 흘리지 않던 땀이 겨울에 흘러내리고 있다.

 특히나 수련도중에 말이다.

 이상징후인 것이 분명한데 할머니도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 못했다.

 

 

 "하아암. 뭐하고 있는 게냐?"

 

 

 하품을 하면서 다가오는 사람은 총 행수 항익이었다.

 

 

 "흡, 수련을, 흐흡, 흡, 하고, 후우, 있습니다. 하아,"

 

 "지르고 거둬들이고 다시 뻗는 흐름은 자연스럽고, 힘이 실리는 걸로 보아 외문공부인 듯 하군.

 딱히 내공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기도 하거니 말이다. 그런데, 난잡하게 손발을 놀리는 구나. 초식이 없는 게냐? 자세가 어긋났다고 보기엔 너무 형편없구나."

 

 "흡,흡,흡,하아, 네, 외문공부인데 별도의 초식은 배운 바가 없습니다."

 

 

 행공 중에 말하기가 너무 힘들어 백리웅은 일단 수련을 중지했다.

 

 

 "들숨과 날숨이 비정상일 정도로 요동을 치는 구나.

 추측하건대, 그 원리로 강맹(强猛)한 위력의 힘이 격발되는 것 같고.

 호신용으론 괜찮은 무공인 거 같구나.

 다만 힘을 실어야 할 때와 비축할 때를 구분 짓고 정확한 자세로 타격하는 것 마지막으로 무엇으로부터의 호신인지를 명확히 해야 될 게야. 어떠냐? "

 

 "네. 어르신이 집어주신 부분들은 정확하십니다.

 저보다도 가전무공을 더욱 잘 아시는 것 같아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세가의 무공이 자기 수양에 집중한다고 들어서...

 별도로 사람을 가격하는 자세에 대한 가르침은 없었습니다. 대련도 하지 않는 지라..."

 

 "허 엄, 험. 실은 말이다.

 앞으로 내가 가는 곳은 너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네 아비에게 약속한 바가 있어 너의 신변보호를 맡게 되었지.

 어제와 같은 불상사를 대비하여 언제고 내 곁에서 떠나면 안 된다. 알겠느냐? "

 

 

 이 고강(高岡)한 노인네가 뭐가 아쉬워서 자신을 데리고 다닌단 말인가?

 찜찜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겠다.

 어린 소년을 골려 주려는 고약한 심보가 느껴지는 것도 같고...

 

 

 "네. 알겠습니다. 어르신."

 

 

 별로 자라지도 않은 수염을 긁어대며 멋쩍게 말하는 항익의 모습은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백리제천보다 나이가 많다고는 들었지만 무섭게 생겼을 뿐 그다지 늙어 보이지 않는다.

 

 

 "대신 틈틈이 너의 수련을 지도해 주도록 하마.

 내가 이때까지 살아오며 보고 익힌 무공의 종류도 상당히 많을 뿐 아니라.

 나 역시 외문공부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말이다."

 

 

 왜 백리웅에게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하는 것일까? 여기서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될까?

 생각이 많은 백리웅은 바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어제 본대로라면, 사실 본신 무공이 뭔지는 몰라도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백리웅에게 전해 주고픈 공부(工夫)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종의 일방적인 거래가 성립되었다.

 거동의 제약이 선(先)이고 후(後)로 제시된 무공지도. 이건 뭔가 구린내가 난 달까?

 

 

 "혹여,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내 일러주도록 하마."

 

 

 백리웅이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다시 항익이 입을 열어 말을 했다.

 

 원래 이렇게 수다쟁이였나?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절박함은 느껴지지 않지만 무엇엔가 쫓기듯 서두르는 느낌이랄까?

 

 

 "음, 고민을 하고 답변 드리겠습니다. 어르신."

 

 "고민할 게 뭐가 있단 말이냐? 혹시 내 별호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냐?"

 

 "죄송한데... 어르신의 별호는 알지 못합니다."

 

 

 순간 항익의 눈썹과 입술이 움찔거리며 웃지도 화내지도 않는 어중간한 표정이 되었다.

 

 

 "내 별호는 거각도이니라.

 어제는 내가 칼을 뽑지 않았으나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칼 솜씨도 기가 막히지.

 칼질이든 박투술이든 뭐든 도와줄 터이니 앞으로 잘 부탁한다."

 

 

 어린 백리웅이 보기엔, 항익의 허리춤에 덜렁거리는 박도는 누가 봐도 싸구려 칼로 보인다.

 거각도라는 외호를 듣게 되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어제 놀라운 무위를 보여주어서, 믿을 수는 있지만...

 당최 왜? 라는 물음에서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거각도 어르신. "

 

 "아이고, 답답하네.

 어린 놈이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 건지. 의심이 많은 건지.

 확답을 피하는 게냐!

 내 자랑은 아니지만 이 땅에 내 눈치를 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무림인은 잘해봐야 백 명도 되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드넓은 중원 땅에서 인구가 얼마나 될지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무공을 익힌 사람이 적어도 백만 명은 넘는다.

 그 말인즉, 적어도 구십구만 명의 무림인은 내 눈치를 봐가며 행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 내일부터 조금씩 지도해 주마.

 이건 강요이며 통보이자 너에겐 크나큰 행운이다.

 크흠. 아침식사가 끝나면 나가볼 때가 있으니 외출준비를 하고 방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네. 알겠습니다. 어르신."

 

 

 저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강자. 초고수. 절대강자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은 분이다.

 그러니... 왜? 이러는 것일까? 일단은 어르신의 눈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

 .

 .

 

 아침식사 후, 상단의 모든 인원이 앞으로 이용할 전각을 보러 갔다.

 

 백리웅과 항익은 정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으리으리한 전각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고층으로 이루어진 전각이 군데군데 모여 있었다.

 중간에 위치한 건물이 가장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규모 면에서나 외벽의 장식이 다른 전각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리고 문 앞에 이르렀다.

 

 

 "백리상단의 총 행수 예담이라 합니다. 낭인곽에서 낭인들을 고용하고자 방문하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총 행수님. 어느 정도 규모를 원하시는 지 먼저 말씀해주시면 해당 하는 곳에 기별하겠습니다."

 

 

 "엄지와 검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할 계획입니다."

 

 "엄지와 검지만 고용하되 인원은 최대한이라... 이건 유용각에서 대화를 해보셔야 될 거 같습니다."

 

 

 "본 건물의 오층으로 올라가시면 면담을 할 수 있도록 기별하겠습니다.

 헌데 같이 온 소년도 올라가는 지요?"

 

 "네. 늘그막에 낳은 자식 놈인데.

 이놈이 아직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아 저희들 간에 오고 갈 대화가 무슨 말인지도 모를 겝니다.

 그저 견문을 넓혀주고자 낭인곽을 구경시켜줄 겸 데리고 왔습니다. 함께 올라가도 괜찮겠지요? "

 

 "알겠습니다. 올라가 보시지요."

 

 

 어르신의 이름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달랐고 내 출생의 뿌리도 달라졌다.

 지금 필요한 건 순발력.

 내 이름은 ...? 모르겠다.

 

 

 "아버님. 제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오 층으로 올라가는 와중에 슬며시 귓속말로 어르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운각아, 머가 또 궁금하더냐? "

 

 

 아! 오 년 만에 정체성을 새로이 깨닫게 되었다. 예운각. 그 동안 살아온 삶이 순식간에 부정되었다. 물론, 어머니가 누군지는 모른다.

 

 

 "아닙니다. 아버님. 소자도 위층에 따라가는 이유가 궁금해서 여쭤보았습니다."

 

 "운각아. 백리상단의 총 행수로서, 아비가 해야 될 일이 상당히 많다.

 그 중 첫 번째로 중요한 계약을 너에게 보여주고자 하여 데리고 온 것이다.

 훗날 너도 상단을 이끌게 되면 필시 도움이 될 게다. "

 

 

 한 층을 올라갈 때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점차 가라 앉는다.

 오 층에 올라서니 이십여 명도 안 되는 인원이 바쁘게 서류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 환영합니다. 총 행수님. 저는 낭익곽 유용(流用)각주 소주항이라고 합니다.

 유량을 살펴 낭인들의 출입을 관장하고 급류(急流)를 공급할지 완류(緩流)를 공급할지 결정하는 직책을 맞고 있습니다.

 일반 계약이라면 저와 대면할 경우가 없으나, 규모가 있는 계약이나 수준급 낭인을 원할 시 이를 판단하는 것이 제 업무이죠.

 엄지와 검지로만 차출을 원하시고 인원은 최대한 많이라...

 좀더 구체적인 계획을 묻고 싶습니다. "

 

 

 "반갑습니다. 소대인.

 저희 백리상단이 금번 전매권을 획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조할 표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각지로 찢어져 상단활동을 하게 되면 믿을 만한 표사가 필요합니다.

 낭인곽의 공신력을 믿기에 이렇게 불쑥 찾아왔습니다.

 예부터, 소금을 빼앗으려는 자들은 외려 소규모 집단이라서 실력 있는 용병들이 상행에 함께 해주면 큰 탈없이 소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저희가 보유한 표사도 믿을 만하지만, 실력에서 본다면 소금을 지켜내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

 

 

 "낭인곽 본부에서 당장 공급 가능한 인원은 엄지 여덟에 검지 스물입니다.

 다른 낭인들은 현재 의뢰를 수행중인 관계로 장담할 수는 없으나 차후 잉여인력이 발생하면 백리상단에 우선 배분하겠습니다. "

 

 

 " 일단은 지금 말씀하신 가용인원 전원을 오 년간 고용하겠습니다.

 저희 상단의 총관이 결제를 하는 관계로 이른 시일 내 허가를 받아서 대금을 집행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

 

 

 "전매권을 따낸 상단이 설마 푼돈을 아끼자고 지척에 사는 이웃을 물어뜯지는 않겠죠.

 금액은 차후 지급받는 걸로 하고 이틀 내로 낭인을 소집하여 상단에 보내겠습니다.

 허나, 현재 계약은 급류에 해당되는 상급 낭인들인 관계로 한번에 오래 동안 묶어놓을 수 없습니다.

 일년 후 갱신을 원하는 낭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서 계약이 이행될 것입니다."

 

 "낭인곽에서 그저 낭인을 중개하는 것이 아니었군요... 알겠습니다.

 우선 가용인원 전체를 일 년간 고용하겠습니다."

 

 

 지금 신양에 있는 상단의 우두머리는 총 행수인데.

 허가를 누구한테 받아야 되는 걸까?

 어제 설명듣기로는 전각에서 소금의 판매 및 결제를 담당한다고 들었다.

 그곳에 총관이 상주하는 건가?

 

 전각에서 소금을 파는데 실력 있는 낭인들이 이렇게나 필요한 것일까?

 어제부터 오늘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념이 깊어져만 간다.

 

 

 

 인근 객잔에 들러 푸짐하게 주문한 식사를 하고, 백리상단이 사용할 전각을 백리웅은 뒤늦게 다녀왔다.

 여기선 다른 이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그냥 훑어보고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딱히 인상 깊은 부분이 없었다.

 게다가 총 행수는 이 곳은 가급적 올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 백리웅도 이곳에 올 수가 없다.

 

 장원으로 돌아왔다. 어제보단 사람이 늘어난 듯 보인다.

 정확히 숫자를 세어 보진 않았지만 직관적으로 느낄 만큼 많은 인원이 장원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운각아. 당황스러웠느냐?"

 

 "당혹스럽긴 했지만,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어르신과 함께 지내는 동안 저는 예운각으로서 살아가는 것입니까?"

 

 " 이 상황이 어제 말한 '필시' 보답하겠다는 그 약조이다.

 상단 식구들도 모두 너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는 일절 발설하지 않을 게야.

 자연스럽게 지내자 구나. 예담의 무공을 가르쳐 주마.

 그것은 꽤나 상위공부로 지금부터 네가 익힌다면 엄지에 해당되는 낭인이 여럿 몰려와도 능히 감당할 수 있을 게다. "

 

 " 제 아버님도 알고 계신 겁니까? "

 

 "알다마다. 일단은 너의 대한 모든 책임이 나에게 주어졌으니 너에 대한 권리행사도 해야겠지.

 우리는 가급적 장원에서 생활하며 가끔 발생하는 외부 상거래에 참여하게 될 거란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행동하도록 해라."

 

 " 네. 알겠습니다. 아.버.님. "

 

 

 오늘 백리웅은 한 명의 아버지를 얻고 수많은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말았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순식간에 지난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다.

 본인만 모르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도 모르는 일이었는지 간에, 항익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고 백리제천은 출발 전에 누누이 말했었다.

 

 앞으로 백리웅은 새로운 신분 예운각으로 생활하게 될 것이다.

 

 

 

 

 " 네. 알겠습니다. 아.버.님. "

 

 

 오늘 백리웅은 한 명의 아버지를 얻고 수많은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말았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순식간에 지난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다.

 본인만 모르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도 모르는 일이었는지 간에, 항익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고 백리제천은 출발 전에 누누이 말했었다.

 

 앞으로 백리웅은 새로운 신분 예운각으로 생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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