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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로버트 왕자의 맹세에 마음이 흔들리다
작성일 : 18-03-07 11:00     조회 : 60     추천 : 1     분량 : 6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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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에반젤린 공주는 시녀들을 처소로 불러 로버트 왕자가 청혼을 취소한 사실을 밝히고 있는 중이었다.

 

  "스코틀랜드 왕자께서 청혼을 취소하실 뜻을 밝히셨으니, 너희들은 그리 알고 있거라."

 

  시녀들 모두 로버트 왕자가 청혼을 취소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에리카를 바라보며 어찌된 영문인지 눈짓으로 물었지만, 에리카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시녀들 모두 의아해하자 에리카가 나섰다.

 

  "공주님께서 거절하셔서 스코틀랜드 왕자께서 청혼을 취소하신 것입니까?"

 

  "아니다. 내가 면사포를 쓴 채 스코틀랜드 왕자를 접견했는데, 스코틀랜드 왕자는 내가 못생긴 줄 알고 청혼을 취소한 것 같구나."

 

  에반젤린 공주는 추녀로 변장한 채 로버트 왕자를 접견한 사실을 밝힐 수 없어 머리에 떠오른 대로 둘러댄 것이다.

 

  공주의 말을 듣자 시녀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

 

  에리카가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스코틀랜드 왕자께서도 언젠가는 공주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분이란 사실을 알게 되실 텐데, 공주님을 다시 찾아와 청혼하신다면 어찌하시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일국의 왕자가 어찌 자신의 입으로 취소한 청혼을 번복할 수 있겠느냐?"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엔 회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로버트 왕자가 이제와서 취소한 청혼을 번복할 수 없을 거야. 후회해봤자 어림도 없는 일이지.'

 

  시녀들은 로버트 왕자가 자신의 입으로 청혼을 취소한 이상, 왕자의 체면 때문에라도 번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녀들 모두 에반젤린 공주가 로버트 왕자와 결혼하지 않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로버트 왕자와 결혼한다면, 시녀들도 스코틀랜드로 따라가거나, 에반젤린 공주와 헤어져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시녀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에리카가 말했다.

 

  "모든 것이 공주님 뜻대로 된 것 같아 참으로 다행입니다."

 

  바로 이때 처소 밖에서 로버트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스코틀랜드 왕자가 잉글랜드 공주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다고 전해주시오."

 

  로버트 왕자가 이렇게 빨리 찾아오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에반젤린 공주는 당황하며 급히 에리카에게 말했다.

 

  "에리카, 네가 스코틀랜드 왕자께 이미 청혼이 취소되었으니 그만 돌아가시라 전하거라."

 

  '내가 접견을 거절하면 로버트 왕자는 돌아갈 수밖에 없을 거야.'

 

  "공주님 분부대로 스코틀랜드 왕자께 돌아가시라 전하겠습니다."

 

  에리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덜컥'하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로버트 왕자가 방문 앞을 막고 있는 시녀들을 밀치고 처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로버트 왕자는 시녀들이 자신을 처소 안으로 인도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판사판으로 시녀들을 밀치고 들어온 것이다.

 

  로버트 왕자가 처소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황금빛 금발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고야 말았다.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니!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로버트 왕자는 에반젤린 공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의 모습에 로버트 왕자가 마치 마법에 홀린 듯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는 사이에 시녀들이 우르르 몰려와 앞을 가로막았다.

 

  에리카가 시녀들을 대표해 말했다.

 

  "스코틀랜드 왕자께서 이렇게 공주님의 허락도 없이 처소에 들어오시다니요! 어서......"

 

  에리카가 로버트 왕자에게 '어서 공주님의 처소에서 나가주세요!'라고 말하려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가 에리카의 말을 자르며 나섰다.

 

  "스코틀랜드 왕자께서 내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으니, 너희들은 어서 나가거라."

 

  '내가 추녀로 변장한 채 왕자를 접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왕자를 접견하지 않을 수 없겠어.'

 

  시녀들이 모두 물러가자 로버트 왕자가 항의하듯 물었다.

 

  "공주, 내가 무엇을 잘못해 나를 속이셨소? 어째서 다른 여인을 공주로 위장해 나를 접견하게 하셨소?"

 

  에반젤린 공주가 추녀로 변장해 자신을 접견한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로버트 왕자로서는 에반젤린 공주가 다른 여인을 공주로 위장해 접견하도록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로버트 왕자는 공주가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기세가 등등했지만,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무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왕자를 속인 것이 아니라 시험한 것이예요. 왕자께서 여인의 외모만 보는 남자가 아닌지 시험한 것이지요. 나는 그대와 같이 여자의 외모만 보는 남자와는 결혼할 마음이 없습니다. 왕자께서 약속하신 대로 청혼을 취소해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로버트 왕자는 에반젤린 공주에게 무례한 말을 했던 것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그러한 사실도 모르고 공주의 외모를 비하했던 나의 무례를 용서해주시오. 하지만 공주께서도 나를 속이셨으니 공주 또한 잘못이 있으십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양국의 우의를 위해 공주께 다시 청혼하니, 부디 나의 청혼을 물리치지 말아주시오."

 

  로버트 왕자가 스코틀랜드와 앵글랜드의 우의를 내세워 청혼하자 에반젤린 공주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스코틀랜드 왕위 후계자이신 왕자께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시는군요. 이미 왕자께서는 청혼을 취소하셨고 이는 나와 합의한 것입니다. 나는 이에 대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으니 그만 돌아가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에반젤린 공주의 말은 정중했지만, 태도는 단호했다.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이제 그만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바로 그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로버트 왕자가 에반젤린 공주 앞에 무릎 꿇은 것이다.

 

  "공주, 제발 부탁이니 나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오."

 

  단호하기 짝이 없던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무릎 꿇고 애원하자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완벽하게 잘생긴 로버트 왕자가 무릎 꿇고 애원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겠어?'

 

  이런 생각이 들자 연민을 느낀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재빨리 손을 뻗어 로버트 왕자를 일으켜 세운 후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하기 시작했다.

 

  "로버트 왕자, 내가 그대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한마디로 운을 뗀 후 말을 이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나이가 들어 늙으면 버림받게 마련이지요. 나의 어머님이신 잉글랜드 왕비께서도 젊은 시절에는 나의 아버님이신 잉글랜드 국왕 폐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셨지만, 지금은 아버님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늙어도 나를 평생 사랑할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할 생각이예요. 세상에는 나보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으니, 부디 나를 포기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공주, 나에게 그대를 아내로 맞을 수 있는 영광을 주신다면 맹세코 그대만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오. 나의 목숨이 다하도록 그대만을 사랑할 것을 신의 이름 앞에 맹세하겠소."

 

  로버트 왕자가 맹세하자 공주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흔들렸지만, 공주는 로버트 왕자의 맹세를 믿을 수 없었다.

 

  "지금은 그렇게 말씀하셔도 나중에 내가 나이들어 늙으면 마음이 변하실 거예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결혼 전에 한 맹세를 지키지 않지요."

 

  "하지만 공주, 대부분의 남자들이 지키지 않는다고 내가 맹세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오. 어찌하면 나의 맹세를 믿겠소? 부디 나에게 기회를 주시오. 나의 목숨이 다하도록 그대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하겠소."

 

  로버트 왕자의 거듭되는 맹세에 에반젤린 공주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목숨이 다하도록 나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하는 로버트 왕자에게 기회를 줘야하지 않을까?'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로버트 왕자의 눈동자에 시선이 꽂혀 있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로버트 왕자의 사파이어빛 푸른눈이 에반젤린 공주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다.

 

  여인처럼 아름다운 로버트 왕자의 얼굴에 에반젤린 공주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이처럼 잘생긴 로버트 왕자의 맹세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랴!

 

  에반젤린 공주가 생각을 정리하느라 잠시 침묵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왕자께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면 일단 청혼을 취소해주시고 스코틀랜드로 돌아가주세요. 만약 삼년이 지나도 나에 대한 왕자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왕자의 청혼을 고려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삼년이 지나도 왕자에 대한 내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때는 나를 단념해 주실 것을 약속해주셔야 합니다."

 

  로버트 왕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에반젤린 공주의 뜻에 따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마침내 로버트 왕자가 말했다.

 

  "공주의 뜻대로 일단 청혼을 취소하고 스코틀랜드로 돌아가겠소. 공주, 삼년 후에 다시 청혼하러 오겠으니, 그때까지 잘 계시오."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자신의 뜻에 순순히 따르자 감사를 표시한 후 작별인사를 했다.

 

  "내 뜻에 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자께서도 안녕히 가세요.“

 

  로버트 왕자가 떠나자 에반젤린 공주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로버트 왕자가 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삼년 안에 내가 원하는 남자로 변화할 수 있을 거야."

 

  로버트 왕자에게 3년이란 긴 시간을 준 것은 진실로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에반젤린 공주는 별안간 흰눈처럼 새하얀 자신의 두 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 바라보았다.

 

  '내가 그의 손을 잡았을 때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어.'

 

  에반젤린 공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던 로버트 왕자를 일으킬 때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느라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무릎 꿇은 로버트 왕자를 일으키기 위해 그의 손을 잡았을 때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던 것 같아......"

 

  이 사실을 깨달은 에반젤린 공주는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모든 것은 로버트 왕자가 내가 원하는 남자로 변화하느냐에 달린 셈이로군."

 

 

  한편 로버트 왕자는 에반젤린 공주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곧바로 마이클 왕을 찾아갔다.

 

  "잉글랜드 국왕 폐하께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마이클 왕이 손짓하자 시종들과 시녀들 모두 나갔지만, 레이디 제인은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마이클 왕에게 말했다.

 

  "폐하, 제가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특별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이곳에 남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로버트 왕자는 의아하여 속으로 생각했다.

 

  '레이디 제인이 나한테 또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거지? 설마 아직도 나한테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일까?'

 

  "로버트 왕자에게 할 말이 있거든 나중에 하시오."

 

  마이클 왕이 이렇게 말하자 레이디 제인은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레이디 제인이 떠나자 로버트 왕자는 에반젤린 공주와 약속한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공주께서 일단 청혼을 취소하고 삼년 후 다시 청혼하면 고려해보겠다고 말씀하셨으니, 공주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잉글랜드 국왕 폐하께서는 제가 삼년 후 다시 공주께 청혼하도록 윤허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의 뜻대로 로버트 왕자의 청혼을 수락할 줄 알았던 마이클 왕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삼년 후 다시 청혼하면 고려해보겠다니, 공주가 그대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단 말인가?"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아 공주께서 그렇게 요구하신 만큼, 정당한 요구라 생각합니다. 저는 공주의 뜻을 존중해 삼년 후에 다시 청혼할 것이니, 아무쪼록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이클 왕은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의 뜻을 거역했다는 생각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공주가 철이 없어 그런 요구를 한 모양인데, 내가 곧 공주를 불러 청혼에 대한 수락 여부를 결정짓도록 할 것이니, 떠나지 말고 숙소에서 기다려주게."

 

  바로 이때 처소 밖에서 마이클 왕과 로버트 왕자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레이디 제인은 속으로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꺄악! 만세! 에반젤린 공주가 로버트 왕자의 청혼을 거절하다니! 모든 것이 내가 바라던 대로 되었구나! 로버트 왕자를 조용히 만나 에반젤린 공주가 리처드 경에게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면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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