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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월비천가(㬻月庇天歌)
작가 : 불괴
작품등록일 : 2018.2.20

그 놈의 출신을 알려달라고? 그건 아무도 모를 걸세. 뿌리가 없거든. 소문으로는 가전무공만 연성했다는 데, 그 놈의 집구석이 워낙 다양해서 가전무공이라 부르는 무공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서로간에 개연성이 없어. 워낙 처세 질에 능해서 어딜 가나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놈이야. 정을 쉽게 주면서도 금세 학을 띠고 사라지는 놈이라. 어쨌든, 그 성장과정은 나도 궁금하다네 - 철공계 황천후

 
제 6화 - 그 남자의 사정
작성일 : 18-03-01 19:54     조회 : 407     추천 : 0     분량 : 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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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며 이야기하면서도, 난처한 입장에 빠질까 걱정하는 게 아버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삶이란 자신이 떠벌릴 수 있는 지식보다 훨씬 광대무비(廣大無比) 하니 꾸역꾸역 아는 체하며 점잖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철없는 자식을 대할 때,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라는 것을 그도 그의 아비에게 배웠으니 말이다.

 그도 초승달의 고요보단 농담이 잦은 분위기가 좋고 나른한 취미를 가지고도 싶지만 현실이 허락하질 않는다.

 

 백리제천은 아들과 함께한다는 것도 잊은 채, 혼자만의 상념에 잠겼다.

 

 '지난 날의 자신이 선산을 처음 마주하고 어리둥절해 여긴 것처럼, 아들이 전통문화의 가치를 어찌 생각할지는 예측이 간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를 있게끔 만든 조상에 대한 생각은 의식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제 슬슬 세가에 대하여 그리고 아비에 대하여 건네주어야 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 한다.

 웅이 녀석도 적지 않은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모든 게 평온하고 잔잔해 보이지만 그 건 호숫가에서 부단히 발놀림하는 거위와도 같다.

 충격에 대비해 아들에게 조금씩이지만 세상의 이면을 설명해주고 있다.

 지난번에는 청산표국의 내력에 대해서 그리고 오늘은 올바른 위정자의 모습까지.

 나 역시도 걱정이 앞선다. 아비가 되고 아들을 키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니까.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들이 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고 그 길이 구부러지고 험한 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선산을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기엔 늦은 시간.

 이쯤에서 하루를 묶고 내일 출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백리제천의 눈빛이 달라졌다.

 

 

 내려오는 길에 똥강아지를 지나쳤고 그 개는 사향냄새를 남기고 사라졌다.

 노루의 체취가 개에게서 난다.

 더군다나 검은 개에게서…. 좌측에 노점상에 걸린 옥수수수염이 말라 있다.

 그런데. 옥수수를 거꾸로 매달아 메마른 수염이 도드라진다.

 이것 역시 신호다. 우측을 확인한다.

 매담꾼이 연신 이야기를 헤대는 공터를 보았다.

 바닥에는 보시(布施)용 그릇이 놓여 있고 여객(旅客)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매담꾼이 여객 살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굳이 팻말로 표시할 필요가 없다.

 

 .

 .

 .

 

 강호무림에 속한 일급. 사람이. 현재 근처에 체류 중이라는 뜻.

 지금 이곳에 일급에 해당하는 무림인이 있다.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일급은 현 강호무림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강자.

 적어도 한 성에서 패주를 자처할 만한 실력을 지닌 자.

 

 

 "마충! 산개 후 대기한다!"

 

 

 제천은 주변에 은신해 있는 마충에게 전음을 펼친다.

 마충이 끌고 온 현암단은 조심스레 흩어진다.

 

 

 " 사주! 지급(至急)입니다! 객잔 밖 측 간에서 기다려주십시오!"

 

 

 객잔의 곽사봉이 마중 나와 전음을 건냈다.

 

 급작스레 두 개의 사건이 맞물렸다. 일급요인 한 명에 지급전서 하나.

 무림 인은 지금 현암단과 나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급으로 날아온 사건은 일단 벌어진 일이고 멀리 떨어진 곳.

 우선순위는 멀리서 온 정보의 확인.

 

 

 "툭!"

 

 

 아주 잠깐 고민하는 사이 아들과 부딪혔다.

 아들은 아직 이런 문제로 고민하기엔 이르다.

 

 

 "옥상아! 측간에 좀 다녀오마. 식사는 그 이후에 먹자 구나."

 

 "네. 아버님"

 

 

 침착하게…. 급할수록 냉정해지자.

 체류 중인 자는 일급에 해당하는 자 그러나 그건 사건이 터졌을 때 문제가 생기는 일.

 일단 맞닥뜨린 문제를 살피러 측간에 왔다.

 

 

 "사주! 측 간 내부, 선 채로 천장과 이어진 후미 상단에 꽂아 두었습니다."

 

 

 측간을 밝히는 호롱불. 급히 전서를 찾아본다.

 황토를 이겨 흙벽을 쌓고 그 위에 건초더미를 대충 뒤덮어 만든 지붕.

 그 경계 사이로 작은 배첩(褙帖)이 구겨져 있었다.

 혹여, 누가 보았더라도 그냥 밑 닦을 방책이 없어 급히 닦고 몰래 숨긴 듯한 느낌.

 구겨진 종이는 그저 오래된 한지마냥 보이지만 질 좋은 한지 네 장을 겹친 후 만든 배첩지에 치자(梔子)나무를 다린 물로 누렇게 만드는 고된 작업의 결과물이다.

 

 

 누렇게 바랜 종이를 펼친다.

 첫째, 진양에 거각도(去殼

 刀) 항익 합류.

 

 둘째, 무허대사 사망(원인불명)

 

 

 문제다. 큰 문제가 전서에 두 가지 나열되어 있다.

 거각도의 합류는 예상치 못하였고 현재 백리세가에서 공식적인 지지를 천명한 표국은 진양표국. 거기에 세가의 백단이 활동 중이다.

 옥상의 엄마가 거기 있다.

 무허대사의 사망으로 인하여 구도자의 은거생활은 이제 끝이 날 것이다.

 

 그러나 청산은 지금 이를 갈고 있다.

 백사에서 다룬 무림백서에는 청산의 승리를 점친다고 기술하였다.

 이는 현재 백리세가의 방향과는 맞지 않다.

 사실 청산이 진양을 상대로 내세울 것은…. 별반 없다.

 청산이 기를 쓰고 묘책을 내었을 때, 수렴되는 것은 단 하나.

 

 요인암살!

 

 진양에서 강호의 이름난 무인을 초빙한 것까진 좋다.

 그런데…. 거각도가 합류한 것이라면 전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거각도의 합류 없이도 충분히 진양이 이번 전매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대비했다.

 

 진양의 하 총관이 가진 물욕 때문이라도 거각도를 데려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영문이란 말인가?

 하 총관의 시야가 좁다.

 오히려 요인암살을 본인이 획책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작게는 진양을 휘두르지 못하고 크게는 웅이 엄마... 경화가 위험할 수 있다.

 판을 흩트려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이익은 중요하다.

 우리는 '백리'세가이다.

 흐름이 중요하다.

 전매권에 투표를 하는 기관들에서는 건네어 주고 싶어도 명분이 없다.

 

 전매권 참여를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그래서 그에 대한 상책으로, 청산 측 상급품계 지지자를 밀어낸다.

 명분은 만들기 나름. 이미 착수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새주의 힘을 끌어오는 것이 중책.

 백사가 관여했음을 은연중 드러내면 반드시 반응할 것이다.

 대신 뒷배로 한 번쯤 이용당해줘야 한다.

 

 무림인들의 무력으로 쟁취하는 것은 하책.

 걷잡을 수 없는 아수라장은 항시 피하는 것이 좋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으며 마지막에 남아 이권을 챙기기 어렵다.

 

 진양표국은 하책을 선택해 버렸다.

 전매권에 대한 것은 일단 차치하고 경화의 안위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 협가는 정해진 행로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백사를 배포할 때 은연중 강호삼천(江湖三賤)에게 경고하였다.

 알고 있지만 기술하지 않은 부분. 그 부분을 짚어낼 인물이 있을 게다.

 협가출도는 강호삼천과 표적대상 그리고 협가 본인들에게 많은 의미가 있고 그로 인하여 소모되는 정보와 재화의 양이 상당하다.

 이러한 점을 모두 무시하고 단지 협가출도만 기재하였다.

 

 이번 백사를 배포하며, 진양에 많은 정보를 할애하고 협가는 언급을 삼가한 것에 대해서….

 상부상조의 미덕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이번 전매권에 대한 다툼에서 강호삼천은 한발 물러설 것이다.

 

 

 난세는 도래한다고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빠르다.

 

 자존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지난 세월.

 이에 대한 것은 지금껏 자중하던 무림인 모두에게 해당한다.

 진출 준비를 마친 자.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자

 그저 관망하는 자.

 

 

 중원 각지의 정보를 좀 더 취합해야겠다.

 우리 가족이 위험하지 않게.

 그리고 내 아들이 곧은 길에서 넘어지지 않고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강호를 위해서….

 세가에 남겨진 굴레는 나의 대에서 끝맺음해야 한다.

 옥상이는 양지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할 것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품 안에서 지필묵을 꺼낸다.

 측간냄새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금종탈식 팔 성에 이르도록 끊임없이 단련한 정신력은 악취에 흔들리지 않았고 답신을 써 내려가기에, 충분하다

 

 첫째. 사주개입(事主介入)

 둘째. 대기(待機)

 

 배첩이 원래 있던 틈 사이로 답신을 구겨 넣었다.

 측간을 나오자마자 점소이와 교차한다.

 둘 사이에는 아무 대화가 없었다. 겉으로는….

 

 

 다시 객잔 안.

 

 옥상이 사라졌다. 측간에 머문 시간은 대략 반 각.

 객잔에 분위기는 시끄러웠고 특이점은 없다.

 짧은 시간 불가항력이 개입되었다.

 

 기특하게 젓가락을 교차시켰다. 자기 것만.

 가풍에 위배된 행동. 정갈하게 놓인 내 젓가락과 다르게 놓인 아들의 젓가락.

 밖으로 끌려 간 것이 확실하다.

 

 아들은 영특하다. 명이 짧지도 않다.

 귀동냥으로 배운 관상학과 손금에서 보이는 명은 절대 이 시기에는….

 그래도 자식이다. 확인해야 한다. 방법을 찾아보자.

 

 첫째. 현암단. 세가에서부터 데려온 무리이다.

 둘째. 이 곳 회하에 거주하는 제걸인(諸杰人)

 셋째. 마지막은 나.

 

 세 번째가 가장 무난하다.

 

 생각을 마친 백리제천은 건너편 탁자로 다가가 분주를 잡아챘다.

 병 채로 남아있는 술을 다 마셨다.

 자연스레 동공을 풀고 인위적인 백안을 형성시킨다.

 

 

 "뭐야! 이거."

 

 "이 새끼들아! 우리 딸! 내 자식 내놔~~~!

 다섯 살 먹은 우리 딸 저쪽에 앉아있던 예쁘고 귀엽고 앙증맞은 눈망울을 가진 우리 딸.

 내놔!"

 

 

 그냥 무 대포다.

 

 금종탈식의 팔 성에 힘입어 갖게 된 완력은 성인 장정 셋 정도는 한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다.

 분주가 놓여 있는 탁자를 통 채로 잡아들었다. 막무가내로 휘두른다.

 

 

 "내놔아아아!"

 

 "이…. 이거 완전 미친개 한 마리가 나타났네. 우린 말이지 소녀를 본 적..."

 

 "내놓으란 말이야!"

 

 

 객잔의 일 층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다.

 그저 미친개 한 마리에 물리긴 싫다는 듯, 밖으로 모두 나갔다.

 단서는 얻었다. 이들은 모르고 약하고 겁이 많다.

 미친 개에게 대항하는 법을 모른다. 이 무리에선 범인이 없다.

 

 객잔에 남아있는 사람은 점주와 나. 단 둘뿐.

 씩씩거리던 숨을 바로 하고 흩어져 있던 초점을 갈무리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점주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간다.

 그러곤, 손가락으로 오른쪽 통로를 가리킨다.

 

 가장 간단하게 정보를 모았다. 옥상은 납치되어 우측 통로로 끌려갔다.

 

 이곳은 일급요인이 상주 중이다.

 대상도 목적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치하는 것은 영 껄끄럽다.

 이제 밖으로 나간 사람들 속으로 현암단을 푼다.

 조심스럽게 삼삼오오 흩어져 나아간다.

 기척을 잡으면 일전에 흑견이 달려올 것이다.

 현암단과 제걸인의 연합은 될 수 있으면 삼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곳의 정보는 제걸인의 손을 거쳐오는 것이 신속하고 정확하다.

 

 

 허벅지를 두드린다.

 

 

 흑견이 옥수수를 입에 물고 메마른 수염을 휘날리며 달려온다.

 꼬리를 연신 흔든다.

 자력생환. 다행이다.

 

 .

 .

 .

 

 고즈넉한 하늘 아래 남자 혼자서 고독을 달랜다.

 공동묘지에 스산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고독함을 밀어내지 못했다.

 표주박을 오른손에 쥐고 반대편 허리춤엔 술독이 들려있다.

 

 연신 오른손이 술을 퍼 나른다. 간단한 안줏거리 하나 없이 술만 먹고 있는 한 남자.

 그의 눈동자엔 흔들림이 없으며 표주박을 들고 있는 손이 기계적으로 독을 비워낸다.

 얼굴엔 얕은 자상이 여기저기 존재하지만,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할 만한 얼굴은 아니다.

 양 끝으로 길게 뻗어 나간 얇은 눈썹과 미간이 좁아 모인 작은 눈 그 밑으로 왕밤 만한 크기의 주먹 코 그리고 주근깨로 까무족족하면서도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있다.

 두 개의 상반된 인상을 풍긴다.

 코를 중심으로 위쪽을 바라보면 사기꾼 같은 느낌이 들고, 아래쪽을 기준으로는 호탕한 산적 같은 외모.

 이질적이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우습거나 무섭게 느껴지지 않고 주먹 코만 아니라면 잊힐 범부의 인상이다.

 

 한 발짝 앞에 놓인 수레에서는 같은 모양의 술독이 아직 여러 개 남아있다.

 벌컥벌컥 계속 입안을 술로 가득 채우고 있다.

 

 

 " 제기랄! “

 

 

 미간이 좁아지며 인상을 쓰는 남자 갑자기 오른쪽을 쳐다보고는 열변을 토한다.

 

 "그들의 말은 다 옳은 소리였다.

 사태를 정확히 바라보고 조리 있게 설득했지. 허나, 그래서 문제였던 게야!

 직시(直視)와 설검(舌劍)으로 먹고 사는 이는 자기가 본 게 진실인 것 마냥 떠들어대기 마련이지.

 나는 사육 당하고 세뇌당하며 오백칠십팔이라는 번호에서 협가라는 이름을 갖게 될 때까지 믿었다.

 말이 협가지, 밑에서 올라온 나는 외부 인사 더군다나 설검의 고수에게 부림을 당하고 있었다.

 소를 부리는 것처럼 말이다…."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희미하지만 하나의 시체가 있었다.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들이키는 남자는 시체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 한때는 그들의 옳은 분석과 말이 진정한 협행의 길이요 정의구현을 위한 노력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흑백의 논리로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찾아왔지.

 삼천의 명부에 표적으로 내걸린 방회(幫會)와 집단들 중에서도 선한 이들이 바른 행동을 펼쳐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미혹에 현혹되지 않게 끔 구도의 길을 걸었으나 그 길은 철저히 그들의 관념이 이식되는 데 걸린 여정이었다.

 

 이젠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너희에게 말을 하려 한 것인데…."

 

 남자에게 다급한 상황이 발생한 지는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굳은 지는 이미 오래전이었다.

 사선을 넘어 마지막까지 함께한 전우로 보였다.

 제대로 된 연유를 알리지도 못하고 데리고 나온 둘도 없는 친구.

 그 친구는 결국 자신의 결의를 위해 대신 맞서 싸워주었고 자신을 대신해 죽음을 맞이했다.

 처절했던 전황을 고스란히 몸에 간직한 채 죽음을 맞이한 벗.

 

 

 "그들은 이제 사지가 잘린 협가의 수장이 되었다.

 내부인사의 최고위를 지탱하던 내가 사라졌으니….

 당분간 협가의 실행력은 삐걱 거릴 것이야.

 모두를 이 혁명의 대오에 안착시켜 이기기 위한 투쟁을 벌일지 말지 네가 없이 결정해야 될 것 같구나.

 네가 나라면 혼자론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겠지….

 

 친구야. 나는 이름을 갖고 싶다.

 내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양지에서 활동하고 싶다.

 이 문제를 대처하기엔 아직은…. 불가량(不可量)이요 불가해(不可解)인 상황.

 일단 대열에서 빠져나왔으니, 그들에게 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

 그들의 정보망은 중원 각지에서 흘러나온다.

 포위망이 아무리 헐겁다 하나 개인이 대항하기엔 말도 안 되는 일.

 

 차라리 드러내겠다.

 더 이상 감추지 않고 내 이름을 알리고 공개적으로 활동한다.

 정의감이 식진 않았으니 협명을 쌓아 민심의 방벽을 세워야겠다.

 오백칠십팔도 협가도 아니다.

 이젠 양지꽃이 되어 살겠다.

 가시덤불과 갈대 무성해도 양지에서 뻗어 나와 노란 꽃을 활짝 피울 것이다.

 고단한 여정 속에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무던한 투쟁을 하는 꽃

 

 이제부터 내 이름은 양지. 별호는 형옥(刑獄).

 

 홀로 보내 미안하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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