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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월비천가(㬻月庇天歌)
작가 : 불괴
작품등록일 : 2018.2.20

그 놈의 출신을 알려달라고? 그건 아무도 모를 걸세. 뿌리가 없거든. 소문으로는 가전무공만 연성했다는 데, 그 놈의 집구석이 워낙 다양해서 가전무공이라 부르는 무공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서로간에 개연성이 없어. 워낙 처세 질에 능해서 어딜 가나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놈이야. 정을 쉽게 주면서도 금세 학을 띠고 사라지는 놈이라. 어쨌든, 그 성장과정은 나도 궁금하다네 - 철공계 황천후

 
제 4화 - 무풍지대
작성일 : 18-02-27 20:07     조회 : 413     추천 : 0     분량 : 6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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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불가침의 성역'

 

 사실은 아주 오래전 일이다. 시천마랑 관련이 있다는 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강호 무림의 불문율이 생겨버렸다.

 

 함양에는 새주가 있다.

 다섯 개라는 한정된 숫자. 옥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는 자가 실상 없다.

 하지만 옥새의 권위는 모두가 인정한다.

 옥새를 거머쥔 자의 권세는 그 자가 지정한 지역 내에서는 절대적인 법칙을 가진다.

 누 천 년을 이어온 이상한 체제이다.

 어떤 이는 새주가 되어 무림방파를 만들고 어떤 이는 나라를 세웠다.

 그리곤 옥새의 권역으로 지정하였다.

 여태껏 권역을 넘본 이들은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한 명의 새주가 가진 권세가 그리 대단한데, 침해된 권역은 새주가 모여 수성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특성이 있는 함양

 

 그곳은 새주의 권역

 

 그게 벌써 천년, 만 년 전의 일이다.

 이 맹약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는 모른다.

 시간이 흘러 여기에 끼어든 제이 법칙 천것의 권역

 

 

 낙양은 유흥의 중심지. 한 떨기 매화(梅花,창기) 잎을 옆구리에 끼고 돈을 건넨다.

 창기가 벌리는 매화판(賣話販,정보를 파는 일정구역)을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몰려 바글바글한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

 그런데, 절대로! 살상이 금지된 성역이 존재한다.

 매화판이 깔리거나 대자보에 공지된 정보를 기준으로 반경 십 리 내에서는 누구도 다툼이 있어선 안 된다.

 

 이곳은 천것의 권역

 

 천것이 공포하는 권역은 범위는 작고 여러 곳에 지정이 되지만 새주의 권역만큼이나 지켜져야 하는 불문율.

 현재 강호삼천(江湖三賤)이라 불리는 족속들이 누리고 있는 절대권위이다.

 

 이 두 가지는 불멸의 법어

 

 즐거움을 떨치고 분노는 새기고 언행을 삼가니~

 (樂落 怒期 謹愼)

 

 - 백사 사주백(百事 社主白)

 

 .

 .

 .

 

 대륙을 가로지르는 황하와 장강.

 백리세가는 그렇게 거창한 곳에 자리 잡고 있지 않다.

 서안은 달리 장안이라 불리는 지역으로서, 중원내륙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적당한 강우량과 사계를 즐길 수 있고 천재지변의 피해에 비껴간 도시이다.

 

 북으로는 '새주(璽主)'가 함양에 자리를 잡고 있어, 치안도 잘 유지가 되고 있다.

 유흥과 환락을 위한 지역인 낙양은 우측에 임한다.

 

 굳이 서안에서 무언가를 발산할 욕구를 가질 필요가 없다.

 권력욕을 부려도 육욕에 불타올라도 부질없는 짓.

 많은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도시 사이에 엉겨 붙은 곳 그저 들렀다가 가기에도 부족함이 많은 지역.

 조용하고 부족함을 염려하지 않으며 풍파를 빗겨나가 살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동네.

 그 서안에서도 구석진 남쪽 와우현에 백리세가가 위치한다.

 

 경계에 맞물려 성장도 퇴보도 없는 동네.

 바람이 불지 않는 무풍지대.

 

 이 마을에 객이 지금 막 정착했다.

 낙양과 함양을 잇는 수많은 경로 중에 하필 이 마을을 택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일까?

 두 대의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셋. 장정 두 명에 소년이 하나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잠시라기보단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 같다.

 우리 동네에 오랜만에 손님이 아닌 거주민이 생겼다.

 아이들은 원래 호기심을 못 참는 법.

 

 우르르 몰려가서 신상을 조사한다.

 이름이 뭔지. 나이가 몇 살인지….

 어린아이들이지만 눈치는 있어서 부모님에 대한 것은 묻지 않았다.

 소년이 마차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는 것을 모두가 목격했기 때문이다.

 

 

 

 "난 조경윤이라고 해. 여섯 살."

 

 

 금새 말을 텄다. 아호로 불리기 싫은 모양이다.

 백리웅 또래의 어린 소년 대부분이 본명을 부르지 않는데….

 

 

 "다른 이름은? 다른 이름은 없어?"

 

 

 백리웅이 이름을 물어본다. 웅이 보기엔 아호로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 새침한 녀석 같다.

 일곱 살인 성찬이형처럼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난 원래 아호가 없어. 그냥 내 본명으로 불러.

 저기, 우리 재미있는 놀이 하지 않을래?"

 

 

 마차에서 내리자 파란 장삼을 곱게 차려입고 아이들이 모인 공터로 걸어온 경윤.

 좌우로 크게 흘겨보던 경윤은 단박에 성찬이형을 찾아내고는 놀이하나를 제안했다.

 이 동네의 우두머리를 기가 막히게 맞춘 것이다.

 

 종투즉세(從投卽勢)

 

 방법은 간단했다.

 두 편으로 아이들을 가르고 중앙에 있는 큼지막한 송자(松子,솔방울)를 획득하여 상대 쪽으로 던지면 던진 만큼 상대진영을 빼앗아온다.

 송자가 자기진영이 아니라 상대진영으로 전진해 가야지 이기는 놀이. 쉽게 말해서 세를 확장시키는 놀이이다.

 세 번의 경기를 통하여 시작점으로부터 상대진영으로 송자가 얼마나 옮겨갔는지 판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놀이의 승자가 발생한다.

 

 경기의 시작은 조약돌이 떨어지는 순간, 오 장 거리에 있는 송자로 달려든다.

 설명도 간단했고 키다리 성찬이 형도 호기심이 일었나 보다.

 경윤과 성찬이형 뒤로 아이들이 각각 대오를 갖춘다.

 조약돌을 던진다.

 

 

 "탁!"

 

 

 조약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두 무리가 돌진한다.

 어린아이들의 속도는 거기서 거기.

 도달 시점은 비슷하다.

 송자를 차지하기 위해 아이들의 대형이 원을 그린다.

 

 

 "누구야? 송자를 움켜쥔 놈. 던져! 빨리!!!"

 

 

 먼지가 자욱하게 날려 목소리의 당사자가 누군지 분별할 수 없다.

 시끄럽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진 사이, 송자가 떨어진다.

 

 

 "툭!"

 

 

 성찬이형 진영으로 송자가 들어왔다.

 첫 번째 경기는 이로써 성찬이형이 졌다.

 경기는 재개되었다.

 처음 설명을 듣고 시작한 놀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경윤은 자신의 진영에 속한 아이들에게 일사불란하게 대형을 꾸리게 하였다.

 각자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지까지 제법 상세하게 알려줬다.

 

 총 세 번에 걸친 경기. 송자는 계속해서 성찬이 형의 진영으로 들어왔고

 성찬이 형은 처참하게 깨졌다.

 

 경윤은 희번덕거리며 이빨을 보인다.

 그동안 뜀박질을 하느라 숨넘어가는 아이들

 성찬이 형은 분을 못 이겨 땅바닥을 찼다.

 

 

 "내일 다시 해! 내일은 내가 이길 거야."

 

 

 다음 날이 되어 아이들이 집결했다.

 

 

 " 문돌이랑 영삼이가 정 가운데에서 출발해. 빨리 달려가서 송자를 던져야 해! 알겠지?"

 

 

 이젠 이길 수 있다. 확신에 찬 성찬이형은 벌써 픽픽하며 웃기 시작한다.

 저놈은 모를 거다. 우리 동네에서 누가 단거리 주파(走破)를 잘하는지.

 그래서 확신에 찬 조소가 시작되었다.

 

 

 "탁!"

 

 

 조약돌이 떨어진다.

 

 

 "철퍼덕!"

 

 

 앞서 달리던 두 놈이 도착과 동시에 몸싸움에 떠밀려 쓰러졌다.

 

 

 "이게 뭐야! 이런 식으로 진행하…."

 

 

 성찬이 형의 말을 대뜸 잘라먹는다.

 그러고선 경윤이 한마디를 뱉어냈는데, 고약한 심보가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송자가 상대편 쪽으로 떨어지면 세를 확장한다고 했지.

 그런데 몸을 써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이번 경기도 완패다. 성찬이 형은 돌 바닥에 주먹을 치며 씩씩거린다.

 분명 맨 처음 설명에선 송자를 던지면 된다고 하기에 송자만 의식하고 경기에 임했던 아이들.

 그런데 송자만 문제가 아니었다…….

 

 금새 과격해지는 아이들.

 아직까지 백리웅은 한 번도 아이들과 경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백리웅은 좀체 어울리질 못했다.

 

 골목대장은 성찬이 형과 영진이 형이었는데.

 키다리 성찬이 형의 활발함이 좋았고 책만 보는 영진이 형의 의외성이 그냥 좋았다.

 영진이 형은 책에서 벗어나면 수다쟁이가 된다.

 그나마 자신과 통하는 것은 그 둘뿐이라.

 셋이 개울가나 '저 너머'도 함께 놀러 간 적이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동네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뜀박질을 싫어하는 영진이 형은 없었지만, 여러 날을 함께 어울리던 지기의 마음이 상했다.

 오늘 경기는 끝났다. 경윤의 얄미운 행동과 성찬이 형의 풀 죽어 있는 모습이 겹치면서, 괜스레 웅의 감정까지 동요하기 시작했다.

 

 .

 .

 .

 

 오늘은 벌초하는 날이다.

 백리세가의 선산은 세가로부터 동쪽으로 삼백여 리를 가야 도착할 수 있다.

 서안이 비록 접경지역들보단 사람의 왕래가 없는 도시라 하여도 중원의 한복판에 있으며 커다란 땅덩이를 차지하고 있다.

 

 

 "아버지 왜 오늘은 단 둘이 선산에 가는 거에요? "

 

 "음, 오늘은 특별한 날이지. 백리세가에서는 다섯 살이 기준이다. "

 

 "다섯 살에 무엇을 해야 하는 데요?"

 

 

 아들의 질문에 백리제천은 저 멀리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인연과 업에 대하여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 나이지.

 인은 주관적 인과로서, 내가 행하는 일. 사건의 맹아

 연은 객관적 상황으로서, 나를 둘러싸고 나와 얽히게 되는 모든 것들의 발화장치

 고로, 인연이란 내가 행하는 것들에 얽히게 되는 상황이 발아되어 생기는 사건이란다.

 

 나도 조심하고 환경도 조심해야 한다.

 더욱 낮추고 더욱 숙여야 좋은 인연을 쌓기 위한 업을 만들 수 있기 마련이지.

 세가의 일원으로서, 선산을 정리하는 것은 좋은 업을 위한 첫 번째 활동이다."

 

 

 둘이서 여정을 떠나는 것도 처음이지만, 끊임없는 토론(?)을 주고받을 걱정에 백리웅은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성인 장정이라면 쉴새 없이 움직여 도달하기에 사흘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세가 울타리를 넘어 부자간의 첫 여정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어렵고 불편한 시간

 아이의 성장통 중에서 첫 번째는 온갖 대상에 "왜요?"라고 반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리웅은 묻질 않는다.

 쉽게 던진 물음은 호된 꾸짖음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입을 떼기 전까지는 그저 아버지가 바라보는 풍경을 바라본다.

 아버지가 멈추면 그제야 다리의 저리는 통증을 주무르며 달랜다.

 

 어느새 강가에 도착했다. 제법 넓은 강. 회하(淮河)에 도착하였다.

 

 

 "꼬르륵~"

 

 

 거진 한 시진 반 동안 부자는 말이 없었다.

 무심한 듯하지만 부드러운 어조로 아버지가 묻는다.

 

 

 "옥상아. 이제 출출하더냐?"

 

 "네. 새벽녘부터 수련하고 조상님께 인사드리러 바로 나오는 바람에 아침식사를 일찍 했거든요."

 

 "그래. 수련은 거르지 않고 정진해야지. 벌써 해가 중천에 떴으니 점심이나 하러 가자 구나."

 

 

 두 부자는 멀지 않아 시하객잔에 들어갔다.

 

 웅성거리고 왁자지껄하다. 대낮부터 술 냄새가 웅의 콧속을 파고든다.

 객잔의 주인은 대낮부터 코를 골며 오침을 하는데 파리가 앵앵대며 그를 깨우고 있다.

 그래도 점소이가 부지런해서인지 많은 객들을 혼자 상대하고 있다.

 빈 탁자에 앉자마자 점소이가 다가왔다.

 

 

 "이보게! 여기 소면 두 개에 완자 한 개만 주시구려~"

 

 

 아버님과 나는 면을 좋아했다.

 길면 긴 대로 자르지 않고 후루룩 흡입하는 느낌이 좋다.

 소면의 맛은 어딜 가나 나쁘지 않아서 아버지는 집 밖을 나서면 늘 소면을 찾는다.

 

 

 "옥상아. 일전에 조어명(曺御鳴)이란, 아비가 말한 사람에 대해 기억나느냐?"

 

 "에.에……. 그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음…. 그렇겠지. 하지만, 아비가 그분의 이름을 거론한 이유가 있단다"

 

 

 탁자에 손가락을 두드리신다.

 아버지가 사고를 가속하거나 깊은 사유에 빠져들 때 하시는 습관

 

 

 "조어명은 이곳 회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이다. 이곳은 장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넓은 강이지.

 조어명이라는 위정자는 다방면에서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계셨단다.

 

 그분에 따르면, 회하를 중심으로 상류에는 밀 그리고 하부에는 벼가 재배되는 데

 재배작물의 특성 탓인지 동네 사람들의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서안은 주로 회하 상부 지역에서 식량을 조달하는 편이라.

 그들의 성격과 일 맥이 닿아있다.

 물이 많이 들지 않아, 상부상조, 감정이입이 덜 한편이고 개인이 중심이 된다.

 그래서 주막에 가도 인심이 후덕한 주모를 찾아볼 수 없다.

 점소이에게 구리 세 문을 던져줘야 하는 건 기본이다.

 이해가 되느냐?"

 

 "밀과 벼의 차이가 사람을 변화시켰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그분의 사견이지만 아비도 공감한단다."

 

 "벼농사는 밀보다 필요한 물이 많고 많은 물을 관리하기 위한 수로 작업에 동반되는 인력도 많지. 그래서 그들은 함께 일하고 함께 공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밀 재배는 이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단다."

 

 "아버님 그렇다면 밀과 벼를 왜 구분해서 농사를 지었을까요?"

 

 

 불현듯 생각이 떠올라 아버님을 바라보며 담론을 이어나가는 백리웅.

 

 

 "그건 바로 장강과 회하의 수량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런데 이를 통찰하여 밀과 벼 그리고 사람 성정의 차이까지 짚어낸 것이야.

 

 고인이 된 지 오래되었지만, 그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분은 사람들이 울지 못하게 하였다. 참으로 소박한 이름이지 기쁘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울어야 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끔 나라를 경영하신 거란다.

 한 나라의 재상으로 지내오며 인사 등용과 정치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식으로 사물과 사람에 관계에 의문을 품고 통찰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이어진 이야기를 마치고 부자는 다시 길을 떠났다.

 회하의 물줄기를 따라 이십 리 정도 발길을 옮긴 상태.

 저 멀리 선산이 보인다.

 

 

 "아버님. 보여요! 저기가 바로 우리 조상들이 있는 선산이지요?"

 

 "그렇다. 옥상아. 조금 힘들더라도 선산에 오른 후에 쉬도록 하자."

 

 

 오래지 않아 선산에 올라 백리웅은 철퍼덕 주저앉는다.

 

 산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입동에 들어서 그런지 매미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늘은 파랗고 산은 푸르며 멀리 보이는 회하가 햇볕에 반짝인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조상님은 필시 좋은 터에서 이승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다.

 짐짓 흐릿한 얼굴의 조상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장손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벌써 해가 진다. 저녁노을 빛이 잿빛 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듬성듬성 삐쳐있던 잡초를 제거하고 이를 언덕 아래로 흘려보낸다.

 그 아래엔 회하의 지류가 흘러간다. 지저분한 것들이 지류를 타고 사라지고 있다.

 마음이 씻기는 기분이 든다.

 

 그들이 쌓아온 좋은 업은 이제 장손에게 이어질 것이다.

 불가항력으로 닥쳐오는 바람을 막는 병풍이 되어 줄 것이다.

 세가 나이로 다섯 살이면 무조건 겪어야 하는 의식.

 이것으로 백리세가만의 통과의례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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