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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여자의 선택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2.11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영희를 짝사랑했던 철수는 고2 크라스마스에 영희에게 크리스마스 카드에 편지를 넣어 고백했는데,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며 유학을 준비하던 영희는 철수의 진솔한 고백에 감동하여 유학가기전까지만이라도 철수와 만남을 가지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날 영희는 아버지 회사 회장의 아들 현철을 만나는데......

 
해피 바이러스
작성일 : 18-02-25 13:00     조회 : 483     추천 : 0     분량 : 6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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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고등학교 다녀?"

  "남자친구 있니?"

  "미국으로 유학가면 어느 대학으로 유학갈 거야?"

  "언니나 오빠는 있니?

  사람들은 각각 하나씩 질문을 던졌지만, 여러 사람이 질문을 해대니 영희는 대답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영희가 처음 파티장에 왔을 때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이제 영희는 파티장의 신데렐라가 되어 남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남학생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던 영희에게 남자들의 관심을 끈다는 것이 그렇게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 남자들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로 보였기에 영희가 느끼는 감정은 예전과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가 된 기분이야!'

  호화스러운 파티, 피아노 연주,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

  모두 영희가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영희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내 명함이야."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영희에게 말을 걸면서 명함을 건네주었다.

  영희는 주머니가 없어 받은 명함들을 한쪽 손에 쥔 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리에 돌아온 영희는 그동안 받은 사람들의 명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이때 현철이 연주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연주야, 잠깐만 좀 보자."

  연주는 영희와 현주에게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나 오빠랑 얘기 좀 하고 올게. 잠깐만 기다려."

  연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철을 따라 파티장 밖으로 나갔다.

  현철 남매가 자리를 비우자 현주가 뜬금없이 물었다.

  "현철 오빠 어때? 연예인 뺨치게 잘생긴데다 쿨하고 멋있지 않아?"

  "네, 그래요. 정말 좋은 분이세요."

  이때 현주의 입에서 전혀 예상 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내 말은... 남자로서 어떠냐고."

  화들짝 놀란 영희는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인지......"

  "너 혹시... 현철 오빠 만나볼 생각없니?"

  '이럴 땐 뭐라 말해야 되지? 남친 있다 말할 수도 없고.'

  영희는 뭐라 대답할까 생각하느라 더듬거렸다.

  "그건... 현철 오빠가...... 절 좋아할 리가......"

  영희는 현주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왜? 영희 넌 충분히 예쁘고 재능도 있는데......"

  영희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생각나는대로 더듬거렸다.

  "아직... 누굴... 만나는 건... 생각해 본 적이... 현주 언니처럼 예쁜 여자를 두고 왜 저를 좋아하겠어요. 전 나이도 어리고..."

  "니가 어때서? 남자들은 너처럼 수줍으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데."

  "제가요? 현주 언니야말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현주 언니가 농담삼아 하는 말이겠지, 뭐.'

  영희는 유명인인 현주가 자신에게 농담을 할 정도로 친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현철을 좋아하는 현주는 속으로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현철 오빠는 영희한테 호감있는 거 같은데, 영희는 호감이 없나 보내. 천만다행이야. 헤헤...'

  이때 파티장 밖으로 나간 현철 남매는 속삭이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오늘 피아노 치기로 한 니 후배가 오지 않았으니 니 후배한테 주기로 한 휴대용 전자 오르간을 영희에게 주자."

  "오빠, 그게 말이되요? 영희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그런 비싼 선물을......"

  "영희가 피아노 쳤는데, 고등학생이라고 받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

  연주는 문득 의심이 들었다.

  "오빠, 영희 좋아해요?"

  "글쎄......"

  현철은 말끝을 흐렸지만, 얼굴엔 좋아한다고 쓰여져 있었다.

  "근데, 영희 남친 없나요? 아까 영희한테 물어보니, 있는 것 같기도 하던데......"

  "아마 있을 거야. 며칠 전에 저녁식사했을 때도 영희가 만난다는 친구가 남자 같더라......"

  현철의 말에 연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알고도 영희를 좋아해요?"

  "남친있는 여자는 좋아하지도 못하나?"

  연주는 오빠의 말이 기가 막히는 듯 되물었다.

  "왜 하필이면 남친있는 여자를 좋아하는데요?"

  현철은 할 말이 딱히 없는 듯 이렇게 얼버무렸다.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뭐......"

  현철은 영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끌렸었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도 예쁜 영희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에 반했는지도 모른다.

  "좋아요. 오빠가 영희한테 주고 싶으면 주세요."

  결국 연주는 휴대용 전자 오르간을 영희에게 주자는 현철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다.

  현철은 한술 더 떠서 영희에게 선물하기 위해 휴대폰을 주문했다.

  "제가 있는 쪽으로 휴대폰 하나 보내주세요."

  "오빠도 참......"

  연주는 뭐라 말하려다 말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오늘 내가 영희를 집에 바래다 줄 테니, 니가 그때 영희에게 전자 오르간을 선물해. 동의하지?"

  "알았어요, 오빠. 그 대신 오빠도 저한테 약속해주세요."

  "좋아. 뭘?"

  "수능시험 끝날 때까진 영희에게 대쉬하지 마세요. 고삼인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 나도 생각이 다 있으니까."

  "좋아요. 이제 더 할 말 없으면 전 그만 들어가볼게요."

  "나도 조금 있다 갈게."

  파티장으로 돌아온 연주는 테이블로 돌아와 앉았다.

  연주는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는 생각에 미안한 생각이 들어 영희에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없는 동안 재미있게 놀았니?"

  "네, 현주 언니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했어요."

  영희는 현철이 남자로서 어떠냐는 현주의 말을 재미있는 이야기라 돌려 말했다.

  현주는 영희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웃었다.

  "호호호... 이 얘 정말 내 마음에 쏙 드네. 연주야, 나중에 또 보자. 난 이만 가봐야겠어. 영희야, 안녕. 나중에 또 보자. 내가 준 명함 가지고 있다가 수능 끝나면 연락해. 언제 한번 보자."

  "네, 현주 언니 오늘 정말 만나 뵈서 즐거웠어요. 수능 끝나면 바로 연락 드릴 게요."

  현주가 파티장을 떠나자 영희가 연주에게 말했다.

  "현주 언니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외모도 짱이고 마음씨도 정말 짱이세요."

  "그래, 그러니까 내 단짝이지. 현주하고 나하곤 뭔가 통하는 게 있어."

  순간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영희를 응시했다.

  '영희 얘는 정말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네. 내가 오빠라도 영희를 좋아했겠어.'

  10시가 지나자 파티장에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연주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영희에게 말했다.

  "벌써 열시다. 영희야, 너 오늘 정말 피곤하지? 나도 좀 피곤하네. 이제 그만 가자. 우리가 집까지 태워줄게."

  "정말 감사하지만, 아버지께서 오신다고 하셔서......"

  이때 현철이 나섰다.

  "아니야, 내가 영희 아버님께 우리가 바래다 줄 테니 오지 마시라 했어. 우리와 함께 가자. 지금 떠날래?"

  "지금요? 전 언제가도 상관없는데......"

  하루종일 돌아다닌 영희는 몹시 피곤했지만, 아직 파티장에 사람들이 남아 있어 지금 당장 현철의 차를 타기가 미안했다.

  영희의 피곤한 기색을 눈치챈 연주가 현철에게 말했다.

  "오빠, 이제 그만 가요."

  "연주야, 니가 영희데리고 차에 타. 나도 곧 뒤따라 갈게."

  현철은 친구들에게 인사한 후 떠날 생각이었다.

  "영희야, 이제 그만 가자."

  연주는 영희의 손을 잡아 데리고 나갔다.

  연주는 영희를 차에 태운 후 말했다.

  "영희가 오늘 피아노 치느라 정말 수고 해서 내가 선물을 준비했어."

  영희는 선물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별 것도 아닌데요."

  "실은 오늘 오기로 한 내 대학 후배 피아니스트에게 주려 했는데, 오지 않았으니 대타로 뛴 영희에게 줄게."

  "정말 괜찮아요."

  연주는 영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물을 내밀었다.

  두 말 할것 없이 현철이 주자고 한 휴대용 전자 오르간이었다.

  영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 안 돼요. 이렇게 비싼 선물을 받으면 아버지께 혼나요. 언니의 마음만 받을 게요. 정말 고마워요."

  연주는 장난스럽게 화난 표정을 지었다.

  "받지 않으면 이 언니한테 혼나는데? 나 화나면 무섭거든."

  "정말 안 되는데......“

  "걱정 말고 받아.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우리가 영희 아버지께 잘 말씀드릴게."

  영희는 연주가 계속 권하자 어쩔 수 없이 선물을 받았다.

  "정말 감사해요."

  이때 현철이 손에 작은 박스를 들고 차에 탔다.

  현철이 영희에게 작은 박스를 내밀었다.

  "영희야, 이 오빠도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여기."

  "이게 뭐지요?"

  "공짜로 생긴 휴대폰인데, 난 필요없어서."

  영희가 부담스럽게 생각할까봐 거짓말한 것이다.

  영희는 공짜로 생긴 것이라는 현철의 말을 듣고 마지못해 휴대폰을 받았다.

  "정말 감사드려요. 언니, 오빠, 오늘 저한테 너무 잘해주셔서......"

  영희는 현철 남매에 정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연주와 현철을 언니, 오빠라 불렀다.

  연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희야, 오늘 정말 반가웠어. 우리,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 근데, 영희하고 이야기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더라. 너 혹시 해피 바이러스 걸린거 아냐? 나 영희 너한테 옮은 거 같아."

  "저도 언니... 오빠와 이야기하면 행복해지던데...... 파티에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영희는 '언니하고 이야기하면 행복해져요'라고 말하려다 현철이 섭섭해 할까봐 현철을 끼워 넣었다.

  현철은 자신과 이야기하면 행복해진다는 영희의 말에 기뻐했다.

  "정말 영희 옆에만 있어도 행복한 기운이 느껴지던데...... 행복한 비결 좀 가르쳐 줄래?"

  "실은 저도 요즘 왠지 모르게 행복한데... 그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별 도움을 드릴 수 없을 거 같네요."

  연주는 영희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영희의 해피 바이러스에 우리 남매가 전염된 것 같아. 나도 오빠도 오늘 정말 좋았어. 앞으로 자주 만나자. 핸드폰에 우리 번호를 입력해. 설명서를 보면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영희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사실은 철수로부터 해피 바이러스에 전염된 거 같아.'

  자신을 만날 때마다 행복한 미소를 짓던 철수를 만나기 시작한 후부터 많이 행복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현철 남매는 그동안 무엇인가 허전한 마음이 있었는데, 영희의 밝은 미소를 보고 오늘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현철은 영희의 옆에 있으면 행복한 기운이 느껴졌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연주도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영희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연주가 영희와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는 사이에 현철의 차가 출발했다.

  영희의 집은 롯데호텔에서 일직선 거리라 현철의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영희의 집에 도착했다.

  현철은 먼저 차에서 내려 차문을 열어주며 영희에게 한마디했다.

  "잘 가라."

  "감사해요."

  영희는 왼손에는 휴대폰 박스와 오른손에는 휴대용 전자 오르간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영희는 현철 남매에게 고개를 숙여 작별인사를 했다.

  "현철 오빠, 연주 언니, 안녕히 가세요."

  현철과 연주도 영희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했다.

  "영희야, 나중에 또 보자."

  현철은 차에 탄 후에도 영희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차가 출발하는 순간, 연주가 웃으며 말했다.

  "큭큭... 오빠 매너 짱이다. 이 누이한텐 차문 한번 열어준 적 없으면서......"

  현철도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그게 뭐 대수라고... 원한다면 언제든 열어줄게."

  영희는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문득 되뇌여봤다.

  '철수야, 나한테 해피 바이러스 전염시켜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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