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무협물
황월비천가(㬻月庇天歌)
작가 : 불괴
작품등록일 : 2018.2.20

그 놈의 출신을 알려달라고? 그건 아무도 모를 걸세. 뿌리가 없거든. 소문으로는 가전무공만 연성했다는 데, 그 놈의 집구석이 워낙 다양해서 가전무공이라 부르는 무공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서로간에 개연성이 없어. 워낙 처세 질에 능해서 어딜 가나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놈이야. 정을 쉽게 주면서도 금세 학을 띠고 사라지는 놈이라. 어쨌든, 그 성장과정은 나도 궁금하다네 - 철공계 황천후

 
제 1화 - 전통
작성일 : 18-02-24 23:45     조회 : 411     추천 : 0     분량 : 673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으이구, 사람들하고는! 어딜 그렇게 바삐 가시나? 야속하다 말게~ 방식이 달랐을 뿐.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인데. 어쨌든, 잔칫상에 한 젓가락은 들고 가셔야지?

 이리들 오게~ "

 

 

 뒤따라 오는 이의 말에 대답할 여유가 없는지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그을린 옷을 입고 앞만 보며 달려가는 노인들.

 그들의 전신은 심한 화상으로 인해 진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열기가 여전히 생살을 구워내고 있는지라 매캐한 연기가 온몸을 감싸고 이마에 배인 고름인지 진땀인지 구분도 못 할 역겨운 액체가 얼굴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자신을 더욱 검열하고 삶을 제한하며 살아왔던 시간이 깡그리 부정당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노인들에게 최우선과제였다.

 후회나 자책으로 슬퍼할 시간이 없다.

 

 .

 .

 .

 

 반 시진 전.

 

 " 어서 들어갑시다. 오늘 벌하진 못해도 강렬한 경고는 저들에게 심어주고 가야겠습니다.

 우리가 멀쩡히 두 눈 뜨고 있는 상황에서 저리 당당하다니…."

 

 

 수십 명의 노인이 하나같이 기세를 갈무리하지 않고 걸어 들어간다.

 수염에 귀밑머리까지 전부 하얀 노인들,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을 목적이 눈에 선하다.

 정문을 통해 보이는 늘어선 전각과 커다란 상차림 그리고 개파식이라고 쓰인 장막까지 보았을 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의 심보를 받아줄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정문을 넘어 일단 빈자리를 메워주러 걸어가는 사이에 맞춰 진법이 발생했다.

 

 "..."

 

 

 갑자기 하늘에서 짙은 안개가 내려왔고, 한 맺힌 목소리들이 무리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노인들은 그 모든 걸 무시하고 한데 모여 전진했다.

 처음 단정했던 걸음걸이가 흐트러지고, 대지에 기억된 자국에 자신들이 맴돌고 있음을 느낀 노인이 한숨을 뱉었다.

 

 

 "지금 시퍼렇게 귀기 서린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대고 동서남북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이냐!"

 

 

 초로의 노인이 눈에서 빛을 내뿜으며 생로를 찾고 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가 그 시야를 가리고 있다.

 

 

 " 이건 자기들의 저력을 보여주려는 연출 아니겠습니까?

 개파식에 참석한 손님을 몰아붙이진 않을 겁니다.

 게다가, 우리만 참석한 것이 아니니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지옥을 유람하는 것 같은 아찔함을 느끼고 있다.

 여유 있는 척하며 속으로는 살길을 찾느라 다급히 움직이고 있다.

 귀에서 이명이 울리고 눈을 뜨고도 앞사람을 제대로 살필 수 없는 상황.

 

 

 " 일단 흩어지지 말고 뭉쳐서 움직이기로 하세.

 혼자 돌아다니다 괜한 횡액에 휩쓸리면 개죽음 그 자체라네."

 

 

 맨 뒤에서 기감을 넓게 퍼트려 일행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노인이 말했다.

 그는 이 무리의 우두머리인지, 나머지 사람들이 그 말을 따라서 방어진을 펼치기 위해 움직였다. 각자가 정해진 위치를 확인하며 병기를 꺼냈고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 재항! 자네는 계속해서 살길을 찾아보게. 나머지 인원이 그대를 감싸고 이동하고 있으니 습격에 대한 걱정은 붙들어 매두고 말일세.

 개파식이라 큰 소동은 벌이지 않을 거 같았으나, 역시 단천림은 세상 혼자 사는 듯하니….

 이 요상한 진을 통과하면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아, 아. 늙은이들 안녕하신가?

 하필 무중귀령진에 들어와서 이목구비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인사하게 되어 안타깝게 생각하네. 본인은 벽파도라고 하는데, 이름은 들어봤겠지?

 우리 사이에 얽힌 인연이 그리 좋지 않은데 불구하고,

 본 림을 찾아주어 감사의 선물을 전달할 테니.

 기쁘게 받고 즐겁게 지내게."

 

 

 벽파도라고 하는 인물이 갑작스레 나타나 말을 하는데 그 소리의 진원지가 불분명했다.

 좌,우에서 동시에 목소리가 울려 퍼지니 목소리의 주인을 잡으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지지이익.

 통, 토옹, 통.

 

 

 분명 화기에 심지가 타는 소리.

 안개 그윽한 진을 뱅글뱅글 돌며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눈에 뻔히 보일 것 같은 습격처럼 찾아오는 살의를 담은 지극히 단순한 공격인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피할 곳도 찾을 시간이 없었다.

 

 

 "이놈들! 어서 빨리 공력을 일으켜 방위를 사수하시오. 각자 위치에서 이탈하지…."

 재항이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심지가 타오르는 화탄을 발로 쳐내고 사람들의 위치를 선정해주었다.

 

 퍼엉!, 펑, 퍼어어어엉,

 

 순식간이었다. 재항의 신호에 맞춰 각기 다른 사람들이 공력을 돋구어 화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각자 쌓아온 공부가 달라 발현되는 내기의 색도 제각각이었다. 좀 더 빨리 반응한 이와 조금 느리게 반응한 사람은 있어도 넋 놓고 가만히 있는 자는 없었다.

 

 " 재항! 자네가 십방무래진의 조율을 하는 동안 내가 생로를 찾아보겠네."

 

 

 재항은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에 따라 사람들에게 두 번째 지시를 내렸다. 모두가 천지사방의 빛살들을 그러모아 다가오는 화망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강퍅한 세상이 주는 거침없는 공격을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솔직하게 응대하는 노인들.

 

 하지만 일개 사람이 대거리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보랏빛의 뇌기를 머금은 화망은 노인들의 신경을 자극하며 오감을 점차 무력화시켰다.

 

 

 " 호신강기가 더는 못 버티겠소. 무래진으로 버티고는 있으나 개개인의 공력으로 받아내기 힘들다오. 중노사! 결정을 내려야 되오."

 

 

 내력을 움직이는 와중에도 대화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공력은 천하에서도 일절로 꼽힐 만하다.

 

 

 " 모두 진형을 좁히고 작은 면적으로 대응하는 게 공력낭비가 덜 할 것이니…. 재항을 중심으로 모이시오!"

 

 

 중노사는 전체 노인들에게 다급히 모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수십 명의 노인과 화망의 줄다리기 싸움이 얼마 흐르지 않은 시점.

 노인들의 내공이 고갈됨과 동시에 화망의 기세도 잦아 들어갔다.

 

 쐐애액!

 

 

 "컥!"

 

 "재항, 정신 차리게! 자네가 활로를…."

 

 

 찌직찌직….

 

 잠시 주춤거리는 순간을 틈타 활 하나가 재항의 복부에 꽂히며 십방무래진의 조율이 무너졌다. 수십 명의 늙은이는 조용히 속삭이는 불꽃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반경 오장이 쑥대밭으로 변해버렸다.

 

 

 "이야~ 역시. 천애귀문이 자랑하던 무중귀령진으로 발목을 잡고 자뢰화망주로 소탕하는 작전은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히고만. 홍학이 혹시나 건네준 석궁도 큰일을 했어.

 이 정도면 가히 천멸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어. 하하하핫. 저런 융통성 없는 늙은이들 때문에 여태껏 마음 졸인 걸 생각하면 허탈하기 그지 없구먼. 십방무래진인가 뭐시기 하는 철벽방진이 견디지 못하고 해체되었고 요 늙은이들도 한 줌의 재로 사라져버리니…. 으응?"

 

 "내…. 내 기필코 그대들을 용서치 않으리다. 흐아압!"

 

 

 먼지가 걷히고 서 있는 이는 일곱 명이었다. 한 명은 왼손이 사라졌고 다른 한 명은 오른 다리가 사라졌다. 그나마 다섯 명은 온전한 몸이었으나, 일곱 명 모두 화상에 얼굴이 짓이겨지고 고름이 벌써 올라와 흉측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온전한 몸이었던 자는 바로 앞서 진형을 통솔했던 우두머리 중노사였다. 그가 불완전한 사지를 갖게 된 두 명을 양 허리에 짊어진 채로 진각을 밟았다. 나머지 생존인원도 같은 방향으로 경공을 펼쳤다.

 

 쿠으응.

 

 그의 발 밑 땅이 갈라지며 순식간에 삼장 높이의 담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끈질긴 도마뱀들 같으니라고. 억불 대협! 저와 함께 몸 좀 풀어야겠는데. 괜찮겠죠?"

 

 " 개파식의 열기를 돋우기 위해 이 한 몸 거들어야 마땅하오. 아미타불 크크크 아미타불? 이놈의 버릇은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으니…. 내일이라도 다시 대불을 찾아가 욕 한 바가지 퍼붓고 와야겠소."

 

 

 억불대협이라 불린 이는 짧은 머리에 승려들이나 입는 가사를 몸에 걸친 채 연신 부처 욕을 해대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남자가 바로 벽파도였는데, 그의 말을 들어보니 사람들 심보를 골려 주는 재주가 기가 막힌 듯 보인다.

 

 

 " 아이고 늙은이들! 어딜 그렇게 바삐 가시나? 야속하다 말게~ 방식이 달랐을 뿐.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인데. 어쨌든, 잔칫상에 한 젓가락은 들고 가셔야지? 이리들 오셔~ "

 

 .

 .

 .

 

 기세등등하게 단천림을 벌하러 왔던 구도자 사십여 명은 몰살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살아 돌아간 이는 고작 세 명. 그리고 단천림은 감쳐두었던 웅지를 서서히 펼치기 시작하였다.

 

 

 온 세상이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 울려대는 앓는 소리가 다른 지역으로 널리 퍼지지 않은 시기. 중원에서 보자면, 변방이라 할 수 있는 광서, 광동 등을 시작으로 기존 세력들이 머무는 중원 한가운데까지 갈등과 반목을 넘어 난투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충돌이 발생하였지만 이러한 낌새를 알아차린 사람은 극소수에 해당했다.

 

 

 단천림은 도대체 뭐 하는 단체이고 속절없이 피해만 받고 도망치는 저 노인들의 내력은 무엇인가? 사실 반 시진이 아니라 일 년을 되짚어야 이 중원지란의 시발점과 이번 개파식을 만들어낸 주범들을 만날 수가 있으니….

 노인들의 몸에서 채 가시지 못한 열기로 내뱉는 연기가 푸르른 하늘에 부질없이 차올라 간다.

 

 .

 .

 .

 

 일 년 전,

 

 

 청아한 향이 머금은 연기가 방안을 채웠다. 술렁거리는 기척이 느껴지고 무수히 많은 시선이 중앙을 향해 있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 神位) 백리조철이 지방(紙榜)에 쓰여있었다. 지방으로 향하는 모든 길목의 문이 활짝 열려있고 그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왔다. 열댓 명씩 짝을 지어 있는 무리는 비슷한 인상을 풍기고 있는데, 개중에 한 어르신이 중얼중얼 축문(祝文)을 읽고 있었다.

 

 

 "웅아! 네 차례란다!"

 

 

 

 축문을 낭송하던 친척 어르신, 일장높이의 삭아 빠진 마모를 쓰고 두 눈에 깊은 현기가 느껴지는 칠순 가량의 노인이 웅에게 착석을 권했다. 잠시 조부를 기리는 묵념을 마친 후, 제사상 앞에 웅이 무릎을 꿇자 술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백리웅은 얼굴도 모르는 조부를 위한 잔을 들어 올렸다. 백리웅에게 있어 이 순간은 곡주를 당당히 들이킬 수 있는 첫 시간이었다. 그 외의 의미는 알지 못했다. 그저 어른들이 언급하는 자존과 안녕이란 단어를 따라 중얼거릴 뿐. 음복을 끝으로 일백여 명의 세가 인들이 문밖으로 나섰다. 이들은 전부 사내였다. 시제에 발을 들일 자격은 응당 남성이기에…. 모두가 저 멀리 시선을 내어 각자 상념의 시간에 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백리웅은…. 곡주의 파괴력에 정신이 무너지는 중이었다.

 

 

 "키야~ 좋구나!"

 

 .

 .

 .

 

 일존 무적폭풍도

 이신 야수무량검, 구구천황보

 삼탈 탈백검, 마하권, 삼십육방퇴

 

 

 - 백사 中

 

 천방지축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백사라고 쓰인 서책을 한 명씩 돌아가며 구경하고 있었다.

 아이의 젖살로 치부하기엔 과할 정도로 살덩이를 짊어지고 있는 아이가 말했다.

 

 

 "난 일존 무적폭풍도다! 모두 꿇어라!"

 

 

 누렇게 바랜 바지가 복숭아뼈를 미처 가리지 못하니….

 작은 키의 아이가 더욱 작게 보였다.

 그가 답하기를

 

 

 "그럼 난 야수무량검에 구구천황보를 가지고 있다고! 더는 두려울 게 없지."

 

 

 흙 바닥과 어울리지 않는 하얀 백삼을 입고 있는 한 아이가 손바닥을 탁탁 털면서 이를 찼다.

 

 

 "쯧쯧, 바보들 진짜 무림백서에는 저런 엉터리 설명 따위 등재되어 있지 않아!

 설사 그런 게 있어도 내가 인정할 수 없어."

 

 

 빳빳하게 다림질이 된 백삼을 둘러 입고 돌 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년.

 다섯 살 남짓으로 보이는 어린 소년의 이름은 바로 백리웅이었다.

 

 머리 위로 비치던 햇살이 사라지자.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머릿속에 헝클어진 잡념들로 몽상에 헤맬 때마다 올려다보는 넓은 하늘이 어둑해져 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어제저녁은 해가 짧았다. 서늘한 바람이 마당 한쪽을 쓸고 가며 입추의 시작을 알려왔다.

 백리세가 이십삼 대 가주가 될 소공자는 오늘도 곡소리(?) 나게 학문을 연마한다.

 

 

 "부생아신하시고 모국오신이로다~"

 

 

 가주 전 바로 옆에 있는 서재에는 입구가 없었다.

 앞뒤로 개방된 공간에서 큼지막한 대들보와 지주가 받치고 있을 뿐이었다.

 

 한치의 방심도 용납할 수 없었지만, 눈꺼풀이 무거워져 편백나무 위에 한지 책자를 침 받이 삼아 잠시 선계구경을 하러 갔다. 선계에 들르니,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선녀들이 웅이를 마중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죽비가 다가와 어깨를 어루만진다.

 

 

 "탁!"

 

 

 선녀들이 점점이 사라졌다….

 오호통재라! 천도 복숭아도 사라지고 있었다…….

 

 죽비를 손에 쥔 중년인은 백리세가의 식객이자 글 선생인 모위송이었다.

 

 

 "공자! 부생아신과 모국오신의 뜻을 정녕 깨우쳤다면 소인이 지금 전하는 사랑은 은고여천할 것이오. 한시진 반이 지났으니 글공부는 여기까지만 하지요"

 

 "모사부님!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인사성 하나는 밝은 백리웅.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더니 서재를 박차고 나와 마당을 지나쳐 갔다.

 

 잠시 후 연무장에 도착한 그는 주먹을 찌르고 발재간을 부리기 시작했다.

 허공을 격하는 정권도 아니고 칼날처럼 예리한 옆차기도 아닌 그냥 동서남북으로 권각을 마구 지르고 있었다. 한데, 희한한 것은 소년의 몸에서 땀이 나지 않았다. 아니 반각을 발광하는데 열기조차 느껴지지 않으니 참으로 괴사였다.

 

 

 "옥상아~ 오늘 하루도 보람차게 보냈느냐?"

 옥상은 급작스럽게 몸을 정지시키고 검정색 버선발을 바라보며 인사를 했다.

 

 "아버님. 소자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내었습니다. 강녕하시지요?"

 

 

 옥상이 감히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는 인물은 집안에 단 한 명 백리세가의 가주 백리제천이었다.

 그리고 백리웅의 본명을 부르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밤하늘의 달님이 별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어서야 백리제천은 귀가를 했다.

 

 그는 옥상을 흘끗 쳐다보고는 대꾸도 없이 가주 전으로 향한다.

 

 

 '후유~ 모사부님이 아버님께 일러바치진 않겠지…?'

 

 "백리옥상! 가주전으로 오거라~"

 

 

 아버님의 목소리다.

 

 

 "찰싹! 찰싹!"

 

 

 싸릿대로 만든 회초리가 웅의 허벅지에서 불을 뿜었다.

 잠시 선계를 구경한 기념으로 오늘도 옥상은 삼도천을 헤매고 있었다.

 

 가주의 사랑은 언제나 맵다. 그렇지만 울면 안 된다.

 매운 사랑은 더욱더 가열차기에...

 눈가에서 떨어지는 영롱한 물방울은 가주께서 품은 사랑을 부추기는 부지깽이 용도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제 22화 - 쓸모 없는 볼모 2018 / 3 / 24 348 0 6032   
22 제 21화 - 외톨이 2018 / 3 / 23 358 0 6016   
21 제 20화 - 명가의 저력 2018 / 3 / 21 374 0 7291   
20 제 19화 - 장중득실(1권 끝) 2018 / 3 / 20 353 0 6859   
19 제 18화 - 수라장에서 드러나는 은거고수 2018 / 3 / 18 362 0 7248   
18 제 17화 - 각자의 입장 2018 / 3 / 16 362 0 8025   
17 제 16화 - 수라계(修羅界) 2018 / 3 / 12 370 0 6880   
16 제 15화 - 고정화된 성 2018 / 3 / 11 376 0 8424   
15 제 14화 - 무허대사의 죽음 2018 / 3 / 10 368 0 7498   
14 제 13화 - 삼악입문(고악) 2018 / 3 / 9 366 0 5953   
13 제 12화 - 삼악입문(일악) 2018 / 3 / 8 375 0 6752   
12 제 11화 - 오역부지(吾亦不知, 나 또한 모르는 … 2018 / 3 / 7 373 0 7638   
11 제 10화 - 맹수의 조건 2018 / 3 / 5 366 0 7758   
10 제 9화 - 꿈과 운명 2018 / 3 / 4 361 0 6764   
9 제 8화 - 하여간, 정의투합 2018 / 3 / 3 375 0 9059   
8 제 7화 - 아이들의 무림 2018 / 3 / 2 372 0 6235   
7 제 6화 - 그 남자의 사정 2018 / 3 / 1 399 0 6930   
6 제 5화 - 경계를 허무는 자 2018 / 2 / 28 375 0 6482   
5 제 4화 - 무풍지대 2018 / 2 / 27 408 0 6524   
4 제 3화 - 협가 2018 / 2 / 26 396 0 6097   
3 제 2화 - 백사 2018 / 2 / 25 401 0 6134   
2 제 1화 - 전통 2018 / 2 / 24 412 0 6731   
1 서두(序頭) 2018 / 2 / 20 578 0 109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