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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상속녀의 남자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4

한날 한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대일그룹 상속녀 인 유세희와 아버지를 잃은 천재 소년 도현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 딸을 지키기 위해 유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현준을 받아들이고 세희를 대신해 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세희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현준은 세희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그룹의 세력들의 노림수로 인해 강제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데......
10년후, 그녀가 돌아왔다.

 
72. 삶의 이유(3)
작성일 : 18-02-23 13:42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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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그가 고통으로 울부짖는다 해도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과거였다. 하지만 지나간 일이라고 자식의 죽음 앞에 괴로워하지 않을 부모는 없었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삶의 이유이자 원동력이 되는 존재였으니까.

 

 황 이사의 입김이었는지, 아니면 규민이 혼자 벌이 일이었는지는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유 회장은 고통과 배신감으로 울부짖는 육체를 통제하며 또 다른 복수를 다짐했다. 손녀딸에 대한 복수는 그녀가 스스로 처단하길 원하니 넘어간다 하더라도 이번 일이 사실로 드러났을 경우 제 아들의 목숨값은 그가 직접 받아낼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유 회장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비서실장은 그날의 일을 조사하기 위해 눈에 불을 뿜으며 회사로 출발했다.

 

 “어이구, 비서실장님! 설마 이 시간에 일하러 오신 겁니까?”

 

 주말, 그것도 자정이 다 되어 본사 로비로 들어가는 비서실장을 보며 당직 경비원이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겨주었다.

 

 “네,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요즘 윗분들이 너무 열심히 일하시는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는 황 이사님이 올라가시더니…….”

 “황규영 이사요?”

 “네. 일이 남아서 오셨다며 올라가셨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경비원의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온 비서실장은 경비실로 전화를 걸었다. 황 이사가 주말 저녁 회사에 들어왔다는 게 수상쩍었다.

 

 “나에요, 박 팀장”

 “네 비서실장님. 이 시간엔 무슨 일이시죠?”

 “오늘 당직이죠?”

 “네.”

 “그럼 조금 전 황규영 이사가 출근했다는 말을 들었는 데 지금 어디 있는지 알 볼 수 있어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박 팀장은 서둘러 출입 기록을 살펴 황 이사가 들어온 시간을 확인하고는 촬영된 CCTV 기록을 돌려 그가 사장실로 들어간 모습을 찾아냈다.

 

 “비서실장님, 황 이사님은 5분 전 사장실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수고해요.”

 

 ‘사장이 없는 사장실로 들어간 황 이사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비서실장은 상황을 살필 겸 회장실로 향하던 걸음을 옮겨 한 층 아래에 있는 사장실로 향했다.

 

 “도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어떻게 하길래 내 식구들이 경찰서에 구금되어 간 거냐고! 그리고 개들을 빼 내올 방을 알아오라고 한지가 언젠데 조용히 있는 거야. 인제 와서 내가 만만해?”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저도 모른다고요. 저한테 지시사항이 내려오지도 않은 일을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여길 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누가 보면 어쩌시려고요!”

 “내가 지금 그런 거 가리게 생겼어? 우리 손자 녀석이 거기 잡혀 있다고 하잖아. 손자 녀석이. 도현준 그놈이 아니면 누가 내 손자 놈을 모함하겠어. 안 그래?”

 “그거야 저도 모르죠.”

 “애초에 날 찾아와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도현준을 쫓아내 달라고 한 건 네놈이었어.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해 놓지 않으면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거야.”

 “아니, 알지도 못하는 상황을 제가 어떻게 해결합니까?”

 “그거야 네 사정이고! 네가 현준이 몰래 나와 손잡았다는 것을 사장이 알면 널 가만둘 것 같아?”

 

 조용한 비서실을 울리는 두 사람의 고성을 듣고 있던 비서실장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미 서로의 꼬리가 이쪽에 잡혀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지 못해 싸우는 꼬락서니가 볼만했다. 납치 사건을 덮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알아봤으나 손쓸 길이 없자 그의 연락책이었던 김 실장을 찾아와 실랑이는 황 이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비서실장의 분노에 불이 붙었다. 제 욕심을 위해 온갖 추잡한 짓을 벌인 건 생각하지 못하고 제 핏줄을 구하겠다는 생각에 막무가내 수법을 부리는 그가 좋게 보일 리 없었다.

 

 ‘그래, 그렇게 엉뚱한 곳에서 삽질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지난 사건을 파고든다.’

 

 이번 사건과 10년 전 사건, 그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서둘러 회장실로 걸음을 옮긴 비서실장은 10년 전 조사한 파일을 찾아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현준은 세희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오피스텔로 데려갔다. 아무리 허락을 받은 사이라고 해도 사용인들이 있는 저택에서 그녀를 안기엔 눈치가 보였다. 오피스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세희를 끌어안은 현준은 품 안의 온기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허락 받아서 다행이야.”

 “오빠 혹시 긴장했었어?”

 “응.”

 “바보. 할아버지는 옛날부터 내가 오빨 좋아하는 거 다 알고 계셨어. 내가 떠날 때도 돌아오면 허락해준다고 하셨고.”

 

 세희가 그의 품에 안겨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난 몰랐어. 나한테는 다른 여자를 만나보라고 권하셨으니까.”

 현준이 은아와 거짓 관계를 맺게 된 이유를 떠올리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그 일만 아니었어도 세희가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오빠가 할아버지한테 보여주기 위해 그 여잘 만났다는 사실, 할아버지도 알고 계셔. 아까 다 얘기해 주셨어.”

 “진짜? 다 알고 계셨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묻는 현준을 올려다보며 세희가 방긋 웃으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응. 오빠 연기가 너무 어설퍼서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데.”

 “근데 왜……?” “너무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그냥 속아주신 거래. 그리고 일부러 스캔들 기사도 내고, 사교 모임 장소에 오빠랑 그 여자를 함께 초대한 거래. 그래야 황 이사 쪽에서 오빠를 그만 괴롭힐 테니까.”

 

 그제야 유 회장이 이상한 조건을 내건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를 괴롭히고 견제하던 세력들이 잠잠해진 시기도 그가 유 회장에게 은아를 소개한 이후였다.

 

 “난 생각도 못 했는데.”

 “나도. 오빠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만 생각했지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그때의 기억에 그를 끌어안은 손길에 힘이 들어가자 현준이 고개를 숙여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질투했어?”

 “........응. 그래서 돌아오면 오빠 마음을 빼앗으려고 더 열심히 운동했어.”

 “운동?”

 “응. 가슴 커지는 운동부터 다리 얇아지는 운동까지 철저히 관리했어.”

 

 세희는 나름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은근슬쩍 봉긋한 가슴을 밀어붙였다. 과거 그의 곁에 은아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를 되찾아야 한다는 일념에 그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직업여성들을 저택으로 초대해 유혹의 기술을 전수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사랑스럽게 눈꼬리를 휘며 봉긋한 가슴으로 그를 자극했다. 그녀의 위험한 몸짓에 현준이 눈빛을 빛내며 달려들었다.

 

 “그래? 그럼 얼마나 열심히 관리했는지 확인해 볼까?”

 

 귓가에 속삭이며 숨결을 불어넣고는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척추를 쓰다듬던 손길을 움직이자 세희의 붉은 입술이 벌어지며 작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 흑.”

 

 낮은 탄성을 흘리는 그녀의 입술을 점령하며 그녀의 입술을 탐닉하는 그의 혀를 맞아 어설프게나마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 버둥거렸다. 치열을 훑고 까칠한 혀로 예민한 입안을 훑었다. 유려한 움직임을 보이는 혀를 따라가지 못해 버둥대던 세희는 순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저밖에 없다고 하기에는 그의 움직임이 너무 능수능란했다.

 

 “거짓말쟁이!”

 “왜, 왜 그래 세희야.”

 

 갑자기 그를 향해 울먹이는 세희를 보며 당황한 현준이 허둥거리며 물었다.

 

 “나랑 한 게 첫 키스 맞아? 왜 그렇게 잘해? 난 쩔쩔매는 데 오빤 너무 능숙한 거 아니야?”

 “뭐?”

 

 ‘아, 미치겠다.’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이유가 그가 키스를 너무 잘해서라니.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그녀의 말에 현준의 심장이 펄떡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지난밤 그녀를 너무 괴롭혔던 것 같아 오붓한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오피스텔로 온 현준은 지난 밤 세희가 겪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심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거 아니야.”

 “거짓말 같아. 어쩐지 처음 하는 것 치고 너무 잘하더라. 길을 잘 못 찾기도 하고 여자를 배려하지 못할 수도 있다던데 오빤 그런 거 하나도 없었잖아. 오빠 나빠. 억울해. 기다린다고 했으면서. 거짓말쟁이. 흑.”

 

 세희가 직업여성들이 해 줬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한 마음에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현준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아가씨야, 너 지금 위험하거든?’

 

 현준은 제 가슴을 콩콩거리는 세희의 작은 손길에도 불끈거리는 그의 몸과 저 달콤한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자극적인 말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진짜 다른 여자한테 한눈판 적 없어. 난 그냥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좋아할지 수천 번도 넘게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것들을 시도해 본 것뿐이야.”

 

 자신을 순결을 증명하기 위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과거를 꺼내 놓은 현준은 그의 말을 듣고 얼굴을 붉히는 세희를 보며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자각했다.

 

 ‘하! 망했다.’

 

 그녀를 상상 속으로 불러들여 수천 번도 넘게 이런저런 행위들을 시도해 봤다는 말이 얼마나 변태 같을지 상상하며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지, 진짜……. 흡.”

 

 

 현준은 부끄러움에 붉어진 얼굴로 떠듬거리는 입술을 막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아는 한 저 입술을 막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떨어져 있던 그녀의 뒷덜미를 감사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달콤한 향을 풍기는 입술이 벌어지며 다시금 그의 침입을 환영하자 현준은 다시 한번 붙잡아 놓았던 욕망을 그녀의 입 안으로 풀어 놓으며 그녀를 차지해 나갔다.

 

 

 단둘이 보내는 주말 내내 세희를 품에 안고 있었던 현준은 상쾌한 기분으로 월요일 아침을 시작했다. 출근을 위해 오피스텔로 찾아온 민영의 차에 올라탄 현준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를 보는 친구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봐?”

 “기분 좋아 보인다, 너.”

 “그래?”

 “응. 너무 티 나. 주말 내내 우리 아가씨 너무 못살게 군 거 아니야?”

 “신경 꺼라.”

 

 자꾸만 세희를 신경 쓰는 민영을 못마땅한 듯이 바라보던 현준은 그의 반응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친구를 향해 경고의 시선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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