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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로버트 왕자를 시험해보기로 결심하다
작성일 : 18-02-21 11:00     조회 : 66     추천 : 1     분량 : 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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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틀랜드 왕자님께서 저에게 공주님께 청혼장을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에든버러에서 돌아온 레이디 제인이 청혼장을 전하자 에반젤린 공주는 보지도 않고 품속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읽어볼 테니 그만 가보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레이디 제인이 빨리 나가주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레이디 제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주님, 혹시라도 스코틀랜드 왕자님과의 결혼이 내키지 않으신다면 저에게 말씀만 해주세요. 제가 폐하께 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콧방귀를 뀌며 생각했다.

 

  '흥! 레이디 제인이 잘생겼다고 소문난 로버트 왕자에게 반한 모양이군! 로버트 왕자와 결혼하지 못하게 훼방놓을 속셈인가 본데 레이디 제인의 속임수에 속을 내가 아니지.'

 

  "만약 로버트 왕자와 혼인하고 싶지 않다면, 아버님께 직접 말씀드리겠어요. 내가 로버트 왕자와의 결혼이 내키던 내키지 않던 간에 그대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에반젤린 공주가 빈정거렸지만, 레이디 제인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공주님을 잘 모시는 것이 저의 일인데, 어째서 상관이 없겠습니까? 제가 공주님을 많이 생각한다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가 쥐를 생각한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한 차례 더 빈정거린 에반젤린 공주가 당부하듯 덧붙였다.

 

  "만약 나를 정말 생각한다면, 어머님부터 잘 모시도록 하세요. 그럼, 당신이 개과천선했음을 믿을 수 있을 테니까요."

 

  로버트 왕자를 두고 에반젤린 공주와 흥정을 해보려던 레이디 제인은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공주님께서 저를 믿어주시지 않으시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레이디 제인이 떠나자 에반젤린 공주는 품속에서 로버트 왕자의 청혼장을 꺼냈다.

 

  '스코틀랜드 로버트 왕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 에반젤린 공주에게'

 

  "로버트 왕자에게 희망을 걸어도 될까?"

 

  희망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린 에반젤린 공주는 청혼장에 적힌 글을 읽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왕위 후계자 로버트 왕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에게 진심을 담아 청혼하니 청혼을 받아주기 바라오. 나 로버트 왕자는 이전부터 공주의 명성을 듣고 마음속으로 깊이 사모한 바, 이번 기회에 청혼장을 보내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소. 나 로버트 왕자는 일평생 한마음으로 오직 그대만을 사랑할 것임을 맹세하니, 나의 청혼을 받아주시길 바라겠소.'

 

  청혼장을 쭉 읽어본 에반젤린 공주는 생각에 잠겼다.

 

  '청혼장에 적힌 대로 일평생 한마음으로 날 사랑할 것이란 말이 진심이라면, 로버트 왕자의 청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

 

  에반젤린 공주는 문득 로버트 왕자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 로버트 왕자의 진심을 시험해보자. 로버트 왕자만큼은 날 실망시키지 않기를......'

 

 

  로버트 왕자의 마차가 지나가는 런던 길거리는 구경 나온 시민들이 던진 꽃송이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런던 시민들은 에반젤린 공주에게 청혼한 로버트 왕자를 향해 꽃송이를 던지며 환호했다.

 

  마치 신이 직접 그린 얼굴처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잘생긴 로버트 왕자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은 여인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런던 시민들의 환영에 대한 답례로 손을 흔드는 로버트 왕자를 보기 위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길을 가득 메운 여인들로 인해 벌써 여러 차례 행차가 지연되었다.

 

  길거리 곳곳에서 여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로버트 왕자의 귀에 들렸다.

 

  "어쩜 저렇게 잘생긴 왕자님이 매너까지 좋으실까!"

 

  "우리 잉글랜드에도 저렇게 잘생긴 왕자님이 계시다면 좋을 텐데......"

 

  "저렇게 잘생긴 왕자님이 계신 스코틀랜드 여인들은 참 좋겠다."

 

  런던 여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로버트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호위기사 로렌스에게 말했다.

 

  "로렌스 경, 잉글랜드 여인들이 날 환영하는 소리를 들었는가? 잉글랜드 여인들이 날 환영하는 만큼 에반젤린 공주도 날 환영했으면 좋겠군."

 

  로렌스도 미소를 지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잉글랜드 공주님께서도 틀림없이 왕자님을 환영하실 것입니다."

 

  가는 곳마다 모든 여인들의 마음을 빼앗아온 로버트 왕자를 마다할 여자는 이 세상에 없으리라.

 

  로렌스는 확신하고 말한 것이지만, 로버트 왕자는 확신이 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

 

  "글쎄, 잉글랜드 시녀장 레이디 제인의 말에 의하면, 에반젤린 공주가 나와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더군."

 

  로버트 왕자의 말을 듣자 로렌스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얼마전에 사신으로 온 잉글랜드 시녀장 레이디 제인이 왕자님께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입니까?"

 

  로버트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잉글랜드 국왕도 아직 나와 에반젤린 공주와의 결혼에 대해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은 것을 보면, 공주가 나와의 결혼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 사실인 것 같네."

 

  로렌스는 여전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에반젤린 공주님께서 왕자님과의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세한 사정은 알 길이 없으나, 공주님께서 왕자님을 보시면 마음이 달라지시리라 저는 확신하는 바입니다."

 

  로버트 왕자는 로렌스의 생각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마음을 다해 에반젤린 공주에게 청혼한다면 설마 거절당할 리야 없겠지만, 공주가 나와의 결혼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는 말일세."

 

  로버트 왕자는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과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이때서야 이러한 사실을 알아챈 로렌스가 웃었다.

 

  "하하하...... 원래 아름다운 여인일수록 콧대가 높은 법인데, 에반젤린 공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 소문이 나 있으니 콧대가 높은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아름다운 장미는 가시가 있는 법이니, 마음쓰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로렌스의 말에 공감하듯 로버트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렌스 경, 그대의 말이 맞소. 아름다운 장미는 가시가 있는 법이지. 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에반젤린 공주를 반드시 내 아내로 맞이하고 싶네."

 

  로렌스가 로버트 왕자의 귀에만 들리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고 웃었다.

 

  "잉글랜드 공주가 아무리 콧대가 높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기신 왕자님을 보시면 첫눈에 반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하하......"

 

  에반젤린 공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로버트 왕자 역시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였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로버트 왕자를 보고도 반하지 않는 여인은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잉글랜드에서도, 유럽 대륙 전체에서도 로버트 왕자가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라는 소문이 자자했으니, 로렌스가 이처럼 확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 무렵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런던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듣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로버트 왕자가 나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한때 유일한 희망이었던 리처드에게 실망한 에반젤린 공주는 어쩌면 로버트 왕자가 새로운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처드에게 걸었던 기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에반젤린 공주로서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의 청혼장에 대한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답장을 다 쓴 에반젤린 공주는 추녀로 변장한 후 면사포를 쓴 채 리처드를 불렀다.

 

  "리처드 경, 마차를 준비해 주세요."

 

  리처드는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에반젤린 공주의 목소리를 듣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공주님의 분부대로 마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변장한 얼굴을 면사포로 가리고 로버트 왕자를 만나볼 생각이었다.

 

  "내 친구를 통해 로버트 왕자의 청혼장에 대한 답장을 전할 것이니, 내 친구를 로버트 왕자에게 인도해 주세요."

 

  "공주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리처드가 마차를 궁전 앞에 대령하자, 이윽고 면사포를 쓴 여인이 마차에 올랐다.

 

  "나를 로버트 왕자께 데려다 주세요."

 

  면사포를 쓴 여인은 의심할 여지없이 에반젤린 공주였지만, 리처드는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그녀가 공주의 친구인 줄 알았다.

 

  "레이디를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얼마 후 에반젤린 공주의 마차가 로버트 왕자의 마차와 마주쳤다.

 

  로버트 왕자 앞에서 마차를 세운 리처드는 먼저 자신을 소개한 후 면사포를 쓴 에반젤린 공주를 가리켰다.

 

  "스코틀랜드 왕자님, 저는 잉글랜드 공주님의 호위기사 리처드로,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께서 스코틀랜드 왕자님의 청혼장에 대한 공주님의 답장을 전하러 오셨습니다."

 

  리처드의 말이 끝나자 에반젤린 공주가 로버트 왕자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는 공주님의 친구로, 공주님의 답장을 왕자님께 전하러 왔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은 로버트 왕자는 마차에 탄 채 에반젤린 공주의 마차로 다가갔다.

 

  로버트 왕자의 얼굴이 에반젤린 공주의 시야에 가까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가 있다니!'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의 얼굴을 보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인 로버트 왕자의 피부가 여자처럼 하얗고 곱지 않은가!

 

  하도 피부가 햐얗고 고와 멀리서 보면 남자의 얼굴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면 여자의 얼굴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여자처럼 아름다운 로버트 왕자의 얼굴에 시선이 꽂히자 가슴이 설레었지만 애써 담담하게 리처드에게 답장이 든 봉투를 건네주었다.

 

  "리처드 경, 공주님의 답장을 로버트 왕자에게 전해주세요."

 

  '잉글랜드 에반젤린 공주가 친애하는 스코틀랜드 로버트 왕자에게 청혼장에 대한 답장을 보냅니다.'

 

  리처드로부터 봉투를 건네받은 로버트 왕자는 봉투에서 에반젤린 공주의 친필을 확인하자 기뻐하며 에반젤린 공주를 향해 말했다.

 

  "잉글랜드 공주께서 친구를 통해 나의 청혼장에 대한 답장을 주시니 호의에 감사하는 바이오. 잉글랜드 공주께 나의 감사를 전해주시오."

 

  에반젤린 공주는 스코틀랜드 왕자에 대한 예의로 고개를 숙였다.

 

  "스코틀랜드 왕자님의 말씀, 공주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고맙소."

 

  마차가 로버트 왕자의 마차에서 멀어져 궁전으로 달리고 있는 가운데, 에반젤린 공주는 생각에 잠겼다.

 

  '추녀로 변장해 로버트 왕자를 접견하면, 로버트 왕자의 청혼장에 쓰인 말들이 진심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자신의 변장한 얼굴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자 속으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로버트 왕자가 변장한 내 얼굴을 보면 기절초풍하겠지. 호호호...'

 

  런던 시민들의 환영 인파를 헤치고 런던 궁전에 당도한 로버트 왕자는 마이클 왕이 제공한 숙소에 이르자마자 에반젤린 공주의 답장을 봉투에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왕위 후계자이신 로버트 왕자께서 이렇게 큰 호의를 담은 청혼장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다만, 저의 외모에 대한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 두겠습니다. 왕자께서는 아무쪼록 저의 외모보다는 저의 마음을 봐주시기 바라는 바입니다. 왕자께서 일행들과 함께 런던에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며 조만간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의 답장을 다 읽고 나자 로버트 왕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거렸다.

 

  "외모에 대한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된다니...... 그렇다면 에반젤린 공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문은 헛소문이었단 말인가......"

 

  로버트 왕자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자 로렌스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로버트 왕자는 손에 쥔 에반젤린 공주의 답장을 가리켰다.

 

  "잉글랜드 공주의 답장에 자신의 외모에 대한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써있는데, 잉글랜드 공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문이 헛소문이 아닌지 모르겠네."

 

  로버트 왕자의 말을 듣자 로렌스가 웃었다.

 

  "하하하...... 제가 알기론 잉글랜드 공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문은 에든버러(스코틀랜드 수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톨레도(스페인 수도)와 파리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데, 헛소문일 리가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잉글랜드 공주께서 겸양하시느라 그런 말씀을 하셨을 것입니다."

 

  로렌스는 웃음을 멈춘 후 말을 이었다.

 

  "제가 들은 소문에 의하면 잉글랜드 공주는 외모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실 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천사처럼 착하셔서 잉글랜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계시다 하는데, 잉글랜드 공주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참으로 겸손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여하튼 잉글랜드 공주를 빨리 만나봐야겠네."

 

  "그러시다면 왕자님께서 잉글랜드 국왕 폐하를 접견하실 때 잉글랜드 공주님을 조속히 만나뵙도록 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할 생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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