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 한가운데에 돗자리가 깔려있었다.
그 위에 한 명의 매화자가 이야기를 팔고 있는데,
어린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걸 보면 구성지게 이야기를 하고 있나 보다.
"누천년(累千年) 무림 사에 등장했던 보물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름을 얻고 명성을 누린 영단묘약은 대부분이 일회성이었으며 기보는 이를 지킬 힘이 없으면 의미가 없었지."
"그럼 어떤 보물이 제일 유명하고 좋은 거예요?"
허름한 마의를 입은 소년이 매화자에게 물어봤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힘.
예컨대…. 힘을 분출하는 방법이 적힌 비급이라든가 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보구 등이 진정한 보물로 여겨지게 되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전설은 시간이 흘러가며 신비함을 내포하게 되었으나, 정작 그 실체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되었으니…."
매화자가 돗자리 앞에 놓인 동냥 그릇을 지긋이 바라보며 잠시 말문을 닫았다.
쨍그랑, 쨍그랑!
그릇이 수북이 채워지는 소리를 듣자 노인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나 귀에 걸렸다.
"망각의 세월이 흘러간 뒤에도 모든 이의 가슴 속에 불을 지피는 이야기가 하나 존재하지.
- 천지개벽 속 등장한 최초의 마귀는 강호를 파괴하였고 마르지 않는 눈물을 흘리는 칼이 있어 무수한 생명을 거두어갔지만 무능한 나부의 검이 마침내 어두운 난세를 종식시켰다 -
"대체 뭔 소리에요?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은데. 구체적인 것이 하나도 없잖아요."
곁에서 신나게 이야기를 듣던 꼬마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흠,흠. 이 이야기가 하나의 연결된 흐름이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시천마의 유산. 누혈도의 공능. 필부를 절대강자로 만들었다는 나부지검.
이른바 무림삼보(武林三寶)에 관련된 이야기는 무수히 많은 변주를 거쳐왔으나,
당사자가 없는 현실 속에서 그 진의를 누가 알겠느냐?
이것들이 병기로 남아있는 것인지 무공의 형태로 남아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어쨌든, 이 세가지 화제는 진위를 떠나 오랜 세월 강호를 진동시켜왔으니 그야말로 전설의 조건에 걸맞은 이야기지."
"그게 뭐야! 내 돈! 철전 세 문이나 던져 넣었는데 돌려줘요~ 내 돈 돌려줘. 우으아아아앙!"
꼬마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한 이야기가 못마땅해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