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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플갱어의 피 - 초월
작가 : 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8.2.7

[미스터리/판타지]운명을 믿지 않으려던 한 소녀가 현자의 돌을 마주하고 운명의 비밀이 얽힌 혼란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엿보게 된 이면세상의 진실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해답을 찾아 나간다.

 
13.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 (7)
작성일 : 18-02-11 01:26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7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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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 (7)

 

 

  “카사, 이제 다 끝나셨습니까?“

 

  “그래. 이제 끝! 어째 간단할 줄 알았더니, 평소보다 일이 더 많았네.”

 

  벤치에 앉아 기지개를 켜는 데 왼쪽 손목이 욱신거렸다. 아까의 폭발로 인한 통증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야. 아직도 시큰거린다. 넌 괜찮아?”

 

  도플갱어가 타인을 복제하거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때 그 전에 입었던 가벼운 상처는 웬만하면 회복이 된다. 하지만 한도 이상의 충격을 받은 경우 종종 지금처럼 통증이 남기도 했다.

 

  카사는 왼쪽 손목을 주무르며 진천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충격이 크군요.”

 

  “너희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면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술이 걸려 있었나본데? 그것도 상당히 강한 걸로.”

 

  진천이 고개를 끄덕여 카사의 말에 긍정하며 물었다.

 

  “대체 누가 만들어서 준 걸까요?”

 

  "글쎄."

 

  폭발 당시 카사 자신은 날아갈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만 시안은 두어 걸음 밀려나고 말았다. 시안을 폭발로부터 지켜주는 주술도 내재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 정도 술법이 담긴 다중 주술 수호부는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대체 누굴까?”

 

  하나의 수호부 안에 여러 개의 주문을 새겨 넣은 다중 주술 수호부는 주로 액세서리 형태로 많이 만들어진다. 내재된 주술들을 동시에 발현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은 오류만으로도 주술 간 간섭이 일어나 피술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렇다 보니 제작에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요하며 당연히 일반인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의 물건은 아니다.

 

  심지어 직접 겪어 본 위력은 평범한 수준의 초월자가 만든 수호부가 낼 수 있는 수준이 절대 아니었다.

 

  “뭐. 해방이 아니길 빌어야지요.”

 

  진천이 중얼거렸다.

 

  ‘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그리고 왜 시안이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것일까.’

 

  물어봤어야 했다.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난 걸까.

 

  “아, 소시안, 진짜! 설명하느라 정작 필요한 걸 못 물어봤잖아.”

 

  카사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투덜거렸다.

 

  시안의 설명하기 좋아하는 성격까지 그대로 가져온 탓에, 주저리주저리 한참을 설명하고 나서야 겨우 직성이 풀렸다. 심지어 시안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잘 받아들이는 걸 보며 뿌듯해져서 알아서 말 할 수 있는 한계까지 모든 정보를 탈탈 털어버린 느낌이었다. 게다가 덤벙거리는 성격 때문에 정작 필요한 걸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도 뒤늦게 생각이 났고.

 

  “나도 참, 이번엔 뭐 이리 빨리 적응이 되는 거야. 아, 사고 치면 안 되는데 불안하네.”

 

  카사는 그녀로 살아가야 하는 며칠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허탈, 분노, 걱정 등 수시로 다양한 감정들을 얼굴에 담아내고 있는 카사를 쳐다보던 진천이 그녀의 잡념을 끊어냈다.

 

  “저기, 카사?”

 

  “아. 미안. 어땠어?”

 

  “빨리도 물어보십니다.”

 

  진천의 구박에 카사가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나도 생각할 게 많아져서 그래.”

 

  “그게 조금...... 묘합니다.”

 

  진천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묘하다고?”

 

  “네. 처음에 봤을 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흔들림 조차도요.”

 

  카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럴 리가. 현자의 돌이 얽혀있는데 비틀림도 아니고, 흔들림조차 못 느꼈다고? 확실해?”

 

  “네. 그런데 폭발을 일으킨 이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폭발 직후, 달아나는 뒷모습에서 비틀림이 읽혀졌어요. 약한 수준이었지요.”

 

  “그거야 우리를 만난데다 수호부로 인한 폭발까지 겪었으니 당연한 거고. 그러고도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네.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만, 문제는 그 이후였지요. 카사와 함께 돌아왔을 땐 전혀 달랐거든요.”

 

  잠시 침묵을 유지하는 진천.

 

  “진천, 일부러 뜸 들이지마라. 초월자가 된 거지?”

 

  “예? 예.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하루 이틀이냐? 네가 뜸 들이는 폼이 그래 보였다. 뭐. 올라오는 길에 천사를 알아보기에 의심은 했다만 정말 초월자가 된 것이었군.”

 

  “티가 너무 났나요? 그런데 다른 이들에 비해 너무 빠르다는 게 걸립니다.”

 

  진천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카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강제 각성의 경우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아까 내 이야기를 한 번에 알아듣는 것 같던데.”

 

  진천이 고개를 저었다.

 

  “강제 각성을 통한 초월은 마음먹고 진행하는 경우나 가능한 것 이구요. 시안은 아까 달아나는 중이었지 않습니까. 공포심에 다른 뭔가를 깨달을 만한 여유는 없었을 겁니다.”

 

  당시의 상황을 곰곰이 떠올려보던 카사가 답했다.

 

  “확실히 그러네. 딱히 뭔가를 깨달은 것 같지는 않았는데. 운명에 얽힌 진실도 나를 만난 이후에나 알게 된 것 같았고, 오는 중간에 각성의 징후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어.”

 

  “혹시 그녀 자체가 함정 같은 건 아니겠지요?”

 

  “함정? 아닐 것 같은데. 누가 뭘 하려고? 초월? 해방? 게다가 설령 함정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얻은 게 없지 않아?”

 

  “그거야 카사의 대처가 빨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카사가 손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기자 진천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진천, 일단 운명 기록 좀 확인할 게. 보호 좀 부탁해.”

 

  "네."

 

  카사가 지그시 눈을 감고 몸에 남겨진 기억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진천의 눈이 진중해졌다. 무방비에 가까운 카사를 보호하기 위해 작은 결계를 형성하자 그를 중심으로 해서 먼 방향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일었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알려주는 운명의 기록은 유전자를 따라 뇌가 형성될 때 같이 생성된 또 하나의 ‘기억’들이다. 사용하지 않는 뇌의 일부, 무의식의 기저에 보관되어 있다가 해당 사건과의 접촉을 계기로 대상이 떠올릴 수 있는 형태의 기억으로 전환되는데, 비틀림 등으로 인해 두 기억 사이에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카사가 시안의 유전자를 복제하면서 그녀의 운명에 대한 기록 역시 고스란히 카사에게 넘어왔고, 카사는 도플갱어에게 주어진 권능으로 그 기록을 열람할 수 있었다.

 

  눈을 감은 카사의 뇌리에 시안이 타고난 운명의 기록들이 쭉 펼쳐졌다.

 

  운명의 기록 속에서 시안은 평이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다지 특출 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평범한 인생에 타인, 특히 아버지의 의견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따르는 모습이 보였다. 요즘의 많은 아이들이 그러하듯. 그리고 앞으로 그녀에게 펼쳐질 미래 역시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순간 카사는 위화감을 느꼈다.

 

  ‘아버지?’

 

  아까 시안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 제가 태어나고 나서 바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어릴 때 친구들이 저보고 아빠 잡아먹은 자식이라며 계속 놀려대서...... 그 후부터 운명이란 걸 믿는 순간 정말 그 말이 진짜가 될 것 같아서 솔직히 불안했어요. 내가 정말 아빠를 죽인 게 될 것 같아서.

 

  달랐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녀가 한 말과 타고난 운명의 기록 사이의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게 뭐야? 왜 아버지가 기록 속에 있는 거야!”

 

  그 사실을 깨달은 카사가 눈을 뜨고는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버지요?”

 

  하지만 뜬금없는 아버지 타령에 진천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카사가 손톱을 틱틱거리며 답했다.

 

  “기록 속에선 태어나고 나서 바로 어머니를 잃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걸로 되어 있어. 그런데 아까 오는 길에 시안이 말하기론 자신은 태어나고 나서 바로 아버지를 잃었다고 했단 말이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에에? 그럴 리가요. 스물 다섯인데?”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지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에 진천이 의문 섞인 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비틀림을 왜 아직까지 아무도 잡아내지 못한 거야.”

 

  카사가 짜증이 밴 음성을 뱉어냈다.

 

  “그럴 리가요. 잘못 본 거 아녜요? 처음 봤을 땐 흔들림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진천, 현자의 돌과 연루된 이에게서 흔들림조차 없었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아?”

 

  주어진 삶과 실제 삶이 달라져 운명이 틀어진 상태가 되면 그런 ‘비틀린 자’들을 찾아다니는 수호 소속의 탐색자들이 금세 알아차린다. 그런데 시안은 그런 감시를 피해 거의 25년을 들키지 않고 살았다.

 

  웬만한 수호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비틀림은 막을 수 없다. 그런 수준의 수호부를 만들 수 있는 초월자들이 인세에 그다지 관여할 성향도 아니고.

 

  심지어 여기엔 또 다른 문제도 연계되어 있다. 25년 전 죽었어야 될 그녀의 어머니는 또 어떻게 봐야 하는가. 카사는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눈을 빛냈다. 시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파장이 커진다. 그렇지만 남에게 이런 기회를 넘기기는 싫었다. 시안의 건을 빨리 마무리짓고 돌아가서 조사해 볼 필요가 있었다.

 

  ‘함정이거나, 그럴 능력이 되는 해방의 누군가가 개입을 했거나.’

 

  카사는 현재로서 의심할 수 있는 걸 떠올렸다.

 

  “하지만 아까......”

 

  “진천,”

 

  진천이 뭔가 억울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야기 하려 했지만 폰을 꺼내던 카사가 진천의 말을 칼 같이 끊었다. 덕분에 진천은 뒷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세주 상태가 어땠어?”

 

  카사는 질문과 함께 시안과 함께 먼저 내려간 이들 중 한 명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회복 중이기는 했는데 기억 속으로 침잠하기엔 간당간당 할 겁니다. 다들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으니까요.”

 

  연결음이 울리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카사는 짜증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다들 어디로 가는지 잘 알지?”

 

  그 자리에 있을 다른 이에게 전화를 걸자 이번에는 금방 받았다.

 

  “난데, 별 일 없지? 어디쯤이야? 차 앞이라고? 확인할 게 있으니 일단 차에서 대기해. 그리고 세주 좀 바꿔줘.”

 

  -언니, 전화 바꿨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여성으로 바뀌었다.

 

  “세주야, 지금 다이브 가능해? 운명 기록 말고 실제 기억을 좀 급하게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그 아이 기억 좀 읽어봐 줄 수 있을까?”

 

  -네. 좀 아슬아슬하긴 한데 될 것 같아요. 일단 시도 해 볼게요.

 

  “무리하진 말고. 깊은 곳 까지는 들여다보지 않아도 돼.”

 

  -아, 기본적인 기억들 만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 컨디션도 안 좋은데 미안하다. 우리 지금 바로 내려갈 테니까 지금 바로 좀 부탁할게.”

 

  -네, 언니.

 

  카사는 전화를 끊고 진천과 함께 아래로 향했다.

 

 

  ‘무슨 일이지?’

 

  차에 타고 있던 시안은 카사의 전화를 받고 일행이 멈춰 서서 자기들끼리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자 어리둥절했다.

 

  전화를 받고 있던 단발머리의 여성이 전화를 끊고는 앞에 오더니 자신을 쳐다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작은 소리라 잘 들리지 않자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우리말도 영어도 아닌 처음 듣는 언어였기에 시안은 당황했다. 하지만 자신이 알아듣든 말든 그녀는 중얼거림을 이어나갔다. 그렇다고 뭔가를 선뜻 물어볼 말한 상황도 아니었고.

 

  갑자기 잠이 몰려오자 시안이 당황했다. 하지만 감겨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했다.

 

  “시안씨, 카사의 요청으로 뭔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잠시 시안씨를 재워야 할 것 같아. 여기서 기억 소거를 진행할 건 아니고 간단한 확인만 진행 할 거니 걱정하지 말고 한 숨 푹 자.”

 

  하지만 시안은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미 잠들어 있었다. 단발머리 여성, 세주가 시안의 옆에 앉아서 그녀의 왼손을 잡은 채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세주가 다시 눈을 떴지만 시안은 여전히 그녀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세주가 난처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어째서 비형이 이 아이를 보호하고 있었던 거지?”

 

  “비형? 그 비형?”

 

  조수석에서 누가 묻자 세주가 고개를 끄덕이려다 흠칫 했다. 앞에서 들린 목소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잠시의 침묵이 이어지자 목소리의 주인이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조수석에선 처음 보는 금발머리의 청년이 자신을 쳐다보며 히죽 웃고 있었다. 게다가 느껴지는 기운도 익숙한 이의 것이 아니었다.

 

  “당신 누구야?”

 

  세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노려보며 묻자 남자가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답했다.

 

  “너희는 하는 말이 다 똑같아. 지금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가? 이럴 땐 어떻게 될지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

 

  그의 말에 세주가 차 밖으로 몸을 내밀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신을 잃은 채 맨바닥에 쓰러진 동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모습이 그녀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

 

  퍽.

 

  어느 새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고전적인 방식으로 그녀를 기절시킨 여성이 조수석에 앉아있는 이에게 물었다.

 

  “크리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쟤들 바닥에 차곡차곡 쌓아둬. 수호자 따위 다 처리해 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우리가 납치했다고 대놓고 알리는 꼴이라서 말이지. 게다가 비형까지 얽혀 있다니 이대로 정리만 하고 철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이 정도 기운을 흘리는 초월자를 두고 갈 순 없지. 얘네들한테 잡혀가는 거 보니 비형과 얽혀 있다 한들 그가 어떤 이 인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저들도 비형이 얽힌 걸 몰랐던 거 같고.”

 

  “하지만 추후에라도 비형이 알면 난리가 날 텐데요.”

 

  여성이 걱정스런 표정을 짓자 크리스가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넌 얘가 비형 아는 애란 걸 알고 있었어? 아니, 우린 몰랐어. 그러니 우린 잘못한 거 없어. 우린 그저 초월자가 수호에 납치당하는 걸 구해준 것 뿐 이라고. 생명의 은인! 나중에 비형이 뭐라 하면 얽혀있는 줄 몰랐다고 잡아떼면 돼. 정리해.”

 

  그의 말에 문 옆쪽을 지키고 있던 남성과 세주를 기절시킨 여성이 차 주변에 쓰러져 있는 이들을 가볍게 들어 올려 길 한쪽 구석에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했다. 지시받은 그대로 정성들여 차곡차곡 쌓아두는 덩치 큰 남성을 보며 크리스가 말했다.

 

  “진수. 대충 해, 대충. 이제 온단다.”

 

  상황이 금세 정리 되었다.

 

  “자, 끝났으면 온다던 애들 오기 전에 어서 뜨자.”

 

  그의 말에 수호자들의 처리를 끝낸 남성이 시안을 안아 들고는 다른 이들과 함께 어두운 골목 속으로 사라졌다.

 

 

  카사와 진천이 사라진 지 오래지 않아 그 곳에 또 다른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5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체격이 좋은 남성이었다. 급히 달려온 탓인지 깔끔해 보이는 옷차림과 달리 남자의 머리는 다소 엉망이 되어 있었다.

 

  가로등 주변을 서성이며 바닥에 난 흔적들을 둘러보던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이내 자신의 기운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안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역시 그 방향으로 향해 있었지만 그건 도중에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 곳에서 이면 세계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흔적이었다. 그나마 시안이 자의로 갔다는 걸 깨닫고 남자는 한숨을 돌렸다.

 

  처음 바닥에 난 흔적을 따라 그 방향으로 움직이던 그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염주알들이 보였다. 염주는 끊어진 채였고, 주변에 염주알들이 흩어져 있었다. 남자는 그것들을 빠르게 주워 모았다. 미세하게 새겨둔 주술의 흔적을 보니 자신이 만들어 시안에게 준 것이 확실했다. 자신의 기운 외에 미미하지만 또 다른 이의 기운도 느껴졌다.

 

  그는 염주알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수호자와 초월자 특유의 기운에 반응하도록 설정해 둔 수호부가 모두 파손되어 있어, 누가 시안을 데리고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수호부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기운도 너무 미미해서 누가 한 것인지 추측하기가 어려웠다.

 

  남자는 표정을 굳힌 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시안의 처우와 이 상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 다소 느긋하게 차 앞에 도착한 진천과 카사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시안이 사라졌다. 차도, 수호자들도 모두 남겨둔 채. 급히 쓰려져 있는 수호자들의 상태를 확인한 진천이 안도하며 말했다.

 

  “다행히도 모두 멀쩡합니다. 모두 기절시키고 시안만 데리고 간 것 같네요. 초월일까요?”

 

  “정황만 봐선 그런데 확신할 순 없어. 뭔가가 미심쩍단 말이지.”

 

  “설마, 시안 본인이 이런 것은 아니겠죠? 이들이 정신을 차리면 알 수 있을텐데.”

 

  “몰라. 일단은 깨워.”

 

  그 때 카사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폰 화면에 발신자의 이름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비형? 이 시간에 갑자기 어쩐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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