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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플갱어의 피 - 초월
작가 : 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8.2.7

[미스터리/판타지]운명을 믿지 않으려던 한 소녀가 현자의 돌을 마주하고 운명의 비밀이 얽힌 혼란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엿보게 된 이면세상의 진실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해답을 찾아 나간다.

 
2. 피처럼 붉은 알약 (2)
작성일 : 18-02-07 01:02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6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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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피처럼 붉은 알약 (2)

 

  일요일의 번화가라 그런지 약속 장소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시안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래서는 지현이 자신을 찾을 수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우려 섞인 눈길로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지현은 평소에도 약속시간 보다 항상 일찍 왔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평소와 달라진 건 늘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 입에 ‘미안해’를 달고 살았던 자신이었다. 오늘은 차마 평소처럼 할 수 없었다.

 

  지현이 자신에게 보내 준 붉은 알약. 대체 그게 뭔지, 어디서 난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 출처에 대해 듣고 싶었다.

 

  대략적인 분석을 마치자마자 지현이 적어둔 대로 톡을 보냈지만 지현은 비밀이니 안전이니 운운하며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했다. 문자로 알약을 거론하는 것조차 꺼릴정도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주말에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지현과 그 알약에 대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다시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한참 지난 것 같은데 겨우 1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알약을 분석한 이후부터 자그마치 3일이나 기다렸던 순간이라 초조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평소에 늘 일찍 오던 애가 오늘은 왜 이리 안와.’

 

  시안은 혹시라도 전화가 올까 싶어 휴대폰을 손에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지만 그저 보이는 건 사람으로 만들어진 벽뿐이다. 새삼 자신의 키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시 폰을 들어 시간을 보려는 데 누가 팔을 툭툭 쳤다.

 

  자신의 뒤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지현이 서 있었다. 지현은 눈짓으로 인사를 건네고는 고개를 숙인 채 시안의 소매 끝을 잡아 당겼고, 시안은 그녀에게 끌려가다시피 해서 인파를 헤쳐 나갔다. 지현은 그러면서도 주변을 살피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이 묘했지만 시안은 그저 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인파로 가득한 지역을 벗어나고 나서야 시안은 지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현은 혹시라도 누가 따라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시안은 차마 그런 그녀의 모습이 더 수상해 보인다고 말하지 못했다.

 

  지현이 시안을 데리고 간 곳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카페 안에 들어온 시안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저녁 식사 시간인데도 카페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이 음악소리와 뒤섞여 시장통이 연상될 정도로 시끄러웠다.

 

  둘은 주문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이 잘 보이는 구석으로 가서 앉았다. 그 동안에도 지현이 계속해서 주변을 힐끔거리며 누군가를 경계하자 시안의 마음도 덩달아 불편해졌다.

 

  “지현아, 대체 무슨 일이야?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거야?”

 

  “혹시 해서. 조금 있다 이야기 해 줄게. 그보다 분석은 해 봤어?”

 

  지현이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주변의 소음 때문에 지현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시안의 상체가 자연스레 지현 쪽으로 기울었다.

 

  “일단은. 하지만 샘플이 적어서 제대로 확인하진 못했어. 약의 안에 든 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어. 대체 그게 뭐야? 내가 알기로 그런 약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

 

  시안이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냈다.

 

  "아니, 그걸 약이라고 할 수 있을지 부터가 의문이야. 어떻게 구한 거야? 더 구할 수는 없고? 그거라도 알아야 무엇인지 좀 이해가 갈 것 같은데?”

 

  수시로 곁눈질로 주변을 살피는 지현 때문에 정신이 사나워지자 시안이 자연스레 목소리를 높였다. 그 약을 생각하며 흥분이 약간 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 시안에게 지현이 목소리를 조금만 더 낮추자고 말했다.

 

  “나도 그게 뭔지 몰라. 누가 그 약들을 들고 경찰에 쫓기다가 우연히 떨어뜨린 걸 입수했을 뿐이야. 당시 상황이 워낙 이상해서 너한테 부탁했고. 일단 무슨 약 인지부터 좀 알려줘.”

 

  “알았어. 그 알약, 일단 무슨 성분인지는 몰라. 화학적 약물이 아니라 분석이 힘든 것도 있었고, 샘플도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어."

 

  지현이 상심한 표정으 짓자 시안이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대략적 효과는 확인했어. 사람의 피부와 접촉하니 피처럼 변하던데? 아니, 피로 변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내 피로 비교 분석해 보니 거의 일치하더라. 다른 동물에까지 적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자체만으로......”

 

  “시안아, 흥분하지 말고 조금만 더 작게, 천천히 말해줘. 난 그쪽은 잘 모른단 말이야.”

 

  다시 알약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자연스레 흥분해버린 시안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미안. 그래도 이해해줘. 그 알약, 지금의 기술 수준을 완전히 뛰어넘었어. 사실 그 효과만 해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제형 역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 적용되어 있었어. 어떻게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주사바늘로 찌르자마자 바로 액화되더라. 연질캡슐 같은 느낌을 주던 외피까지 모조리 다, 순식간에!”

 

  하지만 지현은 눈만 멀뚱거리며 시안을 쳐다보고 있다. 시안이 답답한 듯 말을 이어 나가려던 찰나.

 

  드르륵 드르륵.

 

  상 위에 놓아둔 진동 벨이 요란스레 울리기 시작했다. 시안이 먼저 진동벨을 들고 일어서다가 지현에게 허리를 숙여 말을 이었다.

 

  “솔직히 처음 전화 받았을 때 이건 또 뭔 장난이냐 싶었는데 분석해 보니 알겠더라. 그건 개인이 갑자기 만들 수 있는 게 아냐. 성분이나 제형 둘 중 하나만 해도 세계 의약계가 뒤집어질 것을, 한 알에 모아둔 제품이라고.”

 

  지현이 할 말을 마치고 커피를 가지러 가는 시안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그녀가 한 이야기를 곱씹어 본다. 새삼 자신이 휘말린 게 생각보다 더 큰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시안도 그 일에 한 발을 들인 것 같아 찝찝하다. 시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과연 옳을지 걱정이 앞섰다.

 

  시안이 자리에 돌아오자 지현이 한 번 더 주변을 훑어보았다. 딱히 눈에 띄는 이들도, 자신이나 시안을 주시하는 이도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지현이 네 차례. 그거, 어디서 구한 거야? 그리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경계하는 거야?”

 

  지현이 고민에 잠긴 채 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자 시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 해줄 것을 종용했다.

 

  “이제 와서 내 걱정을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어차피 이미 나도 엮여버렸다고. 설령 뭔 일을 당하더라도 속 시원히 알고 나서 당하는 게 낫지 않겠어?”

 

  “알았어. 내가 겪은 일, 이야기 해 줄게. 대신 조심해야 해.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도 말고.”

 

  시안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지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지현은 3일 전, 지현이 시안에게 알약의 분석을 부탁하던 날 겪었던 일에 대해 시안에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시안은 왜 그렇게 지현이 주변을 경계하는지 알 수 있었다.

 

 

  --------

 

  지현은 아침부터 기분도 쳐지고 머리도 지끈거려 머리를 괴고 서류를 읽고 있었다. 출근길에 넘어지면서 근육들이 놀라기라도 했는지 몸 곳곳이 아파와 짜증이 났다.

 

  드르륵.

 

  데스크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짧게 우리자 지현이 폰을 들어 확인했다.

 

  - 시안 : 이번 일요일 저녁에 괜찮아. 그 때 보자.

 

  시안의 톡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 창을 보며 지현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가 이상했다. 시안의 메시지 때문이 아니라 그 전에 자신이 보낸 메시지 때문이었다.

 

  - 시안아, 주말에 약속 없지? 저녁이나 같이 먹자.

 

  '어라? 내가 이걸 보낸 적이 있던가?'

 

  보낸 시각으로 보면 오늘 아침 출근할 때였던 것 같은데 자신은 그 문자를 보낸 기억이 전혀 없었다.

 

  - 일요일 저녁 괜찮아?

 

  심지어 두 줄이다. 분명 자신의 폰에서 보낸 것도 맞는데 왜 기억이 없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떻게 출근했는지조차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늘 오던 길로 움직였고 발을 헛디뎌 넘어졌었다는 사실은 기억이 나는데, 거기까지 어떻게 온 것인지에 대한 기억이 아리송하다.

 

  조금 더 깊이 떠올려 보려 하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분이 영 이상했다. 이대로는 답답해서 업무가 손에 안 잡힐 것 같았다.

 

  지현은 바람이라도 좀 쐬면 나아지려나 싶어 주변 분위기를 살피고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으로 향했다.

 

  청의 옥상은 주변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오는 시원함이 있었다. 지현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혼자 깊이 생각할 일이 있을 때 몇 번 올라왔었다.

 

  특히, 옥상의 배기관 시설들 뒤쪽은 적당히 햇볕도 가려지면서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느낌을 주는 지라 조용하게 무언가를 생각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휴식 시간 같이 사람들이 많을 때는 애연가들로 인해 너구리 소굴이 되어서 올 수가 없지만, 지금 같은 어정쩡한 시간에는 사람이 잘 없었다.

 

  지현은 두꺼운 철제 난간에 기대어 폰을 보며 아침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를 써 보았지만 여전히 안개가 낀 듯 흐릿했다.

 

  분명히 집을 나온 기억도, 넘어져서 투덜댄 기억도, 그리고 이후 청에 들어오기까지의 기억도 다 있는데, 그 중간의 기억 일부가 통째로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안에게 전화라도 해 봐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그때 저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끽연을 위해 오는 지역이라 괜히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던 지현은 그늘 속으로 완전히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바람이 약간의 연기와 함께 그들의 목소리를 지현에게 실어 날랐다. 심하진 않았지만 담배연기가 옷에 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지현은 그들의 등장으로 아침에 겪었을 일을 떠올리는 걸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에 나갔다 온 건 어떻게 되었어? 잘 처리했냐?”

 

  “연쇄실종 곽진관 건 말이지? 사람은 처리했는데 물건은 못 찾았다. 가지고 있지도 않고, 집에도 없더라. 복용을 한 것 같은데, 다 사용했다고 보기도 애매하고. 어쨌든 대차게 까였다. 뒤로 챙긴 게 아니냐는 말까지 하더군.”

 

  “그래서 아까 팀장실이 그렇게 시끄러웠구만? 크크큭”

 

  “후. 웃지 말지? 그래도 예의 그 택배박스 덕분에 살았다. 그거 없었으면 연쇄 실종 때와 같은 방식이란 걸 증명도 못할 뻔 했지.”

 

  목소리로 판단하건대 두 남자가 대화중인 것 같았다. 목소리를 듣고 딱 떠오르는 인물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같이 일하는 이는 아니었지만 그 중 한 목소리가 묘하게 익숙했다.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인데, 누구지?’

 

  하지만 지현은 이내 떠올리기를 포기했다. 다른 건 잘 기억하는 데 사람 목소리를 기억하는 게 좀 약한 편인데다, 그들이 이야기를 시작한 직후부터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옥죄는 듯한 감각이 느껴져 자꾸 신경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마터먼 시말서 쓸 뻔 했네?”

 

  “그래. 곽진관이 그걸 안 버리고 둔 게 다행이었지. 어디론가 연락을 주고받은 이후 비틀려버린 것 같은데, 정확한 건 파악이 되질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해방이 희석된 현자의 돌만 보낸 걸로 파악하고 있다.”

 

  “빌어먹을 해방 녀석들! 전화는 해 봤고?”

 

  “해 봤지. 전날 저녁까지도 통화한 기록이 남아있는데도 우리가 거니 역시 없는 번호라더라. 쯧.”

 

  “우리가 잡은 걸 어떻게 아는 건지 참, 정말 내부에 누가 있나?”

 

  “정황상 의심은 가는데, 그럴 이가 없지 않나?”

 

  “그렇지. 늘 수습 밖에 안 되니 상부도 답답하겠구만.”

 

 

  두 사람의 목소리 톤 때문인지 굳이 들으려 애쓰지 않아도 지현은 그들의 대화를 다 들을 수 있었다.

 

  해방이니 현자의 돌이니 하는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들뿐 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지현은 그들의 이야기가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에 연쇄실종이 일어났었단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문득 자신이 그들의 말을 엿듣는 것 같은 생각이 들자 지현은 의도적으로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리기 위해 폰을 들어 올렸다.

 

  “아, 그리고 아침에 담지현 양을 만났다. 곽진관을 잡는 데 그녀 덕을 좀 봤지.”

 

  하지만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지현은 다시 폰을 내리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담지현? 청의 새로운 3대 여신?”

 

  “그래. 예쁘긴 예쁘더군.”

 

  “킥. 인간 치고 예쁜 거지. 우리 천사님들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지 않아?”

 

  '부끄러운 수준이라.'

 

  청뿐만 아니라 나름 다른 곳에 가서도 그다지 꿀리지 않는 미모라 자부하고 있던 지현은 그 말에 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에게 호감을 표한 이들만 해도 두자리 수는 넘었건만.

 

  그런 지현의 심정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분들이 특별한 것이고, 지현양도 그만하면 충분히 예쁜 거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목격자로 처리하지 그랬어? 호문으로 대체하면 되잖아?”

 

  “그런 부정한 생각을 하다니, 설마 너?”

 

  “야.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정색할 것 까지는 없잖아.”

 

  “그건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다. 너도 알지 않나.”

 

  “알아. 생각만 해 봤어.”

 

  “생각도 하지 마라. 그리고 꽃은 꽃으로 가만히 두고 볼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고 하지 않나.”

 

  “알았다. 네 취향은 존중해 주마. 그래서 기억은?”

 

  “암시를 걸었다. 공포를 심어 제대로 걸었으니 아마 쉬이 풀리진 않을 거다. 아쉽지만 일은 일이니까. 양지에서 근무했다면 그 핑계로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하면 좋으련만.”

 

 

  그의 장담이 무색하게 암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직후 그 것이 열쇠가 되어 기억의 봉인을 열어 젖혔다.

 

  지현의 눈동자가 크게 확대되었다. 강렬한 통증이 머리를 헤집자 자연스레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신음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기억을 지울 정도의 암시를 거는 이들이라면 이 곳 옥상에서 뛰어 내리게 하는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닐 테니까.

 

  그녀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구석에서 입을 막고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떠는 것,

 

  그리고 저들이 자신을 발견하지 않고 돌아 나가기를 빌고 또 비는 것뿐 이었다.

 

 

  기억이 돌아온 지현은 그의 목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아까 자신이 한기를 느낀 이유도, 그리고 방금 전 그가 한 이야기가 무얼 의미하는지도 완전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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