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야아아악!!”
엘리아의 손에 들린 것은 나뭇가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길쭉한 뼈였다.
“히에에에아악!”
엘리아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뼈를 나에게 던졌다.
“우, 우와앗! 왜 나한테 던지는 건데!!”
나는 이를 피하기 위하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저 뼈일 뿐이었다. 하지만 절대로 만지고 싶지는 않았다. 더러워서의 의미가 아니다. 그냥, 무섭다.
-툭
“으에?!”
“앗! 라이넬! 조심해요!”
뒷걸음질 때문이었다. 나는 뒤로 걸으며 도망치던 도중 바닥에 박혀있는 돌같은 것에 발이 걸렸고, 뒤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어흑! 엉덩이...”
나는 넘어진 후 다리 사이에 있는 뭔가 동그란 물체를 확인하기 위하여 고개를 내리려 했다. 그러자, 리아가 나를 다급히 불렀다,
“라, 라이넬! 잠깐!”
“왜...? 아으 허리도 아프네. 그런데 이건 뭐...”
“고, 고개를 절대로 내리지 마라!”
“에...?”
리아의 말과 함께, 엘리아와 미르가 서로를 껴안은 채 내 쪽을 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마치 무서운 것을 보고 있는 것 마냥.
“천천히 일어나라! 절대로 고개를 밑으로 내려선 안 돼! 절대로! 밑을 내려봐선! 안 돼!”
“그, 그러니까! 어째서 밑을 보면 안 되는걸 강조 하냐고! 그러면 더 보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이잖아?!”
내 아우성에, 리아가 대답했다.
“그, 그냥 고개를 내리지 말고 일어나는 것뿐이다! 그냥 일어서!”
“으으...”
도대체 뭐기에 이리도 호들갑인지 모르겠다. 내가 걸려 넘어진 것이 돌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하여튼, 나는 밑을 보고 싶은 강력한 욕구를 간신히 뿌리쳐내며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으으으... 저건 도대체 왜 저기에 박혀있는 거 에요...”
“소, 소름끼치잖아... 여기가 무슨 공동묘지야...?”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벌벌 떨며 말하는 엘리아와 미르를 보며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해골의 머리가 박혀 있었다.
“라이넬!!”
“우우, 우와아하앗!!”
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라이넬! 조심해요! 뒤에 나무가 있어요!”
나는 미르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 치다가 결국 나무에 부딪쳤다.
-쿵
“으헉...!”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옆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무언가가 떨어져 내 어깨 옆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고, 경악했다.
“해, 해골...”
그렇다. 해골 이었다. 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은, 해골.
나는 너무나도 깜짝 놀란 나머지, 비명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스릉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옆으로 검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히이익!”
리아의 검이 내 바로 옆으로 지나가며 매달려 있는 해골을 시원하게 베어버렸고, 그 덕분에 내 온몸에는 소름이 잔뜩 돋았다.
“노, 놀랐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미 죽은 사람에게 검을 들이미는 게 어딨어?!”
내 말에, 엘리아가 소리쳤다.
“그그, 그래도! 해골이 움직였는걸?!”
“진짜에요!”
말도 안 돼.
“거, 거짓말!”
내 말에, 미르가 대답했다.
“그치만 그게 아니라면, 리아가 굳이 라이넬이 바로 옆에 있는데 직접 검으로 베어버릴 이유가 없잖아요?!”
“으, 으아아아...”
나는 미르의 말에 한층 더 몸에 소름이 돋으며, 그 자리에서 엎드려 애들에게로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여기... 정말 싫어... 탈출구나 빨리 찾자...”
내가 일어서려 하자, 리아가 손을 내밀었다.
“자. 잡아라.”
“아, 고마워.”
우리들은 한바탕 난리를 친 후,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모험자들 파티도 우리와 비슷했을까.
리아는 몸에 힘이 바짝 들은 상태로 사방을 경계하는 듯 했다. 나 역시 미어켓 마냥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사방을 경계하며 걸어갔다. 그리고 엘리아와 미르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나와 리아의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왔다.
“하아... 여러모로 지치네...”
내 말에, 리아가 대답했다.
“그래도 출구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힘내자!”
그렇게 출구를 찾아 걷기를 약 십여 분. 갑자기 엘리아가 혼자서 돌발행동을 했다.
“아아, 엘리아! 어디 가요!!”
“저 바보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항상 엘리아의 돌발 행동은 좋은 결과를 낸 적이 없었기에, 나는 곧 바로 엘리아를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기 시작했다.
“우와~ 얘들아! 이거 봐 봐! 여기에 이상한 레버들이 잔~뜩 있어!”
“뭣...”
나는 엘리아의 말을 듣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분명 공포심으로 가득했던 엘리아가, 저렇게 호기심 가득 찬 말투로 말을 하다니. 공포심보단 호기심이 더 큰 것인가.
“도, 돌아와 엘리아!”
나는 엘리아를 쫓아가는 것을 그만두고는 엘리아에게 소리쳤다.
“하, 하지만... 이 레버들...”
그러나 엘리아는 조각된 듯한 바위에 장치되어 있는 레버들 앞에서 머뭇거렸다.
“그냥 돌아 오라니까?”
“왜... 이 레버들, 내려 보고 싶은데...”
역시나.
“제, 제정신이냐고! 네 녀석은!”
“엘리아! 그만 두는 편이 좋다!”
“라이넬! 얼른 엘리아를 말려 봐요!”
상황이 점점 좋지 않은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 같다.
“엘리아! 소중한 우리들을 생각해요!”
나는 미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무슨 인질극이야?!”
하지만 우선시해야 할 것은 엘리아를 멈추고 이리로 오게 하는 것이므로, 일단은 상황의 흐름을 타기로 했다.
“엘리아! 그런 레버가 뭐가 중요해!”
“그, 그래도! 궁금... 하잖아...”
“그런 함정은 뻔하잖아? 항상 조심해야 되는 거 너도 알거 아니야! 이리 와 얼른!”
“맞아요 엘리아!”
우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엘리아는 도통 레버 앞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잘 생각 해 봐! 항상 그렇게 했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너 자신이 더 잘 알거 아냐!”
“하지만... 그게... 그렇긴 한데...”
엘리아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저 계속해서 레버를 잡을 것처럼 머뭇거릴 뿐이었다.
“음... 생각 좀 해 볼게.”
“아아!”
나는 엘리아의 다음 행동에 탄식을 냈다.
도대체 왜 레버에 손을 올리는 거냐고!
“엘리아! 그러지 마요!”
“위험하다! 당장 손 때!”
미르와 리아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엘리아를 향해 소리쳤다.
“이, 이거 무지 위험한 거 아니에요?!”
미르가 안절부절 못해함과 동시에, 엘리아가 한술 더 떠 이제는 아예 레버에 몸을 기대버렸다.
“아아! 엘리아! 그만 둬!”
“야이 바보야! 당장 그만하고 돌아오지 못해?!”
나와 리아는 필사적으로 엘리아를 말렸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라고는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함정이라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아?!
“기다려 봐! 생각 좀 하겠다구!”
“아으! 안 되겠어!”
나는 결국 보다못해 엘리아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 순간, 엘리아가 기대고 있던 레버가 결국 내려가면서 엘리아가 넘어졌다.
-덜컹
“아읏!”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밑에서 그물이 올라와 엘리아를 낚아 올렸다.
“꺄아악! 뭐, 뭔데에!”
“야이 바보야!”
엘리아는 그물 함정에 걸린 것이다. 족히 3미터는 되어 보이는 높이에, 엘리아는 그물에 갇혀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엘리아! 괜찮아?!”
“괘, 괜찮아...”
“라이넬! 피해요!”
엘리아를 꺼내주기 위해 검을 뽑던 도중, 미르가 어느 곳을 가리키며 나에게 소리쳤다.
“라이넬! 피해야 한다!”
내 앞과 양쪽에는 레버의 영향으로 비밀 통로가 생겼다. 밑으로 내려가는 듯한 계단이 어둠속을 향해 뻗어 나있었다.
“뭐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잖아! 나부터 구해 달라구!”
나는 조심스럽게 비밀 통로중 하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뭔가 해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우워어어...)”
‘희미한데... 위, 위험!’
나는 직감적으로 위험함을 판단하고는, 리아와 미르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으아악! 라이넬! 날 버리고 가면 어떡해!!”
내가 도망침과 동시에, 비밀통로에서는 엄청난 수의 언데드 좀비들이 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우오호홋!!”
나는 수많은 좀비들이 쫓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죽기살기로 도망쳤다.
“으학! 허억... 허억... 그런데 너흰 왜 가만히... 에에엑!!”
하지만 수많은 언데드 좀비들이 출몰함에도 불구하고 리아와 미르가 엘리아 쪽을 보며 가만히 있기에, 나 또한 시선을 그곳으로 돌렸다.
“끼야아아악! 살려 줘어! 라이넬! 미르! 아그네스으!!”
왜 그런가 하여 뒤를 돌아보니, 좀비들이 우리를 쫓아오기는커녕 전부 그물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엘리아의 주위에 몰려있었다.
“풉...”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
“라이넬! 어서 엘리아를 구해야 한다!”
“미, 미안... 나도 모르게 무심코...”
나는 안도감과 함께 어이없음으로 인하여 살짝 웃었다.
바보 마법사.
“으햐아악! 얘들아아! 살려줘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