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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로버트 왕자와의 혼담
작성일 : 18-02-04 10:00     조회 : 61     추천 : 1     분량 : 6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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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때까지 자신을 찾아 헤매었을 리처드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 공주는 지금 당장 면사포를 벗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찌하면 좋을까 궁리하던 공주가 연못 반대편 숲속을 가리켰다.

 

  "실은 공주님께서는 저쪽 숲속에 계세요. 제가 공주님께서 계신 곳으로 인도할게요."

 

  리처드가 반신반의하며 중얼거리더니 물었다.

 

  "이미 내가 연못 근처 숲속을 샅샅이 찾아봤지만, 공주님은 커녕 공주님의 시녀들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공주님께서 저쪽 숲속에 계신 것이 확실합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의 물음엔 대답하지 않은 채 앞장서 걸어가며 손짓했다.

 

  "따라와 보세요."

 

  이미 그녀를 호위해 주기로 한 리처드로서는 이래저래 그녀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앞장서 걷던 에반젤린 공주는 연못 반대편 숲속에 이르자 손을 들어 리처드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혼자 숲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숲속에 들어가자마자 재빨리 면사포를 벗은 에반젤린 공주는 면사포를 품속에 집어넣은 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제야 내 자신으로 돌아온 느낌이야."

 

  에반젤린 공주는 올려 묶었던 긴 황금빛 머리카락을 풀어 허리까지 내려오게 한 후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며 리처드를 불렀다.

 

  "리처드 경! 때마침 잘 와주었군요. 지금 제가 시녀복을 입고 있어 옷을 바꿔입어야 하니 시녀들을 불러주세요."

 

  행방불명되었던 에반젤린 공주를 눈으로 확인하자 리처드는 용서를 구하듯 무릎을 꿇었다.

 

  "정말 공주님께서 여기에 계셨군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궁전에 늦게 출근해 공주님을 잘 모시지 못한 죄를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에반젤린 공주는 손을 뻗어 리처드를 일으켜 세웠다.

 

  "용서라뇨, 리처드 경에게 감사할 따름이예요. 오늘 제 친구를 호위해 주느라 궁전에 늦게 출근한 사실을 알고 있어요. 정말 고마워요."

 

  에반젤린 공주가 손을 뻗어 리처드를 일으켜 세운 것은 감사의 표시였다.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가 더없이 못생긴 친구를 이토록 아낀다는 사실을 깨닫자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께서는 외모에 상관없이 친구를 아끼시는군요. 친구를 아끼시는 공주님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격할 따름입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제 친구는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마음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랍니다. 제 분신과도 같으니 앞으로도 제 친구를 호위해 줄 것을 부탁해요."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더없이 못생기게 변장했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 주기를 바랐다.

 

  리처드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의 명예와 목숨을 걸고 공주님의 친구 분을 호위하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야기하는데 정신이 팔려 아직도 리처드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어머나! 내가 아직도 리처드 경 손을 잡고 있잖아!'

 

  이제서야 깨달은 에반젤린 공주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리처드의 손을 놓았다.

 

  수줍음으로 얼굴이 불그스레하게 물든 공주는 리처드를 마주보기가 쑥스러워 살며시 고개를 돌린 채 손짓했다.

 

  "시녀들을 불러주세요."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의 손을 놓은 후에도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지금 당장 시녀들을 데려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리처드가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나! 누군가 나무 뒤에 숨어 있잖아!'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여인의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하루 중 그림자가 가장 긴 해질 무렵이라 나무 뒤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눈에 뜨였다.

 

  '보나마나 레이디 제인이 우리를 엿보고 있는 것이겠지!'

 

  에반젤린 공주는 나직한 목소리로 궁전으로 향하던 리처드를 부르며 나무 뒤에 숨은 그림자를 가리켰다.

 

  "리처드 경! 누군가 우리를 엿보고 있어요!"

 

  궁전을 향해 걸어가다 멈춘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가 눈짓으로 가리킨 쪽을 쳐다보자 되돌아와 속삭였다.

 

  "정말 그렇군요. 레이디 제인이 엿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에반젤린 공주도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

 

  "당연히 레이디 제인이겠지요."

 

  "어떻게 할까요?"

 

  순간 뇌리에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에반젤린 공주는 눈을 찡긋하더니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다시는 엿보지 못하도록 혼내주라는 뜻이었다.

 

  공주의 뜻을 알아차린 리처드는 레이디 제인이 숨어 있는 나무 쪽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어떻게 혼내주는 것이 좋을까?'

 

  순간 좋은 방법이 떠오른 리처드는 성큼성큼 걸어가 레이디 제인이 숨어 있는 나무에 이르자 허리에 찬 검을 뽑으며 호통쳤다.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자가 누구냐? 어서 나오지 못하겠느냐?"

 

  리처드가 검을 뽑으며 호통치자 레이디 제인은 깜짝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이쿠, 리처드 경! 검을 치우세요! 저예요, 저 레이디 제인이예요!"

 

  엉덩방아를 찧으며 신음 소리를 낸 레이디 제인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리처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검을 검집에 도로 집어넣었다.

 

  "나무 뒤에 숨어 대체 무엇하고 있었소?"

 

  레이디 제인은 아픈 엉덩이를 매만지면서 일어나며 말했다.

 

  "전 공주님을 찾고 있었을 뿐이예요."

 

  "거짓말하지 마시오! 엿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오?"

 

  리처드가 다그쳤지만, 레이디 제인은 시치미를 뗐다.

 

  "공주님을 찾고 있었을 뿐이라니까요!"

 

  레이디 제인이 우겨대자 리처드는 어쩔 수 없었다.

 

  "공주님은 내가 이미 찾았으니, 이만 가보시오."

 

  레이디 제인은 자신을 엉덩방아 찧게 만든 리처드가 괘씸해 이를 갈며 말했다.

 

  "리처드 경, 어디 두고 봐요! 틀림없이 오늘 일을 후회할 거예요!"

 

  리처드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어디 두고 봅시다."

 

  "흥!"

 

  콧방귀를 뀐 레이디 제인은 분노에 찬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자리를 떠났다.

 

  레이디 제인이 마이클 왕의 처소 쪽으로 걸어가자 에반젤린 공주가 재촉했다.

 

  "레이디 제인이 아버님께 고자질하려는 모양이니, 에리카를 최대한 빨리 데려오세요."

 

  "알겠습니다."

 

  리처드가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에리카가 보따리 하나를 들고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에리카 뒤엔 리처드 이외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 에리카 혼자 나온 모양이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있는 곳까지 뛰어온 에리카는 보따리를 풀어 옷을 꺼냈다.

 

  "공주님, 레이디 제인이 폐하의 처소 쪽으로 갔으니, 어서 옷을 바꾸어 입으소서."

 

  에반젤린 공주는 옷을 바꿔 입기 전에 리처드가 고개를 돌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힐끗 쳐다보았다.

 

  리처드는 이쪽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고개를 돌린 채 서 있었다.

 

  '역시 리처드는 센스가 있군!'

 

  에반젤린 공주는 이러한 리처드를 보자 마음놓고 시녀복을 벗고 공주의 옷으로 바꿔 입었다.

 

  공주의 옷으로 바꿔 입자마자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를 향해 외치며 궁전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리처드 경, 어서 따라오세요!"

 

  에반젤린 공주와 에리카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던 리처드는 공주가 따라오라 손짓하자 뒤쫓아 뛰어가며 말했다.

 

  "지금의 사태는 공주님의 호위기사인 제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해 생긴 일이니, 모든 것은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가 마이클 왕에게 야단을 맞을까봐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려했다.

 

  에반젤린 공주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리처드 경은 아무 잘못이 없으니 공연히 나서지 마세요. 이건 명이예요."

 

  리처드는 명이란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공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입술을 깨문 채 뛰어가며 다짐했다.

 

  '레이디 제인이 나와 리처드를 모함하기 위해 아버님께 간 모양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리처드 경을 보호하겠어!'

 

  에반젤린 공주가 에리카, 리처드와 함께 궁전 앞으로 달려왔을 무렵, 레이디 제인, 토마스, 시종들과 함께 서 있는 마이클 왕이 보였다.

 

  '벌써 레이디 제인이 아버님을 모셔왔구나!'

 

  순간 당황하던 에반젤린 공주는 이내 침착하게 품위있는 자세로 치마 끝을 들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버님께 근심을 끼쳐 참으로 죄송합니다. 백성들의 생활상을 견학하기 위해 잠행을 다녀온 것이니 아무쪼록 용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이클 왕은 리처드를 가리키더니 노여운 목소리로 물었다.

 

  "리처드 경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잠행을 다녀온 것이냐?"

 

  리처드는 마이클 왕이 노여워하는 모습을 보자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기 위해 무릎 꿇고 말했다.

 

  "폐하, 모든 것이 공주님을 잘 모시지 못한 저의 불찰이니,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에반젤린 공주는 손을 내저었다.

 

  "아버님, 리처드 경이 출근하기 전에 제가 몰래 궁전을 나간 것이니, 리처드 경의 잘못이 아니예요! 잘못이 있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리처드는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공주님께선 아무 잘못이 없으시니,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는 레이디 제인은 속으로 냉소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흥, 리처드 경, 내가 틀림없이 오늘 일을 후회할 거라 말했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더니 꼴 좋게 되었구려!'

 

  바로 이때 마이클 왕이 일어나라 손짓했다.

 

  "리처드 경, 그만 일어나게. 공주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이번 일은 문제삼지 않겠네."

 

  리처드가 기사직에서 직위해제될 줄 알았던 레이디 제인으로서는 실로 뜻밖이었다.

 

  레이디 제인은 토마스만 보이게 눈짓을 보냈다.

 

  리처드가 토마스의 명에 불복종한 사실을 말하라는 뜻이었다.

 

  레이디 제인의 눈짓을 보자 토마스가 말했다.

 

  "폐하, 리처드 경은 오늘 두 시간이나 늦게 출근했을 뿐만 아니라 공주님께서 행방불명되신 사실을 알고도 궁전으로 돌아가 공주님을 찾으라는 저의 명에 불복종했으니, 기사직에서 직위해제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토마스의 말이 끝나자 마이클 왕은 리처드를 질책하듯 바라보며 물었다.

 

  "리처드 경, 공주가 행방불명되었을 때 자네는 대체 어디에 있었는가?"

 

  리처드가 대답하기가 곤란할 것이라는 생각에 에반젤린 공주가 나섰다.

 

  "제가 행방불명되었을 때 리처드 경은 건달에게 희롱당하던 제 친구를 호위하고 있었습니다. 이같은 사정이 있었으니, 부디 헤아려 주십시오."

 

  에반젤린 공주가 대신 해명하자 마이클 왕은 리처드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사실인가?"

 

  리처드가 직접 해명했다면 에반젤린 공주처럼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사실입니다."

 

  마이클 왕은 이번에는 에반젤린 공주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너는 그 사실을 어찌 아느냐?"

 

  "제 친구로부터 들었습니다. 길을 지나다 건달에게 희롱당한 제 친구는 리처드 경에게 제 친구임을 밝인 후 호위를 요청했었고, 리처드 경이 받아들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랬군."

 

  마이클 왕은 시선을 돌려 토마스를 질책하듯 바라보았다.

 

  "토마스 경, 자네말만 듣고 하마터면 잘못이 없는 리처드 경을 직위해제할 뻔하지 않았는가?"

 

  마이클 왕의 책망을 받자 토마스는 변명할 수 밖에 없었다.

 

  "저는 공주님의 호위기사인 리처드 경이 궁전에 출근하지 않고 궁전 밖에서 공주님의 친구 분을 호위한 것 자체가 큰 잘못이라 생각해 폐하께 리처드 경을 직위해제할 것을 청했던 것인데, 폐하께서 리처드경의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저 또한 폐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생각했다.

 

  '흥, 토마스 경이 리처드 경을 직위해제할 것을 청한 건 레이디 제인의 요구일걸?'

 

  토마스의 말이 끝나자 마이클 왕이 이쯤에서 이번 일을 마무리 짓자는 뜻으로 손을 들며 말했다.

 

  "공주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네. 나는 공주에게 중요한 할 말이 있으니, 모두 그만 가보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레이디 제인은 물러갈 수 밖에 없었다.

 

  "폐하,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레이디 제인은 물러가면서 생각했다.

 

  '어차피 공주님께서 스코틀랜드로 시집가면 리처드 경과는 헤어질 수 밖에 없을 테니, 결국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것이다.'

 

  질투심에 눈이 먼 레이디 제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에반젤린 공주와 리처드를 떼어놓고 싶었다.

 

  에반젤린 공주와 함께 그녀의 처소로 들어간 마이클 왕이 꺼낸 말은 전혀 예상 밖의 말이었다.

 

  "에반젤린, 너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었으니,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왕자에게 시집갈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이제 막 리처드의 진심을 알아냈는데, 로버트 왕자와의 혼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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