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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면사포를 쓰고 궁전에 잠입하다
작성일 : 18-02-02 23:00     조회 : 64     추천 : 1     분량 : 7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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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가 궁문을 향해 말을 달리자 에반젤린 공주는 궁전 앞에 있는 숲속을 향해 말을 달리며 생각했다.

 

  '숲속에서 가면을 벗은 후 면사포를 쓰고 몰래 궁전에 들어가야겠어.'

 

  바로 이때 어디선가 한 무리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멈추시오!"

 

  토마스의 목소리였다.

 

  에반젤린 공주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아니! 레이디 제인이 토마스 경의 휘하 기사들과 함께 있잖아!'

 

  레이디 제인이 토마스의 휘하 기사들과 섞여 말을 달려 쫓아오고 있었다.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어찌 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보나마나 토마스 경이 레이디 제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거겠지! 멍청한 토마스 경이 자신이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있다니!'

 

  에반젤린 공주가 말고삐를 당겨 더욱 빨리 달리자 토마스가 다시 외쳤다.

 

  "이보시오! 멈추란 말 못 들었소?"

 

  에반젤린 공주는 못들은 척하고 그대로 숲속을 향해 말을 달렸다.

 

  토마스는 두 번이나 외쳐도 그녀가 말을 멈추지 않자 휘하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공주님의 친구를 사칭하고 내 말을 훔친 저 여인을 체포하라!"

 

  토마스가 외친 말에 화가 치민 공주는 전속력으로 말을 달리며 화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멍청한 토마스 경이 날 말도둑으로 몰다니!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시지!"

 

  어려서부터 승마를 배운 에반젤린 공주는 승마의 달인이었다.

 

  공주가 전속력으로 말을 달리자 토마스의 무리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기사들과 섞여 말을 달리고 있던 레이디 제인이 토마스를 향해 외쳤다.

 

  "토마스 경! 나는 공주님을 찾으러 궁전으로 돌아갈 테니, 그대는 내가 말한 대로 이행하도록 하시오!"

 

  "알겠소!"

 

  토마스의 추격을 따돌리고 숲속에 들어선 에반젤린 공주는 말에서 뛰어내린 후 밀가루 가면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밀가루 가면을 벗겨내자 흰눈처럼 하얀 공주의 얼굴이 드러났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얼굴로 변장했던 에반젤린 공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신의 얼굴을 되찾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두건을 벗은 후 품속에서 면사포를 꺼냈다.

 

  눈 부분만 투명해 머리부터 얼굴까지 가릴 수 있는 면사포였다.

 

  면사포를 쓴 에반젤린 공주는 토마스가 자신을 말도둑으로 몬 것이 불쾌해 중얼거렸다.

 

  "날 말도둑으로 몬 멍청한 토마스 경의 말은 타지 않겠어!"

 

  에반젤린 공주는 말을 숲속에 내팽개친 채 궁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궁문 앞에 이르러 말에서 뛰어내린 레이디 제인은 궁문 앞에 서 있는 문지기에게 물었다.

 

  "공주님의 호위기사인 리처드 경이 출근했나요?"

 

  문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에 출근했습니다."

 

  레이디 제인은 궁전 안으로 들어서자 뇌리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공주님처럼 머리를 올려 묶고 뒷모습만 보이면, 리처드 경이 나를 에반젤린 공주로 착각하겠지. 호호호......'

 

  레이디 제인은 긴 황금빛 금발을 에반젤린 공주와 똑같이 올려 묶었다.

 

  '지금쯤 리처드 경은 공주님을 찾고 있을 텐데,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리처드를 찾아 나선 레이디 제인은 궁전 곳곳을 헤맨 끝에 연못 주변 숲속에서 목청껏 외쳐대고 있는 리처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공주님! 궁전에 있는 사람들 모두 공주님을 찾고 있으니, 계시면 응답해 주십시오!"

 

  레이디 제인은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리처드가 다가오자 긴 황금빛 금발을 올려 묶은 뒷모습을 드러냈다.

 

  레이디 제인의 뒷모습을 보자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인 줄 알고 기뻐 외쳤다.

 

  "공주님! 레이디의 말씀대로 여기에 계셨군요!"

 

  레이디 제인이 에반젤린 공주인 줄 안 리처드는 공주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오늘 제가 늦게 출근해 이제서야 온 것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때서야 레이디 제인이 몸을 돌려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물었다.

 

  "리처드 경! 공주님이 행방불명되었는데, 그대는 지금까지 어디에 있다가 궁전에 출근한 것이지요?"

 

  에반젤린 공주의 뒷모습인 줄 알고 무릎 꿇었던 리처드는 레이디 제인의 얼굴을 보자 깜짝 놀라 일어나며 되물었다.

 

  "레이디 제인, 당신은 어째서 공주님과 똑같이 머리를 묶으셨소?"

 

  레이디 제인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호호호...... 공주님께서 머리를 묶은 모양이 예뻐 저도 한번 공주님처럼 머리를 묶어봤는데, 리처드 경이 저를 공주님으로 착각할 줄은 몰랐네요. 호호호......"

 

  리처드는 아무래도 레이디 제인이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냉소했다.

 

  "흥! 그대가 무슨 꿍꿍이로 공주님과 똑같이 머리를 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이만 공주님을 찾으러 가보겠소."

 

  바로 이때 레이디 제인이 손을 들며 리처드의 앞을 가로막아서며 말했다.

 

  "리처드 경! 할 말이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행방불명된 공주님을 찾는 것이 시급한데, 나중에 하면 안 되는 말이오?"

 

  마음이 급한 리처드가 묻자 레이디 제인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지금 말해야 되는 일이예요. 공주님을 찾은 후에 말하면 늦을 테니까요."

 

  "대체 무슨 일이오?"

 

  레이디 제인은 잠시 뜸을 들인 후 운을 뗐다.

 

  "리처드 경, 당신은 오늘 토마스 경의 명에 불복종한 일로 기사직에서 직위해제될 거예요."

 

  레이디 제인은 리처드가 충격을 받을 줄 알았지만, 정작 리처드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토마스 경의 명에 따르지 않았을 때 이미 각오했던 일이오. 그대가 특별히 더 할 말이 없다면, 이만 공주님을 찾으러 가보겠소."

 

  기사직에서 직위해제될 거란 말을 들으면 리처드가 당황할 줄 알았던 레이디 제인으로선 한방 먹은 셈이었다.

 

  리처드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레이디 제인이 소리쳤다.

 

  "하지만, 제가 폐하께 잘 말씀드려 리처드 경이 직위해제되는 걸 막겠단 말을 하려고 했어요!"

 

  "호의는 감사하지만, 난 이만 공주님을 찾으러 가봐야하니 나중에 봅시다."

 

  리처드는 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리처드가 고마워할 줄 알았던 레이디 제인은 점점 멀어져가는 리처드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매정한 리처드 경, 기사직에서 직위해제되면 앞으로 에반젤린 공주를 볼 수조차 없을 텐데, 언제까지 나한테 큰소리칠 수 있을지 어디 두고 봅시다.'

 

  이때 한적한 숲속을 홀로 걸어가고 있던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상념에 잠겨 있었다.

 

  '리처드 경은 날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아. 하지만 세월이 지나 내가 늙어도 날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그건 리처드 경을 시험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를 또 다시 시험해보기로 결심했다.

 

  어떤 방법으로 리처드를 시험할지 떠오르지 않아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숲속을 지나 사자상이 있는 궁문 앞에 이르렀다.

 

  에반젤린 공주가 궁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문지기가 손을 들며 외쳤다.

 

  "궁문을 통과하려거든 면사포를 벗고 신분을 밝히시오!"

 

  평소라면 시녀복을 입은 그녀를 그냥 통과시켜 주었겠지만, 행방불명된 에반젤린 공주를 찾기 위해 검열이 강화되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대신, 품속에서 잉글랜드 공주의 인장이 찍힌 통행증을 꺼내 문기지에게 보여주었다.

 

  "공주님이 주신 통행증이 내 신분을 보증할 거예요."

 

  에반젤린 공주가 통행증을 보여주자 문지기가 통과해도 좋다는 뜻으로 손을 휘둘렀다.

 

  "좋소. 통과하시오."

 

  궁문을 통과한 에반젤린 공주는 곧바로 궁전 내 연못으로 향했다.

 

  지금쯤 궁전 내 연못 주변 숲속에서 자신을 찾고 있을 리처드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 공주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으로 궁전 내 연못에 이르자 공주는 면사포를 들춰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중얼거렸다.

 

  "이런, 아직 얼굴에 밀가루가 묻어 있군!"

 

  숲속에서 급하게 밀가루 가면을 벗기느라 얼굴 군데군데 밀가루가 묻어 있었다.

 

  공주가 얼굴에 묻은 밀가루를 손으로 닦고 있을 때, 등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조롱하는 투로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칭 공주님의 친구라는 아가씨가 여기 계셨군!"

 

  토마스였다.

 

  토마스는 에반젤린 공주를 찾느라 궁전 곳곳을 수색하던 중이었다.

 

  이미 가면을 벗은 공주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공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얼굴에 묻은 밀가루를 모두 닦은 후에서야 대꾸했다.

 

  "토마스 경, 그대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요. 난 그대가 말하는 사람이 아니니 다른 곳으로 가보시지요."

 

  토마스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듯 껄껄 웃었다.

 

  "하하하...... 면사포를 쓰고 있다고 해서 내가 그대의 못생긴 얼굴을 못 알아볼 줄 아시오?"

 

  에반젤린 공주는 토마스가 조롱하는 말에 화가 치밀었지만, 타이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의 의무는 약자를 보호하는데 있는데도 그대는 연약한 여인인 나를 조롱하였으니, 그대가 사과하지 않는다면 폐하께 말씀드려 그대를 기사직에서 직위해제토록 하겠어요."

 

  토마스는 이제까지 자신이 본 여인 중 가장 못생긴 여인이 에반젤린 공주의 친구일리가 없다고 확신했기에 코웃음을 쳤다.

 

  "흥, 그대는 내 말을 훔친 죄와 공주님의 친구를 사칭한 죄로 곧 하옥될 텐데, 아직도 그 따위 허풍을 떨고 있다니 참으로 가소롭군!"

 

  에반젤린 공주는 토마스가 계속 무례한 말을 해대자 경고하듯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토마스 경, 난 그대의 말을 훔치지도 않았고, 그대가 말하는 사람도 아니니, 어서 사과하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약자를 보호해야할 토마스가 추녀로 변장했던 자신을 조롱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그녀를 조롱했던 토마스는 이쯤 되자 그녀가 정말 에반젤린 공주의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소. 그대가 정말 공주님의 친구 분이시라면 사과하겠소. 하지만 그대가 정말 공주님의 친구 분이시라면 공주님께서 지금 어디에 계신지 말해주시오."

 

  토마스가 사과하자 에반젤린 공주는 오히려 난감해졌다.

 

  토마스가 자신의 행방을 물은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토마스에게 뭐라 대답할까 궁리하던 중 리처드가 나타났다.

 

  "이보시오, 레이디! 대체 공주님은 어디에 계신 것입니까? 레이디의 말씀대로 궁전 내 연못 주변 숲속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여지껏 공주님의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리처드까지 나타나 자신의 행방을 묻자 에반젤린 공주는 더욱 난감해졌다.

 

  시녀복을 입고 있는 지금 공주의 신분을 드러내면 체면이 깎일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에반젤린 공주는 문득 건달에게 머리채를 잡혔을 때 리처드가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리처드 경이 내 곁에 있으니, 토마스 경이 날 어쩌지 못할 거야.'

 

  이제까지 등을 돌린 채 서 있던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를 향해 뒤돌아섰다.

 

  "리처드 경, 그대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요. 난 그대가 말하는 레이디가 아니니, 공주님의 행방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도록 하세요."

 

  그러고는 품속에서 잉글랜드 공주의 인장이 찍힌 통행증을 꺼내 건네주었다.

 

  "궁전에서 날 조롱한 사람이 있으니, 통행증을 확인하는대로 저를 호위해 주세요."

 

  두 말 할 여지없이 토마스를 겨냥하는 말이었다.

 

  공주의 방문객을 보호하는 것 역시 리처드의 임무였기에 호위를 요청한 것이다.

 

  통행증을 건네받은 리처드는 통행증에 찍힌 인장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공주님의 방문객이니, 공주님의 호위기사인 제가 호위해 드리겠습니다."

 

  리처드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의 여인을 호위하겠다고 나서자 토마스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공주님께서 행방불명된 이때에 정체불명의 여인을 호위하겠다니, 공주님의 행방은 언제 찾을 생각인가?"

 

  리처드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에반젤린 공주가 리처드를 보며 말했다.

 

  "리처드 경, 공주님의 행방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공주님의 행방을 찾도록 돕겠어요."

 

  리처드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공주님의 행방을 찾도록 도와주시겠다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또 다시 비웃듯 콧방귀를 뀐 토마스는 손목에 찬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흥! 한 시간 이내에 공주님을 찾게. 만약 한 시간 이내에 공주님의 행방을 찾지 못한다면 리처드 자네는 기사직에서 직위해제될걸세."

 

  토마스가 떠나자 리처드는 면사포에서 유일하게 투명하게 비치는 에반젤린 공주의 눈 부분을 쳐다보며 속삭였다.

 

  "사실대로 말씀해주십시오. 레이디께서는 누구십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투명하게 비치는 눈 부분을 쳐다보자 혹시라도 그가 자신을 알아볼까봐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당신이 찾는 레이디가 아니예요."

 

  "그렇다면, 레이디께서는 공주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십니까?"

 

  리처드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면사포를 쓴 여인이 에반젤린 공주의 친구라는 여인과 몸매만 흡사한 것이 아니라 시녀복을 입고 있는 것까지 똑같은데, 다른 여인이란 사실이 좀처럼 믿겨지지 않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알려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비밀이예요."

 

  그러고는 리처드에게 질문할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이어 말했다.

 

  "제가 면사포를 쓰고 있는 건 제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래요."

 

  리처드는 자신이 깜빡 잊고 있었다는 듯 이마를 치더니 고개를 숙였다.

 

  "제가 레이디께 실례를 범했다면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괜찮아요."

 

  "레이디께서는 제가 아는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와 몸매가 흡사하셔서 혹시 두 분께서 자매이시거나 친척이 아니실까 싶어 여쭈어 본 것입니다."

 

  리처드는 두 여인이 쌍둥이인지 물어보고 싶은 것을 둘러말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의 말에 부인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은 채 알겠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그랬군요."

 

  그러고는 재촉하듯 말했다.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떠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어서 공주님의 행방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리처드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께서 공주님께서 연못 주변 숲속에 계실 것이라 했으니 이 근방에서 공주님의 행방을 계속 찾아볼 생각입니다. 레이디께선 가던 길을 가셔도 좋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때서야 리처드가 자신을 계속 찾고 있는 이유를 기억할 수 있었다.

 

  '리처드 경에게 내가 연못 주변 숲속에 있을 것이라 말한 것을 깜빡 잊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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