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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상속녀의 남자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4

한날 한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대일그룹 상속녀 인 유세희와 아버지를 잃은 천재 소년 도현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 딸을 지키기 위해 유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현준을 받아들이고 세희를 대신해 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세희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현준은 세희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그룹의 세력들의 노림수로 인해 강제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데......
10년후, 그녀가 돌아왔다.

 
59. 잠 못 드는 밤 (1)
작성일 : 18-01-26 16:38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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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는 표정으로 검은 봉지 안으로 손을 넣은 세희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양은 냄비였다.

 

 “그거 양은 냄비 아니야?”

 “양은 냄비?”

 “응, 근데 뭔지도 모르고 산 거야?”

 “예전에 TV에서 여기다 라면 끓여 먹는 거 본 적이 있거든.”

 “라면?”

 “응. 난 이거 한 번도 못 먹어 봤어. 어릴 땐 엄마가 안 된다고 해서 못 먹었고, 커서는 켈리가 안 해 줘서 못 먹었어.”

 

 어릴 때 TV에 나오는 라면을 보고 먹고 싶다고 떼썼다가 엄마에게 혼나고 울고 있는 그녀에게 엄마 눈치를 보며 나중에 몰래 사 준다고 약속하던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처음 마트 안에서 라면을 발견했을 때 세희는 이거다! 싶었다. 소연이 현준을 유혹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라면 먹고 갈래?’의 유래에 대해 떠올리며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끓일 줄 알아?”

 “아니.”

 “그럼 이리 줘, 내가 끓일 테니 가서 쉬고 있어.”

 “진짜? 오빠가 끓여 줄 거야?”

 

 세희는 이러면 오빠가 ‘라면 먹고 갈래?’ 하는 거니 자신이 먼저 달려들어야 하나 고민하며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금방 끓이니까 가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준비 다 되면 부를게.”

 

 세희의 작은 머릿속에서 어떤 상상이 오가는지 전혀 생각도 못 한 현준은 그녀를 거실로 보내고는 라면 끓이기에 몰두했다.

 

 물을 올려놓고 마트에서 사 온 물건들을 정리했다. 라면과 달걀 그리고 주인아주머니가 따로 싸 주셨는지 잘 익은 김치가 비닐에 쌓여 있었다. 그 외에도 과장 봉지와 캔 맥주와 안주용 오징어들이 종류별로 있었다.

 

 “참 다양하게도 골라왔다.”

 

 오늘 처음 발견한 사실이었다. 세희가 군것질을 그중에도 오징어와 쥐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열심히 먹는 모습이 귀여워 못 먹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건 양이 너무 많았다.

 

 “이걸 다 먹으면 턱 이 아플 텐데.”

 

 잠시 고민하던 그는 오징어한테 밀려날 수는 없다는 굳은 각오와 함께 두 개만 빼놓고 나머지 안주들은 찬장 속에 숨겼다. 김치를 접시에 담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라면을 식탁에 놀려놓은 현준은 라면 냄새를 받고 달려오는 세희를 보며 흐뭇하게 말했다.

 

 “자, 와서 라면 먹어.”

 

 호로로로로록. 작은 접시에 꼬들꼬들한 면발을 덜어 건네준 현준은 열심히 라면을 먹는 세희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래, 열심히 먹어 둬. 그래야 밤에 힘을 쓰지.’

 

 “맛있어!”

 

 현준이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도 모른 채 세희는 처음 보는 라면의 맛에 흠뻑 빠져 열심히 호로록거렸다.

 

 “근데 이 김치는 뭐야? 판매용은 아닌 것 같은데.”

 “주인 할머니한테 김치도 파시느냐고 물어보니까 판매용 없다고 이거라도 먹으라며 주셨어. 그리고 돈도 안 받으셨다? 내가 더 드린다고 하는 데도 필요 없다면서 손녀딸 같아서 주는 거라고 그냥 가져가라고 그러셨어.”

 “마음이 따뜻한 분인가 보다.”

 “그런가보다.”

 

 호로로록. 면발을 흡입하고 오물거리는 입술이 라면보다 탐스러워 보여 현준은 애써 눈길을 돌렸다. 밥은 먹이고 괴롭혀야 할 게 아닌가.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해 금방 지쳐버리는 세희였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그녀의 입장을 배려해 줄 자신이 없었던 그였기에 묵묵히 라면을 흡입했다.

 

 식사를 마친 현준은 뒷정리를 하며 이 층에 있는 야외 온천을 언급했다.

 

 “야외 온천? 신기하다.”

 “이것만 마저 정리하고 같이 들어가 보자.”

 “가, 같이?”

 “응, 왜? 싫어?”

 “아니. 좋아. 헷.”

 

 함께 온천을 즐기자는 말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절대 거부하지 않는 그녀였다. 어설픈 웃음으로 대화를 마치며 둘은 각자의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기로 했다. 일찍 준비가 끝난 현준은 세희가 사 왔던 맥주와 오징어를 챙겨 이 층으로 올라갔다. 이 층 난간에 자리 잡은 온천이라기보다는 야외 욕조 느낌이 나는 온천 옆에 준비해 놓은 술과 안주를 내려놓고 물 상태를 살폈다. 쌀쌀한 공기를 생각해 물 온도를 더 높인 후 아직 나오지 않는 세희를 불렀다.

 

 “세희야 아직 준비 안 됐어?”

 “자, 잠깐만.”

 “너, 그게 뭐야?”

 

 현준은 비키니 수영복만 입고 방에서 나오는 세희를 보며 정신이 멍해졌다.

 

 “오빠 왜 옷을 입고 있어?”

 “넌 그거 입고 들어가려고?”

 “저기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거 아니야?”

 

 세희는 처음 온천물을 봤을 때 외국에서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온천을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며 짐을 챙겨준 켈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공공장소가 아닌 만큼 아무 옷이나 입어도 상관없긴 했지만, 이왕이면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랄까? 반면 현준은 온천은 뒷전이고 오로지 세희와 둘만 있는 상상을 하고 있었던 터라 수영복만 입고 방에서 나오는 그녀를 보자 생각이 멈춰버렸다. 그가 세희의 가슴 언저리에서 빛나는 익숙한 물건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충격과 오랜만에 보는 그 물건을 보며 말문이 막힌 그를 향해 세희가 용기를 끌어모으며 다가왔다.

 

 “오빠 나 추워.”

 “그, 그래. 얼른 들어가자. 물은 다 데워 놨어.”

 

 차마 어디다 손을 데야 할지 멈칫거리는 사이 세희가 그를 지나 베란다로 걸어 나갔다. 아찔한 뒤태가 스르륵 물 온천 아래로 사라졌다.

 

 “오빠, 물 완전 따뜻해. 오빠도 빨리 들어와.”

 

 현준을 유혹하기 위해 관능적으로 보이는 검은 수영복을 입은 그녀였지만 막상 온천물 속으로 들어오자 따스한 온기와 밖으로 보이는 산속 풍경으로 유혹은 뒷전이 되어 버린 그녀였다.

 

 수영복만 입고 있는 세희가 신경 쓰인 현준은 티셔츠를 벗어 가장자리에 내려놓고 반바지만 입은 상태로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마음에 들어?”

 “응. 저기 봐봐. 정말 예뻐.”

 “그러게, 예쁘다.”

 

 세희가 주위를 둘러싼 숲을 보고 말하는지도 모른 채 세희만 바라보며 대답하는 현준이었다. 예뻐도 너무 예뻤다. 그가 준 펜던트를 하고있는 모습이 마치 한시도 그를 잊은 적이 없다는 의미처럼 다가와 아까부터 두근거리던 심장이 좀처럼 진정 되지 않았다.

 

 세희가 가만히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현준의 시선을 느낀 세희가 고개를 돌려 그를 찾았다.

 

 “현준 오빠?”

 “응.”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 소리를 쥐어짰다. 묻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그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세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올려 봤다.

 

 “무슨 생각해?”

 

 그녀의 질문에 현준이 노골적으로 그녀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바라봤다.

 

 “가지고 있었네.”

 “응? 아, 이거? 당연하지. 누가 준 건데.”

 

 뒤늦게 현준의 시선이 머문 곳을 알아차린 세희가 펜던트를 집어 들었다.

 

 “전에는 없었잖아.”

 “한국에 오면서 따로 보관하고 있었어. 혹시라도 다른 사람 눈에 띄면 안 되니까. 오늘은 오빠랑 놀러 온 거라서 특별히 하고 온 거야.”

 

 세희는 작은 수호천사 펜던트를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현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난 우리의 약속을 잊은 적이 없다고, 그를 지키기 위해 돌아왔고, 다시는 그를 떠나지 않겠다는 과거의 약속과 새로운 다짐을 위해 금고에 넣어 두었던 펜던트를 챙겨왔던 그녀였다. 가만히 펜던트를 바라보는 현준의 눈빛이 그날을 떠올리며 깊어졌다.

 

 “잊어버린 줄 알았어.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어떻게 이걸 잊어버려. 오빠가 앞으로는 오빠 대신 날 지켜줄 거라면서 준 어머니 유품이잖아. 오빠가 이 펜던트를 나한테 준 날, 다짐했었어. 꼭 오빠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오빠가 날 옆에서 지탱해 준 것처럼, 나도 옆에서 오빠 옆에서 오빠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여자가 되겠다고.”

 

 흔들리는 눈빛의 현준을 보며 세희가 천천히 다가가 떨리는 그의 뺨에 손을 올렸다. 가느다란 손끝으로 현준의 떨림을 느낀 세희는 그대로 몸을 기대며 현준의 입술에 입맞춤을 시도했다. 길고 긴 노력과 인내의 끝에 이어진 마음에 기쁨과 환의를 담아 다가오는 세희를 보자 놀라움과 긴장이 사라지고 뜨거운 열기만이 남았다. 다가오는 세희를 끌어안고 달콤한 숨결이 새어 나오는 입속으로 거침없이 혀를 일어 넣었다. 거친 숨결로 그녀의 작은 동굴을 침범해 자신의 영역임을 주장했다. 밀고 들어오는 강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세희가 자꾸 뒤로 밀려나자 현준은 손을 움직여 세희의 작은 머리 뒤를 강하게 받쳐주었다.

 

 ‘조그만, 조금만 더.’

 

 부들거리는 입술은 탐하고 달콤한 숨결을 빼앗았다. 수줍은 손길로 그의 가슴 주변을 더듬거리는 감칠맛 나는 손길에 현준의 자제력이 사라졌다. 애타는 입술을 지나 부드러운 살결을 타고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목덜미를 따라 제 흔적을 깊게 새겨 나갔다. 중독성이 강한 세희의 피부는 아무리 맛보고 소유해도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넌 그냥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네가 있고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고, 이렇게 내 이름을 부르고……. 아니, 이젠 곁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구나. 널 보면 이렇게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소유하고 싶으니까.”

 

 입술로 하염없이 세희의 여린 피부를 탐하던 현준은 그의 고백에 파르르 몸을 떠는 그녀를 보며 거침없는 낙인을 새겼다.

 

 “주, 줄게. 날 줄 테니까 가져. 대신 한번 가지면 절대 되돌릴 수 없어. 날 가진다는 말은 오빠도 내 것이 되었다는 말이고 난 한번 손에 넣은 건 절대 놓지 않아. 그게 오빠라면 더더욱.”

 

 떨리는 손을 들어 현준의 뺨을 감싼 세희가 거친 숨결을 내뱉으며 오랫동안 숨겨왔던 소유욕을 드러냈다.

 

 “그 말, 절대 후회하지 마.”

 

 애원과 결심이 뒤섞여 현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더는 감출 수도 숨기고 싶지도 않은 열망과 욕심을 드러낸 현준은 더 열정적으로 그녀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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