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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상속녀의 남자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4

한날 한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대일그룹 상속녀 인 유세희와 아버지를 잃은 천재 소년 도현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 딸을 지키기 위해 유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현준을 받아들이고 세희를 대신해 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세희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현준은 세희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그룹의 세력들의 노림수로 인해 강제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데......
10년후, 그녀가 돌아왔다.

 
58. 드러나는 비밀 (3)
작성일 : 18-01-25 15:03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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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장같이 차가운 몸의 현준은 편안한 옷을 걸쳐 입고 침대 위에 누웠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한쪽 팔을 세희의 머릿밑으로 밀어 넣어 팔베개를 해주고는 남은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마주한 몸에서 향긋하면서도 익숙한 향기가 취할 듯 밀려들었다. 비록 세희처럼 잠을 잘 수는 없어도 품 안에 안겨있는 그녀의 온기에 피곤했던 몸이 나른하게 풀어지는 것만으로 휴식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터였다. 현준은 그렇게 눈을 감고 체온을 나누며 불편하면서도 달콤한 기운에 흠뻑 빠져들었다.

 

 

 세희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포근한 기운을 느끼며 잠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일어나기를 거부했다.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따스한 온기가 그녀를 감싸고 있는데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흐으응.”

 

 산들거리는 바람이 그녀의 귓가를 간질거리자 저도 모르게 칭얼거리는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세희야, 일어나.”

 “싫어.”

 

 세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른 채 싫다고 외치며 따스한 온기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제 품안으로 파고들어 오는 세희를 보며 현준을 죽을 맛이었다. 밤새 눈을 감고 있기는 했으나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결과 끝없이 밀려오는 세희의 달콤한 향기에 밤새 잠들지 못한 그였다. 잠들지 못한 시간 내내 잠든 애인을 괴롭힐 순 없다며 참고 있던 그에게 날벼락이 쏟아졌다. 아침이 다가오며 잠이 깨기 시작한 세희가 어느 순간 그의 가슴에 안기며 그를 끌어안고는 색색거리는 숨결을 그의 가슴 위로 쏟아냈다.

  ‘허어억.’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이 빨간 불을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밤새 축적되어 있던 열기가 걷잡을 수 없이 그를 몰아치는 가운데 그는 기회를 주기 위해 열심히 세희를 깨웠다.

 

 “세희야.”

 

 현준의 부름에 세희가 가슴에 고개를 묻은 채 고개를 흔드느라 작은 입술이 그의 가슴에 와 닿았다. 짜릿한 열기가 온몸으로 뻗어져 나가며 현준의 이성을 집어삼킴과 동시에 현준이 세희의 고개를 잡아들고는 거칠게 입술을 훔쳤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세희는 그녀의 입술을 빨고 더듬으며 그가 주는 쾌락에 몸을 맡겼다. 현준은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그에게 닿기 위해 사부작거리는 세희를 보며 이성을 잃었다. 단번에 작은 입술 안으로 그의 혀를 밀어 넣으며 구석구석을 음미했고 커다란 손을 이용해 거침없이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 현준의 손이 그녀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릴 때마다 세희가 몸을 휘며 신음을 흘렸다. 참을 수 없는 유혹에 현준이 다급한 손길로 세희의 잠옷을 훌러덩 벗겨 버리고는 그가 찍어 두었던 낙인들이 희미하게 남은 속살을 보며 그대로 달려들어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입술로 거칠게 빨아들이다 혀로 달래고 눈으로, 손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부위를 이용해 세희가 울며 애원할 때까지 그녀를 애무했다. 그리고 그녀의 항복 선언과 함께 그녀 안으로 파고들며 밤새 쌓아두었던 열정을 폭발시켰다.

 

 

 세희는 연달아 몰아치는 절정을 이기지 못하고 거칠게 파고드는 그의 마지막 몸짓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침대 위에 축 늘어진 세희를 보며 사랑스럽다는 듯 품에 안은 현준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세희를 안고 욕실로 들어가 그녀의 몸을 정성스럽게 씻겼다. 그에게 안겼음을 드러내는 붉은 자국들이 난무하는 세희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욕망과 소유욕이 그득했다. 도우미들이 올라오기 전 그가 벗겨 놓은 옷을 입힐 자신이 없어 그녀가 입고 왔던 얇은 잠옷과 그의 티셔츠를 겹쳐 입히고는 세희를 방에다 데려다주었다. 그에게 안겼던 여파로 오늘 오전 스케줄은 그녀에게 버거울 수도 있었다. 꼼꼼히 이불을 덮어준 현준은 밖으로 나와 켈리에게 전화를 걸어 스케줄 조정을 지시했다.

 

 “아줌마 저 먼저 나가요. 그리고 세희는 일어날 때 까지 깨우지 말아 주세요. 요즘 많이 피곤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 알았어.”

 

 자세한 사항은 따로 톡을 보내 일러둔 현준은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출근해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은정은 시 아버지인 황 이사의 서재를 정리하다 그녀의 며느리가 되어야 할 세희가 다른 남자와 다정히 있는 사진들을 발견했다.

 

 “이, 이게 뭐야? 애가 왜 이놈이랑 함께 있는 거야!”

 

 세희와 유 회장 데려온 현준이 함께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연인 사이처럼 다정해 보였다. 사진을 바라보던 은정의 얼굴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제 며느리가 될 아이였다. 제 아들의 짝이 되어야 할 아이. 그렇게 만들기 위해 이 집에 시집왔고, 아들을 낳았다. 제 자리를 빼앗은 여자의 딸이자 그녀의 조건을 거부하고 그 년을 선택함으로 제 인생을 구렁에 빠트린 남자의 딸. 상현에게 사랑한다고 울며 매달렸던 그 날을 떠올리는 은정의 눈에서 질투와 원망이 쏟아져 나왔다.

 

 ‘저년은 우리 규호와 맺어져야 해.’

 

 그 목표만을 바라보고 이 집으로 시집온 그녀였다. 상현이 그녀의 사랑을 거부해도 그를 놓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그들이 쌓아놓은 부와 권력 손에 넣고 싶어서. 질투와 패배의 불안감에 한참을 고민하던 은정은 얼마 전부터 연락하고 지내는 여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에요.”

 -안녕하셨어요, 사모님.

 

 때마침 걸려온 반가운 목소리에 통화를 하는 은정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처음으로 그만을 위한 시간을 내기 위해 회사에 들른 현준은 그의 책상에 놓인 서류 중 꼭 그가 해야 하는 일들만 남기고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인물들에게 서류를 전달했다. 유 회장의 언급대로 차후에 생길 요직에 앉힐 인물들을 테스트하는 거라 중얼거리긴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회사에 얽매일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제 회사는 그의 삶의 첫 번째 목표가 될 수 없었으니까.

 

 

 

 일의 분배가 끝나고 현준은 출발전 까지 그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그가 없는 동안 일어날 일의 처리 방향까지 지시한 현준은 약속시간이 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민영과 함께 차에서 그를 기다리는 세희를 본 순간 그의 시간이 다시 의미를 가지고 흘러가기 시작했다. 민영이 보든 말든 차 안으로 들어온 현준은 세희를 끌어안고 깊은 키스를 나눴다. 옆에서 민영이 혀를 차며 자리를 비켜주는 소리에도 눈도 돌림 틈이 없을 만큼 그녀의 온기가 간절했다.

 

 더 이상의 자극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그가 아쉽게 입술을 놓아주었다.

 

 “일단을 여기까지 하자. 더는 참기 힘들어.”

 

 이미 여인이 된 세희는 노골적인 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듣고는 얼굴을 붉혔다. 부끄럽긴 했지만 제 남자가 자신을 원한다는데 싫어할 이유는 없으니까. 세희 역시 아쉬움을 묻은 채 현준을 따라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요일 오후라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은 덕분에 금방 고속도로에 진입한 현준은 전방에 나타난 휴게소 푯말을 발견했다.

 

 “세희야, 저기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가자.”

 “휴게소?”

 “응, 나 아직 점심도 못 먹었거든. 그리고 고속도로를 타면 휴게소에서 우동을 먹어주는 게 예의래.”

 “풋, 누가 그래?”

 “민영이가.”

 

 휴게소에서 먹는 우동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느냐며 그를 끌고 들어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설명하자 세희 역시 아련한 기억을 떠올렸다.

 

 “나도 어릴 적에 부모님이랑 놀러 갈 때 많이 와봤어. 우리는 우동이랑, 돈가스 시켜 먹었는데.”

 “그래? 그럼 오늘도 우동이랑 돈가스 시켜서 먹자.”

 “군것질도. 나 휴게소에서 파는 군것질거리 좋아해. 핫바나 소시지 같은 거.”

 “그래. 오늘은 이 오빠가 쏠 테니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먹어.”

 “진짜?”

 “응.”

 

 세희는 부모님과의 추억에 가슴 아파하다가도 현준이 건네는 위로에 마음이 포근해졌다. 가슴 아픈 기억도 그와 함께 있으면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리는 현실에 감사하며 화사한 미소로 그의 마음에 보답했다. 둘은 한 쌍의 다정한 커플처럼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며 점심을 먹고 휴게소 구경을 했다. 현준은 일부로 핫바와 소시지를 하나씩만 사 한 입씩 나눠 먹었다. 그가 ‘아’ 하고 입을 벌릴 때마다 그녀가 먹어주는 행위가 그를 기쁘게 했다. 한참을 깨소금을 뿌리며 여기저기 들려 양손을 가득 채운 둘은 즐겁게 웃으며 차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굽이굽이 길을 지나 모습을 드러낸 펜션은 자연 위에 지어진 별장처럼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와! 여기 진짜 예쁘다.”

 “마음에 들어?”

 “응. 완전 마음에 들어.”

 

 민영이 추천해준 ‘애인과 함께 가면 좋은 명소’는 다행히도 합격점이었다. 좋아하는 세희를 흐뭇하게 바라본 현준은 이후 일정이 모두 완벽하게 흘러가기를 기도하며 서둘러 움직였다. 방 열쇠를 받고 독채를 안내받은 둘은 현관 안쪽으로 짐만 내려놓고 바로 나와야 했다. 민영이 추천해준 레스토랑을 예약한 덕분에 시간이 촉박했다.

 

 시간을 다투며 시골길을 달리던 현준의 등에서 살벌한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들려오는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라는 안내양의 목소리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분명 펜션에서 20분 정도 가면 있다고 했는데.’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방향을 따라 움직인 지 30분이 지나자 현준은 세희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오빠, 여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평소 운전대를 잡을 일이 별로 없는 데다 비포장도로로 되어 있는 시골길은 도심에서와는 길이 좁고 복잡해 어디가 길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비포장도로라고 생각했던 길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말에 현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미안해. 길을 잘못 들어 왔나 봐.”

 

 서둘러 후진으로 차를 돌리는 현준이 운전 경험 좀 쌓아 둘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사이 주변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30분을 더 헤매고도 길을 찾지 못한 현준은 레스토랑을 포기하고 아무 밥집이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주변을 살폈지만, 그 흔한 가로등조차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어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어, 오빠 거기 슈퍼마켓 있다. 우리 저기 가자.”

 “너 배고프잖아. 저기서 뭘 사겠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은 죄가 많은 그는 세희가 요구한 대로 슈퍼 앞에 차를 세줘 주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슈퍼 안으로 사라지는 세희를 보면서 현준이 운전대에 머리를 박았다. 며칠 밤을 새워 회의하고, 만든 기획안이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황 이사의 반대에 부딪혀 물먹었던 날보다 더 끔찍한 기분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재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던 그의 앞에 세희가 양손 가득 검은 봉지를 들고 다가왔다.

 

 “오빠, 그만 펜션으로 돌아가자. 저녁은 내가 해줄게.”

 

 세희가 봉지를 흔들자 비닐 소라와 함께 철커덩하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대체 저 안에 뭐가 들은 거지?’

 

 같이 가지 않은 일을 후회하며 현준이 목표지를 펜션으로 바꿨다.

 

 “그 조그만 곳에서 뭘 샀기에.....”

 “훗. 가보면 알아. 빨리 가자, 나 배고파.”

 

 밖에서 보기에도 작은 곳에서 뭘 사 온 것인지 궁금했지만, 왠지 즐거워 보이는 세희의 모습에 현준은 입을 다물고 펜션을 향했다.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 그토록 헤맸다는 사실이 허무하게도 펜션으로 돌아가는 길은 금방이었다. 펜션에 도착해 비닐봉지를 건네받은 현준은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가는 세희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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