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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리처드의 진심을 알아내다
작성일 : 18-01-24 11:00     조회 : 81     추천 : 1     분량 : 6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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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두 시간이나 남았으니 함께 걸어다니며 리처드의 진심을 시험해보면 되겠군.'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와 함께 런던 거리를 마음껏 걸어다닐 수 있게 되어 기뻤지만, 기쁨은 얼마 가지 못했다.

 

  바로 이때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리처드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처드 경! 공주님을 호위해야 할 자네가 대체 여기서 무엇하고 있는가? 궁전에 큰일이 생겼으니 지금 당장 궁전으로 가보게!"

 

  토마스가 휘하 기사들과 함께 말을 몰고 나타난 것이다.

 

  궁전에 큰일이 생겼다는 말에 깜짝 놀란 리처드는 토마스에게 급히 다가가 물었다.

 

  "토마스 경,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토마스는 말 한 필을 건네주며 리처드의 귀에 속삭였다.

 

  "공주님께서 행방불명되셨네. 어서 이 말을 타게.“

 

  깜짝 놀란 리처드는 그녀에게 양해를 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급히 말에 뛰어올랐다.

 

  "궁전에 큰일이 생겨 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부디,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리처드가 말을 마치자마자 말고삐를 당겨 떠나려 하자 에반젤린 공주가 급히 손을 들어 리처드를 불러 세웠다.

 

  "리처드 경! 안 돼요! 두 시간은 호위해준다고 약속해놓고, 절 이곳에 버려두고 가겠단 말인가요?"

 

  리처드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생각에 토마스에게 말했다.

 

  "토마스 경, 제가 이 여인을 호위해주기로 약속했으니, 토마스 경께서 휘하 기사를 시켜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토마스는 의아한 얼굴로 리처드에게 물었다.

 

  "저 여인은 누구인데, 자네가 호위해주겠다고 약속했단 말인가?"

 

  "이 여인은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데, 길거리에서 건달에게 희롱당하신 일이 있어 제가 호위하고 있던 중입니다."

 

  토마스는 리처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통치며 다그쳤다.

 

  "바보같은 소리! 공주님께서 이렇게 못생긴 여인을 친구로 삼으실 리가 있겠는가! 이 여인은 상관하지 말고 어서 당장 궁전으로 가게! 내 명에 따르지 않으면 폐하께 보고 드려 자네를 기사직에서 직위해제토록 하겠네!"

 

  에반젤린 공주는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토마스 경! 당신이야말로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군요! 공주님께서는 사람의 외모보다 마음을 중요시하는 분이신데, 어떻게 공주님의 친구인 나를 모욕하는 소리를 할 수 있지요?"

 

  그러고는 리처드에게 소리쳤다.

 

  "리처드 경, 궁전으로 가려면 나를 공주님께로 데려가세요! 공주님을 찾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그대를 공주님께서 계신 곳으로 인도하겠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토마스가 리처드의 귀에 속삭인 말을 듣지 못했지만, 토마스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공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리처드는 토마스에게 양해를 구했다.

 

  "공주님의 친구 분을 온갖 사람들이 붐비는 이 거리에 두고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토마스 경께서 공주님의 친구 분을 안전하게 집까지 모셔다 주신다면 저는 안심하고 지금 당장 궁전으로 가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공주님의 친구 분을 모시고 궁전으로 가겠습니다."

 

  더없이 못생긴 그녀가 공주의 친구일 리가 없다고 확신한 토마스는 코웃음을 쳤다.

 

  "흥, 마음대로 하게. 공주님의 친구를 사칭한 여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싶으면 말일세."

 

  리처드가 자신의 명에 불복종한 죄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토마스가 휘하 기사들과 함께 떠나버리자 리처드가 대뜸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말을 타실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단숨에 리처드가 탄 말위로 뛰어올라 리처드의 등을 붙잡았다.

 

  "어서 궁전으로 가요!"

 

  리처드는 품위있는 행동을 해온 그녀가 자신이 탄 말위로 뛰어올라 자신의 등을 붙잡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해 당황했다.

 

  "레이디께서 저와 한 말을 타고 가면 좋지 않은 소문이 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난처해질까봐 그와 한 말을 탔지만, 막상 그의 등을 붙잡고 있으니 부끄러워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도 공주님처럼 소문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니, 그대만 괜찮다면 상관없어요."

 

  "좋습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리처드는 행방불명되었다는 에반젤린 공주가 걱정된 나머지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리처드와 에반젤린 공주가 함께 말을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레이디 제인은 질투심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결국 저 못생긴 공주님의 친구만 좋은 일을 시켜준 셈이 되었군! 잘생긴 리처드 경의 등을 붙잡고 함께 말을 타니 얼마나 좋겠어!'

 

  레이디 제인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리처드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과 함께 한 말을 타고 가는 것을 지켜보자 질투심이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말았다.

 

  바로 이때 토마스가 휘하 기사들을 이끌고 되돌아와 레이디 제인에게 말 한 필을 건네주었다.

 

  "리처드 경이 공주님의 친구라 사칭하는 여인에게 속아 함께 말을 타고 궁전으로 돌아갈 모양인데, 나도 이만 궁전으로 돌아가볼 생각이니, 레이디 제인도 궁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소?"

 

  레이디 제인은 토마스의 말을 듣자 깜짝 놀라는 척하며 되물었다.

 

  "리처드 경이 공주님의 친구라 사칭하는 여인과 함께 말을 타고 궁전으로 돌아간다고요? 그걸 그냥 지켜보고만 계셨습니까?"

 

  "내 명에 따르지 않으면 폐하께 보고 드려 기사직에서 직위해제토록 하겠다 말했는데도 리처드 경이 끝까지 고집을 부려 어쩔 수가 없었소."

 

  레이디 제인은 토마스가 건네준 말위에 올라탄 후 토마스만 들리게 속삭였다.

 

  "리처드 경이 토마스 경의 명에 따르지 않았다면, 폐하께 보고 드려 직위해제토록 하세요."

 

  레이디 제인이 속삭여 말한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토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레이디 제인이 다시 속삭였다.

 

  "공주님의 친구를 사칭한 여인을 체포하는 것도 절대 잊지 마시고요."

 

  토마스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레이디 제인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공주님의 친구를 체포하면 공주님께서 몹시 화를 내시겠지만, 멍청한 토마스 경이 모든 책임을 질 텐데 무슨 걱정이겠어. 호호호......'

 

  이때 리처드는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행인들이 붐비는 거리를 벗어나 한적한 길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속도를 낼 테니 저의 등을 꼭 붙드십시오!"

 

  고개를 돌리며 외친 리처드에게 에반젤린 공주는 걱정말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저도 공주님에 못지않게 말을 잘 타니 염려하지 마세요!"

 

  에반젤린 공주가 안정된 자세로 자신의 등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자 리처드가 외쳤다.

 

  "공주님께서도 말을 잘 타시는데,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께서도 말을 잘 타시는군요!"

 

  속도를 내기 시작한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의 행방이 궁금해 견딜 수 없어 큰소리로 물었다.

 

  "지금 궁전에선 공주님께서 행방불명되셨다 난리인데, 공주님께서 어디에 계신지 아십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상세히 물으면 곤란할 것 같아 한마디만 외쳤다.

 

  "알고 있어요!"

 

  리처드는 그녀가 한마디만 외치자 더욱 궁금해져 또 다시 큰소리로 물었다.

 

  "공주님께선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흔들며 외쳤다.

 

  "말해 줄 수 없어요!"

 

  요란한 말발굽 소리에 묻혀 그녀의 말이 말해 줄 수 없다 인지 있다 인지 잘 들리지 않아 리처드가 다시 큰소리로 물었다.

 

  "말해 줄 수 없다고 하셨나요?"

 

  공주는 리처드가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자 더욱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네, 공주님의 행방은 비밀이예요!"

 

  리처드는 확인하듯 큰소리로 물었다.

 

  "공주님의 행방은 비밀이라 말해 주실 순 없지만, 공주님의 행방을 알고 계시다는 말이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요!"

 

  이 한마디에 안도한 리처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신이시여! 공주님께서 무사하심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행방불명되었다는 말을 들은 이래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던 리처드는 공주에게 아무 일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너무도 기뻤다.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이 무사함을 확인하고 기뻐하는 리처드를 보자 자신에 대한 그의 진심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지금이야말로 리처드의 진심을 알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큰소리로 물었다.

 

  "리처드 경, 그대는 공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나요?"

 

  실로 난데없는 그녀의 물음에 리처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되물었다.

 

  "공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느냐 물으셨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분명히 알아듣도록 이전보다 훨씬 더 큰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그대가 공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느냐 물었어요!"

 

  리처드는 의식적으로 에반젤린 공주에게 아무 감정이 없는 것처럼 큰소리로 말했다.

 

  "전 공주님의 호위기사일 뿐, 공주님께 사적인 감정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바로 이때 에반젤린 공주의 입에서 실로 놀라운 말이 튀어나왔다.

 

  "리처드 경, 당신은 공주님을 사랑할 자격이 있어요!"

 

  깜짝 놀란 리처드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더없이 못생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레이디께서는 정말 제가 공주님을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처드는 공주의 친구인 그녀에게만은 말해도 된다는 생각에 그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는 말을 큰소리로 말했다.

 

  "단언컨데, 잉글랜드에서 공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리처드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자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대도 잉글랜드 남자이니 공주님을 사랑하겠군요!"

 

  이제까지 에반젤린 공주와 마주보며 말하던 리처드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직무상 대답할 수 없으니, 좋을 대로 생각하십시오."

 

  공주의 호위기사는 공주에게 사적인 감정을 가질 수 없다는 직무 규칙이 있어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 정도의 말로는 리처드의 진심을 완전히 알아낼 수 없다는 생각에 대뜸 물었다.

 

  "그대는 공주님을 얼마나 사랑하나요?"

 

  대답하기가 난처해진 리처드는 앞쪽만 바라보며 동문서답하듯 큰소리로 말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궁전이니 말에서 내릴 준비를 하십시요!"

 

  에반젤린 공주는 궁전에 도착하면 리처드의 진심을 알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생각에 재촉하듯 큰소리로 말했다.

 

  "아직은 궁전이 아니니 어서 대답해 보세요!"

 

  리처드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말을 멈춰 세워 뛰어내린 후 말했다.

 

  "기사도 정신이 있는 잉글랜드 남자라면, 누구나 공주님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할 것입니다.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한 듯 뾰로통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럭저럭 답변이 된 것 같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리처드 경이 보다 솔직하게 진심을 털어놓지 않은 것이 불만이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그의 진심을 알아낸 건 다행이군.'

 

  에반젤린 공주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곳이 궁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임을 알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직 궁전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여기서 말을 멈춰 세운 것이지요?"

 

  리처드는 대답 대신 입에 손가락을 넣고 휘파람을 불었다.

 

  이윽고 어디선가 힘차게 달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백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리처드의 백마 란슬롯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이 리처드에게 선물했던 백마 란슬롯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란슬롯!"

 

  란슬롯은 변장한 에반젤린 공주를 알아보았는지 앞발을 높이 들고 히히힝 소리를 내며 반겼다.

 

  앞발을 높이 들며 히히힝 거리는 란슬롯을 진정시킨 리처드는 말 등위에 올라탄 후 말했다.

 

  "제 말의 이름을 아시는군요. 레이디 혼자 말을 몰 수 있습니까?"

 

  리처드는 오늘 처음 만난 그녀가 자신의 말 이름을 아는 것이 신기했지만, 에반젤린 공주가 알려주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에반젤린 공주는 대답 대신 말을 앞으로 몰기 시작했다.

 

  리처드가 뒤따라 말을 몰려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가 따라오지 말라는 듯 손을 들었다.

 

  "공주님께서는 이미 궁전에 와 계실 테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좋겠어요. 말은 공주님을 통해 돌려주겠어요."

 

  이미 궁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착한 만큼 더 이상 리처드와 함께 있다간 자칫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봐였다.

 

  그녀가 혼자 앞으로 말을 몰기 시작하자 리처드는 혹시라도 에반젤린 공주를 찾아내지 못할까봐 손을 들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전 공주님께서 어디에 계신지 모르니, 레이디께서 공주님을 찾아주신다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공주님께서 지금 계신 곳을 가르쳐주겠어요. 공주님께선......"

 

  말문이 막힌 에반젤린 공주는 잠시 머뭇거림 끝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공주님께선 지금 궁전 내 연못 주변 숲속에 계실 테니 그쪽으로 가보세요."

 

  "좋습니다. 레이디의 말씀대로 그쪽으로 가보겠습니다.“

 

  리처드는 말을 달리기 전에 에반젤린 공주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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