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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기적-4
작성일 : 16-09-08 20:11     조회 : 444     추천 : 4     분량 : 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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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크는 매일 이엘의 집으로 찾아왔다. 이엘은 뷔크에게 그림을 배웠다. 뷔크는 이엘을 가르치는 일이 생각보다 순조롭다고 여겼다. 이엘에겐 재능이 있었다. 처음 붓을 잡은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가끔 일어나는 질투심에, 뷔크는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날은 이엘을 찾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엘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모자란 자신에게 분노했다. 어린애를 질투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이 멍청한 놈아!

 

 ***

 

  어느 날, 이엘이 일당을 주려는 뷔크에게 말했다.

 

  “받을 수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요새는 숲에 가지도 않고 용뿔 사슴을 그리시지도 않잖아요. 제가 할 일이 없는데 어떻게 돈을 받겠어요.”

 

  뷔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널 가르치는 데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 가르치면서 느는 것도 있는 법이지.”

  “정말요?”

  “그래. 아니면 나도 이 돈을 아까워했을 거다.”

 

  동전을 든 뷔크의 손에서 짤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엘은 여전히 뷔크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내 의심을 거뒀다. 어쨌든 돈이었다. 이엘에게 엘라를 제외하면, 그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게다가 이엘에게 있어서 뷔크는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겐 의심보다 감사가 어울렸다.

 

 ***

 

  “선생님!”

 

  이엘이 뷔크를 불렀다. 그것이 뷔크의 새로운 호칭이었다. 뷔크는 격한 감동 속에서 성심성의껏 이엘을 가르쳤다. 그것은 엘라를 만나게 해준 보답이기도 했다. 작은 질투심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잊혀갔다. 이엘도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그림을 배웠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땐 엘라를 돌봤다. 그러면 다시금 그림에 매진할 수 있었다.

 

 ***

 

  “내일 꼭 보러 오셔야 해요.”

  “당연하지.”

 

  뷔크가 맥주잔을 들었다.

 

  “누나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었던 건 모두 선생님 덕분이에요.”

 

  이엘도 잔을 들었다. 둘의 잔이 맞부딪쳤다.

 

  “전 항상 꿈꿔왔어요. 누나가 깨어나기를요.” 이엘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잘 안다.” 뷔크가 손짓으로 지나가는 종업원을 불렀다. 종업원이 다가오자 이엘의 잔을 가리켰다. 종업원이 이엘의 잔을 채웠다. “그걸 모를 수는 없지.”

  “선생님이 용뿔 사슴을 그리는 마음과 같을 테니까요.”

  “그래.” 뷔크가 자신의 술을 바라보며 말했다.

  “궁금한 게 있어요.” 이엘이 물었다. 뷔크가 고개를 들어 이엘을 바라봤다. “왜 용뿔 사슴을 그리시지 않죠?”

 

  뷔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 선생님이 정말 그 사슴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더는 숲으로 가시질 않았죠.”

  “아니야, 나는 계속…….”

  “선생님. 다 알고 있어요. 선생님은 사슴을 그리지 않아요. 대신 매일 저희 집으로 오시죠.”

 

  뷔크는 식탁 밑에 둔 손을 꽉 움켜쥐었다. 이엘이 말을 이었다.

 

  “저 때문이었나요?”

 

  뷔크는 예상치 못한 말에 미처 대답하지 못했다.

 

  “항상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저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렇지 않아.”

  “항상 그게 마음에 걸렸어요. 이젠 괜찮아요.”

 

  뷔크는 이엘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외쳤다. 안 돼! 말하지 마! 네가 착각하는 거야!

 

  “이제 오시지 않으셔도 돼요.”

 

  이 새끼가! 뷔크는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억눌렀다. 이엘, 이 쥐새끼 같은 놈. 다 알았던 거야. 그래서 못 오게 하려는 거야. 감히 엘라와 나 사이를 떼어 놓으려고 해? 이엘은 계속 말했다.

 

  “전 이제 나름 그릴 줄 알아요. 물론 부끄러울 정도로 모자라지만요. 하지만 더 배운다는 건 제 욕심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지금껏 선생님께서 주신 돈에 의미, 말씀은 하시지 않지만 잘 알고 있어요. 저희 남매를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하신 일이겠죠. 이 모든 일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선생님은 선생님의 길이 있으시잖아요. 언제까지고 제가 발목 잡을 순 없어요.”

  “그래. 고맙다.” 뷔크는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을 감추느라 애썼다. 영리하구나, 이엘. 난 알고 있었다. 언젠가 네가 내 뒤통수를 치리란 걸. 감사하다고? 정말 감사했다면 넌 날 언제까지고 초대해야 했어. 엘라를 바라보는 내 눈을 봤을 테니까. 용뿔 사슴보다 아름다우면서 용뿔 사슴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그녀, 엘라. 내게서 빼앗아 갈 순 없어, 이엘. 난 이제야 그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넌 다시 나를 그림으로 쫓아내는구나. 그동안 함께 한 시간이 있는데, 네가 그걸 모른다는 걸 말이 안 돼. 넌 똑똑하니까. 첫 만남부터 날 놀라게 할 정도로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넌 그 잘 돌아가는 머리를 굴린 거야. 스승인 날 배신하기 위해!

 

  “대신 선생님께 비밀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비밀?” 뷔크는 애써 담담한 척 물었다.

  “예. 선생님이라면 말씀드려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이엘이 몸을 숙이고 속삭였다. “비밀은 반드시 지켜주셔야 해요.”

 

  뷔크가 함께 몸을 숙이며 말했다.

 

  “알았다.”

 

  이엘은 주변을 꼼꼼히 확인하곤 입을 열었다.

 

  “제겐 칼 한 자루가 있어요.”

  “칼?”

  “예. 칼이요.”

 

  어떤 칼이냐가 중요한 거겠지. 뷔크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칼은 보통 칼이 아니에요.”

  “무슨 칼인데?”

 

  이엘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 떨쳐내듯 고개를 흔들곤 숨죽여 말했다.

 

  “마법사의 칼이에요.”

 

  마법사의 칼. 뷔크는 이엘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도 그 칼에 대해 알고 있었다. 찌른 사람을 마법사로 만들어주는 칼. 그러나 풍문으로만 전해지는 물건이었다. 그걸 본 사람은 모두 죽었다는 전설이 마법사의 칼을 더욱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농담하지 마라.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뷔크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러자 이엘이 뷔크를 향해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전 이런 거로 농담 안 해요. 거짓말도요.”

 

  놀란 뷔크가 침을 삼켰다. 이엘이 덧붙여 말했다.

 

  “아시잖아요.”

 

  뷔크가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지금 제 바지 안쪽에 들어있어요.” 이엘이 자신의 바지춤을 툭툭 쳤다. “항상 몸에 지니기 위해서 바지 안에 주머니를 달아놨거든요.”

  “대체 그런 물건을 누가 준거냐?” 뷔크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엘이 속삭였다.

  “마법사가요.”

 

  사색이 된 뷔크가 소리쳤다.

 

  “마법사?”

 

  그 순간, 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이 뷔크와 이엘을 쳐다봤다. 이엘이 핏기 가신 얼굴로 얼어붙었다. 뷔크가 아무렇지 않게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한 잔 더.”

 

  종업원이 떨떠름해 하며 술을 따랐다. 뷔크가 잔을 들었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여전히 얼어 있는 이엘을 툭툭 쳤다. 깜짝 놀란 이엘이 뷔크를 쳐다보자, 뷔크는 눈짓으로 이엘의 술잔을 가리켰다. 이엘이 술잔을 들자 뷔크가 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단숨에 들이켰다. 이엘 또한 뷔크를 따라 했다. 이윽고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렸다.

 

  “큰일 날 뻔 했군.”

  “조심하셨어야죠!”

  “미안하다. 보통 이야기가 아니었잖니.”

  “마법사와 만났다는 게 들키면 전 끝장이에요.” 이엘이 덜덜 떨리는 손을 맞잡았다.

  “내 잘못이야. 그런데……” 뷔크가 목소리를 낮췄다. “대체 어디서 만난 거냐.”

  “집으로 찾아왔어요.”

  “집?” 뷔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예. 처음엔 마법사인지 몰랐어요. 거지인 줄 알았죠. 배가 고픈데 먹을 것 좀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

  “가지고 있는 건 다 주겠다고 했어요.”

 

  이엘은 고개를 숙였다.

 

  “제일 힘들었을 때였거든요. 누나가 그렇게 된지 얼마 안됐을 때고……. 죽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됐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이 사람에게 모든 걸 넘기자. 그리고 끝내자……. 그렇게 생각했던 거죠.”

  “이런 말해서 미안하다만…….” 뷔크가 헛기침 했다. “그런데 넌 지금 살아 있지 않니?”

  “맞아요.” 이엘이 웃었다. “사실 그는 거지가 아니라 마법사였으니까요. 그 사람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어요. 대신 누나를 보곤 이 칼을 넘겼죠.”

  “어째서?”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이 칼이 누나를 구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 방법을 통해서요.”

 

  뷔크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칼을 사용한 적 있니?”

  “그럴 리가요!”

 

  이엘이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사람을 죽여야 하잖아요. 그런 짓은 못해요. 아무리 누나를 위해서라지만…….”

  “잘 생각했다.” 뷔크는 생각했다. 이엘의 말은 믿을 수 있다고. 이엘이 아직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에 그는 안심했다. 그러나 자꾸만 들러붙는 찜찜한 의문은 떨쳐내기 어려웠다. 어째서 그 칼을 이엘에게 준 거지? 마법사에게 동정심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꿍꿍이가 있는 것이냐, 아니면 단순한 변덕인거냐…….

  “좋아, 이엘. 나를 믿고 말해줘서 고맙다.” 뷔크가 의문을 감추며 말했다.

  “지금까지 선생님께 받아 온 것에 대한 답례에요.” 이엘이 부끄러워하며 몸을 움츠렸다. “드릴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요.”

  “그렇게 말하지 말거라.” 뷔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내 제자다. 스승은 제자의 성장만으로도 기쁜 법이야.”

 

  그리곤 속으로 생각했다.

  기회는 내일 뿐이야.

  그는 남은 술을 비웠다.

 

  ***

 

  이엘은 뷔크를 기다리며 그림을 올려 둔 이젤의 위치를 이리저리 옮겼다. 그리곤 초조한 걸음으로 집 안을 맴돌았다. 선생님이 실망하시면 어쩌지? 선생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그린 그림인데. 아니야. 선생님은 좋게 봐주실 거야. 그는 자신의 그림을 바라봤다. 거기엔 엘라가 있었다.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엘라. 허리를 곧게 세우고 당당한 걸음으로 나아가는 엘라, 이엘이 원하는 엘라가 거기 있었다. 이엘은 침대에 누워있는 엘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림의 위치를 결정했다.

 

  이엘은 엘라의 머리맡에 그림을 뒀다. 꿈속에서 우리 누나와 만나줘. 그는 그림 속의 엘라에게 기도했다.

 

  ***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이엘이 문을 열며 외쳤다.

 

  “선생님!”

  “미안해, 이엘.”

 

  라비가 말했다.

 

  ***

 

  용뿔 사슴이 허공에 머리를 부딪쳤다. 사슴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금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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