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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상속녀의 남자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4

한날 한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대일그룹 상속녀 인 유세희와 아버지를 잃은 천재 소년 도현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 딸을 지키기 위해 유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현준을 받아들이고 세희를 대신해 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세희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현준은 세희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그룹의 세력들의 노림수로 인해 강제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데......
10년후, 그녀가 돌아왔다.

 
54. 세희의 도발(3)
작성일 : 18-01-21 13:06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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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준은 다급한 마음에 머릿속이 쾅쾅 울릴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흐느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걸음을 옮겼다. 스테이지로 올라가자마자 헐벗은 옷차림의 여자들이 몸을 부딪쳐와 현준이 반듯했던 얼굴을 찡그렸다. 차마 밀쳐내진 못하고 눈이 마주치는 여자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던지며 목적지로 움직이던 그는 켈리의 시선을 피해 세희에게 접근하는 인영을 발견했다.

 

 ‘저게 감히!’

 제 여자에게 접근하는 남자를 향한 분노에 눈이 먼 현준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세희는 곁에서 느껴지는 역한 알코올 냄새에 몸을 움직여 자리를 이동했다. 주변에 일행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자리를 조금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냄새가 멀어지자 다시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며 몸을 흔들었다. 철이 들고 처음으로 춤을 춰본 세희는 클럽과 술이 주는 자유로움에 기분에 고취되어 더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춤을 잘 추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름다운 얼굴과 여성적인 몸매의 세희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주변 남자들이 눈을 번뜩이며 다가갈 기회만을 노렸지만, 그 곁을 맴도는 한 쌍의 날카로운 시선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음악에 몸을 맡기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던 세희의 코끝으로 역한 냄새가 밀려오자 슬그머니 움직여 자리를 옮겼으나 사라지지 않는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던 세희는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남자를 발견했다. 거슬리는 눈빛과 냄새의 주인공이 동일 인물임을 알아차리자마자 달아올랐던 흥이 깨져버렸다. 남자를 피해 자리로 돌아가려던 세희는 이내 그녀를 가로막으며 접근하는 남자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비켜.”

 “으흐흐. 좋으면서 뭘 튕기나.”

 

 무식하게 몸을 들이대는 남자를 피해 뒷걸음질 치던 세희의 등 뒤로 커다란 손이 다가왔다.

 

 “더러운 손 치워.”

 “허억.”

 

 세희의 등에 닿기도 전 남자의 손을 낚아채 손목을 꺾은 현준은 빈손을 이용해 세희를 등 뒤로 숨기곤 분노어린 표정으로 남자를 내려 봤다.

 

 “현준오빠!”

 

 현준이 남자를 노려보는 사이 세희가 뒤에서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그의 배를 감싸 안는 손길에 놀라 힘이 빠진 사이 남자가 도망갔지만, 그녀에게 잡힌 그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일 때마다 허리를 감싼 팔이 미끄러져 세희의 손이 아래로 내렸다. 덕분에 한껏 달아오른 몸을 들키지 않기 위해 조바심이 난 현준은 세희의 팔을 잡고 무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발정 난 짐승도 아니고, 제발 좀 진정해라!’

 

 지금이야 사람이 많아서 들킬 염려가 적다지만 밖으로 나가게 되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오빠당! 현준 오빵. 헤헤.”

 “너……. 혹시 술 마셨어?”

 홍조로 물든 두 뺨, 짧아진 발음, 그리고 휘청거리는 몸. 술에 취한 전형적인 특징들이었다.

 

 “옹, 나 술 마셨어오.”

 “대체 누구랑 마셨길래 이렇게 취한 거야?”

 “소연 온니랑 켈리랑. 오빠앙, 내가 술 따라줬는데 켈리가 안 마셨오. 혼내죠.”

 

 그가 걱정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동안 클럽에서 술을 먹고 춤을 췄다는 사실에 화가 나면서도 그의 상체에 지속해서 부딪쳐오는 부드러운 감촉에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너 정말.”

 “오빵 미워. 힝. 맨날 늦게 들어오공. 내가 맨날맨날 기다렸는데.”

 

 현준은 그동안 쌓였던 서운함을 풀어내는 세희를 안고 걸으며 깊이 반성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근데 이렇게 반항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니?”

 

 한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제하기 어려워 함께하는 시간마저 반납하고 일과 모임에 매달린 그였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계를 느끼는 그에게 빈틈 없이 몸을 부딪쳐 오는 지금의 상황은 고문 그 자체였다. 많은 사람 사이를 걷고 있어도 가슴에 와 닿은 세희의 달뜬 숨결, 복부를 간질이는 폭신한 촉감, 등을 더듬는 짜릿한 손길. 뭐 하나 자극적으로 않은 게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일단 집에 가자.”

 “시로, 여기서 더 놀 거야.”

 “그런 옷 차림으로 여기 더 있겠다고? 절대 안 돼!”

 

 현준이 자신의 옷을 벗어 세희를 칭칭 동여매고 출구로 움직이는 동안 그의 품에 안긴 채 비틀거리던 세희의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갔다.

 

 

 “진 팀장님 말대로 됐네요.”

 “거봐. 내가 통할 거라 했잖아.”

 

 숨어서 한마음, 한뜻으로 꾸민 작전이 진행되는 상황을 살피던 소연과 켈리가 마주 보여 웃었다. 비록 소연이 있는 곳에서는 두 사람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지만, 왠지 세희의 웃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봤지? 널 거부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는 거야. 지켜주지 못할까 봐, 실망하게 하게 될까 봐.’

 

 피식, 웃음이 나온 소연은 두 사람이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현준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지만, 저 난처해 보이는 표정을 해석할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길고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아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한 소연은 임무를 무사히 마친 켈리를 바라봤다.

 

 “자, 그럼, 일도 끝났겠다, 우리 원 없이 놀아보자.”

 

 당황해하는 켈리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간 소연은 뻣뻣하게 굳어있는 켈리와 함께 빠른 비트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흔들어 댔다.

 

 

 한편 현준에 안겨있던 세희는 소연의 말한 대로 일이 흘러가자 걱정이 사라지고 더 적극적인 자세로 역할에 몰입했다. 클럽을 나오자마자 발에 힘을 풀어 크게 휘청거렸다.

 

 “조심해.”

 

 단단하게 세희를 지탱하고 있는 그였지만 세희가 휘청거릴수록 움직임이 더뎌졌다.

 

 “오빵, 나 조올려. 여기서 자고 갈랭.”

 “그래, 이러고 집에 가느니 자고 가자.”

 

 세희의 칭얼거림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태대로라면 언제 도착할 수 있을지 몰랐다. 게다가 아까부터 떨어질 줄 모르는 세희 덕분에 그의 인내심도 한계점에 도달한 지 오래였다. 그렇게 움직일 바에야 술이 깰 때까지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프론트로 가서…….”

 “프론트에 키 맡겨 놨엉.”

 “뭐? 이젠 허락도 없이 외박까지……. 너 내일 보자.”

 

 당당하게 키를 맡겨놨다는 말에 집에 들어올 계획이 없었음을 안현준이 발끈했지만 헤실거리는 세희를 보며 꾹 참았다. 술만 깨면 오늘 일에 대해 잔소리를 퍼부어 주리라 다짐하면서.

 

 

 방으로 돌아와 화장실 타령을 하며 욕실로 들어온 세희는 간단히 씻고 미리 준비해 놓은 옷들로 갈아입었다. 아슬아슬한 하얀색과 검은색 레이스로 된 속옷과 안이 훤히 비치는 짧은 슬립을 걸친 세희는 거울을 보며 각오를 다졌다.

 

 딸깍, 욕실 문이 열리고 세희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욕실 문 옆에서 대기 중이던 현준은 아찔한 세희의 모습에 동공이 흔들렸다. 저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세희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오빠 나 더는 기다리기 싫어. 나 오빠 사랑해. 내 인생에서 오빠 말고 다른 남자는 없을 거야. 그러니까 날 오빠 여자로 만들어줘.”

 

 ‘네가 정말 알고 있을까? 한번 고삐가 풀리면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두렵다는 걸!’

 

 가만히 마주하는 흔들리는 현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세희가 발꿈치를 들어 입을 맞췄다. 그가 했던 대로 가만히 입을 맞추다 부끄러운 몸짓으로 혀를 움직여 입술 사이로 집어넣었다, 뺐다 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 사이 현준의 손은 그도 모르는 사이 세희의 등을 감싸 안고 그가 있는 쪽을 끌어당겼다. 숨과 숨이 오가고 서로의 타액이 오가는 사이 서로를 더듬는 둘의 손길이 점점 달아올랐다.

 

 세희는 그녀의 척추를 위아래로 쓰다듬으며 그녀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현준의 손길과 영혼을 빨아들이듯 강렬하게 그녀의 입술과 호흡을 가져가는 입맞춤에 애간장이 타올랐다.

 

 “현준 오빠. 오빠, 제발 날 잡아 줘. 내가 책임지고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 응?”

 

 더는 조르고 싶지 않았지만, 끝까지 그녀의 애간장을 태우는 현준의 앞에서 세희의 이성이 무너지며 그를 붙잡았다. 그 자신을 줄 듯 말 듯, 애태우는 그의 손길에 철저히 무너지며 항복 선언을 한 세희는 애타는 손길로 그의 팔을 잡고 등을 더듬던 손을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가는 허리선을 타고 앞으로, 위로 올라가던 손이 그녀의 가슴에 와 닿았다.

 

 “너 정말! 이젠 진짜 돌이킬 수 없어.”

 “걱정하지 마. 오빠가 물리자고 해도 안 물릴 거야.”

 

 세희의 마지막 말과 함께 그녀의 손에 이끌려 가슴에 닿았던 손이 자신만의 의지를 지닌 듯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칠게 움켜쥐었다, 부드럽게 달랬다. 낯설면서도 황홀한 감촉에 온몸이 더 뜨겁게 달아오르며 그의 이성을 앗아갔다. 달콤한 입술을 지나 자신을 믿을 수 없어 자제했던 금단의 영역을 향해 입술을 움직였다. 현준의 키스가 입에서 귀로, 목덜미로 쉬지 않고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아귀에 잡힌 세희는 그가 쏟아내는 열정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로 바르르 몸을 떨었다. 그의 숨결이 닿은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그의 혀가 지나간 자리마다 뼈마디가 녹아내리듯 힘이 빠졌다.

 

 현준은 자꾸만 흐느적거리는 세희 때문에 마음껏 갈증을 풀어낼 수가 없자 그녀를 안아 들고는 침대로 위로 내려놓았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돌아올 테니까.”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세희를 본 순간 잠깐이나마 이성이 돌아왔다. 이미 고삐가 풀린 욕망으로 인해 그녀를 놓아줄 순 없었지만, 그녀와의 첫 경험을 아무렇게나 치를 생각도 없었다. 서둘러 욕실로 들어간 현준은 옷을 벗어 던지고 차가운 물줄기 아래서 달아오른 몸을 식힘과 동시에 몸을 씻었다.

 

 현준이 욕실로 들어가자 세희는 열기로 달아오른 몸과 현준의 거침없는 키스를 받아내느라 부푼 입술을 느끼며 그대로 누워 있었다. 클럽에서 현준을 만나 호텔 방으로 들어온 것까지는 계획대로 흘러갔지만, 이후의 상황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가 돌아온다고 했다면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세희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물소리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샤워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걱정이 밀려왔다. 소연의 충고대로 여기까지 왔고 목적달성을 코앞에 두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이대로 침대에 누워서 그를 맞아야 할지 아니면 서 있어야 할지, 그것도 아니라면 뭔가 요염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난생처음으로 맞이하는 첫날 밤에 대한 고민에 세희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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