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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추녀로 변장한 에반젤린 공주
작성일 : 18-01-21 11:00     조회 : 585     추천 : 4     분량 : 8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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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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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랜드 왕국의 궁전 정원.

 

  황금빛 금발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에반젤린 공주가 시녀들과 함께 화원을 걷고 있었다.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활짝핀 화원을 바라보는 에반젤린 공주의 자태는 그 어떤 꽃보다 고혹적이었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을 받아 황금처럼 빛나는 금발과 보석처럼 빛나는 푸른 눈동자의 에반젤린 공주는 의심할 여지없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마치 황금을 녹여 만든 것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 금발, 사파이어를 박아놓은 듯 새파랗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 인형처럼 오똑한 코, 앵두처럼 붉은 입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황홀하게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에게 무슨 큰 고민이라도 있는 것일까?

 

  흰눈처럼 새하얀 얼굴에 알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공주는 화원의 꽃들 가운데 시들어 죽어 있는 야생화를 발견하자 탄식을 내뱉었다.

 

  "아! 이 야생화는 어째서 오늘처럼 화창한 봄날에 시들어 죽어 있는 것일까?"

 

  외모만 천사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마음씨도 천사처럼 착한 공주는 화창한 봄날에 시들어 죽어 있는 야생화를 보자 가슴이 몹시 아팠다.

 

  장미처럼 붉은 야생화가 시들어 죽어 있는 모습이 어찌나 처량해 보였던지 공주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때마침 옆에 있던 궁중 정원사 빌리가 공주의 눈물을 보자 안쓰러운 듯 죽은 야생화를 가리켰다.

 

  "공주님, 이 야생화는 원래 일년 밖에 살지 못하는 일년초이니 시들어 죽었다고 해서 슬퍼하실 이유가 조금도 없습니다."

 

  빌리가 손을 뻗어 죽은 야생화를 뽑아내려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가 급히 손을 들었다.

 

  "빌리, 잠깐! 불쌍한 야생화가 화원에서 안식할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두거라."

 

  빌리는 뻗었던 손을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공주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바로 이때였다.

 

  "빌리! 죽은 야생화를 그냥 내버려두다니, 해고당하고 싶으냐?"

 

  목소리의 주인공은 온갖 보석이 박힌 화려한 시녀복을 입은 대단히 아름다운 금발의 여인이었다.

 

  육감적인 몸매와 수려한 이목구비가 매혹적인 이 금발의 여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 만큼은 아니라도 잉글랜드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에반젤린 공주의 수석 시녀인 에리카가 이 금발의 여인을 향해 소리쳤다.

 

  "레이디 제인! 당신이 아무리 시녀장이라고 해도......"

 

  이때 에반젤린 공주가 손을 들어 에리카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레이디 제인, 시녀장인 당신이 왜 여기에 왔으며, 왜 내 일에 간섭하는 것이지요?"

 

  레이디 제인이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폐하께서 저더러 공주님의 말동무가 되어 달라 명령하셔서 공주님께서 화원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온 것인데, 어째서 화를 내시는지요. 호호호..."

 

  간드러지게 웃던 레이디 제인은 갑자기 손을 뻗어 죽은 야생화를 뽑아버렸다.

 

  "이 야생화가 공주님의 심기를 상하게 한 것 같아 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제 처소로 돌아가자."

 

  에반젤린 공주는 레이디 제인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몸을 홱 돌렸다.

 

  에반젤린 공주가 시녀들과 함께 화원을 떠나자 혼자 남은 레이디 제인이 자신의 손에 쥔 야생화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야생화처럼 나도 언젠가는 죽겠지. 하지만, 나는 반드시 죽기 전에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말겠어."

 

  레이디 제인은 별안간 로맨틱한 미소를 짓더니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나의 왕자님을 뵈러갈 때가 되었군."

 

  레이디 제인은 곧바로 마이클 왕의 처소로 향했다.

 

  레이디 제인이 말한 나의 왕자님은 다름 아닌 마이클 왕이었다.

 

  마이클 왕의 처소에 들어간 레이디 제인은 치마 끝을 들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의식적으로 꽤나 우아한 자태로 인사를 올린 레이디 제인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황금빛 금발과 황금빛 눈썹, 커다란 푸른 눈, 우뚝 솟은 콧날, 다부진 분홍빛 입술, 뚜렷한 이목구비가 매력적인 마이클 왕은 레이디 제인의 이상형이었다.

 

  마흔 살의 마이클 왕은 이십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동안일 뿐만 아니라 완벽할 정도로 잘생겼기 때문에 레이디 제인의 심장을 항상 두근두근 뛰게 만들었다.

 

  "말해보라."

 

  마이클 왕이 입을 열자 레이디 제인은 손에 쥔 야생화를 보여주였다.

 

  "공주님께서 화원에서 산책하시던 중에 이 야생화를 보시고 슬퍼하셔서 제가 뽑아버렸습니다."

 

  레이디 제인이 시들어 말라비틀어진 야생화를 내밀자 마이클 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다고 해서 왜 이 야생화를 내게 주는 것인가?"

 

  레이디 제인은 땅이 꺼질듯 한숨을 내쉬며 마이클 왕에게 내민 야생화를 가리켰다.

 

  "저는 공주님을 위해 이 야생화를 뽑아버린 것인데, 이 때문에 제가 공주님의 노여움을 샀으니, 폐하께서 잘 말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레이디 제인의 손에서 야생화를 건네받은 마이클 왕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내가 그대에게 공주의 말동무가 되어주라 해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도 공주의 말동무가 되어주게."

 

  레이디 제인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공주가 아무리 나를 미워한다 해도 폐하께서 나를 이토록 신임하시니, 언젠가는 내게 무릎 꿇을 날이 올 것이다. 호호호...'

 

  레이디 제인은 속으로 한 차례 웃은 후 대답했다.

 

  "저의 성심을 다해 공주님의 좋은 말동무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고맙네."

 

  "별 말씀을요."

 

  "이 야생화는 그대가 내다버리게."

 

  마이클 왕의 손에서 야생화를 돌려받은 레이디 제인은 이때다 싶어 야생화를 손에 쥔 채 슬픈 표정을 지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아......"

 

  마이클 왕이 의아하여 물었다.

 

  "왜 그러는가?"

 

  레이디 제인은 방금전 에반젤린 공주가 야생화를 바라보며 지었던 슬픈 표정을 흉내내어 지으며 대답했다.

 

  "공주님께서 이 야생화가 시들어 죽은 것을 보시며 슬퍼하셨는데, 저도 언젠가는 이 야생화처럼 시들어 죽는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이 들어 슬픕니다......"

 

  "음......"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를 내뱉은 마이클 왕도 왠지 슬퍼졌다.

 

  마이클 왕의 감수성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레이디 제인은 잠시 뜸을 들인 후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공주님께서도 이제 결혼하실 나이가 되셨으니, 사신을 보내 스코틀랜드 왕자에게 공주님과 결혼할 의사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마이클 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버지로서 딸을 타국으로 시집보내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네."

 

  마이클 왕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딸을 조금이라도 늦게 시집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러한 마이클 왕의 마음을 꿰뚫어본 레이디 제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폐하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기왕이면 요즘처럼 화창한 봄에 공주님을 시집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마이클 왕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왕이면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보다는 화창한 봄에 시집보내는 것이 좋겠군."

 

  결심을 굳힌 마이클 왕이 레이디 제인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스코틀랜드에 사신을 보내 스코틀랜드 왕자를 초대하도록 하게."

 

  "폐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레이디 제인은 할 말이 더 있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운을 뗐다.

 

  "그런데, 기왕이면 제가 가서 스코틀랜드 왕자를 접견해 공주님의 배필로서 부족한 점이 없는지 살펴본 후에 혼담을 확정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시녀를 사신으로 보내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었지만, 레이디 제인을 철석처럼 신임하는 마이클 왕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군. 그대가 사신으로 가서 스코틀랜드 왕자를 접견해본 후에 혼담을 확정짓도록 하겠네."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라는 스코틀랜드 왕자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레이디 제인은 속으론 만세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말할 수 없이 기뻤지만, 애써 점잖게 말했다.

 

  "그럼, 제가 스코틀랜드에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시녀들과 함께 처소로 돌아온 에반젤린 공주는 한동안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공주님께서 레이디 제인을 어떻게 혼내줄까 생각하고 계신 것일까?'

 

  시녀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눈을 뜬 에반젤린 공주는 별안간 시녀들을 향해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도 언젠가는 죽은 야생화처럼 시들어버리겠지. 지금은 내 나이가 한창이니 날 사랑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겠지만, 내가 늙어 볼품이 없어지면 이 세상의 그 어떤 남자가 날 사랑할 수 있을까?"

 

  시녀들에게 묻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말이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이어 땅이 꺼질듯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내가 늙어 볼품이 없어지면 이 세상의 그 어떤 남자도 날 사랑하지 않을 거야......"

 

  감정이 복받친 에반젤린 공주는 흐느끼며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이때서야 시녀들은 에반젤린 공주가 레이디 제인 때문에 생각에 잠겼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봇물 터지듯 눈물을 쏟아내자 에리카가 나섰다.

 

  "공주님, 부디 울지 마소서. 지극히 아름다우신 공주님께서는 늙으셔도 곱게 늙으실 것이고, 설령 공주님께서 늙으신다 해도 마음씨가 천사처럼 착하신 공주님을 영원히 사랑할 남자가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위로하기 위해 한 에리카의 말이 오히려 에반젤린 공주를 서글프게 만들었다.

 

  결국 여자가 늙으면 여자로서 사랑받을 수 없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저으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씨만 사랑하는 건 내겐 의미없는 사랑이야."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의 늙은 모습조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사랑을 원하고 있었다.

 

  에리카는 이러한 공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반문했다.

 

  "마음씨를 사랑하는 것도 진실하다면 진실한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늙어 볼품이 없어졌다고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없다면 진실한 사랑이 아니야."

 

  에리카는 말문이 막혔다.

 

  에리카는 현실과 동떨어진 에반젤린 공주의 말에 뭐라 대꾸할지 생각나지 않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이번에는 샐리가 나섰다.

 

  "충성스러운 공주님의 호위기사 리처드 경은 공주님께서 늙으신다 하더라도 공주님을 진실하게 사랑하시지 않겠습니까?"

 

  잉글랜드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리처드의 이름을 듣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눈빛을 반짝이며 생각에 잠겼다.

 

  '잘생긴 리처드 경이 내가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없이 좋겠지만, 그건 나의 바람일 뿐이겠지.'

 

  에반젤린 공주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에 대한 리처드 경의 충성심은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믿지만, 내가 늙어 볼품이 없어져도 그가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으리라곤 믿을 수가 없는 걸."

 

  에반젤린 공주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언젠가는 늙기 마련인데, 늙은 모습을 사랑할 수 없다면 어찌 진실한 사랑이라 할 수 있겠어?"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샐리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침묵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안나가 나섰다.

 

  "공주님, 낙담하지 마소서. 이 세상에 많고 많은 남자들 중에 공주님께서 찾는 남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설령 잉글랜드에는 공주님께서 찾는 남자가 없다 하더라도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니 언젠가는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안나는 에반젤린 공주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듣기 좋게 말했다.

 

  에리카, 샐리, 안나 모두 죽은 야생화로 인해 우울해진 공주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다.

 

  에반젤린 공주는 안나의 말에 회의적인 듯 고개를 저었다.

 

  "글쎄, 과연 내가 찾는 남자를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까?"

 

  안나는 에반젤린 공주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재빨리 대답했다.

 

  "그럼요, 틀림없이 언젠가는 공주님께서 찾으시는 남자를 만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여전히 회의적인 듯 계속 고개를 저었다.

 

  "글쎄, 설령 내가 찾는 남자를 만난다 해도 폐하께서 결혼을 허락해주실까?"

 

  시녀들 중 그 누구도 에반젤린 공주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잉글랜드 왕실의 관례로 보았을 때 에반젤린 공주는 타국의 왕자와 결혼할 가능성이 높았다.

 

  에반젤린 공주 또한 이러한 사실을 알았기에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잉글랜드 왕실의 관례대로 타국의 왕자와 혼인하기를 바라실 텐데, 설령 내가 찾는 남자를 만난다 해도 결혼할 수 있을까......"

 

  마음이 우울해진 에반젤린 공주는 혼자 있고 싶어 손을 휘둘렀다.

 

  "혼자 있고 싶구나. 모두 물러가거라."

 

  시녀들이 모두 물러가자 에반젤린 공주는 사색에 잠겼다.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는 것일까? 대부분의 남자들은 결혼할 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도 시간이 지나면 변심하는데, 나와 결혼할 남자가 변심하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도록 할 방법이 없을까?'

 

  에반젤린 공주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인 마이클 왕이 자신의 어머니인 안젤리카 왕비에 대한 사랑이 변했기 때문이었다.

 

  안젤리카 왕비는 젊은 시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에반젤린 공주와 판박이처럼 빼어나게 아름다워 마이클 왕의 총애를 받았지만, 마흔의 나이인 지금은 마이클 왕의 총애를 잃었다.

 

  변심한 마이클 왕의 마음은 여우같은 시녀장 레이디 제인에게 기울어져 있었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에반젤린 공주는 남자의 사랑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한동안 사색에 잠겨 있던 에반젤린 공주는 아버지의 변심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어머니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가녀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버지께서 날 누구와 짝지어주시던 간에 나와 결혼할 남자라면 내가 늙어 볼품이 없어져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어야해. 그렇지 않다면 난 절대 결혼하지 않을 테야."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해줄 남자를 만나 결혼하리라.

 

  "오늘처럼 우울한 날에 궁전 안에만 있기는 갑갑하니, 변장하고 궁전 밖으로 나갔다와야 되겠구나."

 

  이렇게 중얼거린 공주는 전신을 비출 수 있는 커다란 유리 거울이 있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화장대에는 온갖 진귀한 화장품들이 가득했지만, 모두 한 번도 쓰지 않은 것들이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아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는 화장을 하는 법이 없었다.

 

  공주는 화장대 서랍을 열어 하얀 밀가루 덩어리 하나를 꺼내 화장대 위에 올려두고 살펴보더니 중얼거렸다.

 

  "이 밀가루 반죽이면 충분할 것 같구나."

 

  화장대 서랍에서 꺼낸 것은 밀가루 반죽이었다.

 

  공주는 흰눈처럼 하얀 손으로 하얀 밀가루 반죽을 주물럭거려 자신의 얼굴만한 크기로 얇게 다듬었다.

 

  누군가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얇게 다듬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피자를 만드는 줄 알았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 크기의 밀가루 반죽을 얇게 다듬은 공주는 화장대 서랍에서 주방용으로 쓰는 방망이를 꺼냈다.

 

  그리고 얇게 다듬은 밀가루 반죽을 방망이로 이전보다 훨씬 더 얇게 다듬더니, 다른 화장대 서랍을 열어 칼을 꺼내 두 개의 구멍을 뚫었다.

 

  두 개의 구멍이 뚫린 얇게 다듬은 밀가루 반죽을 바라보며 공주는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눈썹 부위까지 잘 뚫렸구나!"

 

  에반젤린 공주는 가면의 입 부분에 자신의 입 크기의 구멍을 뚫고 나서 콧구멍 부분에도 구멍을 뚫었다.

 

  이렇게 만든 가면을 얼굴에 쓰자 그녀의 얼굴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하고 말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잉글랜드 왕국 최고의 변장술사였다.

 

  어쩌면 유럽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변장술사가 에반젤린 공주였다.

 

  이 세상에 에반젤린 공주보다 변장에 뛰어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렇게 변장하면 남자들의 진심을 알아낼 수 없을 거야."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가면을 쓴 공주는 여전히 자신의 얼굴이 대단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못마땅했다.

 

  마치 조각칼로 깎은 듯 수려한 이목구비가 너무도 매혹적인 공주의 얼굴에 가면을 쓴다고 해서 눈부시도록 빛나는 아름다움을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었다.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좋은 생각이 뇌리에 떠오른 듯 손뼉을 쳤다.

 

  "그래, 맞아! 추한 여자로 변장한다면 남자들의 진심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공주는 화장대의 전신 거울을 보며 화장하기 시작했다.

 

  대개 여성들이 화장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예뻐 보이기 위해서지만, 공주가 지금 화장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추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목적이 그런만큼 공주는 화장을 할수록 그토록 매혹적이었던 얼굴이 조금씩 아름다움을 잃더니 마침내 추해 보이기 시작했다.

 

  화장대 거울도 보지 않고 남아 있는 밀가루 반죽을 얼굴 여기 저기에 더덕더덕 붙이던 중 추하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 보자 공주는 깜짝 놀라 외마디를 지르고 말았다.

 

  "어머나!"

 

  순간, 방문이 활짝 열리는 동시에 에리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에반젤린 공주의 외마디 소리를 듣자 걱정된 에리카가 앞뒤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방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 것이다.

 

  에리카의 시야에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구신데 공주님의 옷을 입고 있으시죠?"

 

  생전에 처음 보는 왠 못생긴 여인이 에반젤린 공주의 옷을 입고 있으니 공주의 옷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에리카로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빌리이브 18-01-21 11:04
 
변장공주 개정판에 첫 댓글 달게 되어 기쁩니다.
변장공주 동화책이 나오는 그날까지 화이팅!
작가님 멋지십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조정우 18-01-21 11:22
 
개정판을 올리자마자 댓글을 달아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화이팅 감사드립니다. 빌리 이브님도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하실 때까지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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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로버트 왕자의 손에 키스한 에반젤린 공주 2018 / 4 / 15 489 0 4758   
41 에반젤린 공주와 로버트 왕자의 재회 2018 / 4 / 14 487 0 5150   
40 가면을 벗은 에반젤린 공주 2018 / 4 / 13 473 0 4788   
39 리처드의 청혼 2018 / 4 / 11 447 0 5868   
38 샬롯 공주 2018 / 4 / 10 482 0 5970   
37 이별의 슬픔에 눈물을 흘린 짐 2018 / 4 / 8 489 0 6141   
36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받다 2018 / 4 / 7 497 0 7851   
35 로버트 왕자의 접견 요청 2018 / 4 / 6 479 1 5995   
34 리처드와 악수를 나눈 로버트 왕자 2018 / 4 / 5 464 0 5624   
33 에반젤린 공주를 심문할 것을 허락하다 2018 / 4 / 4 482 1 6681   
32 레이디 제인의 모함 2018 / 4 / 3 486 1 6662   
31 변장을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다 2018 / 4 / 2 495 1 6967   
30 에반젤린 공주의 품위에 눌린 토마스 2018 / 4 / 1 485 1 5996   
29 토마스를 따라갈 것을 자청하다 2018 / 3 / 31 517 1 6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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