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황녀는 날지 않는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17.11.22

오래 전, 대악마 튀란누스에게 대륙이 짓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 네 명의 영웅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 이름도 종족도 달랐던 그들이 끝내 대악마를 쓰러트린 후 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꼭 30년이 흘렀다. 대전쟁의 네 영웅 중 하나인 제국의 황제 아르도르의 딸 레아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2황후 루마에게 벗어나 제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황궁 밖에서도 자신을 향한 암살위협이 점점 거세지던 그 때, 레아는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대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폭풍이 몰아칠 때 (1)
작성일 : 18-01-20 15:39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335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계의 하늘은 대륙의 하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아침과 밤과 새벽의 빛이 전부 뒤섞여 기묘한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을 빼고는. 그리고 그 하늘 아래를 걷는 한 악마가 있었다. 길고 곱게 늘어뜨린 은빛 머리카락은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었고, 졸린 듯 반쯤 감긴 두 눈 사이로 언뜻 보이는 붉은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였다. 헤르키나는 이내 걸음을 멈췄다.

 “잠이 확 깨는 걸.”

 말과는 다르게 헤르키나는 여전히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눈동자의 초점이 돌아온 것은 확실했다. 그녀의 앞에는 거대한 굴이 시커먼 입을 벌린 채 놓여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동굴의 크기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이토록 강한 마력이 흘러나오는 장소를 내가 몰랐다......라.”

 탄식을 내뱉으며 그녀는 동굴 안에 발을 내딛었다. 저릿한 감각과 함께 한기가 파고들었다. 그럼에도 헤르키나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느리지만 흔들림 없이 발을 내딛는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런 장소를 나나 다른 고위악마들이 모르게 마련하려면 방법은 하나지. 우리들의 시선을 다른 곳에 집중시키는 것.”

 그리고 헤르키나가 쓰게 웃었다.

 “대전쟁 종식 직후부터 계속되고 있는 악마들의 세력 다툼이, 이제는 우리를 향한 게 이 장소를 가리기 위함이었다면 들어맞지.”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과 추위 속에서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만한 마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우리 고위악마들 중에서도 없어. 나라면 모를까. 대악마들마저 30년 전에 전부 잠들었는데, 누가 이렇게 깜찍한 일을 벌이고 있는지 얼굴이나 볼까?”

 그녀의 손끝에서 보랏빛의 불꽃이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허공에 떠오르며 굴 안을 밝혔다. 그리고 헤르키나는 숨이 턱 막혔다.

 “말......”

 도 안 돼. 라고 말을 끝맺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속이 메스꺼워지며 시야가 급격히 일렁거렸다. 밝아진 굴의 저 끝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굴의 어둠보다 더 짙은 검은 머리카락은 언뜻 그의 머리카락이 여전히 어둠에 가려져있는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머리카락 사이에서 은빛 뿔이 솟아나와 있었고 그 머리카락과 뿔 아래에서 가만히 헤르키나를 응시하는 금빛 눈동자에서는 그 무엇도 읽을 수 없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30년 만이군. 헤르키나.”

 여전히 헤르키나는 멍하니 그를 마주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슬프게 웃었다.

 “그래. 믿기지 않겠지. 그렇지만 믿어주면 좋겠군.”

 “네가.”

 헤르키나가 힘들게 목구멍에서 소리를 끄집어내었다.

 “네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대악마들과 동급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허물없이 대하는 건 여전하군. 그건 그라티아에게만 해당되는......”

 “넌!”

 넌...... 넌...... 넌! 헤르키나의 외침이 메아리쳤다. 분노와 슬픔, 두려움. 혼란스러움. 그 모든 것들과 그 외의 것들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눈에 담겨있었다.

 “그 이름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어.”

 남자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아직도 이해해줄 수 없는 건가.”

 “닥쳐!”

 헤르키나가 기어이 분노를 터트렸다. 남자가 무어라 대답하려 했지만, 헤르키나가 쏘아 보낸 불꽃들에 정통으로 얻어맞으며 내동댕이쳐졌다.

 “커헉!”

 남자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흘렀지만 그는 그 피를 채 닦지도 못한 채 동굴 벽을 붙잡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일으켰다.

 “30년 전 그라티아와 다른 대악마들의 목숨마저 덧없는 희생으로 만들어버린 주제에,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마계에 돌아 온 거야!”

 또 다시 불꽃들이 남자를 강타했고, 남자는 다시 피를 흩뿌리며 나동그라졌다. 그는 애써 고개를 들며 헤르키나를 애처롭게 쳐다봤다.

 “헤르키나, 제발......”

 그러나 헤르키나는 차갑게 대꾸했다.

 “어떻게 살아 돌아 온지는 몰라도, 아쉽게 됐네. 다시 죽게 되서.”

 그녀의 불꽃이 다시 쏘아져나가려던 순간, 남자가 외쳤다.

 “그라티아를 살릴 수 있어!”

 헤르키나가 멈칫했다.

 “지금 말한 게 살고 싶어서 한 헛소리라면, 내가 아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죽여줄게. 제일 고통스럽게.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말해.”

 남자는 쓰게 웃으며 피를 토했다.

 “지금도 고통스럽게......컥!”

 헤르키나의 발이 남자의 머리를 짓밟았다. 그녀의 두 눈이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그저 분노 하나로만 끓어오르고 있었다.

 “네가 30년 전 대륙을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건, 대악마 중 가장 강력했던 자건 상관없어. 힘이 약해진 지금은 내가 위야. 그러니 딴소리 말고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그녀의 조용하고도 힘 있는 말에 얼굴이 바닥에 박힌 남자가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너무하는군. 마계라는 곳이 원래 틈이 보이면 치고 올라가는 그런 곳이라지만. 대답할테니 이 발 좀 치워주면 안되겠나.”

 헤르키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발에 힘을 한번 꾹 주고는 들어올렸다. 이내 진흙에 엉망이 된 얼굴을 들어 올린 남자가 자신의 얼굴을 쓱 문지르더니, 담담히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일부러 발에 힘줬지?”

 “닥쳐.”

 헤르키나의 날카로운 대꾸에 남자는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말했다.

 “30년 전, 내가 대륙을 침공했을 때를 기억하나?”

 “그래. 네 멍청한 계획덕분에 그쪽이나 이쪽이 얻은 것 없이 끝났지.”

 이를 갈며 대꾸하는 헤르키나를 바라보며 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한 계획이 아니야. 예상치 못한 인물들에 의해 틀어졌을 뿐. 충분히 실현가능한 계획이었다.”

 “그래서? 그 계획을 다시 짜보기라도 하게?”

 “그래.”

 헤르키나의 두 손이 남자의 멱살을 단단히 휘어잡았다.

 “미쳤어? 대악마들의 힘을 전부 끌어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죽어버린 주제에, 아직도 멀쩡히 살아있는 네 영웅들에게 무슨 수로 덤빈다는 거야! 그게 그라티아를 살리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녀의 으르렁거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태연히 대꾸했다.

 “그라티아는 죽은 게 아니지?”

 “......죽은 거나 다름없잖아.”

 씁쓸하게 대꾸하는 헤르키나에게, 남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그렇지. 나에게 힘을 빼앗기고 깊은 잠에 들었으니. 그렇다면 하나 물어보지. 그라티아를 비롯한 대악마들을 깨울 방법은 뭐지?”

 “어마어마한 마력을 모아야겠지. 네가 그라티아를 비롯한 대악마들에게서 뺏어갔던 그 마력을! 그렇지만 이제 어디서 그만한 마력을 모아?”

 “그러니까 내 계획을 다시 실행한다는 거다. 드라케니아. 그 이름을 잘 알고 있겠지.”

 “드래곤들의 땅.”

 “그 드래곤들의 땅에 잠들어있는 고룡에 대해서 들어봤나?”

 “......설마.”

 “그래. 그 고룡의 드래곤 하트라면, 대악마들을 모두 깨우고도 남는 마력을 품고 있겠지.”

 “그렇지만 무슨 수로? 보아 하니 넌 아직 힘을 되찾지 못한 것 같고, 네 영웅은 멀쩡히 살아 있어. 드라케니아에 입성하기도 전에 전부 몰살당할 걸?”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남자가 미소를 띠었다. 진흙을 잔뜩 묻힌 덕분에 썩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 미소였다.

 “그들 스스로 무너질테니.”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8 폭풍이 몰아칠 때 (3) 2018 / 1 / 25 282 0 5525   
27 폭풍이 몰아칠 때 (2) 2018 / 1 / 21 331 0 4899   
26 폭풍이 몰아칠 때 (1) 2018 / 1 / 20 302 0 3353   
25 안개의 딸들 (完) 2018 / 1 / 7 336 0 4615   
24 안개의 딸들 (4) 2017 / 12 / 30 296 0 4122   
23 안개의 딸들 (3) 2017 / 12 / 21 321 0 3412   
22 안개의 딸들 (2) 2017 / 12 / 17 312 0 4194   
21 안개의 딸들 (1) 2017 / 12 / 14 297 0 4777   
20 폭풍을 대하는 자세 (完) 2017 / 12 / 11 318 0 4025   
19 폭풍을 대하는 자세 (7) 2017 / 12 / 10 304 0 3719   
18 폭풍을 대하는 자세 (6) 2017 / 12 / 8 304 0 4111   
17 폭풍을 대하는 자세 (5) 2017 / 12 / 6 328 0 4159   
16 폭풍을 대하는 자세 (4) 2017 / 12 / 3 332 2 5630   
15 폭풍을 대하는 자세 (3) 2017 / 12 / 2 318 0 5276   
14 폭풍을 대하는 자세 (2) 2017 / 12 / 1 308 0 8577   
13 폭풍을 대하는 자세 (1) 2017 / 11 / 30 358 0 6305   
12 난쟁이들의 왕 (完) 2017 / 11 / 29 311 0 7290   
11 난쟁이들의 왕 (3) 2017 / 11 / 28 335 0 3574   
10 난쟁이들의 왕 (2) 2017 / 11 / 26 316 0 4734   
9 난쟁이들의 왕 (1) 2017 / 11 / 26 307 0 7800   
8 제국의 황녀 (完) 2017 / 11 / 25 338 1 4039   
7 제국의 황녀 (7) 2017 / 11 / 25 327 1 7668   
6 제국의 황녀 (6) 2017 / 11 / 24 365 1 4219   
5 제국의 황녀 (5) 2017 / 11 / 24 305 1 4255   
4 제국의 황녀 (4) 2017 / 11 / 23 300 2 6245   
3 제국의 황녀 (3) 2017 / 11 / 23 313 2 4434   
2 제국의 황녀 (2) 2017 / 11 / 22 322 2 4311   
1 제국의 황녀 (1) 2017 / 11 / 22 538 2 534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모두를 위한 마
여름별밤
복수에 신을 바
여름별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