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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전히, 푸른 봄
작가 : 박양지양
작품등록일 : 2017.7.20

존경하다가,
동경하다가,
닮고 싶어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자각해버리고.
사랑해버리고
추억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

서툰 유지애의 서툰 이야기.
#여주성장물 #짝사랑주의



 
아, 제가요?
작성일 : 18-01-18 03:44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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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가요?”

 

  당황스러운 마음에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네.”

 

  하하하.

  그렇게 단호하게 대답 안 해줘도 되는데, 술로 각성한 제2의 나는 마음껏 본심을 드러냈구나.

  뻘쭘함에 시선을 내리자 손에 쥔 빈 물잔이 보였다. 괜히 목이 타는 듯한 느낌에 빈 잔을 입에 댔다. 물 몇 방울이 입안으로 들어오자 더 큰 갈증이 몰려왔다.

  뭐라 답해야 하지? 그래, 하자! 이건 너무 좀 그런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여야 하나? 미치겠네. 헉, 그나저나 나 술 냄새 안 나나? 양치질은?

 

  “그럼...아! 나 일단 씻고 올게.”

 

  “씻었다고 했잖아.”

 

  “아, 맞다. 나 씻었댔지. 하하.”

 

  아, 맞다 아까 물어봤었지. 근데, 그 정신에 제대로 씻었나? 설마...

 

  “근데, 저기... 있잖아? 내가 혼자 씻었어?”

 

  설마, 내가 씻겨달라거나 함께 들어갔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지극히 본능에 충실한 자아인지라 몹시 불안했다.

 

  “어. 혼자 아주 씩씩하게 자알 씻었어.”

 

  “그...그랬구나.”

 

  다행이네. 그 와중에 씻은 내가 신기했다. 내게 그런 청결정신이 있을 줄 몰랐는데,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네. 그나저나 강민이는 왜 화난 거 같지?

 

  “그럼, 너도 씻을래?”

 

  “나.도.씻.었.어.”

 

  불끈 솟는 힘줄이 보였다.

  기억 못 하는 내가 무언가 또 잘못했었던 모양이다. 이젠 묻기도 겁이 난다.

 

  “아 그렇구나, 씻었구나...”

 

  분위기가 뻘쭘해졌다.

 

  “아직인가?”

 

  침묵을 깬 강민이의 말에 응? 이라며 되물었다.

 

  “대답, 제대로 안 하고 말 돌리는 거 같아서.”

 

  아니 거절은 아니었는데...

  내 태도가 너무 애매했나?

 

  “...아, 음...”

 

  어떤 말이 좋을지 고르는 내게 오롯이 쏟아지는 강민이의 시선에 작게 속삭이듯 말을 꺼냈다.

 

  “...유효합니다.”

 

  말만 꺼냈을 뿐인데 펌프질을 열심히 하는 심장 덕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막상 말은 했지만 부끄러움에 바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짧은 침묵이 어색해 손에 쥔 잔을 다시 만지작거렸다.

  강민이의 손이 잔을 빼내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시선은 내게 고정한 채 조용히 빈 잔을 내려놓는 강민이에게서도 떨림이 전해져왔다.

  무릎에 놓인 손 위로 온기가 덮였다. 따뜻하다고 느꼈던 손이 뜨겁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첫 키스 때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느릿하게 다가오는 강민이를 보며 눈을 감아버렸다.

  시야가 차단되자 감각은 더 예민해졌다.

  다가오는 숨결이 조금 거칠었다.

  조금 전 마신 물 덕에 차가워진 입술에 따스한 숨결이 머물자, 금세 따뜻해졌다.

  가볍게 그리고 조금씩 깊어지는 키스를 느끼며 살며시 눈은 떴을 때 열기에 풀린 까만 눈동자와 마주쳤다.

  이제는 통제되지 않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무서웠다. 이렇게 심장이 터져버릴 거 같았다.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다시 한번 묻는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살짝 떨어지는 듯싶었던 입술은 다시 입술을 가르며 들어왔다.

  유독 달게 느껴지는 키스였다.

  마치 마시멜로처럼 말랑거리는 달콤함이 자극적이었다. 달콤함에 정신을 빼앗길 때쯤, 손을 쥐고 있던 온기가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 온기에 놀라기도 전에 강한 힘이 나를 일으켰다.

  안기듯 다리 사이에 갇혔다.

  앉지도 서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로 자연스럽게 강민이의 목을 감았다.

  방을 채우는 마찰음은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 머리카락 사이를 빗어내는 손길 작은 스킨쉽에도 예민해진 감각에 몸은 열기로 휘감겼다.

  헐렁한 티셔츠 사이로 아무런 무리 없이 들어온 손이 허리를 다시 감싸 안았다.

  맨살에 닿은 체온이 뜨거웠다. 입술을 뗀 강민이의 손이 천천히 허리에서 등으로 옮겨졌다.

  속옷을 입고 있지 않은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신음이 작게 새어 나왔다.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에 입술을 깨물었다.

  기분이 이상해. 몰려오는 낯선 감각에 울고 싶어졌다.

  그렇게 파고드는 키스에 밀리듯 눕혀졌다.

  전기장판의 온기가 느껴졌지만 어루만지는 손길이 더 뜨거웠다.

  열기에 취해 마주친 시선도 잠시 강민이의 입술은 내 목덜미에 닿았다.

  베어 물듯 잘근잘근 목덜미를 탐하는 강민이가 티셔츠를 걷어 올렸다.

  한기에 몸을 움츠린 것도 잠시, 뜨거운 숨결이 몸을 데웠다.

 

  “하아...”

 

  새어 나오는 열띤 숨결에 놀라 두 팔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온몸에 낙인을 찍는 숨결에 붕 뜨는 기분이다. 목덜미에서 쇄골로 그리고 가슴 둔덕을 지나 점점 더 아래로 내려오는 숨결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거칠어지는 숨결에 묘한 희열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꿈틀댔다. 그런 복잡함 심경과는 달리 몸은 정직했다.

  온몸을 휘감아 오는 열기와 취한 듯한 몽롱함과 아랫배에서 처음 느끼는 감각에 숨은 가빠졌다.

 

  “흐윽...”

 

  입술을 깨물어도 나오는 신음을 내뱉으며 열기 속을 허우적댔다.

  눈을 가렸던 팔이 강민이에 의해 내려졌다. 부드러운 손길로 눈가를 어루만지듯 닦아주던 강민이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거침없이 벗었다.

  희미한 창밖의 빛이 군살 없는 복근과 탄탄한 까만 몸을 비췄다.

  심장은 튀어나올 듯 요동쳤다.

  아무렇게나 내던져지는 옷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다가오는 강민이의 입술을 맞이하기 바빴다.

  가벼운 입맞춤임이어도 아까와는 달랐다. 맞닿은 살결에 숨이 막힐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간간이 떨어지는 입술 사이로 강민이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맞닿은 가슴에서 쿵쾅거리는 울림은 계속 느껴졌다.

  따뜻했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내 것인지 강민이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박동이 섞이며 다리에서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상체를 일으킨 강민이의 손에 의해 팬티가 벗겨졌다. 내 손길도 닿지 않은 곳에 느껴지는 감각에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들려오는 소리로 강민이가 옷을 벗고 있음을 알았다.

  다리 사이로 젖은 물이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게 느껴져 부끄러웠다.

  그리고, 젖은 곳에 닿은 단단한 감각에 순간 몸이 굳었다.

  천천히 비벼지는 느낌에 또다시 신음을 삼키며 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맛이 입안을 맴도는 동안 들어오려는 몇 번의 시도를 느꼈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조금 낮은 신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천천히 들어오는 낯선 이질감에 몸을 비틀었다.

  미친 듯한 아픔은 아니었지만 미묘한 고통에 손에 닿은 이불을 꽉 쥐었다.

 

  “하아, 아파?”

 

  다정하지만, 흥분 섞인 강민이의 물음에 말없이 울먹였다.

  고통보다 이상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더 이상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은 채 몸을 숙인 강민이는 살짝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손길이 눈물을 닦아냈다.

  연신 다정하게 속삭이는 말들에 울음을 그치자, 강민이는 그대로 깊숙한 곳까지 단번에 들어왔다.

 

  “악.”

 

  천천히 움직이는 강민이의 팔을 잡았지만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 어린 신음이 흥분감 어린 신음으로 바뀌고 질퍽해져 가는 마찰음에 연신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아보려 애썼다.

  강한 움직임이 멈추자, 몰아치는 묘한 감각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쾌감만이 지배하는 와중에 깨물고 입술이 아팠다.

 

  “헉헉... 자...잠깐만.”

 

  상체를 일으킨 강민이는 부스럭 비닐 소리를 내며 작은 상자를 꺼내 들었다.

  콘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강민이는 아까보다 수월하게 몸 안으로 들어왔다.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처음보다 격렬해지는 움직임에 이불을 쥔 손에 힘을 더 줄뿐이었다.

  목덜미를 간질이던 강한 숨결이 입술에 닿았다.

 

  “입술, 하아, 피나잖아.”

 

  신음을 참느냐 입술을 깨물었던 탓인지 찢어진 모양이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비릿한 맛이 나더라니...

 

  “으윽. 소리 내도, 되니까...”

 

  입술을 핥으며 속삭이는 소리가 자극적이었다. 아까보다 느릿해진 움직임에 오히려 더 강한 쾌감이 몰려왔다.

 

  “아흑.”

 

  안쪽에서 피어나는 쾌감의 싹에 조금씩 신음이 커져만 갔다. 아니 고통일지도 모르겠다. 안을 채운 이질감은 고통과 쾌감을 번갈아 주었다.

  더 빨라진 움직임에 외설적인 소리가 방안을 채웠다. 부딪혀오는 몸짓에 내지르던 신음은 강민이의 입술에 삼켜졌다.

  헉헉, 격렬한 숨소리와 함께 더 강하게 찔러오는 것이 느껴졌다. 복부의 통증과 쾌감이 섞인 묘한 느낌이었다.

  신음 섞인 숨결이 귓가에 맴돌고 빠르게 움직이던 동작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대로 품에 풀썩 안기는 강민이의 등을 껴안았다.

  한기에 빠르게 땀이 식은 탓인지 차가운 살결이 손에 닿았다.

  거친 숨을 고르는 강민이를 안고 그대로 한참을 누워있었다.

  열기는 사그라졌지만, 맞닿은 살결이 상체를 누르는 묵직한 무게가 그리고 전해져오는 빠른 심장박동이 또 다른 두근거림을 가져왔다.

 

  “괜찮아? 아팠지?”

 

  고개를 들어 얼굴을 어루만지는 강민이는 다정스레 물었다.

 

  “괜찮아.”

 

  손을 뻗어 땀으로 촉촉해진 머리카락을 쓸었다.

  팔베개를 해주며 뽀뽀를 하는 강민이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대로 품에 안겨 꼼지락거렸다. 여기저기 어루만지는 손길이 좋았다. 그리고 행복했다.

 

  “씻어야 하는데...”

 

  말만 그리 했을 뿐 생각보다 더 나른한 몸은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잠깐, 이대로 조금만 더 있자.”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하는 강민이의 입술에 가볍게 휘어진 눈꼬리가 사랑스러워 이번엔 내가 먼저 입을 맞추었다.

  똑. 똑. 창문을 두드리던 물방울 소리는 후두두 창문을 내리치는 빗소리로 변했다.

 

  “아, 비온다.”

 

  봄이 오려나, 하지만 봄이 오기엔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차가웠다.

 

  “감기 걸리겠다.”

 

  강민이가 허리를 끌어당기자, 그대로 품에 꼭 안겼다.

  눈앞의 단단한 근육을 손으로 쓸어내리자, 끄응 하는 신음이 들려왔다.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 조금 더 대담하게 만졌다.

 

  “그만. 더 하고 싶어져.”

 

  “또?”

 

  “응, 그러니까 못된 손 그만하고 그냥 가만히 있어.”

 

  아까의 반응을 더 보고 싶었지만, 한 번 더할만한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말 잘 듣네.”

 

  쿡쿡 웃는 강민이의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치이. 삐죽거리다 아까 콘돔이 생각났다.

 

  “언제 샀어?”

 

  “뭘?”

 

  “그거.”

 

  “그거 뭐.”

 

  “콘, 돔.”

 

  “아, 그거? 우리 야보가.”

 

  “...야보? 나 말하는 거야?”

 

  “응. 야한 잠만보. 여보 같기도 하고.”

 

  “...싫어. 다른 애칭으로 불러줘.”

 

  “왜 좋은데, 우리 야보가 피임은 필수라며 꼭 사야 한다고 했지.”

 

  “아, 또 제가요?”

 

  “네. 그렇습니다.”

 

  낮게 울리는 웃음소리에 또 다른 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진짜 술 그렇게 마시지 말아야지.

 

  “기억 안 나지?”

 

  “응.”

 

  “또 그렇게 마시지마.”

 

  “...안 마실게.”

 

  “우리 야보는 말도 잘 들어.”

 

  “이씨, 그거 하지 말라니까.”

 

  주먹으로 강민이를 가볍게 치자, 웃는 소리가 더 커졌다.

 

  “어어? 움직이지 말라니까? 진짜 자극돼.”

 

  엇갈린 다리 사이에서 단단한 그것이 느껴졌다.

 

  “농담 같아?”

 

  “아니.”

 

  “착하지? 이제 진짜 자자. 나도 피곤해.”

 

  “응.”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품에서 멀어졌지만 끌어당기는 힘에 다시 안겼다.

 

  “안돼.”

 

  다리까지 감아 꼼짝 못 하게 한 강민이의 품속에서 묘한 충만감이 느껴졌다.

  따뜻해.

  다행이다.

  내 처음이 너라서...

  꼬물거리며 더 깊숙이 안겼다.

  그런 나를 더 꽉 안아주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자, 토닥이던 손길도 점점 잦아들었다.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도 여전히 비는 요란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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