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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황녀는 날지 않는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17.11.22

오래 전, 대악마 튀란누스에게 대륙이 짓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 네 명의 영웅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 이름도 종족도 달랐던 그들이 끝내 대악마를 쓰러트린 후 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꼭 30년이 흘렀다. 대전쟁의 네 영웅 중 하나인 제국의 황제 아르도르의 딸 레아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2황후 루마에게 벗어나 제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황궁 밖에서도 자신을 향한 암살위협이 점점 거세지던 그 때, 레아는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대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안개의 딸들 (完)
작성일 : 18-01-07 22:30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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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킨틸라 제국의 수도 플람마에 위치한 황궁의 그랜드 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크게 두 무리로 나뉘어져있었는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 있는 루마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을 필두로 한 귀족들이 대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황후마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백발노인의 주름투성이 입이 덜덜 떨리며 열렸다. 그 움직임이 두려움이 아닌 분노를 담고 있다는 것은 그의 목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를 침착하게 마주보며 루마는 입을 열었다.

 “사병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황후마마! 정녕 제국의 기반을 흔드실 셈입니까! 30년 전 대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제국의 군대뿐만이 아니라 우리 귀족들의 사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압니다. 잘 알지요. 그렇다면 제가 시몬님께, 아니 여러분 모두에게 묻겠습니다. 30년이 흐른 지금, 전쟁은 종결됐고 제국을 지키는 데는 중앙군과 북부군, 남부군으로만 충분합니다. 더 이상 사병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왜 사병들을 거느리고 계신 겁니까.”

 그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루마의 침착했던 두 눈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보세요. 여러분들은 그저 가문의 힘을 재는 척도로 사병들을 거느리고 있는 겁니다. 제국의 기반이라고요? 아니요! 제국을 병들게 하는 썩은 뿌리 중 하나겠지요!”

 그녀의 기세에 눌린 귀족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시몬만이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을 수 있었다.

 “그건 황제폐하의 뜻입니까, 황후마마의 뜻입니까.”

 루마는 차갑게 웃었다.

 “제 뜻입니다. 폐하의 뜻이면 받아들이고, 제 뜻이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니지만...... 이런 중대한 일은 황제폐하와도 의논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폐하는 7년 전 원인모를 병으로 쓰러지셨고, 그때부터 저는 황제의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전권이란 단어에 힘을 주며 루마가 시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중대한 일이라고 하셨나요? 그래요. 물론 30년간 존재해왔던 사병제도를 없애버리겠다니, 정말 중대한 일이겠죠. 여러분들에게만!”

 루마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시몬을 포함한 귀족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여러분들의 사병들을 위해 등골이 휘도록 세금을 내는 제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제가 내뱉은 말을 실행할겁니다. 이만 물러가세요. 아, 시몬님은 잠시 남아주시죠.”

 불만에 가득 찬 귀족들이 투덜거리거나 화를 내며 일제히 그랜드 홀을 빠져나갔고, 이내 루마와 시몬만이 남겨졌다. 루마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시몬님. 저는 시몬님이 연기 쪽에도 소질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별 말씀을. 허나 황후님.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시몬의 물음에 루마는 쓰게 웃었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당분간은 잠잠할지 몰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귀족들의 반발은 오늘보다 더 거세질 겁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말을 하다 말고 머뭇거리는 시몬을 루마가 슬프게 바라보았다.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그런 말씀이신가요.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강행하시는 겁니까.”

 “제국민들을 위해서입니다.”

 “......제국민들을 위해서, 홀로 귀족들에게 맞서려는 겁니까.”

 “혼자는 아니죠.”

 “용병단들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일시적으로 고용한 것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황후님, 차라리......”

 이번에도 시몬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루마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덤덤히 대꾸했다.

 “레아에게 도움을 청하라고요?”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말을 했군요. 늙으면 이 입이 주책입니다.”

 “아닙니다. 시몬님이 절 얼마나 걱정해주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제 자신에게 스스로 약속한 겁니다. 그리고 레아 그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면서까지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그 아이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정말 웃기는 일이지요. 그 아이에게 저는......”

 루마는 고개를 들었다.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이 일이 모두 끝난 뒤에, 제가 계획했던 모든 것이 끝난 후에 그녀를 만나야 합니다.”

 시몬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루마의 입에 걸린 옅은 미소를 보았기에.

 “그러면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죽을 수 있겠지요.”

 

 

 

 

 평소 눈이 시릴 정도의 푸름을 자랑하던 네불라의 하늘은 현재, 수십 척의 비공정과 고함소리, 불꽃, 잿빛 먼지로 뒤덮여있었다.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던 한 소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낯빛이 좋지 않구나, 디에스,”

 누군가의 목소리에 소녀는 고개를 돌렸다. 긴 흑발과 옅은 금빛을 띠는 두 눈동자가 잘 어우러지는, 시원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디에스라 불린 그녀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대무녀님.”

 디에스의 앞에 서 있는 건 어깨까지 내려오는 짧은 흑발과 옅은 붉은 눈을 가진 젊은 여성이었다. 얇고 흰 옷 위에 검은 로브를 두른 그녀는 디에스를 다정하게 바라보다가, 이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참혹하구나.”

 그리고 대무녀는 디에스에게 다시금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 너 또한 마음이 편치는 않은 모양이고.”

 디에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맨 처음에는, 우리 연방을 침략한 제국군을 그대로 놔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0년 전 대전쟁을 예언했던 전(前) 대무녀님에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배척하고 두려워한 자들이 바로 연방 정부니까요. 하지만 임베르의 한 작은 마을에 불과한 실렌티움을 박살내버리고, 죄 없는 연방민들마저 공격한 그들을 더 이상 놔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결단을 내렸습니다. 제국군을 막기로요. 그렇지만 우리 무녀들에게 그런 태도를 보여준 연방 정부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파탈리타스님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나에게 요청했구나.”

 “......그렇지요. 그렇게 많은 안개가 낀다면 자연스레 연방 정부의 이목이 집중될테고, 제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그들이 이곳으로 올테니. 그리고 남은 건 제국군과 연방군의 전투뿐이고요. 제국군도 막고 연방 정부측도 손실을 입음으로써 전 대무녀님에 대한 원한을 갚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디에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막상 저런 광경을 보자니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게다가 대무녀님이 저에게 하신 잠자코 지켜보라는 충고마저 어기고 멋대로 한 일이잖습니까. 신전에 돌아가면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대무녀는 피식 웃고는 디에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디에스, 물론 넌 함부로 권능을 사용했고, 게다가 그 권능을 이용해 희생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한명이긴 하지만...... 그래도 네가 말했던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거다.”

 디에스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대무녀를 바라보았다.

 “네? 지금 연방 비공정의 포격이 제국 비공정을 향해 집중되고 있는데 한명밖에 희생되지 않았다고요? 아 물론......”

 “그래. 희생된 한명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하지만 그는 침략자의 위치에 있었고, 너 역시 고국을 지키기 위해 권능을 사용했어. 전쟁이란 그런 거란다. 그 누구도 웃지 못하는 것.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길 뿐이야.”

 “그런데 제가 말했던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니요. 그렇다면 저 살벌한 공방전 속에서 더 이상 희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 어떻게 그런......”

 디에스는 말을 멈추고 하늘을 향해 서서히 올라가고 있는 대무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대무녀의 손가락은 멈췄고, 디에스는 그 멈춘 손가락 끝에서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맙소사. 제가 멋대로 권능을 사용했을 때 막지 않으셨던 이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계셨군요. 예언을 통해서!”

 “그래. 물론 희생된 제국군 하나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그리고 뭐, 너도 제국군이 연방을 침략할 것을 미리 보지 않았느냐. 피차 같은 입장이지.”

 그리고 대무녀는 손가락을 내리고 고개를 들어, 어느새 대포소리와 고함이 멈춘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셨습니까.”

 연방의 비공정과 제국의 비공정들이 수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아니, 추락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똑바른 상태를 유지하며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아주 천천히, 느리게 내리는 이질적인 빗방울 속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매가 유유히 비행하고 있었다. 하얀 눈송이의 색을 닮은 그 매의 등에서, 누군가가 두 손을 양 옆으로 쭉 뻗고 있었다. 타고 있는 매의 색과 똑 닮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한 명의 엘프였다. 그녀는 옅은 녹색 눈동자로 떨어지는 비공정들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시는 엘프입니까? 도대체 누구인데 저런 경지의 정령술을 사용하는 거죠?”

 디에스의 감탄이 섞인 물음에 대무녀는 싱긋 웃었다.

 “우리가 맞이해야 할 손님이시다.”

 그리고 대무녀가 그녀 스스로에게만 들리도록 조용히 중얼거렸다.

 “부디 제가 본 미래가 틀렸다고 말씀해주시길.”

 마침내 모든 비공정들이 지상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높이에서 멈춰섰고, 엘프를 태운 매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대무녀는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감았다. 그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부디 30년 전과 같은 재앙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말씀해주세요.”

 동시에 감은 눈 위로 엄청난 돌풍이 몰아쳤다. 대무녀는 돌풍이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테사나님.”

 그녀의 눈앞에는 매의 등 위에 타고 있던 엘프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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