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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마주치다 (2)
작성일 : 18-01-06 18:51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8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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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최상급 균열의 목표라는 건가?’

 

 전미린이 알려준 지도를 통해서 다시 균열에 들어오게 된 천유강이다. 최상급의 균열이라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최종보스가 나올 줄은 몰랐다.

 

 ‘쉽지 않겠어.’

 

 오랜 시간 동안 술에 찌든 몸은 한눈에 보기에도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망가진 몸의 곳곳에는 아직 최고점까지 단련했던 육체의 흔적이 엿보였다. 게다가 방금 전의 교전에서 보여준 하후은의 무리는 조자룡뿐 아니라 천유강도 아득하게 지나 있었다.

 

 신체 능력이 아닌 단순 무술만으로는 이제까지 균열에서 만났던 모든 상태를 통틀어서 최고다. 하지만 천유강은 좌절하지 않고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판단했다.

 

 ‘믿은 것은 특성과 그의 무기.’

 

 이제까지 균열을 깨며 얻은 특성은 조자룡의 신체능력을 크게 올려 방금 전보다 훨씬 해볼 만할 거다.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아직 무기를 검집에서 꺼내지 않은 상태다. 저 상태면 그냥 몽둥이를 들고 때리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꺼억~ 아~ 이제 좀 술이 깨네. 안 올 거냐? 나, 술이 완전히 깨면 그나마도 가능성이 없을 텐데?”

 

 그런 말을 하면서도 옆에 놓인 술을 마시는 하후은이다. 긴장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래도 절대 경시할 수 없다. 혹시 취권 비슷한 무공을 익힌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해볼 정도로 취한 상태의 하후은도 강력했다.

 

 쨍그랑~

 

 천유강은 들고 있는 창을 바닥에 버렸다. 기억 속에 있는 조자룡의 창술도 수준 이상의 것이었으나 지금처럼 급박한 순간에 그것을 녹여낼 자신은 없다. 그보다 자신이 자신 있는 것으로 상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에? 포기한 거야?”

 

 “아니.”

 

 천유강은 두 손을 올려서 자세를 잡았다. 그 모양을 본 하후은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했다.

 

 “뭐 하는 거야? 맨손으로 날 상대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가?”

 

 조자룡의 기억을 더듬어 본 결과 이곳에는 맨손으로 하는 무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하후은의 반응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하후은의 반응보다는 승리가 중요했다.

 

 팟!

 

 천유강의 대지를 박차고 하후은에게로 전진했다. 하후은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전 중인 차량을 돕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이자를 쓰러트리고 도우러 가야 한다.

 

 “어쭈? 제법······.”

 

 갑자기 달라진 상대의 기도에 하후은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천유강의 공격을 받아냈다.

 

 쾅! 쾅! 쾅!

 

 천유강의 몰아치는 공격을 검집이 착용된 검으로 모두 받아냈다. 계속 수비하는 쪽은 하후은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조급함도 보이지 않았다.

 

 “독특하네.”

 

 “큭!”

 

 여전히 비틀거리면서도 파리를 쫓듯이 휘두른 검에 천유강의 공격이 모두 막히는 형국이다.

 

 ‘능력치는 차이 나지 않아. 아니, 오히려 내가 위다. 이 힘의 차이는 오롯이 기술 때문이야.’

 

 이제까지 크게 차이 나는 스탯을 기술로 커버한 적은 많아도 오히려 기술에서 밀린 적은 처음이다. 전 특급 균열에서 만났던 기사단장 베르다나 고위 악마 피케르도 결국 천유강의 무술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스탯은 천유강이 좋고 상대가 오히려 기술이 좋았다. 만약 하후은의 몸이 조금만 회복되었어도 상대도 되지 않았을 거다.

 

 ‘그러면 특급이 되었겠지.’

 

 “커억~ 이제 몸이 풀리네.”

 

 하후은의 말이 빈말이 아닌 듯이 정말로 동작이 간결해지고 검에 담긴 힘이 강해졌다.

 

 ‘이제 스탯은 동급!’

 

 퍽! 퍽! 퍽!

 

 나른하듯이 움직이는 하후은의 검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고차원의 무학이 녹아 있다. 마치 현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검이 튕기듯이 통통 튀다가 어느새 휘감아져 오고 부드러운듯하면서도 날카롭게 뻗어온다.

 

 반면 천유강의 무술은 빠르고 날카로운 것에 특화되어 상대의 조그마한 틈이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급소를 노린다. 아직 술에서 덜 깬 하후은이 조금이라도 공세를 늦추면 어느새 천유강의 손이 하후은의 목숨을 위협했다.

 

 “햇병아리인 줄 알았더니, 제법!”

 

 순간의 실수가 목숨과 직결되는 상황에서도 하후은은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건 단지 고수의 여유에서 나오는 태도가 아니었다.

 

 ‘허허롭다.’

 

 천유강이 판단하기에 하후은은 많은 것을 비우고 싸우고 있었다. 승부와 생명을 떠나서 마치 무언가를 지우기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처럼 자신의 목숨마저 도외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를 건 없다.’

 

 육체의 주인인 조자룡도 주모를 구하기 위해서 필사적이었고 천유강도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 간절한 마음이 합해지니 조자룡과 천유강이 점점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 느껴졌다.

 

 ‘점점 느낌이 온다.’

 

 하후은의 육체가 점점 깨어나는 것처럼 천유강의 반응도 더 민첩해지고 있었다. 조자룡의 기억 속의 무술들이 천유강의 동작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제까지 천유강이 차지한 균열 안 육체의 주인은 모두 무술과는 동떨어진 사람들이었다. 마지막에 타이브가 사막의 검술을 익히긴 했지만 현대 무술에 비교하면 너무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 조자룡의 육체는 달랐다. 기억 속의 무공과 수련법 그리고 경험들은 모두 천유강의 속에 녹아 새로운 효과적인 초식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창을 버리길 잘했어. 창을 들었으면 무공의 융합이 쉽지 않았을 거야.’

 

 천유강의 움직임이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을 안 하후은도 눈에 이체를 띄었다.

 

 “큭큭큭! 천재라고 불리던 나도 이 정도의 성장을 보인 적은 없었다. 마음이 바뀌었어. 살려둔다면 필시 주군의 앞길에 방해가 될 놈이구나.”

 

 하후은도 본격적으로 싸우기로 결심했다. 내공을 순환하니 몸에서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후은의 안에 있던 주독이 타고 있는 것이다.

 

 “꺼억~ 시원하군.”

 

 이런 임시방편으로 한 행동으로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주독을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동안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지 않아 앙상하게 마른 육체도 여전히 불안전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다.

 

 퍽!!!

 

 갑자기 빨라진 하후은의 공격에 천유강이 다시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아직 정타는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날아오는 묵직한 공격에 내장이 모두 진탕되는 기분이었다.

 

 다시 수십 합의 공격이 오갔다. 여전히 하후은이 우위에 있었지만 그 차이는 점점 좁혀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그건 천유강이 성장하는 속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망가진 하후은의 육체가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헉~ 헉~”

 

 아직 하후은의 내공은 넘쳐났지만 숨이 가빠져 몸을 가눌 수 없을 지경까지 왔다. 하루라도 수련을 게으르게 하면 티가 나는 무인들이다. 아무리 하후은이라도 몇 달 간 주독에 빠져 지낸 후 펼쳐지는 전투에서 제대로 움직일 리가 없었다.

 

 그것을 깨달은 하후은이 자세를 갖췄다.

 

 “휴~ 시간을 끌면 안 되겠군.”

 

 갑자기 달라진 하후은의 기도에 천유강도 바짝 긴장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후은의 검에서는 새하얀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나오기 시작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하고 강력한 강기다. 저거면 검집에서 검을 뽑지 않아도 엄청난 절삭력을 보일 수 있다.

 

 “이것을 막으면 네 승리다.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하후은의 말에 천유강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켜야 했다. 하후은의 검강은 초절정의 끝이나 화경의 초반부 경지에 오른 무인만이 펼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있다.

 

 현실의 천유강이 초절정의 초입부에 있는 것은 생각하면 특성으로 강화된 조자룡의 몸으로도 막기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하후은의 자신감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절대 안 돼!’

 

 약해진 마음을 다잡으며 천유강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천유강이 짊어진 것들이 절대 가볍지 않다. 그리고 그건 조자룡도 마찬가지였다.

 

 “받아라!”

 

 하후은이 쏜살처럼 빠르게 날아와 검을 휘둘렀다. 이제까지 술독에 빠진 사람이라고는 결코 볼 수 없는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처음부터 이런 힘을 보였다면 천유강은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거다.

 

 그 압도적인 힘 앞에서도 천유강과 조자룡은 꺾이지 않았다.

 

 ‘간다!’

 

 ‘간다!’

 

 마침내 천유강과 조자룡의 의식이 하나로 합쳐졌다.

 

 번쩍!!!!

 

 천유강과 하후은의 몸이 스쳐 지나갔고 둘은 모두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방금은 뭐였지?”

 

 천유강이 떨리는 손을 보며 되물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자신이 어떻게 손을 내질렀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필사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마치 방금 꾼 꿈처럼 그것들이 잡힐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하후은이 클클 거리며 웃었다.

 

 “한 단계 진보한 거지.”

 

 “뭐?”

 

 “죽음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끝까지 정신을 놓지 않은 무인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거다. 축하한다.”

 

 “······왜 마지막에 검을 거두었지?”

 

 천유강은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평소 때를 뛰어넘는 무공을 펼쳤다고 해도 하후은의 검 안에 담긴 가공한 힘을 깨부수기에는 무리였다. 마지막 순간에 하후은의 검강이 흐릿해진 것을 놓치지 않고 봤다.

 

 “큭큭! 적에게 일부러 목숨을 내줄 정도로 취하지 않았어. 단지······.”

 

 하후은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주저앉았다. 그의 심장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공격의 흔적이 선명하게 새겨 있었다.

 

 “너희들의 의지가 내 힘을 꺾은 것이지.”

 

 “······.”

 

 이미 하후은은 모든 힘을 잃고 쓰러졌다. 이제 앞을 막는 자도 없으니 서둘러 주모에게 가야 했다.

 

 그때 하후은이 다시 천유강을 불렀다.

 

 “애송이!”

 

 하후은이 마지막 힘을 다해서 천유강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바로 그가 가지고 있던 검집이 벗겨지지 않은 검이었다.

 

 “앙탈이 심하지만 잘만 다루면 큰 힘이 될 거다. 내 마지막 인연이니 네가 잘 대해 줬으면 좋겠다.”

 

 그 말에 무심코 검을 옆에 찬 천유강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더 늦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여보, 내가 갑니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장 하나가 이름 없는 언덕에서 쓰러졌다.

 

 “주모님!!”

 

 하후은이 없으니 남은 잔당을 처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미부인을 지키던 병사들은 모두 전사했지만 천만다행으로 부인과 따님은 상처 하나 없었다.

 

 “조······장군?”

 

 죽음의 위협으로 초췌해진 미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자룡을 바라봤다. 이제는 틀림없이 끝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구세주가 나타난 셈이다.

 

 “괜찮으십니까?”

 

 “난, 난, 괜찮아요.”

 

 “다행입니다. 어서 차에서 나오세요.”

 

 이미 차는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잘못해서 연료통에 불이라도 나면 폭발할 수 있으니 서둘러 둘을 차에서 꺼냈다.

 

 “선이는 제게 주십시오.”

 

 미부인에게서 아이를 받은 천유강은 천으로 단단하고 안전하게 자신의 몸과 함께 묶었다. 이 정도면 총알이 쏟아져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디로 가야지?”

 

 탈 차량은 보이지 않고 아직 주변은 적들로 꽉 둘러싸여 있다. 겨우 하후은을 이겨내긴 했지만 조조 군에는 아직 명성 높은 장수들이 즐비하다. 그중 한 명만 만나도 둘을 데리고 무사히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거다.

 

 탈출로를 모색하고 있던 천유강은 문득 미부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미부인은 부서진 다리 끝부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부인, 위험······!”

 

 천유강이 경고하러 앞으로 나갔지만 미부인은 예전에 보여주었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지만 그보다 먼저 미부인이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죽은 남동생이 있다는 것은 말했었죠?”

 

 “네. 그렇습니다만, 지금은······.”

 

 “그래서 조 장군이 더 정감이 갔어요. 착하고 바르게 자란 조 장군을 보며, 내 동생도 이렇게 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늘 생각했거든요.”

 

 “주모님, 지금은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아무리 조 장군이라도 이런 곳에서 저와 제 딸까지 함께 데려가는 것은 무리예요. 특히 저까지 데려가려 하면 틀림없이 모두에게 화가 갈 거예요.”

 그제야 미부인의 뜻을 알아챈 천유강이 다급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두 분 다 무사히 모실 수 있습니다. 틀림없이 그럴 수 있습니다.”

 

 “쿡쿡! 역시 상냥하네요, 조 장군은.”

 

 미부인은 천유강을 바라본 채로 조금씩 뒷걸음쳤다. 그리고 발이 끝에 닿았다는 것을 느꼈을 때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그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기다려주세요!”

 

 여전히 온화하고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미부인은 그대로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풍덩!!

 

 못해도 50m가 넘는 높이의 다리다. 그 위에서 떨어졌으니 연약한 미부인의 신체가 버틸 리가 만무했다.

 

 “주모님!!!!!!”

 

 그 모습을 본 천유강은 바로 뛰어 내려가려 했지만 배에 단단히 묶은 유선이 생각나 멈춰야 했다. 지금 미부인을 따라 내려가도 그녀를 구할 확률은 희박하지만 유선은 반드시 사망할 거다.

 

 그것을 깨달은 천유강과 조자룡은 망연자실하게 미부인이 떨어진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미부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안 돼······.”

 

 잠시 멍하게 있던 천유강은 다시 정신을 잡고 일어섰다. 주모님이 목숨까지 버리며 지키려 했던 아이가 품에 있었다. 절대 그 뜻을 저버릴 수 없다.

 

 뜨겁게 내려오는 눈물을 애써 삭히며 천유강은 다시 내기를 북돋웠다.

 

 “가야 해.”

 

 여기서 망설이면 정말 죽도 밥도 안 된다. 다리에 내기를 가득 주며 앞으로 달려갔다.

 

 ***

 

 “다시 말해 봐, 뭐가 어떻게 되었다고?”

 

 “하후 장군이 전사하였습니다.”

 

 제니퍼의 무덤덤한 말에 조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

 

 “······99%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마지막까지도 확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멍청한 놈!!”

 

 그제야 조조는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 수 있었다. 하후은 이 바보가 끝내 부인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거다.

 

 뒤늦게 하후은의 소식이 무전을 통해서 날아왔지만 조조는 머리를 감싼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제니퍼에게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떤 놈이지?”

 

 “조자룡이라는 유비 군의 장수입니다.”

 

 “조자룡? 유비, 관우, 장비도 아니고 그런 애송이에게 당했다고?”

 

 “하후 장군의 상태가 너무 엉망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은 더 무너져 있었습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평상시에 늘 여유로운 조조도 갑작스러운 하후은의 비보에는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놈은 잡았나?”

 

 “지금 막 하후연 장군과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

 

 펑!!!!!!

 

 “큭!!!”

 

 화살에서 엄청난 충격파가 나와 그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저 광범위한 공격에서 온전히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런 궁술을 지닌 사람은 조조 군에 단 한 사람밖에 없다.

 

 “하후연.”

 

 활로는 천하에서도 적수를 찾기 힘들다는 무인이다. 혼자서도 저 화살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것이 버거울 텐데 지금은 유선을 충격파에서 보호하기 위해 한껏 웅크리고 있는 중이다.

 

 “헉~ 헉~”

 

 숨도 돌릴 시간이 없었다. 잠시라도 멈춰 있으면 저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거다. 그 생각을 하는 동시에 다시 거대한 충격파가 바로 옆 건물을 부쉈다.

 

 펑!!!!!!

 

 은신할 건물을 모두 없애려는 수작이다. 아무리 천하의 하후연이라도 이런 식으로 내공을 낭비하면 곧 지칠 테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 상태다. 그도 그렇듯이 전우이자 형제인 하후은이 저 어린 장수에게 죽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했다.

 

 “고작 너 같은 것에!!!”

 

 펑!!!!

 

 “큭!”

 

 하후연의 화살은 그 어떤 미사일보다도 빠르고 정확했다. 이미 다리가 터질 것처럼 달리고 있었지만 사람이 화살보다 빠를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이미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태다. 품 안에서 새근거리는 유선이 때문에 없던 힘마저 솟고 있지만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잡았다!”

 천유강의 모습을 정확히 포착한 하후연이 활시위를 힘차게 당겼다. 이 거리에서라면 절대 화살이 빗나가지 않을 거다.

 

 그 순간 천유강과 하후연의 눈이 정면에서 마주쳤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거냐!”

 

 왜 하후은이 저런 애송이에게 당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저 눈빛, 이 상황에서도 절대 좌절하지 않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저 나이 때의 하후은도 그랬다.

 

 언제나 저런 눈으로 절대 해낼 수 없다는 일을 해냈고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적들도 차례로 꺾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모하다고 여겼던 일에 망설이지 않고 도전했다.

 

 나이 먹은 지금에는 잃어버렸던 그 무언가가 저 눈 안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하후은이라면 내 화살에 굴복하지 않았을 거다. 너도 증명해봐라!”

 

 하후연의 진심전력이 다 들어가 있는 화살이다. 눈앞의 애송이가 아니라 정말 하후은이라도 이 화살을 온전히 피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파지지직!!!!!

 

 하후연의 화살이 둘 사이의 공간을 찢으면서 날아왔다.

 

 충격파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이미 저 화살에는 세상도 부술 힘과 결의가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아아아아악!!!”

 

 천유강과 조자룡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설사 전신이 찢긴다고 해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때 청공검의 검집이 풀렸다.

 

 번쩍!!!

 

 뜻밖에도 충돌하는 순간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했다. 어쩌면 너무 큰 소리 때문에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고요함 속에서 힘의 파편이 아지랑이처럼 사방을 메웠다.

 

 “······.”

 

 “······.”

 

 무리한 힘을 쓴 탓에 전신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웬일인지 하후연은 공격하지 않고 멍하니 자신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저자를 상대할 시간은 없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그렇게 떠나가는 천유강의 등을 보며 하후연을 툴툴거리며 웃었다.

 

 “그래, 하후은을 죽인 자가 이런 곳에서 허망하게 쓰러질 수 없겠지. 가라, 가서 그에 걸맞은 위명을 쌓고 와라. 그때가 되면 반드시······.”

 

 하후연은 활을 부서질 듯이 꽉 쥐었다.

 

 “내 손으로 네 목숨을 끊어주마.”

 

 《균열을 클리어했습니다.》

 

 《연계 균열이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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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마주치다 (2) 2018 / 1 / 6 279 0 8728   
99 마주치다 (1) 2018 / 1 / 2 276 0 9420   
98 바다 이야기 (7) 2018 / 1 / 2 277 0 7781   
97 바다 이야기 (6) 2017 / 12 / 31 288 0 7725   
96 바다 이야기 (5) 2017 / 12 / 30 311 0 5588   
95 바다 이야기 (4) 2017 / 12 / 28 283 0 6851   
94 바다 이야기 (3) 2017 / 12 / 26 295 0 6738   
93 바다 이야기 (2) 2017 / 12 / 25 261 0 6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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