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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스포츠머리 가죽점퍼
작성일 : 18-01-03 07:18     조회 : 341     추천 : 1     분량 : 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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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머리 가죽점퍼

 

 

 부산 영도파 보스 배차돌과 헤어진 김해 장유파 행동대장 쌍칼은 서울 신림동 이글스파를 배신하고 잠적헤서 추적을 당하고 있다는, 해결사 해삼이라는 놈에 대해 뭐가 뭔지 판단이 안 서서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을 하고 있다.

 

 ‘이 두 놈 중에 멍게란 놈은 다치지 않았으니까 김해중앙병원 해삼 병실에 함께 있었을 거다. 그날 저녁 우연히 자기들 잡으러 온 이글스파 대원들을 먼저 발견하고는 해삼을 데리고 어딘가로 급히 피했는지도 모른다. 돈도 없는 놈들이 객지에서 멀리는 못 갔을 거다. 아직 완치가 안돼서 통원치료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애들 풀어서 남은 병원 다섯 군데랑 주변 여관을 뒤져봐야 되겠다.’

 

 조금 전에 배차돌이 핸드폰으로 전송해준 해삼과 멍게의 사진을 눈 여겨 들여다보면서 쌍칼은 우선 이글스파 해결사 색출에 주력하기로 마음 먹는다.

 김해중앙병원을 습격했던 며칠 뒤에 병원 원무과에 들러 물어봤으나, 퇴원했다며 환자의 비밀보호 차원에서 주소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자기들 나와바리인 장유면에는 필로폰 대신 쌍칼이 제공해주기로 한 값싼 헤로인으로 대체해서 공급하면 되고, 진주 이병율파에게서 사온 필로폰은 선배인 진영읍내파 두목 성불사와 친구인 행동대장 송사리가 창원지역에 공급 루트를 뚫어주기로 했으니까, 당장 식구들 먹여 살릴 돈벌이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부산 서면파와 우호적이라는 서울 신림동 이글스파에서 배신하고 나온 그 해결사 해삼만 직접 잡을 수 있다면, 자기의 위상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가늠하기 조차 어려울 거란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다.

 

 ‘일생에 기회는 단 한번 온다고 했다. 어쩌면 이건 하늘이 내게 내려준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 내 손안에 그 놈을 보내 줬는데, 이보다 더 좋은 찬스가 어디 있겠나?’

 쌍칼이 혼자 히죽거리며 핸드폰으로 부하들에게 집합 지시를 내렸다.

 

 그 해결사 놈을 잡아 이글스파에 넘기면, 김해중앙병원 주차장에서 이글스파 대원 세 명과 전투할 때 오토바이 타고 와서 합세했던 정체불명의 다른 두 놈과 자기 보스 이무계와 중간보스 물소가 무슨 일로 두레박에서 만났는지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

 

 바로 그 무렵, 서울 신림동 이글스파 본부 ‘웰 모텔’ 땅굴 부본무 보스 사무실.

 

 “아직도 해삼을 잡지 못했는데, 이제 어쩌면 좋소?”

 응접소파 상석에 앉은 부본무가 자기 방으로 부른 오야붕 윤OO의 책사 김 전무에게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글스파에서는 조직을 배신하고 도망친 해결사 해삼과 꼬봉 멍게를 잡기 위해 2개팀 추적대 10명을 경남지역에 내려 보내서 수소문하고 있는데, 부본무가 총괄 책임을 맡아있다.

 

 그러나 도망간지 3주일이 지나도록 해삼은 잡히지 않고, 화가 난 오야붕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닦달을 하니 아주 죽을 맛이다.

 

 “그 가죽점퍼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까?”

 “아이구, 말도 마시오! 그 놈 찾으려다가 자칫했으면 우리 애들이 전부 잡혀 들어갈 뻔 했소.”

 부본무가 학을 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해삼과 멍게의 추적대는 그들의 고향인 해남과 파주 금촌부터 뒤졌다. 그런 다음 해삼과 일전을 겨루고 오히려 친구가 되어 해삼을 피신시켰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포츠머리에 오토바이 가죽점퍼 입은 놈의 친구라는, 안산 반월공단 ‘우주통신’에 근무하는 최근상 대리의 뒤를 캤다. 최근상의 고향이 경남 함안인 것을 알아낸 뒤에는 서부경남 일대도 2주일 동안 샅샅이 뒤졌다.

 

 “확실치는 않지마는, 그 가죽점퍼가 북문파 오야붕 대행 장훈교 보스를 만났다는데, 몽타주라도 그려서 우리 직원들에게 아는 얼굴인지 확인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고도 별 소득이 없자 김 전무의 아이디어로 그 스포츠머리 가죽점퍼도 함께 수소문하기로 해서, 오토바이 가죽점퍼 입은 이름도 모르는 문도의 몽타주를 만들게 되었다.

 

 문도를 두 번이나 보았던 운전수 장발머리의 기억을 더듬어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그럴싸하게 그리기는 했는데, 문도의 몽타주는 너무 잘 생긴 금수저출신 망나니가 오토바이에 올라 탄 모습으로 나왔다.

 

 “우리 대원들이 잡혀 들어가다니요? 어디로 말입니까?”

 김 전무가 뭔 소린가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처음에는 우리 애들이 그 몽타주 들고 수원 뒷골목에 가서 오토바이 타고 가는 비슷하게 생긴 놈들을 세워서 족치지 않았겠소? 웬만한 놈들은 지레 겁먹고 신원을 고주알미주알 밝히니까, 이 놈들이 신바람이 나서 큰 길까지 나가서 오토바이 타고 가는 사람은 다 잡아 세웠던 모양이오.”

 “그랬는데요?”

 

 “우리 애들한테 검문당한 한 놈이 꼭 몽타주하고 닮았는데, 아주 뻣뻣하게 나오니까 골목으로 끌고 가서 바른대로 대라고 좀 심하게 다룬 모양이오.”

 “그래서요?”

 

 “나중에 주민증을 보니까 나이도 스물밖에 안 되는 대학생이라 풀어줬다요.”

 “아, 그 사람이 어디 파출소에 신고라도 한 겁니까?”

 

 “신고 정도가 아니고, 수원경찰서 특수기동대가 출동해서 우리 애들이 혼비백산이 되어 도망쳤다요.”

 “아, 저런! 그 젊은 놈이 어느 대기업 재벌 회장의 3세나 4세쯤 되는 자제였던 모양이군요?”

 

 “그런가 보오. 수원이니까, 혹시 S전자 집안이 아니었나 싶소.”

 “S전자요? 그렇지요. 수원에 S전자가 있으니까, 자기 아버지나 형님 회사에 가던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애들이 한 놈도 안 잡혀서 다행이지, 만약에 잡혔더라면 경찰서에서 큰 곤욕을 치를 뻔 했소.”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 같은 조직이 그런 대기업하고 부딪쳤다가는 아주 힘들어 지지요. 되도록이면 재벌 대기업은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김 전무가 안심이 되는지 한숨을 쉬었다.

 

 “아, 참. 상도동 갱재 보스한테 그 삼봉이라는, 회장 비서 같은 놈 배후는 좀 알아봤소?”

 부본무가 생각난 듯 자기가 부탁했던 일에 대해 물었다.

 

 수원에 가죽점퍼 잡으러 나갔다 온 대원 중에 한 명이, 지난번에 구로 디지털단지역 앞 우신장례식장을 습격했던 괴한들과 아주 흡사하게 생긴 녀석 두 명을 어제 수원시내에서 봤다고 보고했다. 그 대원은 똥개 보스 소속으로 우신장례식장을 관리하던 대원인데 이번에 가죽점퍼 추적대에 차출되었다.

 

 “그 두 놈이 수원 북문파 조직원 여러 명과 어울려 있어서 가까이 가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제 기억에는 분명히 그날 장례식장에 쳐들어왔던 놈들로 보입니다.”

 그 대원의 보고가 맞는다면, 혹시 자기들이 월미도 협상 때 만났던 ‘삼봉’이라는 사람이, 건설회사도 계열사로 거느리면서 수원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기업 S전자 회장님 비서가 아닌지 궁금했던 것이다.

 

 “아, 예. 그러잖아도 그 말씀 듣고 조금 전에 갱재 보스한테 전화로 물어봤습니다. 갱재 보스 말로는 수원 S전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어딘지 알려줄 수 없다는 걸, 제가 정 이럴 거냐고 다그쳤더니, 큰 건설회사 거느린 다른 대기업 소속이란 말만 하고 더 이상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 전무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비루한 미소를 지었다.

 

 이글스파는 한 달 반쯤 전에 우군이던 상도동파와 산이슬파의 연합세력 40여 명으로부터 본부인 ‘웰 모텔’을 기습공격 받았었다.

  본부에 있던 대원 10여 명은 계단을 막고 유일한 창문이 있는 6층으로 올라가, 창문을 깨부수고 아래로 물건을 내던지면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연락 받은 똥개 길도개 보스가 인솔해간 인근의 대원 10여명과 노 실장이 긴급히 불러들인 14개 대부업소 소속대원 20여 명 등 40여 명이 순차적으로 대항했으나, 본부 건물 계단을 불태운 습격부대는 한 명도 잡히지 않은 채 도망가서 참패하고 말았다.

 

 그 시각에 구로 디지털단지역 앞에 있는 이글스파의 우신장례식장도 30여명의 괴한들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았다.

 똥개 보스 부하대원 15명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나 연장까지 준비하고 습격한 괴한들에게 역부족으로 무너져, 장례식장 마루바닥에 비참하게 줄줄이 무릎 꿇려 항복 당하는 수모를 겪었던 것이다.

 

 그 뒤에 이글스파는 윤OO 오야붕을 필두로 김 전무와 똥개 보스가 상도동파 갱재 보스와 산이슬파 보스를 인천 월미도 ‘씨 스타’ 호텔 옥상 테라스가든에서 만나 사후 대책 협상을 벌였다.

 그 때 배후세력인 대기업 회장의 지시로 참석했다는,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삼봉이라는 별명만 소개했던 것이다.

 

 그 삼봉이라는 대기업을 대표한 젊은 놈의 주도로 진행된 대책협상의 결과로 열세에 몰렸던 이글스파는 우신장례식장도 산이슬파와 함께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다만 상도동파가 노량진 재정비촉진지구에 설립하는 알미늄샤시 공장에 이글스파가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었다.

 그 재정비촉진지구는 향후 몇 년 동안 엄청나게 큰 시장이어서, 어딘지는 모르지만 대기업과 연줄도 맺는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합의문에 사인하고 지금은 서로 오월동주의 어정쩡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 그때 우신장례식장에 있었던 대원 말이 어제 수원에서 그 괴한들 중 두 명이 수원 북문파와 함께 있는 것을 봤다고 하니, 혹시 그 괴한들이 수원의 S전자에서 고용한 놈들이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요? 그럼 우리 대원이 그 놈들을 착각하고 잘못 봤는가 보네. 나는 혹시나 수원 북문파도 거기에 가담했을 줄 알고 노심초사 했는데, 아니면 더 잘된 건지도 모르겠소.”

 부본무가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고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직원이 100명이나 되는 수원 북문파가 지난번 습격사건에 동참했다면 솔직히 대책이 안 서기 때문이다.

 깍두기 머리는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자기들도 가끔씩 부하들을 구별 못할 때가 있다.

 

 “그러게요. 북문파는 아닐 겁니다! 그 동안 우리 오야붕께서 북문파 오야붕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돈독한 걸 북문파 중간보스 이상은 다 알고 있을 텐데, 설마 그랬겠습니까? 그건 잊어버리시고, 이제는 우리 경기지역 추적대도 부산으로 합류시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부산 서면파에 협조 요청까지 한 마당에 열명만 내려 보내 놓고 있는 건 좀 그런데요?”

 김 전무는 배신자들의 색출에 직접 책임은 없지만, 그 놈들이 만약에 어느 다른 조직에 붙어서 이글스파의 비밀을 까발리기라도 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부본무 보스 일에 협조하고 있다.

 

 “그래요. 그 가죽점퍼도 어쩌면 수도권에 머물지 않고 해삼 놈들과 함께 아래쪽으로 내려갔는지도 모르니까 경기지역 추적대 10명을 추가로 부산으로 내려 보내도록 합시다. 대원들 출장비용이 만만찮은 데, 김 전무가 회장님께 잘 좀 말씀 드려주시오. 허허.”

 변절자 수색 책임자인 부본무 보스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김 전무에게 부탁했다.

 

 지금 내려가 있는 대원 10명의 출장여비가 하루에 100만원씩이나 들어간다.

 여관방 하나에 두어 명씩 재워도 덩치 큰 놈들이라 하루 세끼 식사비와 간식비에, 돌아다니는 차량 기름값이 엄청나게 든다.

 이제 여비를 두 배로 올려서 하루에 200만원씩 보내줘야 하니, 오야붕이 노발대발할 게 뻔하다.

 

 “그 가죽점퍼 입은 놈 몽타주도 서면파에 전송해 주는 게 낫겠지요?”

 서면파와 관련한 협조공문 발송과 연락을 맡아있는 오야붕 책사 겸 자금 담당인 김 전무가 웃으며 물었다.

 

 “그러시오. 나도 시간 내서 낼 모레 서면에 한번 내려가겠다고 전해주시고.”

 부본무 보스가 체면 구기며 마지못해 인사차 부산으로 출동할 의사를 밝혔다.

 

 이제 부산과 김해 및 서부경남 일대에 문도의 스포츠머리에 오토바이 가죽점퍼 입은 몽타주가 지명수배자 전단지처럼 마구 뿌려지게 생겼다.

 이런 줄은 꿈에도 모르는 문도는 지금 부산과 김해를 오가며 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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