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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까칠한 내 이웃사촌
작가 : 류설량
작품등록일 : 2016.8.27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으르렁, 로맨스 작가만 7년째! 모코코의 새 교정 알바, 과격한 나라와 무심? 새침! 옆집 사는 편집장과의 코미디? 아니, 로맨스! "넌 날 좋아하게 될 거야" "네?"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그와 그녀의 똘끼충만 엽기발랄 로맨스가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연재됩니다. /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bluesky7412

 
4. 딱딱함을 넘어선 빡빡함의 극치
작성일 : 16-09-07 21:31     조회 : 567     추천 : 0     분량 : 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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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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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환이 표정을 잔뜩 구긴 채로 역정을 내자 나라의 표정도 덩달아 구겨졌다. 표정을 잔뜩 찡그린 나라가 이내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훌쩍거리기 시작하자 당황한 주환이 얼른 제 손을 나라의 입가에서 떼어냈다.

 

 “왜, 왜, 왜 울어요!”

 

 “흑, 흑… 흐어어엉!!”

 

 나라가 팡하고 울음을 터트려버리자 주환이 당혹스러웠는지 그녀에게 심통을 부렸다.

 

 “나, 나도, 나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나, 나라고 뭐 좋은 줄…!”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물려줘도 모자랄 판에 주환이 적반하장으로 더 성을 내자 나라가 서러움에 북받친 듯 더 큰 소리로 울음을 토해냈다.

 

 “흡… 흐어어어엉!!”

 

 “젠장!!”

 

 미간을 찡그리던 주환이 다시금 나라의 입을 막아버렸다.

 

 “제발!! 우는 건 딱 질색이니까! 그쳐줘요, 제발…!”

 

 그가 그녀에게 사정하듯 다그쳐놓고는 이내 슬쩍 미안쩍었는지, 그녀가 조용해진 틈을 타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제 손으로 거칠게 닦아냈다.

 

 “딱, 질색이니까…”

 

 까칠하지만 따스한 주환의 손길에 나라의 몸이 다시금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마치 놀란 토끼라도 된 양 눈물을 흘리는 일까지 잊어버린 채로 멈춰버리자 그 때를 틈타 주환이 다시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그, 그쳤으면 그만 나가 봐요!”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고 누가 말했던가. 겉으론 저래보여도 사실 주환은 여자의 눈물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 남자였다. 안 약해지면 그게 남자냐, 나쁜 놈이지.

 

 몰아붙이듯 말할 때는 언제고 주환이 멋쩍은 듯 나라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로 고개를 돌려버리자 나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들을 재차 닦으며 허겁지겁 주환의 집을 빠져나갔다.

 

 미쳤어, 미쳤어. 신 나라. 어쩌자고 옆집 남자한테 이런 추한 꼴을… 난 이제 이 일로 저 비신사적인 편집장한테 죽을 때까지 조롱을 당하게 될 게 뻔해…

 

 여전히 울상을 지은 채로 나라가 주환의 집을 허둥지둥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그대로 그의 집 문을 등진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

 

 덜컹 덜컹.

 

 주환이 열리지 않는 현관문에 힘을 실어서 억지로 밀어냈다. 평소에는 잘만 열리던 문인데, 오늘따라 왜 이리도 빡빡한 건지.

 

 문에 꼭 무언가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영 열릴 생각을 않자 이윽고 그가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그리고 결국, 문을 열어젖혔다. 그와 동시에

 

 퍽.

 

 무언가가 바닥에 철퍼덕 내리 꽂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주환이 빠끔히 고개를 내밀어 밖을 내다보자 옆집 여자가 바닥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로 주환이 흘깃, 시선을 건넸다.

 

 “여기서 아직 뭐하고 있는 겁니까?”

 

 그가 그녀에게 무심히 묻고는 곧 손목에 차인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딱 10분 드리겠습니다. 10시 10분까지 출근하세요. 그 이후에 도착한다면 1시간치의 시급을 제하겠습니다.”

 

 미처 놀란 마음을 가라앉힐 새가 없었다. 바닥만을 응시하고 있던 그녀에게로 갑작스럽게 내던져진 주환의 발언에 별안간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또, 또. 저렇게 사과도 없이 자기 할 말만을. 하지만 그녀는 오늘 그런 것 따위를 생각해낼 겨를이 없었다. 그녀에게 지금 사과 따위는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협박을 당하고 있었기에.

 

 빳빳이 고개를 든 그녀가 그에게로 제 시선을 꼿꼿이 고정시켰다.

 

 “그, 그치만, 봉급은 사장님이…”

 

 “그 자식 지금 돈 없어요. 고로, 내 말이 곧 법입니다”

 

 지금 이 사람들이 날 가지고 장난하나… 어제는 사장 놈이 제 말이 법이라더니, 오늘은 옆집 사는 거지깽깽이가 제 말이 곧 법이란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말인가.

 

 어이가 없어진 그녀가 곧 그에게 되받아쳤다.

 

 “그런 억지가…!”

 

 “집에서 손가락 빨고 싶죠? 아니면 뭐, 구인 구직 다시 하실래요? 교정 일이 꿀 알바라고 들었는데, 이 기회 별로 잡고 싶지 않은가 보죠?”

 

 그가 비아냥거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또 다시 그의 협박이 이어졌다. 그에 결국 보다 못한 나라가 그에게 울컥, 볼멘소리를 내질렀다.

 

 “가요! 갑니다!!”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그럼, 시간 맞춰오세요.”

 

 얼굴색이 하나 안 변한 태도로 그가 딱딱하게 말을 건넸다. 그녀가 흥분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무척이나 태연한 태도였다. 그렇게 제 할 말을 끝내고나서야 비로소 그가 여유 있게 뒤돌아섰다.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는 그를 보며, 그녀는 어지간히도 약이 오른 것 같았다. 그녀가 그의 뒤통수로 따갑도록 아픈 시선을 건넸다.

 

 아마, 그는 지금 제 등에 닿고 있는 그녀의 이 뜨거운 눈길을 절대로 느끼지 못하겠지. 그녀가 마치 그의 양복을 뚫어버릴 만큼 강력한 레이저를 쏘아대고 있다는 걸. 그가 알 리가 없었다. 안다 해도 굳이 관심을 가질 리도 없지만.

 

 그에게 가운뎃손가락이라도 올려버리고 싶은 걸 억지로 꾹꾹 참아낸 그녀가 이윽고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협박에 맞서 대응하기 위해서는 꼭 늦지 않게 사무실에 도착해야만 했다. 그렇게 꾹꾹 마음을 다지던 그녀가 이내 부리나케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

 

 “아, 안녕하십니까! 학! 학!”

 

 급히 뛰어 들어오는 나라를 힐끗 쳐다보던 주환이 마치 아침과 같은 태도로 제 손목에 차인 시계를 유유히 내려다보았다.

 

 “아쉽게 세이프네요. 2분만 더 늦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어진 그의 말 같지도 않은 말에 그녀가 속으로 버럭 승질을 냈다.

 

 뭐!? 저, 저! 개차반 같은 자식이!! 역시, 내가 별명 하나는 잘 지었다니까! 이 개차반!!

 

 그녀가 그를 향해 눈을 한 번 부라려줄까, 하다가는 이내 꾹 참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 인사를 주환이 무미건조하게 잘라냈다.

 

 “됐고”

 

 무심한 표정의 주환이 곧 나라에게 대고 검지를 까딱거렸다.

 

 “네…?”

 

 그의 부름에 그녀가 그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서자 그가 그녀의 태도에 아랑곳없이 그저 USB 하나만을 건네주었다.

 

 “그거 오늘까지 다 처리하세요.”

 

 “네?”

 

 “두 번 말 안합니다.”

 

 여기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한 번 더 말해준다고 손해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바람을 씽씽 불러들이는 그의 말에 그녀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대충 대답했다.

 

 “네…”

 

 얼떨결에 USB를 건네받은 그녀가 이윽고 그대로 멀뚱히 멈춰버렸다. 이내 무언가를 찾듯 이리저리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만 있자, 주환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팔을 뻗어 책상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

 

 “네?”

 

 “그 쪽 자리”

 

 “아, 네.”

 

 그의 손짓에 나라가 살짝 무안한 표정을 짓고는 쪼르르 제 자리에 가 앉았다. 그리고 이윽고 빠른 손놀림으로 USB안의 폴더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폴더 안에는 무수한 양의 한글 파일이 담겨있질 않은가.

 

 이걸… 나보고 다 하라고?

 

 그 상당한 양에 그녀가 경악을 하고는 이윽고 이탈하려는 유체를 겨우 부여잡은 뒤 다시 조심스레 주환에게로 다가섰다.

 

 “저, 저어… 편집장님…?”

 

 우물쭈물, 말을 건네는 나라에게 주환은 시선도 건네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시급제… 맞죠?”

 

 “예, 맞습니다만?”

 

 “그럼, 저 이거 오늘 안에 다 못 끝내면…”

 

 나라가 제 손에 쥐어진 USB를 가리키며 민망한 듯 입가를 씰룩거렸다.

 

 “오늘 할 일은 오늘 처리해주세요. 그거 이번 주까지 출간해야 되는 겁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딱딱한 한 마디 뿐.

 

 “아, 아… 그러면 혹시, 시간 안에 못 끝내면…”

 

 “추가 근무는 없습니다. 무조건 6시까지 끝내세요.”

 

 그리고 딱딱함을 넘어선 빡빡함의 극치까지.

 

 “네?? 그, 그치만 저, 어떻게 하는지…!”

 

 “그냥 하시면 돼요. 교정 알바 안 해보셨어요? 맞춤법, 띄어쓰기 틀린 거. 말 그대로 교정 하시면 되는 겁니다. 교 정”

 

 빠직

 

 빈정대는 그의 태도에 결국 그렇게 참고 참았던 나라의 인내심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이 마구 일렁였다. 나라의 머릿속에서는 삐뽀삐뽀, 비상사태를 알려주는 사이렌까지 마구 울려대고 있는 것 같았다.

 

 설마 교정이라는 말을 모를까봐서? 또박또박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실어 말해주는 주환 덕분에 하마터면 그녀는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한 줄기 남은 이성의 끈마저 툭하고 끊어져버리려는 걸 그녀가 억지로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곧 깊게 심호흡을 해냈다.

 

 표정 또한 어떻게든 억지로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래도 나름 상사 앞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시작한 꿀 알바인데, 출근 첫 날부터 밉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만 둘 생각도 전혀 없거니와.

 

 주환의 행동이 많이 얄미운 그녀였지만 그녀는 이왕이면 그를 좋게 생각하고 싶었다. 좋게 생각하고 싶은데…,

 

 로맨스 소설을 연재할 때 한두 개씩 달리던 ‘네가 무슨 작가냐? 글 더럽게 못 쓰네’ 또는 ‘더럽게 재미없네.’ 라는 등의 악플을 보았을 때보다도 그녀는 왠지 이상하게 더 기분이 나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짜증이 났다.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 비아냥대는 거 마냥 ‘교정 안 해보셨어요?’라니… 교정 일 처음 하는 사람은 어디 사람도 아닌가?

 

 그녀는 누구라도 저런 식의 홀대를 받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그를 실컷 욕했다.

 

 그래, 너는 편집장이라 이거지? 너 잘났다!!

 

 나라가 주환의 앞에 멀뚱히 서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점점 표정만을 구겨가고 있자 그가 그녀에게 그만 가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런데, 아무리 손을 휘젓고 눈치를 줘도 그녀가 알아듣지 못한 채로 그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자, 그가 이내 조금 짜증이 났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려버렸다.

 

 “볼 일 끝났으면 그만 자리로 돌아가서 일 보시죠. 6시까지 다 끝내려면 빠듯할 텐데”

 

 그의 조금 날이 섞인 한마디에 나라가 곧 퍼뜩 이며 정신을 차렸다.

 

 그래, 6시!! 6시까지 무조건 끝내야해!! 안 그러면 저 악마 같은 남자가 내일, 아니. 언제까지 갈굴 지 모르는 일이야… 휴, 해보자! 신 나라!!

 

 당찬 다짐을 해낸 그녀가 서둘러 뒤를 돌았다. 당장 오늘 내일 갈굼 당할 일만 생각하면서.

 

 이미 그녀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은 까마득하게 잊힌 지 오래였다.

 

 *

 

 “5분 남았습니다.”

 

 사무실이 워낙 넓은(?) 탓에 주환이 별로 크게 말하지 않아도 나라에게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잘 와 닿았다. 그런 그의 재촉에 키보드를 치는 나라의 손길 또한 무척이나 빨라지고 있었다.

 

 곧, 재빠르게 수정 파일을 저장한 나라가 주환에게 얼른 USB를 건넸다. 그러자 그가 그것을 덥석 받아서는 책상 서랍을 열어 미련 없이 집어넣어버렸다. 그리고는 여지없이 손목에 차인 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1분 남았네요. 재밌을 뻔 했는데, 아쉽네. 그만 퇴근하세요.”

 

 그리고는 실없는 소리를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이윽고 벙한 표정의 나라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로 슥, 그녀의 옆을 먼저 스쳐 지나가버렸다. 그러자 그녀가 그런 그를 이내 휙 돌아다보는가 싶더니만 이윽고 그의 뒤에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무슨 편집장이 저렇게 퇴근 시간을 칼같이 맞춰!? 내가 얼마나 공을 들여 수정한 건데, 확인도 안 해본다 이거지!!

 

 주환의 행동이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해서, 나라가 문을 열고 나서려는 주환의 뒤통수에 대고 가운뎃손가락을 올려버리려 하자, 그 찰나에 제게 욕을 하려는 걸 어떻게 알아챈 건지 그가 귀신같이 뒤를 돌아섰다.

 

 그의 그 느닷없는 행동에 도리어 놀라버린 나라는 이윽고 눈이 커다래진 채로 입을 어버버 거렸다.

 

 “아, 저, 저 그게… 더, 더, 더워서…”

 

 얼굴이 새빨개진 나라가 제 얼굴에 대고 마구 부채질을 해댔다. 그런 나라를 빤히 바라보다가, 주환이 무심하게 말했다.

 

 “퇴근, 안합니까?”

 

 아, 맞다!! 퇴근해야지!!

 

 주환의 말에 이제야 분위기 파악이 됐는지, 그녀가 서둘러 제 자리로 돌아갔다. 부랴부랴 어깨에 가방을 둘러멘 그녀는 곧 쪼르르 걸어가 문 밖을 빠져나갔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녀가 그에게 꾸벅, 인사를 건넸다. 이윽고 급하게 뒤를 돌아서려는데 그가 재빨리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돌렸다.

 

 “흐엑!?”

 

 또 한 번 놀란 그녀가 또 다시 동그래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그녀에게 무척이나 심플하게 대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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