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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소유 생활기
작가 :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7.6.28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한소유가 우주를 떠돌다 도착한 이세계에 적응하며 생활하는 이야기.

 
수도 마할레스
작성일 : 18-01-01 12:38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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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대기는 곧 검이 되었다. 헌데 얇기가 무슨 종이를 똑바로 세워 놓은 것같이 무척이나 얇은 검이었다. 이대로 돌돌 말아 바늘귀에 꽂아 넣을 수 있을 만큼, 굳이 성인 남성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구부릴 수 있을 것 같은 얇기의 검이었다.

  더욱이 손잡이도 마찬가지라, 쥐기는커녕 제대로 들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헌데 유렌 카스테야는 이 기상천외한 광경이 마냥 낯설지도 않은 건지, 이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곧장 베타의 심장에 창을 겨누었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한 차례 검문소 앞을 훑고 지나가자, 유렌 카스테야의 흐부끼는 검은 머리카락 사이사이에서 잔뜩 먼지를 뒤집어쓴 뜨끈한 모래 알갱이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반면 이제 막 검문소 앞에 도착했기 때문인지, 베타와 알파, 소유의 하얀 머리카락에선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너희들을 막아서는 게, 세계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거냐?"

  "이를 테면. 나비효과란 거지."

  단호하게 대답하는 알파의 목소리가 순간 강하게 휘몰아친 뜨거운 바람, 그것이 만들어 낸 '후우웅!' 거대한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굉음에 갈가리 찢겨 허공 중에 스며들어갈 즈음, 종이처럼 얇은 칼을 대체 어떻게 쥔 것인지, 칼끝을 똑바로 곧추세우며 유렌 카스테야의 심장을 마찬가지로 날카롭게 겨누고 있던 베타가 곧 아래에서부터 위로, 자칫 휘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빠르게 직선을 그어 내었다.

  휙.

  워낙에 얇은 두께를 가진 덕에 다소 기운 빠지는 소리가 한 차례 울려 퍼지며, 팔뚝보다 조금 더 긴 칼날을 가진 철검이 순식간에 유렌 카스테야의 창을 스쳐 지나갔다.

  애초에 그 무엇에도 걸리지 않았다는 양, 철검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는 일처럼 아무런 걸리적거림도 없이 삽시간에 유렌 카스테야를 반절로 갈라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베타의 뒤, 즉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고 다급히 뒤로 물러서는 방문객들의 눈에만 나타난 현상이었다.

  마치 땅에 녹아들듯 머리에서부터 녹아내리며 걸쭉한 검은빛 액체를 몸 전체에서 뿜어내는가 싶더니, 이내 유렌 카스테야의 몸뚱아리가 빠르게 오른쪽으로 미끄러져 나갔던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여태껏 손바닥이 하얗게 변색될 정도로 꽉 쥐고 있던 뱀을 두른 창을 번개같이 베타에게 뻗어 내었다.

  하지만 무기가 원체 가벼운 탓인지, 베타는 어느새 방어의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카앙!

  검은빛의 쌍두사가 시시각각 불어나는 유렌 카스테야의 창과는 달리, 겉보기엔 목검과 맞부딪혀도 힘없이 꺾일 것만 같았던 베타의 철검이 순간 무시무시한 굉음을 토해 내며, 뱀의 시커먼 송곳니에 한 번 닿았다 떨어졌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밀쳐 내는 것처럼, 유렌 카스테야의 창과 베타의 철검은 서로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놀란 것은 유렌 카스테야였다.

  자신의 창이 이토록 쉽게, 저 빈약하기 그지없는 무기에 허무하게 막힐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건지, 유렌 카스테야는 자신의 창과 저 종이 같은 검이 만들어 낸 뜬금없는 반발력에 당황하며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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