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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제자가 생기다
작성일 : 18-01-01 12:04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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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린의 이름을 되뇌며 수연의 차가운 얼굴에 손을 가져간 강현은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아픔에 가슴이 저려왔다.

 

  ‘여린아, 크으윽.’

  죽은 듯이 누운 수연의 차가운 얼굴 위로 불현듯 뭔가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할 일이 생각난 것이다.

 

  ‘핏기가 너무 없으니 내 피라도…….’

  망설임 없이 손에 든 검으로 손바닥을 그었다.

 

  -스윽

  검이 손바닥을 지나갔지만, 손에 작은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혀를 깨물었다. 입가에 혈흔이 비췄다.

  곧바로 수연의 입에 자신의 입을 포갰다.

 

  -스읍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기에 주위에서는 강현의 하는 행동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얼마 후에 강현은 입을 떼고 수연에게서 떨어졌다.

 

  “으으으음.”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돌아와 얕은 신음소리를 내는 수연의 얼음장 같은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에 쟁자수인 문원은 대신 감사의 말을 했다.

 

  “아아, 정말 고맙소이다. 덕분에 수연의 정신이 돌아온 듯하오.”

  쟁자수는 수연을 조심스럽게 안아 수레에 눕혔다. 강현 일행 덕에 구사일생으로 전멸을 면한 진성표국의 사람들은 시신을 대충 정리해 묻어주고 소주를 향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적들이 복수를 하겠다고 더 몰려 올수도 있기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수레를 타고 가는 모표두는 다친 어깨를 매만지며 시름에 잠겼다.

 

  ‘이번에는 용케 버티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군. 그래도 나표두 사람들의 무공이 뛰어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나표두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자신을 비롯한 여기 있는 전부가 땅을 디디고 있는 것이 아니라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수연은 할아버지의 죽음에 서럽게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흐으윽, 할아버지. 흐끅, 할아버지!”

  세상 천지에 혈육이라곤 할아버지 하나밖에 없는 수연으로선 더욱 서러울 수밖에 없었다.

  건네받은 할아버지의 유품 속에는 이번 표행에서 구한 걸로 보이는 꼭꼭 잘 싸여진 산삼과 수연이 좋아 할법한 나비 모양의 장신구가 들어있었다.

  그걸 본 수연의 사슴같이 커다란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하염없이 뚝뚝 떨어졌다.

  부모를 대신해 당신의 몸 보다 더 우선시하며 병약한 자신을 어려서부터 돌봐주고 지금껏 살 수 있게 해 줬다. 꼭 나아서 은혜에 보답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 기회마저 하늘이 앗아가 버렸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할아버지 대신 저를 데려가시지. 흐윽,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우르르릉

  아무래도 큰 비가 오려는지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마치 수연의 슬픔을 아는 듯이.

 

  “나표두, 비가 올 모양이니 서둘러야겠소.”

  “예, 비가 구를 것 같군요.”

  모표두는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나표두가 가끔 모호한 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한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비를 피할 만한 장소를 어렵지 않게 찾은 진성표국 행렬은 식사를 하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쏴아아아아

  바닥에 내려놓은 행랑이 들썩거리자 강현은 손을 넣어 강아지를 꺼냈다. 강아지는 한쪽으로 비틀대며 걸어가더니 오줌 누고, 똥 싸고 다하더니 이젠, 배고픈지 자신을 보며 끙끙거렸다.

 

  -끼이잉

  “여기 있다.”

  -툭

  말린 육포를 꺼내 던져주니 앞발로 잡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지켜보던 수연은 희미하게 웃음 짓다가 강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나표두님이 저를 구해 주셨다고 들었는데 인사가 늦어서 죄송해요.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제 몸의 병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은혜? 그, 그래.”

  강현의 피 속에 녹아있는 만년화정의 내력 일부를 본의 아니게 흡수한 수연의 몸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좋아지기는커녕 몸이 잿더미가 되어 흔적도 없어질 일이었건만, 칠음절맥을 타고난 수연이었기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병약한 모습은 물론이고, 흰자위가 없이 검은색 일색이던 눈동자는 어느새 거의 평범하게 변해 있었다.

  온통 검은 털에 새까만 눈동자를 가진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수연이 물었다.

 

  “귀엽다. 얘는 이름이 뭐예요?”

  “음……, 천둥.”

  때마침 벼락이 떨어지며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자 강현은 천둥이라고 답해 주었다. 그 일 이후로 오랜만에 입을 연 수연은 비가 그칠 때까지 강아지와 장난을 쳤다.

 

  ‘할아버지 저 잘 있어요. 꼭 건강해져서 할아버지 몫까지 잘 살게요.’

  칠음절맥의 천형에서 벗어나 생기를 되찾은 수연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고된 표행길의 분위기가 오히려 할아버지를 여윈 수연으로 인해 잠시나마 밝아졌다.

 

  “모표두님! 제게 무공을 가르쳐 주세요. 저도 표사가 되어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살고 싶어요.”

  “허허허, 이제 네 병이 많이 좋아졌나 보구나.”

  “네에. 표두님.”

  무공을 가르쳐 달라는 수연의 청에, 모표두는 잠시 생각했다. 지금 부상당한 자신보다 무공도 더 뛰어난 나표두에게 배우는 것이 더 나을까 싶었다.

  나표두가 수연에게 도움을 준걸 생각한 모표두는 슬픔에 잠겨 있는 것 보다는 건강과 호신을 위해 기본적인 무공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몸이 안 좋아서 그러니, 나표두에게 한번 부탁해 보려무나.”

  “아, 네 알겠습니다. 모표두님.”

  그러겠다고 답한 수연은 쉬고 있는 강현에게 다가갔다.

 

  ‘끄응, 당최 뭐가 뭔지 모르겠다.’

  바위에 걸터앉아 문득 문득 떠오르려다 사라지는 별별 생각에 골똘해 하고 있는데 눈에 누군가의 발이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수연이었다. 할 말이 있는지 머뭇거리다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저어, 나표두님. 부탁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와 조금은 쑥스러워하는 얼굴로 부탁하는 수연에게 궁금한 얼굴로 되물었다.

 

  “무슨 부탁인데?”

  “예. 다름이 아니라 제게, 혹시 무공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 해서요.”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네.”

  강호의 생리상 무공이란 것이 가르쳐 달라고 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배우는 것 또한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 무공이었다.

  그런 일반적인 걸 알지 못하는 수연과 강현은 매 한가지였다.

  강현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짧게 답해주었다.

 

  “그래.”

  “예! 정말 고맙습니다. 나표두님!”

  이후로 여유가 생길 때마다 강현은 수연에게 천인지검을 하나하나 세심히 가르치기 시작했다.

  전보다 한층 밝아진 수연의 모습에 그동안 보기가 딱하여 안쓰러워하던 표국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으며 좋아했다. 이런걸 보면 과거에 서행장이 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다 작은 마을이 나오자 마을 근처에서 행렬을 세우고 야숙을 준비했다. 야숙을 준비하는 쟁자수들 사이로 수연이 걸어오는 것을 본 강현은 일어나 한적한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수련을 위해 마주한 상태에서 갑자기 수연이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사부님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자로 받아주세요.”

  ‘어어,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어디서 들은 건 있는지 뭐라고 대꾸 할 틈도 없이 사부로 모시겠다며 넙죽 절을 하는 수연이었다.

  겉으로 암만 봐서는 사형제 정도밖에 안 보이는 둘이 사제관계인 걸 남들이 보면 웃을 일이지만, 애틋하고 측은지심(側隱之心)이 있는 수연에게 강현은 개의치 않고 허락했다.

 

  “제자라……, 뭐 그렇게 하자.”

  얼떨결에 생각지도 못한 제자가 생겼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강현은 전과 변함없이 평소대로 무공을 가르쳤다.

 

  “천인경천!”

  천인지검의 검식 중에서 강현은 천인경천의 초식을 시연해 보였다.

  태어나서 이제껏 몸이 안 좋은 관계로 무엇 하나 온전히 해 본 일이 없는 수연이었기에, 이제는 사부가 된 강현이 가르치는 무공을 열성을 다해 열심히 배웠다.

 

  ‘가만, 이무공은 내가 알고 있던 건가?’

  무공을 가르쳐 주는 과정에서 무심결에 기억에도 없던 기세훈의 독문 무공인 천변무의 검식이 기억난 것이다.

  이유를 모르기에 일단, 생각을 그만두고 수련을 계속했다. 강현이 수련을 할 때면 자혼 강시들도 따라서 곁에서 무공수련을 했다.

  수연의 무공수련을 지켜보던 모표두는 생각했던 거와 달리 무공에 소질이 보이자 표행길에 언젠가 주워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천형인 절맥들은 거의다가 포기할 정도로 고친다는 것은 실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정성이 하늘에 닿아 치료할 수만 있다면, 무병장수는 기본이고 무공 또한 대단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들은 터였다. 그래서 천형인 동시에 천행인 병이었다.

  평소에 잠이 거의 없는 강현은 오늘 따라 잠이 오는 것을 느끼며 스르르 눈을 감았다.

 

  ‘강현아, 강현아! 어여 일어나 밥 먹어야지.’

  ‘아우웅, 알았어요.’

  밥 먹으라고 깨우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너 좋아하는 부개조림 해 놨다.’

  ‘예, 할머니. 잘 먹을게요.’

  강현이 좋아하는 북어조림을 한 냄비 가득 해놓고 깨우는 할머니였다. 북어조림을 먹으려고 하는 순간, 상이 저만치 멀어졌다. 다가가 잡으려고 하자 또다시 멀어지는 것이었다.

 

  ‘어! 할머니.’

  할머니와 밥상이 빠르게 강현에게서 멀어져 갔다. 강현은 잡으려고 발버둥 쳤으나,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주위가 물로 채워졌다.

  시커먼 물속은 코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먹물과도 같은 그 속에서 물이 일렁이며 쑥하고 사람이 솟아 나와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본좌가 가진 내력과 무공을 자네에게 전수해주겠네. 인연자여, 내 딸 여린이를 부탁하네. 부디, 금의주행하시게.’

  가슴 절절하게 부탁하는 사내였다.

 

  ‘무슨 놈의 꿈이 이 따위냐? 내가 술을 너무 먹었나. 참 가지가지 한다.’

  별 희한한 꿈도 다 있다고 생각한 강현은 선심 쓰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뭐, 그렇게 합시다.’

  그랬더니 사내는 잠깐 웃어 보였다. 그리고 몸이 물속으로 점점 녹아들었다. 보고 있던 자신의 몸도 따라서 물속에 녹아 들어갔다.

 

  ‘어어엇, 살려줘. 안 돼!’

  기겁을 하며 소리친 강현은 꿈에서 깨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헉헉, 꿈이었구나!”

  잠에서 깨어난 강현은 멀쩡한 자신의 몸을 만져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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