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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황녀는 날지 않는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17.11.22

오래 전, 대악마 튀란누스에게 대륙이 짓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 네 명의 영웅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 이름도 종족도 달랐던 그들이 끝내 대악마를 쓰러트린 후 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꼭 30년이 흘렀다. 대전쟁의 네 영웅 중 하나인 제국의 황제 아르도르의 딸 레아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2황후 루마에게 벗어나 제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황궁 밖에서도 자신을 향한 암살위협이 점점 거세지던 그 때, 레아는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대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안개의 딸들 (4)
작성일 : 17-12-30 11:13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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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리어의 두 손이 꽉 쥐어졌다. 두 자루의 검을 각기 쥔 손들은 하얗게 바랜 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갈색 눈동자가 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오크들이었다. 남부 평원의 시퍼런 하늘에 콕 박힌 채 이글거리는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태양 아래서, 그 강인한 전사들역시 각자 자신의 무기를 쥔 채 샤리어를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떨리는 모양이군. 그래도 명색이 흑사자 용병단의 부단장이나 되는데 말이지.”

 갑작스럽게 들려온 익숙하고도 조용한 목소리에 샤리어는 헛웃음을 지었다.

 “어제 제국의 의뢰를 받아들인 이유를 듣고, 단장님이 북부군과 직접적으로 부딪치지도 않고 큰 이득을 취하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풍경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차라리 확실치 않은 북부군의 침공에 대비해 수도에 머물고 있는 다른 용병단들이 부럽습니다.”

 “글쎄. 어제 나를 암살하려고 했던 오크를 보면 얼추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텐데?”

 “예상이야 했죠. 그렇다고 이렇게 무지막지한 수를 끌고 올 줄은 몰랐습니다만.”

 샤리어의 말에 곁에 서 있던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대꾸했다.

 “그렇군. 가장 큰 부족뿐만 아니라 소규모 부족까지 몰려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죠?”

 그 말에 남자는 오른손으로 들고 있던 긴 창을 휙휙 돌리며 오크들을 향해 걸어 나갔다. 샤리어는 기겁하며 그를 불렀다.

 “단장님? 뭐하시는 겁니까!”

 남자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대꾸했다.

 “글쎄. 벨 수 있을 만큼 베어야지. 수도인 플람마로 향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니까.”

 “미치셨습니까? 아무리 단장님이라도 그건 무리입니다!”

 “그럼 네가 좀 도와주던가. 겁부터 집어먹으면 네 실력의 절반도 나오지 않을 거다.”

 샤리어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쩌다가 저런 인간이 단장으로 있는 용병단에......”

 이내 그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마법사들은 광역마법 준비해! 사제들은......”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네 말대로 아무리 나라도 저들을 베다가 죽는 건 임무를 의뢰한 황후에게도, 단원인 너희들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가장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거니까. 결정적으로......”

 샤리어의 말을 끊은 남자가 창을 쭉 뻗어 가리켰다. 그의 손짓을 따라 시선을 옮긴 샤리어의 표정이 급격이 일그러졌다.

 “너는!”

 “진정해라. 싸우러 온 건 아닌 것 같으니.”

 “어제 단장님을 암살하려 했던 여자입니다! 혼자서 온다는 건 분명 무슨 꿍꿍이가......”

 “미안하지만 단장님의 말이 맞아.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너희들과 놀아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너희 같은 인간들이 죽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서. 실력이 아깝잖아?”

 갑작스레 끼어든 목소리에 샤리어가 이를 으득 갈았다.

 “누가 누굴 안타까워 해? 내가 네년의 목은 반드시 따고......”

 “샤리어.”

 여전히 낮고도 차분한 그 목소리에, 샤리어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남자가 피식 웃었다.

 “아까와는 달리 투지가 불타오르는군 그래?”

 얼굴이 붉어진 샤리어를 뒤로 한 채,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인간 여성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지만, 전신에 덧칠해져있는 녹색 피부와, 아랫입술에서 삐쭉 튀어나온 두개의 송곳니는 그녀가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라는 것을 확연히 나타내고 있었다. 그녀가 옅은 미소를 띠며 어깨를 으쓱 들어올렸다.

 “단원들을 데리고 얌전히 물러나. 그럼 너희에게는 손끝 하나 대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제국에는 왜 온 거지?”

 “그건 너희들이 몰라도 되는 일이야.”

 “그런가.”

 그 말과 동시에 남자는 돌아서며 샤리어를 바라보았다.

 “준비해라, 샤리어.”

 “......진심이야? 나는 분명 기회를 줬어. 당신과 저 꼬마 실력을 보아하니 당신 단원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 많은 수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걸 잘 알 텐데?”

 오크의 말에 남자는 반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글쎄. 한번 의뢰받은 임무는 끝까지 수행하는 게 우리 용병단의 철칙이라.”

 “목숨이 아깝지 않아?”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아깝지 않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그리고 그는 완전히 몸을 돌렸다.

 “그렇지만 너희들에게 짓밟힐 제국민들의 수를 하나라도 더 줄일 수 있다면야.”

 잠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오크는 이내 몸을 돌렸다. 남자와의 거리가 꽤 멀리 떨어졌을 즈음, 그녀는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를 쥐고 박혀있는 보석을 가볍게 눌렀다.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충돌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목걸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는 군. 카탄. 들었는가? 남부를 지키고 있는 용병단이......흑사자 용병단이라고 했나? 정말 대륙의 삼각이라는 이름처럼 오크들을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는 건가, 쓸데없이 만용을 부리는 건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자신들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멍청이들인가?”

 그에 또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대꾸했다.

 “굳이 고르자면 첫 번째 이유겠지요. 대륙의 삼각에 속한 세 용병단의 단장들은 모두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강자들이니까요.”

 “그런가.”

 그에 대꾸하듯 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악마들의 세력다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테사나님의 예언이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쓸데없는 충돌은 피해야겠지요. 키샤리......라고 했던가요.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에 오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글쎄...... 시간을 끌어도 어떻게 끄느냐가 문제죠. 이렇게 많은 오크들이 왔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시간만 끈다면 분명 이상한 점을 눈치 챌 테고, 우리는 적당히 싸움을 걸고 싶어도 저쪽에서는 죽기 살기로 저항할 테니 서로가 큰 피해를 입을 겁니다.”

 “로드, 차라리 용병단에게 사실을 말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두 번째로 흘러나왔던 목소리의 제안에 첫 번째로 흘러나왔던 목소리가 대꾸했다.

 “글쎄. 물론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용병단들이 예언에 대해 듣게 된다면 취하게 될 행동은 크게 두 가지겠지. 제국을 떠나거나, 예언을 믿지 않거나. 용병단들이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제국을 떠나게 된다면 황후를 지키게 될 자들이 없어질 테고, 그렇다면 황후가 아르도르의 목숨을 가지고 우리를 위협하겠지. 그녀 역시 아르도르에게 무슨 짓을 하지는 못할 테지만, 우리 역시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 또한 용병단들이 예언을 믿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제국에 남아있을 테고, 키샤리가 이끄는 오크들과 흑사자 용병단, 북부군과 수도에 남아있는 용병단들의 충돌을 막을 수가 없겠지. 그리고 예언이 닥쳐온다면 우리는 대륙의 멸망을 막지 못하겠지. 그러니 내가 일을 끝마칠 때까지는 예언을 함부로 말하고 다니는 건 좋지 않아.”

 오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은 제가 시간을 최대한 끌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하지만 저쪽에는 마법사들이 있습니다. 주술사들은 로드께서 말씀하신대로 오크들의 땅을 탐색하고 있는 중이라......”

 “아, 마법사들에 관해서는 걱정 마라. 너와 오크들은 그냥 최대한 그들을 거기 붙잡아두기만 하면 돼.”

 “네? 그게 무슨......”

 그때, 오크의 곁에 있던 또 다른 오크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키샤리! 저걸 봐라!”

 동시에, 키샤리라 불린 오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말 걱정 안 해도 되는 겁니까?”

 강렬히 내리쬐는 태양의 섬광 때문에 눈을 찡그리며 좁아진 키샤리의 시야에, 허공에 수십 개의 복잡한 문양들이 새겨진 모습이 들어왔다.

 “키샤리! 피해라!”

 그리고 그 문양들에서, 가지각색의 섬광들이 뿜어져 나오며 오크들에게 내리 꽂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섬광들은 오크들에게 미치지 못하며 힘없이 사라졌다.

 “흠. 벌써 도착했나 보군. 이럴 때 보면 엘프들의 매가 탐난단 말이지.”

 키샤리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 거기 너.”

 허공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린 키샤리는 하늘을 비행하고 있는 거대한 매들과, 그 매에 타고 있는 엘프들을 볼 수 있었다. 키샤리에게 말을 건 엘프는 가장 가까이에서 날고 있던 순백의 매를 타고 있는 엘프였다. 그는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푸른 눈동자로 키샤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물러나.”

 동시에 허공의 문양들에서 섬광들이 다시금 쏘아졌고, 엘프들은 두 손을 들어올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다시금 섬광은 힘없이 꼬리를 내리며 흩어졌다. 공격하는 자와 막아내는 자의 공방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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