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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53
작성일 : 17-12-28 20:03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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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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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파티에 참여한 뱀파이어들의 하인이 숙소로 찾아왔다.

 그들은 라티안스에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려줬고, 라티안스는 소식을 듣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들이 횡령죄로 모든 재산을 몰수됐다고?”

 

 “네…. 사실 저희도 몰수되는 재산이지만, 숨어 있었습니다.”

 

 “…….”

 

 “로드, 칼립은 생각보다 더 영악한 뱀파이어입니다. 이번 일로 저희 가문의 힘을 잃었어요.”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군.”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조금만 생각하게 해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시 주인님에게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그러도록 해.”

 

 하인이 숙소에서 나가고 혼자 남은 라티안스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자 옆에 있던 다른 뱀파이어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악화됐다. 차라리 무력으로 위협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텐데.

 이런 식으로 궁에서 밀어낼 줄은 몰랐다. 지금 칼립이 괜히 로드의 자리의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똑똑했고, 전쟁도 정치적인 싸움도 라티안스보다 훨씬 더 잘했다.

 

 “큰일이야. 우리의 세력이 완전히 줄어들었어.”

 

 “칼립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 몰랐네요.”

 

 “엘리아가 위험해질 거라고 말해서 무력으로 제압할 줄 알았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병력을 배치한 것이고요.”

 

 “…어떻게 할까요, 로드?”

 

 “지금 우리로서는 그들의 무죄를 증명할 힘이 없어. 증명한다 해도 칼립이 들을 이유가 없지.”

 

 “완전히 당했군요.”

 

 베일리가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씹자 불현듯 라티안스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위기를 이겨낸다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무죄를 우리가 입증한다면? 지금까지 칼립이 저지른 모든 악행을 증명해낸다면?

 

 “…아니야, 어쩌면 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몰라.”

 

 “네?”

 

 “우리가 칼립의 악행을, 그들의 무죄를 입증한다면 여론은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겠지.”

 

 “…그게 가능할까요?”

 

 “어렵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의의가 있는 거야.”

 

 칼립이 이제까지 저질렀던 모든 일을 수면 위로 들어낸다면, 이 싸움은 이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자일수록 더러운 일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있기 힘든 법이었다.

 라티안스는 현재 억울한 일을 당한 귀족들을 전부 불러달라 명령했다.

 라티안스의 명령에 따라 다들 바쁘게 움직이며 좁은 숙소 안에 오늘 횡령죄로 모든 재산이 몰수된 귀족들이 왔다.

 

 “부르셨습니까, 로드?”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일단 그대들이 오늘 횡령죄로 재산이 몰수됐다는 소식을 들었어.”

 

 “…칼립 그자가 저희를 아니꼽게 봐서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씌웠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그래서 난 그대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거야.”

 

 “정말입니까?”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그대들의 장부를 전부 보여주게. 그대들이 청렴하다는 증거를 모아.”

 

 “하지만 증거를 모은다고 칼립이 그걸 인정할까요?”

 

 “인정하게 만들어야지. 우리가 아무 죄도 짓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칼립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고발할 거야.”

 

 라티안스의 말에 다들 굳은 다짐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싸움은 누구 하나도 양보하지 않는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다.

 서로의 단점을 찾아내서 그 티끌로 공격하고 단점이란 단점은 전부 공격당할 것이다.

 모두가 증거를 모아오겠다며 돌아가자, 베일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라티안스에게 다가왔다.

 

 “칼립이 말할 겁니다. 로드께서 블러드 로즈가 없으면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하는 뱀파이어라고.”

 

 “…알고 있어.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야.”

 

 “로드도 위험해지시겠지만, 지유 양이 더 위험해지겠군요.”

 

 “지유는 이 상황을 이해해줄 거야.”

 

 “그렇겠죠. 그녀는 로드와 함께 싸우고 싶어 하시는 분이니까요.”

 

 “그렇지……. 그나저나, 지유는 어때?”

 

 “괜찮으십니다. 언제나처럼 씩씩하시고, 리키나랑 같이 훈련도 하시고.”

 

 “자기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것 같나?”

 

 “아직 제대로 칼도 들지 못하시는 분입니다. 저희가 지켜드려야죠.”

 

 베일리의 말에 라티안스는 시기상조임을 알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지유가 위험에 빠지더라도, 여기서 뒤로 물러서거나 칼립이 약해질 때만을 기다릴 순 없었다.

 백 년이고 이백 년이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었다.

 

 “물러설 때가 아니야. 지금은 싸워야 할 때야.”

 

 “로드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희는 싸울 뿐입니다.”

 

 “베일리. 혹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보다는 지유를 먼저 지켜.”

 

 “……명령입니까?”

 

 “명령이야.”

 

 “…알겠습니다.”

 

 라티안스가 어째서 자신보다 지유를 먼저 지키라고 말하는지 알고 있기에 베일리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안심했다는 듯 웃는 라티안스를 보고 베일리는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유를 지킬 것이다. 지유를 지킴으로 인해 로드의 마음을 지킬 수 있다면…….

 이 목숨이 다 하는 일이 있더라도, 지유와 로드 두 분을 모두 지켜낸다.

 

 “앞으로의 일을 지유 양에게도 말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건 내가 하지. 너는 여기에서 귀족들의 연락을 기다려줘.”

 

 “알겠습니다.”

 

 라티안스는 베일리를 뒤로한 채 지유가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방에 들어가자 지유는 팔에 파스를 바르고 있었다.

 알싸한 파스 향에 라티안스가 걱정스럽게 지유를 바라보자 지유는 어색하게 웃으며 소매를 끌어 내렸다.

 

 “이야기 끝났나요?”

 

 “응. 그대에게도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러 왔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난 이제부터 칼립과 싸울 생각이야. 그러니까 그대가 제일 위험해질 거야.”

 

 “이해해요. 언제까지고 도망만 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대에겐 항상 위험한 일뿐이군.”

 

 자조적인 라티안스의 말에 지유는 뭐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라티안스가 싸우려고 마음먹은 이 순간까지 자신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뿐인데.

 나 때문에 라티안스가 겁먹고 물러서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지유는 라티안스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라티안스 씨는, 라티안스 씨가 하고 싶은 걸 해요.”

 

 “지유…….”

 

 “제가 좀 더 강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이렇게 라티안스 씨가 겁먹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

 

 “틀려. 지유, 그대가 아무리 강해도 난 그대를 걱정했을 거야. 내 마음, 알고 있지 않나? 그대와 똑같아.”

 

 자신과 똑같다는 말에 지유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라티안스는 자신보다 훨씬 강하지만 늘 걱정스러웠고,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소중하니까. 다치지 않길 바라니까. 위험해지지 않았으면 하니까.

 우리는 같은 마음이다. 그 증거로 개화를 했고, 자신에게는 새로운 힘이 생겼다.

 

 “그렇네요, 똑같았네요.”

 

 “그래, 똑같아.”

 

 분명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이 소중한 감정도 그 역시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지유는 라티안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라티안스는 망설임 없이 그 손을 잡았다.

 

 “그대가 위험해져도 내가 지킬게.”

 

 “…지금은 무리여도, 제가 강해진다면 그땐 라티안스 씨와 함께 싸울게요.”

 

 “당분간 나가지 못할 거야. 방에만 있게 한다고 화내지 마.”

 

 “위험하니까 어쩔 수 없죠. 이해해요.”

 

 “그래.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네.”

 

 라티안스는 차마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겠는지 지유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이제 나가서 귀족들을 도와 칼립의 부정부패의 증거를 모아야 하는데.

 조금 더 같이 있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니까. 라티안스는 마음을 담아 지유의 이마에 입 맞췄다.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라티안스가 방에서 나가자 지유는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작게 웃었다.

 지금은 기다려도 괜찮아. 다급해 하지 말자.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노력을 다해서 강해지자. 제대로 강해져서 라티안스를 지키는 거야.

 그들만큼 강해질 수는 없더라도 그들과 비슷할 정도로 강해질 거야.

 

 “힘내세요, 라티안스 씨. 저도 힘낼게요.”

 

 그리고 그녀의 응원이 전해진 것인지 라티안스는 거실로 내려가 로브를 뒤집어쓰고 엘리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른 뱀파이어들에게 섞여 자연스럽게 엘리아의 집 근처로 간 라티안스는 작은 돌을 창문으로 던졌다.

 엘리아는 그 소리에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 주변을 살핀 뒤 뒷문을 열어줬다.

 뒷문이 열리자 라티안스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엘리아.”

 

 라티안스가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엘리아는 라티안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을 바라봤다.

 이런 걸로는 사죄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최대의 사죄를 해야만 했다.

 

 “…죄송합니다, 로드.”

 

 “사과는 나중에 모든 일이 끝나고 듣지. 지금은 그대의 힘이 필요해.”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말만 하세요.”

 

 “칼립의 부정부패. 무엇이든 좋아. 기록으로 남은 것들은 전부 내 앞에 가져와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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